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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윗동네 쫄보형

4년 전, 9월 느닷없이 길에 있는 어미가 밥 자리에 데려다 놓은 놈이다.

남매 둘이서 딸랑딸랑 거리며 주변을 헤집고 다니기에 첫 이름은 똘망이로 주었다.

동생인지 누나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여자애가 이놈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며 보살핀다.

여자애 덩치가 이놈보다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자애 성격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식 이름을 주면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기에 고민하고 있었다.

10월 중순, 첫 추위가 온 날 아침햇살 쪼가리에 몸을 맡긴 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살구라는 이름을 주고 포획을 했다.

여자애는 쵸코라는 이름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연관된 이름을 주면 오래산다는 인터넷 썰을 따른 거다.

야생성이 사라지지 않아 1년 간을 숨바꼭질하며 지내던 어느날, 캣폴 위에 앉아있던 놈이 지나가던 내 뒤통수를 때렸다.

장난을 걸어온 거다.

밖에 있을 때의 장난끼가 되살아난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첫 손길을 받아들이기 까지 6개월이 더 걸렸다.


소심한 듯 대범한 놈.

시간이 지나면서 알고 보니 그건 대범한 게 아니라 뻔뻔스러운 것이었다.

얼굴 표정도 상황마다 다르고 울어 대는 목소리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제는 그 얼굴에 그 울음이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교감을 하는 중이다.

각설하고, 이놈이 현재 열두 놈 중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여자애들 모두를 거느리고 하렘까지 건설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다른 남자애들이 여자애 둘에게 폭행(?)을 가하고 괴롭혀도 멀뚱멀뚱 쳐다본다.

혹시 내가 fire egg를 떼어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양이들 습성이란다.

다른 고양이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그들만의 습성.


그 때 당시, 이놈에게 별명을 지어 줬는데 그것이 윗동네 쫄보형이다.

내 필명이 쫄보형인 이유도 이놈에게 있다.

문피아에 가입을 하려고 클릭을 하고 있는데 필명을 적으란다.

필명이라는 단어에 조금 오글거리고 닭살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적으라니 이것저것 떠올려봤다.

그런데 적는 족족 퇴짜를 맞았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취향이라니.....ㅎㅎㅎ

어쨌든 적어야 하기에 고민을 하던 중, 윗동네 쫄보형이 내 앞에 나타난 거다.

궁디팡팡해 달라고 오는 표정이다.

그 순간, 필명이 떠올랐다.

‘쫄보형’으로.

그래서 내 필명이 쫄보형이 된 거다.

필명이 뭐 별건가?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편하면 되는 것 아닌가?(중략)


윗동네 쫄보형은 지금도 따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있고 여자애들은 이놈 몸을 베고 누워서 하렘의 질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부러운 새끼!!


제 놈 여자애들이나 제대로 지켜주지.

즐길 줄만 알고 평소에는 나 몰라라 하는 쫄보 새끼!!

그렇게 여자애들이 핥아주기만 하면 좋냐? 나쁜 새끼야!!!


댓글 1

  • 001. Personacon 9ps

    23.03.07 22:16

    족족 퇴짜... 글자들 사이 힘이 좋습니다.
    쫄보형 님이나 저나 다 읽지도 못한 얘기들이
    어느새 보이지 않네요.
    부러운 새끼 나쁜 새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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