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그라이트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뭄멈몸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1
최근연재일 :
2023.05.15 13:43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82
추천수 :
9
글자수 :
22,011

작성
23.05.10 16:13
조회
26
추천
2
글자
13쪽

3. 파밍

DUMMY

파아앙!


푸른 빛의 궤적을 남기며, 매직 미사일이 마력 부산물들의 몸을 꿰뚫었다.


붉은 핏물과 함께 튀어오르는 골드를 노리고 나는 비행을 사용해 부드럽게 착지했다.


[골드] : 220 +20


순조롭구만.


원래보다 진행속도는 한참 느리지만, 단 한번의 데미지도 입지 않고 240골드나 모았다.


체력을 잃는 것을 감수한다면 지금쯤 2층에 도달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노히트 플레이를 지향하기로 했다.


정신보정으로 용기가 늘긴 했지만 아픈건 여전히 싫거든···.


‘근데 새로운 지팡이는 어딨는 거야.’


꽤 돌아다닌 것 같은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층에만 한 10개 정도는 널려있을텐데 어디로 갔는지 원.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비행을 사용해 날아올랐다. 돌과 진흙으로 이루어진 언덕을 넘어 천천히 비행하자, 감각의 끝자락에 황금빛 오오라가 느껴졌다.


‘이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금빛. 지팡이가 있다는 신호다.


나는 천천히 시야를 밝혀가며 금빛 광채를 향해 접근했다. 하지만 지팡이가 있는 곳이라 그런걸까? 방해꾼이 하나 있었다.


- 크르르···.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려대며 부산물들의 시체를 뒤적이고 있는 녀석.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제대로 된 몬스터 중 하나인 ‘구울’이다.


<구울>

[체력] : 10

[공격력] : 5


체력은 부산물의 10배나 되고 공격력은 5배나 되는 괴물.


게다가 가만히 꿈틀거리면서 흙이나 퍼먹는 부산물들과는 달리 살아있는 고기를 좋아한다는 설정이라 플레이어를 발견하는 순간 미친 듯이 달려오기까지 한다.


“어우 생긴거 봐라.”


거기에 생긴 것도 징그러운, 그야말로 ‘몬스터’.


나는 고지대로 올라가 뼈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괴물을 내려다보며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구울이 1층에 널려있는 잡몹이긴 하지만 지금은 나도 잡몹이었으니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짤 필요가 있었다.


‘자, 어쩐담.’


매직 미사일의 데미지는 3, 구울의 체력은 10. 즉, 매직미사일 4발을 맞춰야 구울을 잡을 수 있다..


‘쿨타임 안에 잡을 수 있을련지 모르겠네.’


하지만 내가 가진 지팡이의 쿨타임은 1.5초라는게 문제였다.


매직 미사일 4발을 빗나가지 않고 전부 적중시킨다고 가정해도 놈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최소 4.5초.


그리고 4.5초면 구울이 내 몸통을 물어뜯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론 게임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싸웠을 거다. 어차피 구울의 공격력은 5에 불과하고 플레이어의 기본 체력은 100이나 되었으니까.


노히트 업적을 깨고 싶은게 아닌 이상에야, 한 두방 맞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근데 지금은 현실.


별로 맞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고 지팡이를 지나칠 수도 없고.’


어쩌지?


걍 한 대 맞아봐? 혹시 모르지 안아플 수도···.


“아니, 이게 뭐야.”


고민하던 와중,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내 몸통 크기 정도 되어보이는 커다란 바윗돌. 저게 있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흐으읍!”


나는 바위에 손을 얹고 밀어봤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바위는, 힘을 줘서 밀자 천천히 굴러갔다.


“후우.”


바위를 적당히 언덕의 끝부분에 옮겨놓고, 나는 지팡이로 구울을 겨눴다.


매직 미사일이 날아가 구울의 머리에 꽂혔다.


“키에에엑!!”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구울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개구리가 점프하는 것처럼 뒷다리에 힘을 모아 내 쪽으로 도약했다.


파아앙!


그 와중에 매직미사일이 한발 더 꽂혔다. 이제 놈에게 남은 체력은 4. 이대로 한발만 더 맞추면···.


“캬아악!”

“어우 씨발!”


순식간에 언덕 위로 올라온 구울. 나는 놈의 추악한 외모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뒤로 몸을 날렸다.


본래 구울의 스피드는 플레이어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평지였다면 구울의 공격을 피할 순 없었겠지만,


“캬악?!”


지형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놈은 생긴 것처럼 멍청하기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추격을 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습능력은 있어서 한번밖에 통하지 않긴 하지만, 어차피 다음 공격에 뒤질건데, 상관없는 일이다.


“키에엑!”


돌 뒤에 숨어서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을 기다린 후, 한발을 더 꽂아넣었다. 이제 구울의 남은 체력은 1.


내 위치를 파악한 구울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이대로라면 1.5초의 쿨타임이 되기 전에 구울의 손톱이 내 몸에 박힐 터.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계산대로니까.


나는 침착하게,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또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흐아압!!”


물리마법 - 발차기!


퍼억!


발차기의 데미지는 1. 빈사상태의 구울을 처치하기엔 충분한 데미지였다.


“키엑···.”

“후우···. 작전 성공.”


나는 머리가 박살나 그대로 주저앉은 구울을 내려다봤다. 나오는 골드는 부산물과 동일한 10골드. 처치한 보람이 없는 놈이었다.


대충 발로 차서 치워버리고, 나는 황금빛을 향해 다가갔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제단 위에 지팡이가 광채를 뿜으며 둥둥 떠있었다.


“이거거든.”


나는 지팡이를 집었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지팡이의 정보가 떠올랐다


<지팡이>

[슬롯 - 1/4] : [매직 미사일] - [매직 미사일] - [파이어 볼트] - [X]

[마나] : 226/226

[마나 재생] : 11/s

[장전 속도] : 1.67s


애매한 성능의 지팡이. 성능 자체는 시작의 지팡이랑 별차이 없었다. 모든 수치가 약간씩 증가했을 뿐, 큰 차이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스펠이 3개. 나쁘지 않구만.’


중요한 건 지팡이에 들어있는 마법이다.


매직 미사일 2개와 파이어 볼트 1개. 이 정도면 지팡이의 쿨타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1층의 몬스터들을 죽이기엔 충분했다.


<파이어 볼트>

[데미지] : 12

[소모 마나] : 20

[쿨타임] : 0.4s


거기에 파이어 볼트는 2층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정도로 강력한 마법. 첫 지팡이치고는 나쁘지 않다.


어디 성능 테스트좀 해볼까?


나는 시작의 지팡이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새로운 지팡이로 교체했다.


[매직 미사일] - [매직 미사일] - [파이어 볼트]


파앙! 파앙! 파아앙!


격겜 콤보처럼 지팡이에 내장되어있는 마법이 순차대로 뿜어져나왔다. 푸른 색의 매직 미사일이 2발 날아간 후 불타오르는 불꽃의 화살이 빠르게 쏘아져나가 벽면을 후려쳤다.


챙그랑!


벽면에 충돌한 파이어 볼트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불꽃이 화르륵 번졌다. 나는 불꽃이 옮겨붙기 전에 뒤로 호다닥 물러났다.


화속성의 장점이자 단점은 오브젝트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다. 불을 붙여 지속피해를 입힐 수 있었지만 불꽃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한마디로 가까이서 파이어 볼트를 썼다간 내 몸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사용할 땐 무조건 멀리서 쏴야만 했다.


하지만 원래 세상이란 내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는 법.


언제 파이어 볼트를 지근거리에서 쏘게될지 모르는 일인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겠지.


‘물병을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마법사의 신전엔 완드 말고 마법 아이템도 널려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마법의 물병. 여러 가지 액체를 가득 담아둘 수 있는 병이다.


거기에 물을 담아놓는다면 몸에 불이 붙었을 때 쉽게 끌 수 있을터. 나는 다시 1층 탐험을 재개했다.


물병은 가장 흔한 아이템 중 하나라 얻는게 어렵진 않을거다.


[골드] : 420 +10


“저기 있다.”


예상대로 탐험을 진행하다보니 저 멀리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완드의 황금빛과는 다른, 은은한 은빛의 광채. 아이템을 의미하는 빛이다.


무슨 아이템이 있는지는 가봐야 알지만, 1층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은 대체로 물병이었다.


나는 조심하며 아이템의 위치로 다가갔다. 은빛을 뿜어내는 물병 하나가 제단 위에 둥둥 떠있었다.


[물병 - 진흙] : 100/100


물병 안에는 진흙이 담겨있었다. 어차피 빼고 물을 담으면 그만이니 상관없는 일. 근데 제단 주변에 조금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걸 여기서 보네.’


“뎃데로게~ 뎃데로게~.”


마력 부산물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제단을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마력에 이끌리는 성질을 가진 놈들이라 가끔 저렇게 제단 주위에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걸 계속 내버려두면 히든피스를 하나 발견할 수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나는 마력 부산물들의 위로 날아가 물병을 낚아챘다.


“테에엥···.”


물병이 사라지자 부산물들이 폰을 뺏긴 군인들 마냥 축 늘어졌다. 나는 녀석들에게 마법의 힘을 건네주고 대가로 골드를 받아냈다.


“일단 피라도 담아둘까.”


촤라라라락.


물병에 닮겨있는 진흙은 전부 쏟아냈다. 한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물병이었지만 안에 들어있는 진흙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작은 동산이 만들어질 정도로.


대충 진흙을 전부 버린 후 나는 부산물들의 시체를 짓밟았다. 검은색 살점 안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오며 저지대에 고이기 시작했다.


[물병 - 피] : 9/100


나는 피를 물병 안에 받았다. 피는 물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불을 끌 수 있다는 효과는 동일했다. 한동안 물 대신 쓸 수 있을 거다.


“뭐야, 벌써 찾았네.”


피를 받아놓은게 무색하게도 금방 물 웅덩이를 찾았다. 나는 담아뒀던 피를 전부 버리고 물병에 물을 가득채웠다.


[물병 - 물] : 100/100


이 정도면 불타 죽을 일은 없겠군.


‘한번 마셔볼까?’


웅덩이에는 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조금 마시더라도 티가 나진 않을터. 딱히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물을 보고있으니 목을 축이고 싶어졌다.


원래 고여있는 물을 함부로 먹으면 큰일이 나기 마련이지만 여기는 신전 안이니 상관없었다. 신전 안에 있는 물은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정화의 힘.


신전의 물은 부정한 기운을 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잡균 따위가 번식할 수 없다.


독도 정화시키는데 세균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게임에서도 마신다고 큰일이 나거나 하진 않지.’


많이 먹으면 배터져 죽긴 하지만 먹는 것 자체는 문제없었다. 나는 물병에 담은 물을 호로록 들이켰다.


“음, 딜리셔스.”


물맛은 아주 끝내줬다.


‘그나저나 배가 안고프네.’


이제와서 느끼는 건데, 신전에 들어온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생리현상이 일어나거나 피로가 쌓이질 않았다. 설정상 마법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라 그런 모양이다.


뭐 좋은게 좋은거였다. 적어도 똥싸다가 뒤질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슬슬 다시 내려가볼까?


1층은 어차피 튜토리얼.


굳이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


[골드] : 590 +40


부산물들을 보이는 족족 쳐죽이며 1층의 최심부로 내려갔다. 맨 아래는 흙더미가 아닌, 단단한 돌로 이루어져있었고, 나는 바닥에 내려와 주위를 둘러봤다.


개미굴과 비슷한 지형이었던 1층의 다른 공간과는 다르게, 밑바닥은 신전이라고 불리기 손색없는 공간이었다. 대리석 비슷한 질감의 물질로 이루어진 밑바닥엔 이런저런 동상과 기둥이 세워져있었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은 하나였다.


- 우우웅···.


기묘한 소리를 내며 보라색으로 빛나는 수정구슬. 수정구슬이 사방에 퍼져있었고, 그 아래로는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져있다.


“귀찮은 놈이 있구만.”


그리고 그 수정구슬의 아래엔 무언가가 버티고 있었다. 거대한 할버드를 들고 있는 3m 정도 크기의 석상.


관문 수호자.


소위 뉴비 절단기라 불리는 녀석이다.


<관문 수호자>

[체력] : 500

[공격력] : 25


체력 500에 공격력 25. 저 괴랄한 스펙에 1층 수준의 지팡이를 가지고 덤볐다간 그대로 사지분해 당할 것이다.


실제로 뉴비시절에 저거 잡아보겠다고 몇 번을 뒤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고인물.


최하층도 아니고 1층 따윈 수천, 수만번도 더 넘게 돌파해 본 나에겐 그저 귀여운 돌맹이 새끼에 불과했다.


저 녀석을 상대하는 법은 간단하다.


일단 매직 미사일을 쏴서 놈에게 내 존재를 알린 다음.


“그어어···.”

“어이쿠야.”


녀석이 던지는 할버드를 가볍게 무빙으로 피해주고.


놈이 무기를 줍는 틈을 타서 그대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잘있어라 병신아!”


나는 관문 수호자가 할버드를 주으러 간 사이, 계단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내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 수호자가 무기를 포기하고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나라는 침입자를 허용한 계단의 수정구슬이 빛을 잃으며 그대로 떨어져내렸고, 그 거대한 질량으로 계단의 입구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후우··· 작전 성공.”


나는 푸른 등불로 밝혀져 있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그라이트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5. 창고 23.05.15 12 1 11쪽
4 4. 2층 23.05.11 20 1 14쪽
» 3. 파밍 23.05.10 27 2 13쪽
2 2. 망겜에 빙의했다 +2 23.05.10 53 2 11쪽
1 1. 프롤로그 +1 23.05.10 71 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