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새글

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7.06 10:2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57,428
추천수 :
3,542
글자수 :
216,894

작성
24.06.03 20:50
조회
5,546
추천
113
글자
12쪽

급성장 - 3

DUMMY

급성장 - 3



오늘 선호네 아침 밥상은 거하게 차려졌다.

원래도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 선호의 아버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식이란 한식은 모조리 해서 식탁 위에 올렸다.

그 옆에서 거들어준 어머니는 선호의 엉덩이를 툭툭치면서 활짝 웃었다.


“아들, 오늘 든든하게 먹고 가.”

“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어깨는 소모품이다. 알고 있지?”

“당연히 알죠.”


이들이 이렇게 활기찬 이유는 간단했다.

집안의 유일한 아들, 선호가 오늘 선발로 출전하는 날이었다.

심지어 주말 고교 리그 첫 경기에서!

쉽게 말해, 선호가 호섭고등학교의 1선발로 낙점되었다는 뜻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선호가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을 때부터 전혀 말리지 않고 아들의 뜻을 존중했던 두 사람이었다.

쉽지 않을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리지 않았던 선호의 부모는 선호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하자 마음 깊이 축하해줬다.


식탁 위에 있던 것 중 가장 맛있던 것은 역시 선호 아버지가 운영하는 국밥집의 대표 메뉴, 곰탕이었다.

‘뽀얀 건 곰탕이 아니야!’라는 철학에 맞게, 맑은 국물의 곰탕에 밥을 말아서 게눈 감추듯 먹었다.


“다녀올게요.”

“오냐. 내 말 절대 잊지 마라. 메츠에서 지 몸 막 쓰다가 날아간 투수들만 생각하면···.”

“알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선호는 고3, 첫 데뷔전을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


“구종은 포심하고 체인지업?”

“어, 딱 2개. 슬라이더하고 커브도 쓰긴 할텐데, 그건 한 경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정도일 걸?”

‘사실 안 던질 거지만.’

“오케이.”


호섭고등학교의 안방마님, 장원석은 선호와 긴장되는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호섭 고등학교의 주전 포수이긴 했지만, 올해는 더욱 중요했다.

드래프트에 참여하게 되는 올해, 확실하게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을 보여주어야지만 프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의외인 것은 선호가 별로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긴장 안 해?”

“긴장? 음···.”


잠깐 뒷통수를 긁적인 선호는 약간 머쓱하게 웃었다.


“너도 거의 못 치면 다른 타자들도 못 치지 않을까?”

“하, 그건 그렇네.”


자신을 은근히 띄워주면서도, 또 선호 본인은 그보다 더 치켜세우는 말이었다.

장원석은 띄워줄만한 선수이긴 했다.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빼도, 안정감 있는 포구와 꽤 괜찮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포수치고 좋은 수준이 아니라, 고교 타자 중 A급인 OPS 0.854를 기록했으니.

작년만큼 올해도 해줄 수만 있다면, 장원석은 올해 포수 드래프트 최대어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A급 타자인 장원석은 선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일주일동안 한 연습 경기에서 선호의 공을 정타로 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


“플레이 볼!”


주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욱 컸다.


<첫 실전에 대한 기대감은 좋지만, 그걸로 괜히 들뜨거나 해서 어깨에 힘 들어가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대단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는 수없이 해왔다.

마운드 위에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후우.


10대의 육체에 30대의 정신이 들어가니 약간 들뜬 기분도 쉽게 진정시킬 수 있었다.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다.

역시나 얄쌍하다.

고등학교 레벨의 타자들은 대부분 교타자, 그러니까 어떻게든 갖다맞추고 1루까지 뛰어가는 유형의 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왜 그런가 하면 이유는 간단했다.

힘이 약하니까.

남성의 육체는 짧으면 만 20세, 길면 만 25세까지도 성장한다고 한다.

군대가서 키 자란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육체에서 힘이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는가.

그러니 미국과 달리, 정확하게 때려서 멀리 보내는 것보다는 일단 갖다 맞추는 것에 집중하도록 가르치는 코치들이 많았다.

거기다가 1번 타자?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로, 1번 타자의 덕목 중 하나는 빠른 발이었다.

아마 내야에 떨어지는 애매한 타구는 안타로 만들기에 충분한 발일 것이다.


<타자 분석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지. 나도 현역 때는 노트에다가 타자들 특성과 습관을 적어놓고 달달 외웠다고. 요즘은 워낙 편해졌으니 원···.>


미리 분석한 것에 따르면 저 타자의 가장 약한 코스는 몸쪽 위.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공략한다면 쉬울 거라고 했지만, 투수라고 해서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몸쪽 바깥쪽 구분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차피 힘도 약한데 그냥 쑤셔 넣는 거지. 스트라이크 존에다가.’


아직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파워 피처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었다.


왼 다리를 들어올렸다.

꾸준한 유연성 스트레칭 덕분에 아무런 이물감 없이 길게 찢은 다리를 땅에 굳게 박아넣자마자 허리를 돌렸다.

상체와 함께 돌아나오는 오른팔이 땅과 거의 수직을 이루며 장원석의 미트 속으로 날아갔다.


“스트라이크!”


“와···.”

“왜 이렇게 빨라?”

“미친!”

“왜?”

“구속 봐봐!”

“엥? 저거 잘못된 거 아니야?”

“아니야, 내가 봤을 땐 스피드 건 맞는 것 같아.”


호섭고등학교의 상대 편 덕아웃, 그쪽에 앉아있는 거의 모든 선수들은 전광판을 바라봤다.

전광판에는 방금 선호가 던진 공의 구속이 나와있었다.

153.2km/h.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구속이자, 선호의 공식 최고 구속이었다.


‘미, 미친! 저걸 어떻게 쳐!’


고개를 힐끔 돌려 구속을 확인한 1번 타자는 기겁했다.

안 그래도 초구가 날아오는 게 좀 심상치 않아서 배트도 못 내밀었는데, 150대 초반의 구속이라니.

KBO에서는 물론이고, MLB에서도 95마일 정도로 충분히 빠른 공이라는 말을 들을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당연히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바짝 쫄아버린 타자는 그 다음에 날아오는 149.1km/h의 공도 그냥 넘겨버렸다.

어느새 카운트는 0-2.

삼구 삼진만은 막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아까 봤었던 그 빠른 타이밍으로 마음속 카운트를 정해놓은 타자는 3구가 날아오길 기다렸다.


‘...와라!’


아까처럼 기다란 익스텐션에서 뿜어져나오는 공.

공이 오고.

오고.


‘...왜 안 오지?’


왔다.


팡!


“스트라이크! 아웃!”


“뭐야··· 왜 공이 안 와···.”


타자가 공이 안 온다고 표현할 정도로 느린 공.

물론 실제로는 142.4km/h의 빠른 공이었지만.

앞에서 봤던 강속구를 보고 이걸 치는 것은, 적어도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불가능한 소리였다.


“첫 타자 삼구삼진. 시작이 좋네요.”

<이대로만 가자고. 방심하지 말고.>

“당연하죠.”


실패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이번 생에는 실패, 방심 따위는 없을 것이다.


*


선호가 가진 구종은 사실상 포심 하나였다.

서클 체인지업을 배우긴 했지만, 사실 이건 어떻게든 구색을 맞추기 위한 구종이었다.

선호가 이번 경기에서 던지는 공의 80% 이상은 포심이었다.

나머지 18%는 체인지업, 1%, 1%는 각각 슬라이더와 커브 정도였다.

구종으로 분류해보자면 극단적인 포심 성애자였다.

보통 이런 식으로 구종이 단조로운 경우는 딱 하나였다.

그 구종만 던져도 충분히 통할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경우.

그리고 선호는 그 조건에 부합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6번째 이닝에서 잡아낸 8번째 삼진.

루킹 스트라이크로 삼진을 당한 타자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칠 수가 없었다.

1구가 143, 2구가 148, 3구가 153인데 이걸 어떻게 치라는 거지?

타자가 이렇게 힘없이 한숨을 내쉬는 행동을 하면 감독이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허. 시벌. 저게 대체 뭐냐. 갑자기 박찬후 폼으로 던져서 154를 던지네.’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저런 녀석이 호섭고에 있었나?

아닌데, 덩치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저런 녀석은 본 기억이 없는데.


급격히 커진 체형, 거기다가 고2때까지는 두각을 보이지 못한 선호의 성적 때문에 상대 감독은 선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속구 일변도면 그나마 제대로 갖다 맞추는 건 편할텐데.’


강속구를 힘으로 이겨낸다는 건 생각도 안 했다.

적어도 갖다 맞추기라도 한다면 1루에 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저 선호라는 녀석은 자신의 강속구를 뽐내고 싶은 마음도 없는지, 자꾸 구속을 낮춰서 던졌다.

지가 무슨 베테랑도 아니고, 어떻게 저러지?


본인도 마이너리그 생활 10년 정도 한데다가 바로 옆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베테랑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감독은 나이에 맞지 않는 침착함과 경기 운영에 감탄했다.

타자들이 삼진을 당한다고 해서 욕할 게 아니었다.

투수가 폭발하는 날에는 타자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못 막으니까.


‘...혹시라도 저게 컨디션이 엄청 좋아서 폭발한 게 아니라 평범한 거면···.’


에이, 설마.

갑자기 그런 투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왠지 불길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을 때.


“스트라이크! 아웃!”


저 괴물 같은 녀석은 153.7km/h로 오늘 최고 구속을 경신하며 9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미친···.”


*


“크하하하! 선호 네가 이럴 줄 알았다!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어!”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감독님한테 감사하다고 허리를 숙인 선호.


<감독이 저렇게 야구부 분위기 풀어주는 것도 능력이야. 빡빡하게 겨울방학 때도 합숙 훈련 같은 거 한다고 하면 너랑 내가 하려고 했던 거 9할은 못했을 걸?>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고마운 분이네요.’


호섭고등학교의 야구부답지 않은 헐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했으니 선호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어이구, 90도 폴더 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오늘 수고했다. 7이닝 무실점 12K! 오늘 진짜 노났네 노났어.”

“컨디션이 좀 좋아서요.”

“컨디션이 좋다고 그게 되나? 다 네가 열심히 연습한 덕분이지. 특히 그 폼. 박찬후를 따라한 거야? 내가 어릴 때 다리 팍팍 찢어버리는 그 폼 보고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어···. 마, 맞습니다!”


<얌마. 나는.>

‘잠깐만 봐줘요. 감독님한테 잘 보여야 꾸준히 나오지.’


잠시 톰 시버를 지워버린 선호의 대답에 감독은 껄껄 웃으면서 선호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아까 엄마가 쳤던 덴데.’


실 없는 생각이나 하는 사이, 감독은 선호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녀석은 무조건 될 놈이다. 이런 녀석을 키우겠답시고 고교 무대에서 팔 갈아버리는 건 미친 짓이고. 딱 적당히, 적당히만 키우자고.’


고교 야구부 감독에게 최고의 영광은 결국 키운 선수가 잘 해내는 것이다.

호섭고등학교의 감독, 이호석은 앞으로 선호를 제대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뭐, 매일 오늘처럼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거보단 못해도 꾸준히 잘 해주기만 한다면. 무조건 프로에 데뷔는 확정이야.’


그런 이호석 감독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선호가 출전한 다음 경기에서 금방 드러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3 24.06.07 5,260 107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4 24.06.06 5,324 115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5 24.06.05 5,381 99 12쪽
6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1 +8 24.06.04 5,508 110 12쪽
» 급성장 - 3 +3 24.06.03 5,547 113 12쪽
4 급성장 - 2 +4 24.06.02 5,804 114 15쪽
3 급성장 - 1 +7 24.06.01 6,079 114 12쪽
2 한 때 메이저리그를 꿈꾸었다 - 2 +12 24.06.01 6,484 106 14쪽
1 한 때 메이저리그를 꿈꾸었다 - 1 +10 24.06.01 8,073 12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