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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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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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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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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DUMMY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해가 쨍쨍한 여름.

장마가 지나가고 난 뒤라서 그런지 습도까지 높아서 체력이 쭉쭉 빠지는 날씨였다.


최건고등학교의 타자, 임원정은 가기 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면서 타석에 들어왔다.


‘아니야, 마음 단단히 먹어 임원정! 여기서 한 번만 제대로 치면, 득점 가능하다고! 홈런이라도 날리면··· 그때는 평가가 엄청 좋아지겠지? 그래. 홈런 친다고만 생각하자!’


저 괴물 같은 투수 녀석도 실수라는 것을 하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잖아.

적어도 6이닝을 던졌는데 좀 지치지 않았겠어? 이렇게 더운데?

실투가 나온다면 홈런 칠 수 있는 힘은 있잖아!


“후우.”


전광판에는 빨간 불이 2개, 그리고 1루 베이스 근처에서 주자가 알짱거리고 있었다.


‘선호.’


두 글자의 이름이 주는 압박감은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몇 달 전의 선호라고 한다면, ‘뭐, 그냥 요새 잘 던진다고 하던데? 컨디션 좋나봐?’ 정도였다면.

요즘 선호의 평가는 이러했다.


무조건 1라운드 픽.

제 2의 박찬후.

메이저리그 직행을 노리는 천재.


그런 괴물 같은 투수가 지금 자신의 앞에서 공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히 말해서 좀 무서웠다.

말해 뭣하겠는가.

이미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 내야 플라이, 삼진으로 아웃되었던 임원정인데.

혹시라도 대타를 쓰지 않을까 아주 약간 기대를 해봤지만, 감독은 오히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의미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


감독으로서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최건고에서 1루 주자를 한 방에 홈까지 불러올 수 있는 장타를 만들만한 타자는 임원정밖에 없었다.

타율이 낮더라도, 차라리 선호를 상대할 때면 로또 한 방을 노리는 게 낫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볼!”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따악!

“파울!”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고작 5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나게 된 임원정을 보며 틀렸다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다른 놈 집어 넣어도 마찬가지인데.


“에휴, 시벌. 저런 놈 빨리 프로로 꺼졌으면 좋겠네.”


최건고 감독이 나지막하게 뱉어낸 말이었다.


*


파워 피처의 상징이자 아이콘으로 불리는 놀란 라이언의 주 무기는 빠르고 강력한 포심과 뚝 떨어지는 12-6 커브였다.

이론상 최강이라고 불릴만한 강력한 조합이었다.

아직 놀란 라이언만큼 잘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레벨을 벗어난 포심과 커브의 조합으로 고교리그를 재패하고 있는 선호.

올해까지 30이닝 총 자책점 4점만을 내준 선호는 많은 팀에서 군침을 흘리는 유망주였다.


“선호 선수, 우리 팀이 어떤 식으로 유망주를 키우나면···.”

“부산의 팬들이 이렇게 열정적입니다. 이 많은 팬분들이 선호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수도권에서 사셨다고 했죠? 그렇다면 역시 가장 집하고 가까운 서울 쪽으로 오시는게···.”

“포스팅 잘 보내주기로는 역시 저희 호크스죠. 저희 팀의 레전드 아시죠? 다저스로 가서 최고의 투수가···.”


기자들의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계속 말했지만 KBO 스카우트들의 접근은 끊이지 않았다.


“아니 메이저리그 간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오늘 또 스카우트가 와서 말을 하는 게 무조건 KBO 온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참··· 답답하네요. 뭐, 입 발린 말 해주는 것 자체는 쉽긴 한데.”


오늘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KBO 팀의 스카우트가 와서 ‘어느 팀을 원하냐? 혹시 원하는 조건이 있냐?’는 식으로 물어봐서 질문에 질린 선호가 투덜거리자 톰 시버는 크흐흐하고 웃었다.


<네가 메이저리그를 간다고 계속 말을 해도 아마 어쩔 수 없을 거다. 한국 고등학생 투수가 메이저리그 직행을 해서 살아남은 경우가 여태 딱 한 번이었고, 그것도 20세기였으니. 아마 네가 메이저리그 간다고 말하는 게 튕기는 거라고 생각할 걸?>

“뭐··· 사실 더 안정적인 루트를 따지자면 KBO에서 7년 정도 뛰고 포스팅으로 가는 게 맞긴 하죠. 그렇지만 저희의 1차 목표는 일단 메츠에 가는 거잖아요.”


야구는 자신이 원하는 팀에서 뛰기 어려운 스포츠이다.

축구선수는 원하는 팀의 유스에 들어가서 성장하면 된다고 하지만, 야구의 드래프트에는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

‘트레이드’라는, 선수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선수의 팀을 옮겨버릴 수 있는 제도가 있고, 이 트레이드는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당장 21세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마이크 트라웃만 해도 필리스에 로이 할러데이가 영입되었을 때 ‘내 팀에 로이 할러데이가 왔어!’라고 할 정도로 필리스의 팬이었지만, 그의 커리어는 에인절스에서 시작해 에인절스에서 끝이 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선수를 메이저리그 팀으로 데려올 때 쓰는 방법인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하는데, 이때는 선수가 자신에게 오퍼가 온 팀들 중 어느 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지 선택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지금 뿐이라고 보면 돼. 나중가선 트레이드니 뭐니 하면서 팀 옮겨지는 게 일상이 되는 곳이 메이저리그니까. 웬만하면 메츠에 바로 가는 게 제일 나을 거야.>

“그러니까요. 슬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입질이 올 때가 되었는데.”


선호가 바라고 있는 것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이었다.

당장은 메츠가 아니어도 좋았다.

다른 팀이 관심을 가지면 ‘쟤가 xx에서 눈독들이는 걔라고?’라면서 메츠도 관심을 가질테니까.


“기왕이면 메츠 스카우트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선호가 빨리 메이저리그 팀의 관심을 바라고 있을 무렵.


*


“Sun ho? 이름이 특이하군. 한국 쪽에서 이런 이름은 처음 보는데.”


뉴욕 메츠의 아시아 스카우트팀 팀장, 마이스 블랙은 한 직원의 자료를 보면서 안경을 올렸다.

특이한 이름이긴 했다.

이름에 태양이 들어가고, 태양 뒤에는 거의 환호하는 것 같은 의성어가 붙어있었다.


“특이사항. 메이저리그 직행, 특히 메츠에서 언젠가 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힘. 흐음, 이런 선수가 있었다고?”

“네.”

“이렇게 의지가 강력한 선수는 능력만 된다면 데려오는 게 좋지. 워크 애씩이 아주 좋거든. 그런데 왜 여태까지 한 번도 언급이 없었지?”


지금 타이밍은 여름.

이미 쓸만한 유망주들은 진작에 보고가 올라갔을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선수를 여름에서야 보고해?

약간의 질책이 담긴 것을 눈치챈 직원이 급하게 그 뒷장으로 자료를 넘겼다.


“이 선수는 올해부터 급격한 두각을 보인 선수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의 기록을 보게 되면··· 아주 형편없죠. 루키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대한민국 고교리그에서 이 정도 성적이라면 볼 필요도 없는 수준이죠. 심지어 감독에게 기대도 못 받은 건지 출장 이닝 숫자도 매우 적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갑자기 폼을 바꾸더니 포심과 커브의 조합으로 올해 한국의 고교리그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ERA가 0점대입니다.”

“최소한 두 단계 위의 수준이라는 뜻이군. ERA가 0점대라는 건 말이야.”

“맞습니다. 그렇지만, 올해의 급성장이 플루크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보고를 유보했고, 몇 달 이상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제는 보고할만한 표본이 쌓였다고 생각해서 지금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직원이 다급하게 다다다 쏟아내는 말에 블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다시 차분히 자료를 살펴보며 선호의 스펙에 대해서 평가하는 블랙.


‘평균 구속은 150.2km/h , 최고 구속이 155.2km/h. 마일로 치면··· 대략 96마일 정도인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면 100마일도 노려봄직한 재능이군. 사용하는 구종은 포심, 커브, 체인지업. 주로 포심으로 카운트를 잡고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 체인지업은 자주 나오지 않지만, 평균 구속이 133.4km/h라서 포심과 구속 차이가 심해 땅볼 유도에 최적화 되어있음. 특이 사항, 포심의 구속 조절을 이용한 땅볼과 플라이볼 유도가 인상적.’


메이저리그의 분석은 철저했다.

어느 경기에서, 어떤 공을, 어떤 로케이션으로, 어떤 구속으로 던졌는지 세세하게 나와있었다.

흥미로웠다.


“꽤 괜찮은 투수네.”


블랙이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직원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블랙은 현재 아시아 스카우트 팀장으로 좌천되어있긴 했지만, 한때는 최고의 눈을 가진 스카우트로 불리지 않았는가.

그가 데려온 선수 3명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최근 그 명성에 금이 갔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의 평가 기준이 널널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정말 괜찮은 투수인가?’


솔직히 본인이 내고서도 약간 아리까리한 투수였다.

구속? 구속이 장점인 유망주는 어마무시하게 많다.

메이저리그 입성 전부터 100마일에 근접한,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장착한 선수들이 태반이고, 각 팀의 팜에는 제구 안 되는 강속구 투수가 적어도 2명 정도씩은 있었다.

커브? 커브는 무조건 땅에 처박히는데?

커브를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 존에도 확실하게 꽂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선호는 홈플레이트에 떨어트리는 것 말고는 커브를 활용할 수 없으니, 반쪽짜리 커브인 셈.

체인지업의 구위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심의 제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체 어느 면을 보고 좋은 투수라고 말하는 것인지는 직원 자신도 몰랐다.


‘깡, 그리고 여유가 있어.’


블랙이 본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부분이었다.

바로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투구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치열한 투쟁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투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다.

최고 구속으로 끌어올리고, 자신의 성명절기와 같은 변화구를 정확한 포인트에 집어넣는다.

반대로 무너지는 투수들의 특징은?

구속을 끌어올리고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변화구를 사용한다.

얼핏보면 살아남는 투수와 비슷해보이지만, 달랐다.

어느 부분이?

바로 이것들을 겁에 질린채로 던진다는 것.

자신이 실패하는 상상을 하고서 던지니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긴장하게 되고, 긴장은 몸의 뻣뻣함을 가져와 제구력을 상실하게 되고 투구수가 늘어난다.

몸에 힘이 들어가니 구속은 좋아질 수 있어도, 변화구가 맹렬하게 들어갈 수도 있지만.

결국 겁먹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블랙의 지론이었다.


‘9회 말 1아웃 만루 풀카운트에서 구속을 제일 낮춘 포심을 던져? 허 참, 미리 150km/h 이상의 포심을 타자에게 인식시켜놓았다고 해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하는 짓인데.’


아무리 자신이 미리 준비한 피칭 디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위기의 순간에 땅볼을 유도할 143km/h의 포심을 던진다는 것은 보통 깡으로는 불가능했다.

오히려 몸에 힘을 빼고, 타자에게 자신이 천천히 포심을 던진다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던져야 한다는 것인데.

미친 짓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더블 플레이.

통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타자도 치고나서 ‘여기서 143을 던진다고?’라고 생각하며 미친놈이라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

충분한 재능, 그리고 자신을 감탄시킬만한 깡.


“직접 봐야겠어.”


과연 자신의 평가가 정말 옳은 것인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이봐.”

“예?”

“비행기 티켓 2장 예매해. 지금 당장.”

“...어디로요?”

“인천 국제 공항으로.”


블랙은 남들의 보고를 보기보단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지금 메츠에 꼭 필요한 선발 자원이 될 수 있겠군.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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