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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위저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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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0.24 00:05
최근연재일 :
2021.10.2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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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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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시작은 9회말 2아웃

DUMMY

늦은 저녁

수원 도심에 위치한 식당, 위저드 레스토랑


누군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야구 모자를 눌러쓴 손님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야구 모자는 서울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남산 곰돌쓰의 것.


'남산 곰돌쓰 팬인가?'


"어서오세요."


눈을 마주친 손님은 경계하며 나를 쳐다봤다.

이곳이 범죄의 소굴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눈에 생기가 없는 걸로 보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릴라꾸루를 준비했다.

그것은 내 세계의 마법 재료와 이곳의 음료을 섞은 힐링 물약이었다.

온순한 몬스터인 슬로스가 쓰이는데 그것의 피는 섭취자를 느긋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내가 잔을 내밀자 손님은 당황하며 손사례를 쳤다.


"주문도 안했는데 갑자기 무슨..."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다시 권했지만 손님은 망설였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걱정 마세요. 알콜은 중화시켰습니다. 드시면 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내가 웃으며 권하자 손님은 못 이긴 척 들이켰다.

체리향과 같은 내음이 달콤하게 퍼졌다.

쭉 들이킨 끝에 손님이 하, 숨을 토했다.


"정말이네요. 겨울에 들어간 온탕처럼 온몸이 편해졌어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자, 잘 오셨습니다. 마법 음식을 파는 위저드 레스토랑에"


***

본격적으로 마법 음식에 대해 말을 꺼내려는데 손님이 물었다.


"도핑 테스트엔 걸리지 않는 겁니까?"


마음이 편해지면 의구심이 사라지는 법이다.

"물론입니다."

"근데 제가 갑자기 실력이 좋아져서 의심하면 어쩌죠?"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장석한이라고 합니다."

나는 서랍에서 메뉴판을 꺼내 장석한에게 내밀었다.

손님이 메뉴판을 보는 동안 나는 그가 누구인지 검색했다.


'장석한, 프로야구 선수. 하지만 만년 2군. 갓 잡은 1군 기회도 타율 0.105로 위기.’


‘원하는 건 당연히 성적 향상이겠군.'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마법 재료를 쓴 음식을 먹었다고."


장석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다시 릴라꾸루 한 모금을 권하며 말을 이었다.


"이 곳을 몰랐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어떤 선수가 갑자기 실력이 좋아졌는데 마법 음식을 먹고 좋아졌다고 하면 뭐라고 하실래요?"

"글쎄요. 워낙 말도 안돼 먹어서."

"그렇죠? 아무도 안 믿을 겁니다."


내 말이 미덥지 않은지 손님은 마른 입을 다셨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 문제였다.

그에게 급한 건 당장의 성적 향상이다.


"아무렴 어때요. 성적만 좋아진다면 영혼까지 팔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좀 부탁드려요"

"영혼까지 파실 건 없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생각보다 마법 재료로 쓸모가 없거든요."


그 말을 이해 못한 장석한이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마 나를 불법 약물 브로커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 그와 나는 불법 약물 거래를 하고 있고, 나는 만일을 대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타자에겐 힘과 집중력이 가장 필요하겠죠. 그렇다면 트롤의 힘줄과 시체매의 눈이 듬뿍 들어간 굴소스 계란 볶음밥을 추천드립니다."

"그게 무슨..."

"트롤은 황소 100마리의 힘과 맞먹죠. 마법사조차 포획하는 데 애를 먹습니다. 거기다 힘줄 같은 경우 잡은 다음 바로 채취하지 않으면 썩기 때문에 보관 및 관리가 매우 어렵죠. 그만큼 값이 매우 비싸단 말이에요."


내가 속사포처럼 설명하자 장석한은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시체매의 눈은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워낙 멍청한 녀석이라 옛날 참새 잡듯이 바구니를 세워서 그 밑에 먹이만 넣어두면 되죠."


내가 잠시 말을 쉬는 틈을 타 장석한이 정신을 차리고 끼어들었다.


"장난하시는 거죠? 전 진짜 목숨 걸고 여기 왔어요. 구단 관계자나 경찰한테 걸리면 끝장이에요."

"걱정 마시라니까요. 걸릴 일은 없어요. 이건 그저 아무도 믿지 못하는 마법이니까요."

"제가 정말 마법이니 뭐니 믿고서 왔을까요? 무슨 약을 쓰는 거죠? 스타로졸? 거기에 도핑 테스트 방지 약 뭐 새로운 거? 그냥 긴말 없이 바로 거래 트시죠."


역시 인간이란.

솔직하게 말해줘도 믿지 않는다.

속고만 살았는지.

장석한의 뜻대로 난 계산기를 두드려 그의 코앞까지 들이댔다.

가격은 100만원.

그 가격을 보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난이죠? 아무리 불법이라지만 위험수당이 너무 쎄지 않아요?"


나는 기가 차서 웃었다.


"불법이라니 말씀 한번 섭섭하게 하시네. 아까 얘기했지만 트롤의 힘줄은 원래 비쌉니다. 굴소스나 계란 뭐 갖가지 야채 해봤자 원가 5천원도 안되고 시체매 눈이 8만원, 나머지가 다 트롤 힘줄입니다."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장석한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뭐 다 좋아요. 마법이든 뭐든. 실력만 좋아진다면.”


장석한이 못 이긴척 카드를 꺼냈다.


"카드도 되죠?"

"물론입니다 손님. 저는 현금을 권장하는 쪽이죠. 10% DC도 해드리고요."


그 말을 듣자 카드를 집어넣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내 계좌를 적고 난 후 송금 버튼을 누리기 직전 그가 물었다.


"정말 도핑테스트에서 아무 문제 없죠?"

"네."

"그 말 믿습니다. 근데 부작용은요?"

"그건..."


내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장석한은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사람처럼 그는 송금 버튼을 눌렀다.

***

굴소스 계란 볶음밥 레시피(첨가: 트롤 힘줄, 시체매 눈)


재료: 밥1인분,계란1개,파1뿌리,굴소스3T,

참기름1T,깨조금,물2T,식용유3T,

트롤 힘줄 1mm(그 이상 넣을 시 인간이 감당하지 못함)

시체매 눈(후라이팬에 올렸을 때까지 터트리지 말 것)

1. 파 썰고 계란 푼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스크램블한다.

3. 달걀의 수분량이 정확히 42.195% 날아갔을 때 시체매 눈을 터트린다.

4. 황동은수저로 왼쪽으로 세번 오른쪽으로 세번 저은다.

5. 양파 먹은 마법사의 침을 뱉는다(손님에게 절대 들키지 말 것)

6. 달걀은 따로 담아은 뒤 팬에 식용유 다시 넣고 파를 볶는다

7. 물과 굴 소스를 입에 털어넣는다.

8. 꿀꺽 삼킨 뒤 헛구역질을 해 팬에 쏟아넣는다.(손님에게 절대 들키지 말 것)

9. 밥과 모든 재료를 뒤썩은 뒤 용의 날숨으로 일순간에 볶는다.

***

음식이 나오자마자 그는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성적을 향한 욕망.

자신을 무시하는 팀원들을 향한 분노.

숟가락을 그릇에 휘갈기며 그것들을 몸 안으로 쌓아갔다.


꿀꺽꿀꺽


그는 먹는 내내 계속 말했다.


"정말 맛있습니다. 약이든 뭐든 그냥 음식으로 팔아도 손색이 없겠어요."

"하하. 그렇게 맛있나요? 사실 여긴 정말 음식점입니다."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는 물을 벌컥 들이켰다.

캬—

그와 동시에 다시 숟가락을 들고 볶음밥을 공략했다.

숟가락을 쥔 그의 팔만 봐도 얼마나 맛있어 하는지 느껴졌다.

거대하고 울긋불긋한 팔과 작디작은 숟가락.

그의 모습은 언밸런스한 아름다움이었다.


"첫 맛이 알싸하게 감돌다가 저도 모르게 입에서 녹아내리네요"


식사의 종반부쯤 가자 그는 접시를 들고 들이마시듯 먹어댔다.


흐르릅 흐흡.


그러더니 깨질듯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


"바로 이거야! 내가 원하던 게. 온 몸에서 힘이 흘러넘쳐. 하하하 오늘 밤은 제가 밤의 제왕입니다. 오늘 밤 어떤 여자라도 절 거부할 수 없을 거에요."


그가 비어낸 접시를 거둬가며 내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뭐 그런 것도 나쁘진 않겠죠."


***

2일 뒤.

남산 곰돌스 8 : 9 매화 독수리

남산 곰돌스의 마지막 공격인 9회말로 넘어가는 휴식 시간


장석한은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렵게 콜업된 이후 어떻게든 대타로 기용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부상 선수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명단에 들었을 뿐, 감독은 석한을 쓸 생각이 없었다.

기회가 줄어드니 자연히 폼이 망가지고 실전 감각이 무뎌졌다.


처음 마법 식당에 대해 들었을 때 석한은 반신반의했다.


"정말이라니까. 진짜 그 음식을 먹고 갑자기 성적이 좋아졌어."


퇴물 취급 받던 선배의 말이었다.

선배는 암묵적으로 은퇴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즌 후반기에 들면서 갑자기 성적이 좋아졌다.

타율 0.125에서 0.304로 급상승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도무지 믿지 못했다.

하지만 고타율을 계속 유지하는 걸 보자 석한도 구미가 당겼다.

거금을 주고 음식을 먹은 뒤에야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성기때의 박찬호, 류현진, 아니 총알이 날아와도 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이 힘을 써보지도 못히고 끝나버린다.

***


"야 안 꺼져. 왜 길을 막고 지랄이야."


남산 곰돌스의 에이스 투수 양지섭.

그가 석한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러더니 선수들과 어울리며 석한을 대놓고 깠다.


"야 왜 저 새끼 왜 올라온 거야?"

"몰라요. 좀 괜찮은 놈만 올라와도 대타 쓸만한데. 저딴 새끼가 와서."

"저 자식 방출 안 당하는 거 보면 용해. 나 같으면 눈치 보여서라도 나가겠다."

"식충 같은 새끼. 어차피 경기 다 끝나가는데 좀 꺼지지."


석한이 그들을 노려봤다.

그러자 뭘 꼬라보냐는 양지섭과 주전 선수들.

석한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려 쪼그리고 앉았다.


엊그제 먹었던 음식이 효과가 없던 걸까.

그건 아니다.

온몸에 힘과 분노가 들끓는다.

하지만 오랜 멸시와 모욕때문에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도 칠 수 있어. 칠 수 있다고. 당장 내보내달라고!'


그때 누군가 석한의 몸을 툭툭쳤다.

2년차 타자인 후배였다.


"선배님 그냥 계시지만 마시고 여기 정리 좀 같이 하시죠."


대놓고 석한을 무시하는 거다.

주변을 정리하는 후배들이 석한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실력도 없는 선배는 후배들에겐 미운오리새끼나 다름없다.


"아 진짜 선배라고 유세 떠는 거야 뭐야. 경기도 안 뛰면 같이 정리라도 해야지."

"유망주들 키우려면 저런 것들이 좀 사라져야 하는데."

"감독님이 불쌍해서 기회라도 주는거라잖아."


순간, 석한이 폭발하는 탄산음료처럼 벌떡 일어났다.

평소였다면 석한은 후배들의 멸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주전의 장비를 챙기고 뒤치닥거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랐다.

지금의 석한은 능력자였다.


"야이 씨발 새끼들아!!! 잣까라 그래!!!"


모두 석한을 당황스럽게 쳐다봤다.

헛웃음을 지은 에이스 양지섭이 그에게 다가갔다.


"이게 미쳤나. 뭐하는 거야. 어따 대고 화풀이야. 감독님이 출전 안 시켜 주는 거냐 네가 못나가는 거지."


석한은 그런 양지섭을 무시하고 배트와 장비를 챙겼다.

보호 헬멧을 쓰고 그는 감독에게 걸어갔다.

양지섭이 그를 뒤에서 붙잡아 한 대 치려했다.

하지만 석한이 그런 양지섭을 벤치 밀어버렸다.

코치들이 달려와 석한을 붙잡고 제지했다.


"야 장석한, 아무리 그래도 이게 뭐하는 짓이야. 폭력을 써?!"

"지섭이가 무슨 잘못이냐. 맞는 말 한 건데."


석한은 모두 무시했다.

그가 원하는 건 감독이었다.


"감독님 내보내주십시오. 칠 수 있습니다. 칠 수 있다고요. 이젠 다릅니다."


감독이 당황과 놀람을 머금은 채 쳐다봤다.

석한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그동안 받아왔던 무시를 박살내버린 분노.

당장이라도 야구공을 씹어먹을 것 같은 투지.

감독의 눈 앞에 있는 건 죽어도 적 앞에서 죽겠다는 전사였다.


"너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가을 야구 하느냐 마느냐가 지금 경기에 걸려있어."

"압니다."

"근데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네."

"미쳤냐?"


때마침 9회말 2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3번타자가 1루타를 치고 1루를 채웠다.

다음 타순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4번타자, 이원섭의 자리.

고작 2군 찌지리가 탐낼 자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석한의 의지는 확고했다.

주변에서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야 쟤 하는 말 들었냐. 4번으로 나가시겠단다."

"술 먹었어? 그래 나가봐. 빗자루 들고 나가서 원섭이 자리나 정리하고 오라고."

"아 그거 좋네. 너 그냥 이참에 은퇴하고 우리 팀 청소부나 돼라. 받아줄테니."


석한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에겐 오직 1구, 공 하나를 넘겨버리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미치지 않았습니다. 정신 말짱합니다. 미쳐도 투수 앞에서, 타석에서 미치겠습니다."


감독이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

심사숙고한 끝에 그가 말했다.


"그래 좋아. 해봐."


모두 놀랐다.

코치들이 나서서 감독을 말렸다.


"감독님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저런 녀석을 내보내요."


감독은 확신에 찬 듯 타석으로 걸어나가는 석한을 가리켰다.


"저 자식 눈빛 봤냐. 84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그때랑 똑같아. 최동원 선배의 눈빛. 죽어 마운드 위에서 죽겠다는. 쟤 잘 봐라. 오늘 일 낸다."


석한은 그들을 뒤로 한 채 타석으로 나갔다.

미리 대기석에 있던 원섭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야 뭐하는 거야."

"뭐긴요 홈런 날리러 갑니다. 오늘의 영웅은 저라고요."


석한은 양지섭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

위저드 레스토랑


음식을 조리하다 말고 나는 티브이를 쳐다봤다.

장석한이 마법 효과를 잘 받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두산 곰돌쓰와 매화 독수리의 경기.

때마침 장석한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식당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식당을 찾은 남산 곰돌스 팬들이 꽤 됐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이 석한에게 야유를 보냈다.


"야 뭐하는 거야. 왜 저자식을 내보네."

"왜 누군데?"

"모르냐? 연속 경기 최다 아웃 기록 보유자. 기네스북에도 올랐어."

"저이 미친. 감독 미친 거 아니야."


나는 비웃으며 티브이의 볼륨을 키웠다.

그들은 모른다.

석한의 바뀐 눈빛을

풀숲에 숨어서 가젤을 노려보는 사자의 눈빛.

피의 굶주린 생명은 반드시 먹이를 노린다.

나는 요리를 하기 위해 다시 팬을 잡았다.

내 뒤로 캐스터와 해설자의 대화가 오고 갔다.


"김 위원님 지금 대타작전 어떻게 보시나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미친 거죠. 지금 투수가 누구입니까. 국보급 마무리,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 근데 그 앞에 시즌 최다 아웃 기록 보유자를 내놓는다? 도박이라고 보기도 어렵죠."

"하지만 여기서 홈런이라도 쳐낸다면 영웅이 되겠죠."


***

남산 곰돌쓰의 홈구장


타석에 들어선 장석한이 심호흡을 했다.

피가 말린다.

기세 좋게 올라왔지만 역시 실전은 다르다.

자기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상대 포수와 투수의 무시.


"지려고 내보냈냐?"


그보다 더한 홈팬들의 야유.

80도 불가마 사우나에 들어간 듯 공기가 석한을 짓누른다.

하지만 이번 타석에 모든 걸 건다.

그러라고 가슴이 말한다.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슬라이더?

커브?

패스트볼?

석한의 직감이 말한다.


'날 무시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면 대결로 온다.'


그래 패스트볼이다.

와라.

넘겨줄테니.

초구 강타로 한 방에, 모든 걸 가져온다.

나는 영웅이니까.


심판이 싸인을 내고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와라.

얼마든지 두들겨줄테니.

쭉 뻗은 몸에서 공이 빠르게 흩뿌려졌다.

예측이 맞았다.

빠른 직구.

그를 무시한 게 국보급 마무리의 패착이다.

예전의 석한이라면 헛스윙이지만 지금은...


"나는 영웅이란 말이다!!!!!"


펑!!!!


날아간다.

아주 높이. 그리고 멀리

간다 간다 간다...

넘어간다!!!!!!!!!!!!

***

위저드 레스토랑


티브이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캐스터와 해설자가 놀란 나머지 짐승 같이 울부짖었다.


"넘넘넘넘넘어 갔습니다!!!!!! 초구 강타로 넘겨버렸습니다. 경기 종료! 만년 2군 타자 장석한 선수, 국보급 마무리의 초구를 그대로 넘겨버렸습니다. 담장을 넘어간 공. 장외 홈런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영웅의 탄생을 보고 계십니다!!!!!"


경기를 포기했던 남산 곰돌스 팬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터트렸다.


"장석한! 장석한! 장석한! 장석한!"


참 인간은 단순하다.

결과로 모든 걸 뒤바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퀴벌레 취급을 하더니 몇 초도 안돼 영웅이라니.

어쨌든 장석한 덕분에 오늘 술 판매 대박 나겠구만.


"자자, 손님들 오늘 신선하고 쿨한 맥주가 들어왔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저으라고, 기분 좋을 때 술 한 잔 들이키시죠!"


종업원에게 술 주문을 맡긴 후 나는 티브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과 다른 패기와 자신감이 장석한에게 묻어났다.

앞으로 그는 영웅을 넘어서 곰돌스의 신으로 추앙 받을 것이다.

처음엔 나도 놀랐다.

내 마법 음식이 그의 신체와 이리도 궁합이 잘 맞을 줄은.

아무리 트롤 힘줄을 먹는다 해도 흡수량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

이 재료를 쓴 사람 중 장석한의 흡수량이 가장 좋았다.

나름 자부심을 느꼈지만 약간의 걱정도 들었다.

나는 혼자 속삭였다.


"그나저나 부작용... 괜찮으려나."


부작용이라면 패왕색기의 발현이었다.

성욕과 정력이 어마무시하게 폭주하게 될 테니...


1화 끝

<2화 예고>

“학교 폭력은 말이야, 폭력으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속도로 상대하는 거야. 속 도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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