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강하지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암살자로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강하지
작품등록일 :
2023.09.23 14:59
최근연재일 :
2023.09.25 19:05
연재수 :
1 회
조회수 :
16
추천수 :
1
글자수 :
5,126

작성
23.09.25 19:05
조회
16
추천
1
글자
11쪽

리메이크 작으로

DUMMY

내가 초등학교 육 학년이던 시절 아버지는 함께 동업하던 친구에게 배신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나름 부유했던 집이었지만 파산을 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집안이 가난해서 대학은 가지 못했어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삼십 대에 약간의 빚을 가진 채 프렌차이즈 식당 오픈,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다.

프렌차이즈 식당 특성 상 본사에 내는 수수료 때문에 버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는 해도 인구 밀집 지역의 프렌차이즈.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가난을 벗어날 차례였다.


반 년 뒤, 프렌차이즈를 만든 기업 대표가 아동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 곳의 대표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언제나 암흑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한 자에게는 언젠가 어둠이 걷어질 것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해라. 그저 노력을 하는 자에게 신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모토(motto). 내가 걷고자 한 길.


내게 길을 제시해줬던 그 사람이 이제는 내가 걷고 있는 길에 남아 깜빡거리는 가로등 마저 모조리 부숴버린다.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고자 한다면 늘 상 다가오는 배신.


‘아무도 믿지 말자. 상대방이 뒷통수 치기 전에 먼저 치자...’


* * *


다짐을 한지 반 년.

배신 당하지 않기 위해 했던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쯤 꺾여버린 마음은 좀 처럼 다 잡아지지가 않았고 한 번의 실패는 삶을 무력하기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접하게 된 것이 집이 파산되기 전에 했던 게임 R.a.A , Raising an Assassin 암살자 키우기라는 장편 게임이었다.


허송세월 보낸다 질타받을 수 있겠다 생각할 수 있지만 감히 누가 그럴까싶다.

고딩 때부터 알바하며 나이 삼십이 다 되어갈 때까지 일만 했었는데.

물론 장사를 접으면서 모아둔 돈도 거의 없었기에 이 짓거리도 얼마 안남았다.

딱 이 게임의 엔딩까지만 달리고 그 뒤로는 노가다를 뛰던가 해서 다시 시작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게임을 이어나갔다.


-대체 어째서···!

-넌 너무 커버렸어.


서사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게임은 즐길 컨텐츠가 많은 게임, 하지만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장편 게임은 그 스토리가 중요했다.

암살자인 주인공이 계속 누군가에게 배신 당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였다.

배신 당하는 상황에 맞서 싸우기만 해도 이길텐데 암살자라고 맞서 싸우질 않다니 제작사의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은 재미있긴 해도 게임 자체의 답답한 부분은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스토리가 재밌어서 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전투 5프로 스토리 진행 95프로인 느낌.

실제로 암살 딸깍 하고 나면 바로 스토리 진행. 재미는 있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


암살을 잘하는데 싸움은 못 할리가 없지 않나. 그럴거면 차라리 독살만 하던가 칼질 잘하면서 왜 맞대결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나만 이렇게 게임에 불만을 가지는 건 아니다.

어릴 때 꽤나 깊은 스토리로 유명세를 탔던 게임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불만을 가졌다.


-주인공이 왜 암살만 잘하는 거죠? 만약 저라면······ 빠른 시일 내에 수정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반 년 동안 게임사에 꾸준히 문의를 넣었다.

게임사가 보든 보지 않든 생각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

.

.

.

.


으윽, 허리를 쭉 피며 기지개를 하자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R.a.A를 즐긴지도 반 년 째 이제 엔딩까지 한 발자국이다.


-···저 놈만 죽인다면 이제 백작과의 계약도···.


-크헉.


마지막 전투 씬.

허망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게 올바른 결말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뒤에서 칼질 한 번에 최종 보스가 죽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몰려드는 아쉬움에 늘 그랬 듯이 게임의 마지막에도 제작사에게 한 소리하기 위해 문의 메일을 작성하려던 순간.

받은 메일 함에 새로운 메일이 하나 생겼다.


뭔가 하는 마음에 클릭해 확인하자 익숙한 메일 명 하나가 보였다.

[email protected]


게임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반복했던 일.

답장 한 번 없던 게임사에서 온 메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문의했지만 그 누구도 답장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게임사 사장이 공금 들고 튀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거의 이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받은 적 없었던 메일이 내게 온 상황.

흥분되어 손이 떨렸지만 곧바로 메일을 클릭해 빠르게 읽어보았다.


-우선 저희 Raising an Assassin을 즐겨주신 유저분께 감사인사드립니다. 본 게임은 명칭 그대로 암살자 키우기라는······ 하지만 유저분들의 소리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모두 소중하기에 유저분의 의견대로 게임을 리메이크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것이 저희 제작사의 생각입니다. 부디 Raising an Assassin에서 꿈을 펼쳐주세요.

-다운로드 파일 R.a.A remake.ver


메일의 내용을 간결히 요약해 보자면 이거다. 네가 문의한대로 R.a.A 리메이크 작을 만들었다. 하고 싶으면 플레이 해봐라.

이 십 년 동안 신작 하나 없던 회사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전 게임의 리메이크라니 솔직히 기대돼서 미칠 것 같았다.


“리메이크? 믿고 있었.....”


흥분이 식지도 않은 상태로 다운로드 파일을 클릭한 그 순간.


-쿵


머리 속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 함께 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키보드 위로 머리가 떨어졌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잠이 쌓여 나도 모르게 살짝 존 건가 싶어 다시 일어나려 몸에 힘을 줬지만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몸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공포.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모를 것이다.


부모님과 독립해 혼자 살고 있고, 결국 그 말은 날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거다. 바로 앞에 핸드폰이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핸드폰을 잡아 119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는 노릇.


날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쉬익


살려달라 소리라도 쳐보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 뿐.


큰일이다. 점차 의식이 흐려지고 있다.

혹시 이대로 눈을 감는다면 죽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진짜 개소리 하지마라.’


개 같은 인생 꾸역꾸역 살아왔는데 이렇게 죽는건 너무하다.

심지어 R.a.A 리메이크작은 시작도 못해보았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젖먹던 힘까지 모두 쥐어짜 소리치기 위해 노력했다.


“ㅅ...살ㄹ...”

겨우 목소리를 내던 그 순간.


뚝, 의식이 점멸하다가 결국 완전히 끊어졌다.


허망했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뭐 큰 죄를 지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게임 파일 하나 다운받다가 죽다니···진짜 허망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

.

.

.

.

.

.


그렇게 모든게 끝났다.

아니 끝난줄 알았다.


“여긴 대체···.”


퀴퀴한 고인 물에서 나는 냄새.

건물과 건물 사이 실외기 하나 없는 이질적인 느낌.

눈을 뜨자 보인 건 뭔가 익숙한 것 같지만 처음보는 슬럼가의 골목.


-꾸욱


주먹을 쥐어보자 이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형, 얘 일어났어!”


하지만 몸의 통제권과는 별개로 온몸이 욱씬거리던 탓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저건?’


“야. 정신차렸냐?”


이쪽으로 다가와 발로 툭툭 건드리는 늑대 대가리의 사람.


“수인···?"

“···?어 그래 수인이다. 부럽냐? 잡종새끼야.”


수인이었다. 판타지 속에서나 보던 수인. 현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모습.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런게 내 눈앞에 있을리가 없으니. 아마 꿈 속이 아닐까.


“크흐..하긴 제논 너 같은 애미가 인간인 새끼는 내가 얼마나 부럽겠어.”


부정도 잠시. 제논. 익숙한 이름이었다.

모친이 인간이라 수인들 사이에서 잡종 취급 당하는 하프 수인. 아니 사실상 인간의 모습을 한 하프 인간.

내가 좀 전까지 하던 게임R.a.A의  주인공이 제논이였으니 말이다.


믿기지 않는 상황, 아무래도 제논은 날 부른 모양.

내가 R.a.A의 주인공 제논이 된 것 같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떠오르는 것은 리메이크 파일 다운 중 쓰러진 나에 대한거였다.

파일이 문제였을까? 게임사가 내게 뭔가를 원하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R.a.A는 다크판타지 계열의 게임. 내게 일어날 일은  결코 축복이 아닐거라는 확신 하나만큼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보이는 현 상황. 두 마리의 수인의 날 내려다보며 무시하는 상황.

지금 상황은 R.a.A 도입부 제논이 블랙핸드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의 전개.


그럼 앞의 녀석은


“가루스.”


제논의 첫 살해 대상이자 제논의 마력 각성의 계기.


“뭐, 이 새끼야.”

“...”

“너 앞으로 절대 내 눈 앞에 띄지마라. 잡종새끼가 기어오르는거 봐주는 것도 한 두번이야.”

“형, 그냥 가자···. 불쌍하잖아.”


동생 아루스가 말리자 형은 참고 가는 듯 싶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지금···.’


“케헥.”

“형!”


기습적으로 내 배를 걷어찼다.

이 일이 계기. 힘도 뒷배도 뭣도 없는 제논이 마력의 편린을 느끼게 된 계기.


기연이라면 기연. 그렇게 특별한 상황도 아니다. 고작 배를 걷어차인 고통 속에서 느낀 알 수 없는 서늘함. 


인터페이스로 봤던 그 느낌. 지금 내가 제논으로서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봤던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마력을 느꼈음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


마력을 느낀다고 바로 강해지지는 않는다.


-스멀스멀


하지만 이곳 슬럼가에서는 마력을 느껴지면 나타가 보이는 생명을 뜯어먹는 블랙핸드의 찌꺼기들이 있었다.


마력의 냄새를 맡고 굶주린 그림자 속에서 기어올라오는 괴생명체.

하급 마물의 일종으로 그림자 사이에 휴식 중이었지만 찰나에 느껴진 미약한 마력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강한 마력이었다면 깨어나도 그냥 쳐박혀 있었을테지만 미약한 마력, 심지어는 이제 그 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잠을 꺠워주는 도구 그 이상이 아니었고 눈 앞에는 먹기 좋은 사냥감 세 마리가 있을 뿐이다.


약자포식. 

약육강식에 들어맞는 짐승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본능.

녀석들은 단지 자신의 본능대로 움직이려하고 있었다.


“이런...젠장! 갑자기 저것들이 왜 튀어나와.”

“형···저게 대체 뭐야···?”


가루스와 아루스 형제는 갑자기 나타난 마물들에 멘탈이 나간 모양이었다.

저들은 마물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어차피 저들은 마물에게 죽을 운명이 아닌 내게 죽게 될 운명이었다.


“하하···진짜 내 인생 왜 이 모양이냐.”


이성을 잃고 가루스와 아루스를 죽인 뒤, 찌꺼기들과 싸우다가 블랙핸드에 잡혀 암살자로 길러지는 것이 원래의 나 제논의 운명.


그 운명을 내가 한번 바꿔봐야겠다.


한 차례 파도가 지나가려하니 바로 눈 앞에 더 큰 파도가 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겜의 암살자로 살아남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리메이크 작으로 23.09.25 17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