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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깼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최후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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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깼다
작품등록일 :
2021.07.28 22:48
최근연재일 :
2021.08.24 23:37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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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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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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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크레두쉬 (1)

DUMMY

소파가 푹신하고 음식이 맛있다. 이대로 누워서 소파와 하나가 되고 싶다. 사람은 원래 소파와 하나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적당히 하고 일어나. 얼마나 더 늘어져 있을 려고 그래?”


“아, 발로 밀지마. 하다못해 신발은 벗어줘”


“일어나 앉으면 생각해 볼게”


“나는 지금 일어나 앉을 힘이 없엉. 상처 입은 영혼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듬어줘~”


[일주일이나 봐드렸으면 따뜻하다 못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보듬어 드린거 아닌가요?]


나는 바리의 말을 무시하고 소파에 열심히 몸을 파묻었다.


샹에서 황호와 격전을 벌인 지 일주일이 지났다. 황호의 세력이 없어진 여파로 샹은 혼란의 도가니다.


나와 접촉하려는 세력도 상당수 된다고 아일라가 전달해줬다.


그 중에는 자신을 도와서 샹의 패권을 쥐게 된다면 이권의 절반을 주겠다고 하는 녀석도 있다고 한다.


즉, 지금이 한탕 벌어먹기에 좋은 시기이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뭔가를 할 의욕자체가 없다.


“후우,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깨져서 삐질 수 있는 건 인정해. 근데 그걸 언제까지 가지고 갈 생각인거야?”


발로 나를 찔러대던 아일라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한다.


“삐졌다니? 누가 삐졌다는 거야?”


“너지. 너! 너너너너너!”


아일라가 쿡쿡 찌르는 걸 피해 몸을 웅크렸지만 이 좁은 소파에서는 도망 갈 수가 없다. 어허 통재라! 결국 소파를 벗어나야만 하는 건가!? 아니, 아니다! 아일라의 손을 붙잡아서 못 찌르게 하면 되잖아!


나는 눈을 번득이며 아일라의 손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느려”


하지만 아일라는 다 안다는 듯 내 손을 피했다. 그리고 곧장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얏!”


“적당히 하고 일어나. 너도 한두 해 칼밥 먹고 산 게 아니잖아?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 법인데 언제까지 꽁해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삐진게 아니라니까”


“그래그래, 알았어. 너는 삐지지 않았어. 됐지?”


하, 젠장. 진짜로 안 삐졌는데. 여기서 더 말해봐야 소용없겠네.


“자, 이거 봐바. 널 위해서 일부러 종이로 프린트 해온 거니까”


아일라가 뭉기적대며 일어나는 내 얼굴에 두꺼운 종이 뭉치를 떨어뜨렸다.

이건 뭐야?


종이 뭉치의 가장 위에는 샹의 현황이라는 딱딱한 텍스트가 박혀 있었다.


“지금 샹의 상태를 대략적으로 정리한 문서야. 결론은 너도 알다시피 대 혼돈이지.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나가고 있고 오늘의 승리자가 단 몇 시간 만에 패배자가 되기도 하고 있어”


“흐응, 그래. 그렇겠지”


적당히 문서를 뒤적거리기만 해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뻔한 일이다.


“근데 전에도 말했잖아. 나는 여기에 머리 들이밀 생각 없어”


“샹은 그저 단순한 도시가 아니야. 샹을 점거하게 되면 동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치기에 매우 수월해지지. 황호는 그나마 중립적이고 샹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었지. 하지만 만약 황호의 뒤를 이어 샹을 점거한 누군가가 호전적이라면 여파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한 놈 골라서 지원하라는 거야? 전쟁이 나면 나는 거지 뭐. 사람이 죽고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잖아?”


“언제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라 해도 ‘누구’에게 벌어지느냐는 신경 쓰이지 않아?”


“빙빙 돌리지 말고 얘기해. 누가 접촉해 온건데?”


“문재혁”


잠시 문서를 살펴보던 것을 멈추고 아일라와 눈을 마주했다. 아일라의 눈에 거짓을 말하는 기색은 없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네. 솔과 샹. 두 곳을 점거할 수 있으면 그 시너지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 솔의 가용 전력이 그 정도가 되나? 강릉 부근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의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고 다이자가 기회를 노리고 있잖아. 마디스나 월에서도 가만히 눈만 뜨고 있지는 않을테고. 일주일 내에 샹을 제압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텐데?”


“그래서 너한테 접촉한 거지. 네가 있다면 샹으로 파견할 병력의 수를 절감할 수 있으니까”


지금 나를 시험 하는 건가? 살짝 불쾌해지는데?


“내가 있다고 해서 병력을 절감할 수는 없지. 단순히 공격하는 게 아니라 제압을 해야 하니까. 나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샹을 초토화 시킨다면 내가 도움이 되겠지만 샹을 점령하려한다면 나는 도움이 안 돼. 내가 솔의 병력하고 간다면 당장 샹의 세력들이 일치단결해서 맞설 테고”


아무리 개 같고 보기 싫어도 그나마 우리 집 개새끼가 옆 집 개새끼보다는 나은 법이다. 더구나 이 난장판을 만든 게 나인 이상 샹에는 나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테고.


“현지에서 협력할 세력이 있다면 분열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없는 거 같네”


문서에는 그런 내용이 한 획도 없으니 말이야.


“흐응, 그러면 이건 거절이라고 보면 되겠네”


왠지 아일라의 기분이 좋아보인다. 뭐지?


“그러면 당연히, 이걸 하는 걸 테고?”


“잠깐, 기다려! 뭐가 당연히 이걸 한다는 거야?”


“뭐기는? 던전 정리 부대에 지원하는 지원서야”


아일라는 히죽 웃으며 종이를 건넸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아줌마? 던전 정리 부대 지원이라고?

던전의 위치는 크레두쉬 근방. 던전의 위험도는 A급 이상. 지원 요청자는 나쉬카 모르오스?

크레두쉬는 젠느 가문이 다스리고 있지 않았나? 왜 뜬금없이 모르오스가에서 던전 정리를 나온거지?


“어때? 조건은 나쁘지 않지? 포탈을 통해서 가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테고 위험도 A급 정도면 산책하는 겸 해서 갔다 오기에도 좋잖아?”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냐?! 왜 내가 여기에 가야 되는 건데?”


“그야 이지선다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당연히 다른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거잖아?”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 아무리 귀여워도 받아 줄 수 없는 게 있다!


“왜 무조건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 건데?!”


“그건 말이지....얍!”


[호잇!]


어?


눈을 감았다 떠도 눈앞의 계약서에 적힌 나의 인장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일라가 슬그머니 다가와 종이를 꺼내는가 싶더니 바리가 내 손을 움직여 인장을 찍어버리기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


와, 아니 이거 너무한거 아냐?


“이렇게 사기 쳐도 되는 거냐? 그리고 바리! 너는 누가 주인인지 몰라?”


[누가 주인인지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이렇게 주인님을 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기라니, 누가 사기를 쳤다 그래? 긴장을 풀고 있던 누구씨가 잘못한 거 아니겠어?”


하하하. 이렇게 나오시겠다?


“아, 그래? 뭐 좋아.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치자.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갈 생각이 없거든! 이제 어떡할 건데? 계약 파기로 협박하려고? 아이고 안 되셨습니다~ 고작 한 건의 계약 파기 정도는 저언혀 아무렇지도 않거든!”


“계약 파기로는 안가도 되겠지만, 여기서 지낼때가 없으니 가야 할걸?”


응? 뭐라고?


“어....설마 너....”


“응. 네 방 뺐어”


[그리고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자금 계정과 카드도 정지 시켰습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네년드으으을!”


으아아! 아인소프 네놈! 오랜 전우인 나보다 바리를 택하다니! 곧 죽어도 네 딸이라 이거냐!? 젠장할! 역시 전 세계의 자금을 하나의 시스템이 관리하도록 맡겨놔서는 안 됐어! 시스템 관리자가 홀랑 넘어가면 나 같은 선량한 피해자가 생겨버리잖아!


“그만 징징대고 잠깐 갔다 와. 어차피 이 상황에서 샹을 안정화 시킬게 아니라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건 알고 있잖아?”


알고 있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나오냐!”


후우, 진정하자. 열 받고 서럽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일라의 말대로 잠깐 람디스에 건너가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


“내가 이건 꼭 기억하고 있을 거다. 알겠냐 둘다?”


으르렁 대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아일라도, 바리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쳇.


“자, 그럼. 좀 더 자세한 걸 말해봐 바. 왜 하필 크레두쉬로 보내는 건지”


아일라는 기특한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르네”


“너하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모르겠냐. 뭔가 노리는 게 있으니 많고 많은 의뢰 중에 이걸 가져온 거겠지”


“아, 그거 말고 순순히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 걸 말한 건데?”


“야!”


내가 버럭 하자 아일라는 귀엽게 혀를 빼물며 숨는 시늉을 했다. 젠장, 저건 반칙이야.


“자, 장난은 이쯤하고. 진지하게 가자. 네 말대로 내가 크레두쉬를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어. 원래 크레두쉬를 다스리고 있던 가문은 모르오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그래. 젠느 가문이 다스리고 있었지”


“맞아. 하지만 지금 크레두쉬는 모르오스 가문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어.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


“모르오스쪽에서 젠느를 밀어낸 거 아니야? 모르오스도 젠느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가문이니 모르오스에서 흐름을 잘 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네 말대로 모르오스는 젠느에게 크게 밀리는 가문이 아니야. 하지만 제국이 사라지고 이제껏 모르오스는 젠느와의 대립을 최대한 피했어. 젠느 역시 모르오스와의 대립은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남겨두는 편이었지. 다시 말해, 겉으로 보기에 크레두쉬를 지배하는 건 젠느 가문 같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젠느와 모르오스. 이 두 가문이 어느 정도 양분하고 있었다는 게 좀 더 사실에 가깝다는 말이야”


흠, 그랬던 건가? 하긴, 크레두쉬는 긴 역사와 그 역사에 비길만한 힘과 영토를 지닌 도시다. 과거 람디스 제국을 등에 엎고 지원을 받고 있었을 때라면 둘 중 하나의 가문이 지배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제국은 사라졌다.


크레두쉬 혼자의 힘으로 이전보다 험난해진 세계에서 버티려면 두 가문 중 하나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실제로 지금, 도시의 지배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을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너는 모르오스가 아닌, 제 3의 세력이 젠느를 제거했고, 그 영향으로 크레두쉬가 혼란에 빠졌다고 보는 거야?”


이거 굉장히 익숙한 상황인데? 설마, 여기도 황금십자회 놈들이 손을 뻗친 건가?


“몰라”


응?


“모른다고?”


“그래. 몰라. 젠느의 가주였던 피가드와 젠느의 중심 세력은 갑자기 종적을 감췄어. 나쉬카도 열심히 추적을 해본 모양이지만 찾지 못 했고”


“아무 흔적도 없다고?”


“그래. 그래서 왜 젠느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죽은 건지, 살아있는 건지, 크레두쉬 내의 문제인지 다른 세력의 개입이 있는 건지, 기타 등등의 사안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어”


“그러면, 너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거야?”


“1차적으로는”


“1차적으로? 그러면 2차적으로는?”


아일라는 잠깐 지체했다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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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9화. 점화 (1) 21.08.19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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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8화. 불씨 (1) 21.08.17 23 2 11쪽
18 7화. 충신 (5) 21.08.16 24 0 12쪽
17 7화. 충신 (4) 21.08.14 24 0 12쪽
16 7화. 충신 (3) 21.08.13 29 0 11쪽
15 7화. 충신 (2) 21.08.12 26 0 11쪽
14 7화. 충신 (1) 21.08.11 26 0 12쪽
13 6화. 던전공략 (3) 21.08.10 25 0 13쪽
12 6화. 던전공략 (2) 21.08.09 26 1 12쪽
11 6화. 던전공략 (1) 21.08.07 32 0 12쪽
10 5화. 크레두쉬 (2) 21.08.06 44 0 12쪽
» 5화. 크레두쉬 (1) 21.08.05 65 0 11쪽
8 4화. 행운의 제비 +1 21.08.04 71 1 13쪽
7 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 21.08.03 77 0 11쪽
6 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 21.08.02 92 1 11쪽
5 2화. 보이지 않는 손 (2) 21.07.31 109 1 12쪽
4 2화. 보이지 않는 손 (1) 21.07.30 139 3 12쪽
3 1화. 더블 네임 (2) 21.07.29 195 8 12쪽
2 1화. 더블 네임 (1) 21.07.28 328 13 16쪽
1 0화. 프롤로그 21.07.28 367 1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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