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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우리집 우물이 평행세계와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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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9.13 14:13
최근연재일 :
2024.09.13 14:20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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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5,493

작성
24.09.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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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우물

DUMMY

“삼촌 아직도 일론 머스크 싫어하세요?”

“그놈 때문에 내 인생이 이 모양이잖아.”


진수 삼촌은 여전히 일론 머스크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이유라면 예전에 플래티늄에 투자를 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재산을 날린 것이다.


덕분에 서울에 살던 삼촌은 집도 팔고 강원도로 낙향해서 산속에서 약초를 캐며 심마니로 살고 계셨다.


옛날에는 플래티늄, 백금이라고도 불리는 광물질이 황금과 가격이 비슷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나름 귀금속이기도 하고 은은한 은백색이 고급진 느낌도 있어서 가치가 높았고, 지금은 많이 수요가 줄었지만 디젤 엔진이 많던 예전에는 오염물질 저감장치에 들어가는 핵심물질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삼촌이 젊었을 때만 해도 미래에는 수소차가 유력하다는 말도 있었다. 수소차에도 플래티늄이 많이 쓰일 거라는 말을 들은 진수 삼촌은 과감하게 플래티늄에 미래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때문에 갑자기 전기차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설마설마하던 전기차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상륙하더니 이제는 전기차라면 꽤 흔하게 되어 버린 시대..


그 사이에 디젤 엔진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난받으며 점점 도태되기 시작했고 수소차도 전기차에 밀려 주류에서 비켜나면서 이래저래 플래티늄의 수요도 줄고 전반적으로 가치가 하락했다고 했다.


솔직히 내가 엄마에게 듣기로는 외삼촌이 폐가망신한 건 주식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진수 삼촌은 입버릇처럼 일론 머스크 때문에 삼촌 인생이 망했다고 말하고는 하셨다.


플래티늄 투자도 전기차 때문에 실패를 했고 그 사이 일론 머스크는 세계적인 재벌로 성공해서 여기저기 자주 얼굴이 눈에 띄니 이래저래 삼촌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삼촌 그나저나 산삼 같은 건 없나요?”


“산삼? 심마니는 매일 산삼 캐는 걸로 아는 모양이네,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면 대호 너도 와서 좀 산삼 캐고 그래라. 너도 이혼하고 귀농했다면서 시간도 많을 거 아냐?”


“저..삼촌. 그냥 한 번 물어본 거예요. 엄마가 삼촌한테 전화할 거면 한 번 물어보라고 해서.”


“누나가?”


“예, 엄마도 요새 몸이 전 같지 않으시다고 산삼이든 인삼이든 뭐 좋은 걸 드시고 싶다고 그러시네요.”


“산삼을 캐본 적은 없지만 나중에라도 하나 생기면 연락하마.”


“저기, 삼촌, 이번 추석에는 오실 거죠?”


“못가, 나도 여기서 그냥 노는 게 아니다. 산도 매일 다니면서 보고 그래야 약초도 생기고 그러는 거야. 나중에 캘만한 유망주가 있나, 미리 보다가 딱 때가 오면 바로 캐버리고 그러는 거라는 말이지.”


“예, 그러시면 나중에 봬요. 언제 제가 한 번 강원도 찾아갈게요.”


“그래, 너도 농사짓는 거 힘들면 이쪽으로 와서 약초공부나 해, 이것도 배워두면 그래도 먹고 살 정도는 된다.”


“예, 알았어요. 나중에 정 힘들면 그것도 생각해 볼게요.”


휴우..진수 삼촌처럼 심마니나 해볼까?


하지만 진수 삼촌 말대로 산에서 심마니 하는 일도 막상 해보면 쉬울 것 같지도 않았다.


이혼을 한 후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연초에 점집을 찾아서 올해 운세를 본 적이 있는데 무당 말로는 올해 집을 사면 아주 길하다고 했다.


마침 시골에 귀농이라도 해보려고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그런 무당의 점궤도 있고 이래저래 분위기에 휩쓸려 지금 이 집을 사게 된 것이다.


무성리,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인데 도농복합이라고 하나? 도시와 농촌이 반반 섞인 그런 묘한 분위기의 도시였고,


무성리는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농촌 지역이었다.


서울과 가깝기는 하지만 영락없는 농촌 마을로 그중에 농가주택을 포함해서 5백 평 정도의 땅이 5천만 원이라는 가격에 매물이 있었다.


내 평생에 땅을 사본 적은 없었지만 5백 평이 5천이면 평당 10만 원 정도라는 말인데..서울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고 나름 서울 근교로 수도권쯤 되는 곳이라 헐값에 좋은 땅이 생기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무당이 올해 집을 사면 대박이 날 거라고도 했고..


그렇게 별 망설임 없이 5백 평 규모의 밭과 농가주택까지 사게 된 것이다.


부동산 사장님 말로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싸게 나온 매물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그러니까 동네 꼬마들에게 듣기로는 귀신이 나오는 흉가라는 소문이 있다고도 했다.


물론 동네 이장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애들이 장난으로 하는 소리라고는 하시며 허허 웃으셨지만 다른 할머니들도 그렇고 이 집에서 흉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예전에 이 집에 살던 가족의 아이가 갑자기 실종이 된 일도 있었고 종종 이상한 것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소문이 꽤 많은 집이었다.


“그런데 소문만 있지 정확한 건 나도 잘 몰라.”


한동안 내가 산 집에 대해서 이런저런 괴담을 늘어놓던 할머니는 결국에는 자기도 다 들은 이야기고 집주인은 미국에서 잘살고 있다더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셨다.


그래, 뭐, 들어보니 집에서 아이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건데..아이가 없어지거나 가출하는 일이야 따지고 보면 아주 기괴한 일은 아니지,


아마 집 주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오랫동안 집을 비워두면서 도깨비가 나오느니, 귀신이 나오느니 그런 말들이 좀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오래되기는 했지만 제법 크고 잘 지어진 시골저택, 아니 농가주택을 싸게 매입하게 된 것이다.


집이나 괴소문 이런 건 괜찮았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잘 나오던 지하수가 갑자기 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모터가 고장난 줄 알고 모터 수리공을 불렀지만 한참을 살펴보던 수리공 아저씨는 모터 고장이 아니라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어쩌죠?”

“지금으로서는 모터 압력을 최대로 올려도 전혀 반응이 없어요. 그 말은 지하수가 고갈되어서 끌어올릴 물이 없다는 건데.”


“어떻게 해야 물이 나오는 겁니까?”

“모터로는 해결이 안 되고 다시 지하수를 파거나 그래야겠죠. 아니면 지하수 수위가 다시 오를 수도 있으니까, 좀 기다려 보시던가.”


“지하수를 다시 파면 되는 건가요?”

“수위 자체가 낮아진 거라면 지하수를 파도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다시 땅을 판다고 다 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물이 안 나온다면 큰일인데..


모터 수리공 아저씨는 자기 할 일은 다 했다며 가버리시고 나는 혼자 텅 빈 농가주택에 남아 약간 멍한 상태가 되었다.


이장님에게 듣기로는 수도도 안 들어온다는데, 물이 안 나온다면 이 농가주택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농사는 고사하고 여기서 씻고 먹고 자고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될 테니까..


그래, 우물이 있었지.


마당 한 가운데에는 닫혀 있는 우물이 있었다. 집을 살 때 중개인 말로는 쓸 수 있는 우물이라고 했었는데...


나무로 된 제법 무거운 뚜껑을 밀어내자 아래로 꽤 깊은 우물이 보였다.


돌로 만들어진 옛날식 우물이었는데 안에는 물이 고여 있는 것 같았다.


우물에는 물이 있는데 지하수가 마를 수가 있는 건가?


두레박 같은 게 있으면 물을 길어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그렇다고 해도 모터로 쓰는 지하수처럼 물을 편하게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주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 그 아저씨 말처럼 지하수 수위가 다시 높아져서 물이 나올지도 모르고, 일단은 우물의 물이라도 써보기로 했다.


급한 대로 전동 도르래와 물을 담을 수 있는 두레박을 주문했다.


두레박이 있을까 싶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우물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줄을 연결할 수 있는 두레박 스타일의 양동이들이 있었다.



***


하지만 두레박과 도드래가 택배로 도착했을 때는 우물은 더 말라버린 건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물마저도 사라지고 바닥의 젖은 흙이 그대로 드러났다.


젠장..처음부터 물이 없었으면 도르래를 주문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게 마른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데..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뭐지?


웃음소리도 들리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안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저 아래에 뭔가 있나?


있기는 뭐가 있냐? 물도 없는 마른 우물인데..


소리가 다른 곳에서 들리나 집 밖으로 나가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고, 웃음소리 같은 것은 우물 안으로 몸을 숙이고 있을 때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의 출처는 우물 안쪽에 더 가까운 것이다.


왠지 좀 으스스하기도 하고..하지만 우물 아래에 뭔가 있다면?


집 주인으로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도 같고..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다.


우물의 뚜껑을 닫고 모른척하거나 아니면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 양자택일의 기로..


일단 내려가 보기로 했다.


도르래에 줄을 걸고 두레박에 두 발을 넣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가다가 그대로 추락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10여미터 정도 높이의 우물 밑으로 도르래와 두레박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녀석이라 다시 올라가는 것도 큰 문제는 없을 테고, 일단 우물 아래로 내려가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건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바닥은 며칠 전까지 물이 있던 곳이라 약간 젖어 있었다.


장화를 신고 왔어야 하나


아래로 내려오자 우물 바닥 옆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우물은 돌로 되어 있었는데 바닥의 돌벽 한쪽에 구멍이 나 있었다.


이곳에서 소리가 난 건가?


우물 한쪽이 무너져서 그 구멍으로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소리가 난 것은 우물이 아니라 이 구멍과 연결된 다른 곳일 수 있는데..


아파트 층간소음이 반드시 위에서 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리도 진동하는 파동이니까 파동이 연결될 수 있는 매개체만 있다면 소리는 다양한 방향에서 들려올 수 있는 셈이다.


라고 생각하며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반대쪽은 어두운 지하라고 생각했는데..밝다?


뭐지?


물은 다 빠진 건지 바닥이 젖기는 했지만 물은 전혀 없었다. 허리를 숙이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굴이 만들어진 상태였고 나는 천천히 허리를 숙인 채 반대편으로 갈 수 있었다.


기어서 갈 정도는 아니었고 허리를 숙이면 불편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성인남자 하나가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렇게 한 3미터 정도를 이동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온 곳은..내가 들어온 우물과 비슷한 돌로 된...우물인가?


위로 고개를 들자 파란 하늘이 보였다.


여기도 마른 우물?


아니지, 우물이 있던 곳은 내 집 마당 한 가운데고..거기 바닥에서 옆으로 난 굴로 한 3미터 정도 이동한 건데..다시 우물이라고?


마당은 시골 농가주택 치고는 꽤 넓은 편이었다. 중심에서 컴퍼스 그러니까 가상의 컴퍼스로 3미터 반지름의 원을 그린다고 해도..결국 내 마당 끄트머리 어디쯤일 텐데..


내 마당에 우물이 두 개라고?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다시 위쪽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웃음소리의 정체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물 바닥 위로 두레박 같은 것이 보였다. 내가 설치한 전동도르래는 아니었고, 우물 위쪽에서 나무로 만든 두레박이 줄에 걸려 내려와 있었다. 줄을 당겨보자 힘없이 당겨지다가 어느 순간 팽팽해졌다.


위로 올라가 볼까?


줄은 위쪽 어딘가에 고정된 것 같았다.


이혼하고 귀농까지 하면서 체중이 많이 줄었다. 전과 다르게 꽤 날렵해져 있었고 줄을 잡고 돌벽에 발을 디디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작고 동그란 하늘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웃음소리도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우물 밖으로 거의 올라왔을 때였다.


겨우 얼굴이 우물 밖까지 올라가며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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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 24.09.13 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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