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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신들의 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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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9.07 15:46
최근연재일 :
2024.09.07 16:2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19
추천수 :
1
글자수 :
4,839

작성
24.09.07 16:20
조회
19
추천
1
글자
11쪽

미니 로또 추첨기(1)

DUMMY

“좋은 거 나왔냐?”

“아뇨.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어, 왕년의 뽑기왕.”

“헤헤, 뽑기 잘하세요?”

“옛날에는 잘했지.”


어렸을 때 내 별명이 황금의 손이었지, 학교 앞 문구점에는 캡슐뽑기통이 항상 있었고 백원짜리를 넣고 뽑기를 돌릴 때의 그 짜릿함이란..


지금 생각하면 뭐가 나오냐는 것보다는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지만..어쨌든 그 시절에는 나에게는 남다른 행운 같은 것이 있었다.


확률적으로 보면 많이 뽑을수록 좋은 레어 아이템이 나와야 하지만 나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가장 좋을 걸 뽑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요새는 비싸졌구나, 500원 넣고 하는 거야?”

“두 개 넣어야 하는 것도 있어요. 그러면 천 원이죠.”


인플레이션의 시대, 뭐든 가격이 오르고 이제 학교 앞 문방구..는 없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문구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여기 문방구는 없냐? 왠지 하나쯤 있을 자리인데..”

“예전에는 있었는데 요즘은 없어요.”


“크레파스 그런 건 어디서 사?”

“인터넷 쇼핑몰요, 거기서 사면 더 싸거든요. 아니면 큰 마트에 가서 사오던지. 아..왜 안 나오지.”


“뭐가 뽑고 싶은데?”

“어른들은 말해줘도 몰라요.”


뽑기는 역시 애들 취향인 건가?


하지만 구석에 가니 어른들도 할만한 뽑기통이 보였다.


“그건 하지 마세요.”


“왜?”

“꽝만 나와요.”


“원래 이런 건 꽝도 나오고 그런 거지, 그러다가 좋은 것도 나오고 그러는 거야. 뽑기라는 건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게임이니까.”

“한 번도 좋은 건 안 나오던데, 다 꽝이예요. 아무래로 사기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3년쯤 되어 보이는 녀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만류하고 있었다.


어차피 동전도 없어서..아..5백원짜리가 하나 있었지..


며칠 전에 집앞에서 주운 동전이었다. 어릴 적부터의 습관인데, 길에서 주운 돈은 지갑에 고이 보관하는 편이다. 그것도 어렸을 때 뽑기를 하던 때 생긴 습관인데..주운 동전으로 뽑기를 하면 항상 좋은 게 나왔던 기억 때문이었다.


일종의 행운의 동전이랄까?


마침, 행운의 동전도 지갑에 있고..


뽑기통의 앞면에는 인생역전 아이템 뽑기라고 쓰여 있었다.


인생역전이라? 왠지 내 취향인데..


꼬마 녀석들은 이걸로 재미를 못 본 모양이지만, 전설의 황금손..최대호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는 지갑에서 행운의 동전을 꺼냈다.


살면서 행운이 그다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건 몰라도 뽑기라면 자신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캡슐뽑기에는 남다른 운이 따랐으니까..


그래 운이다. 다른 무엇으로 설명하겠어?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고, 요령일 것도 없지, 어릴 때도 그저 갖고 싶은 걸 생각하면서 이번에 꼭 나와라 이런 기분으로 철컥...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뭔가 뽑기통 아래로 캡슐이 떨어져나왔다.


플라스틱으로 된 캡슐..어릴 때도 이런 것이었는데..지금도 비슷하네..


왠지 기분도 좀 설레고..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적인 느낌이다.


한참 이런 걸 뽑으면서 황금손을 자부하던 시절에는 캡슐을 손으로 열기에는 힘이 부족해서 발로 밟아서 깨고는 했는데..


오늘도 발로 밟아볼까?


하지만 지금의 몸무게라면 플라스틱 캡슐은 완전히 박살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 손으로 하자..


이제 어른이니까..손으로도 어렵지 않게 캡슐 정도는 눌러서 열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인생역전 어쩌구 해서 그냥 생각 없이 뽑기는 했는데..안에는 하다못해 작은 피규어 하나도 없이 종이 같은 것이 둘둘 말려 있었다.


왠지 불안하네...아까 그 꼬마들도 그렇고..꽝만 나온다고 했는데..설마 이거 이 종이를 펴보면 꽝..다음 기회를..이런 건 아니겠지..


그러든 말든, 어차피 재미삼아 해보는 건데..무슨 상관이냐? 500백원짜리 뽑기에 뭐 대단하게 있으려고...


어렸을 때야 나도 꼬맹이였으니까, 이런 뽑기통에 갖고 싶은 게 있었겠지만 어른이 된 날 만족시킬 그런 게 있겠어?


그래도 뽑았으니 확인은 해야 했다. 그게 뽑기 장인의 올바른 태도겠지?


인간이란 자기가 잘하는 일에는 좀 더 의미를 부여하게 마련이니까..어린 시절의 낭만이 서려 있는 뽑기는 나에게는 꽤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축하합니다. 신세계 문방구 1회 이용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이 용지를 가지고 문방구를 방문하시면 원하는 물건 1개를 경품으로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이용권의 효력은 행운의 여신 티케가 보증함..]


뭐지?

좋은 거냐?


문방구? 신세계라면 무슨 백화점이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신세계든 구세계든 문방구가 어디..


어? 그러고 보니 골목 끝에 문방구 간판이 보이네...신..세계?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냉방이 잘 되는지 시원한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생긴 건 좀 허름하게 생긴 옛날식 문방구였는데, 서울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었다. 뭐냐? 아까 꼬맹이 녀석들..문방구는 없다면서, 설마 문방구가 뭔지도 몰랐던 건가?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안녕하세요. 저기 뽑기에서 이런 게 나와서, 문방구 이용권이라는 게 뭐죠?”


문구점 사장님은 50대 정도 되보이는 머리숫이 별로 없는 중년남자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내가 내민 종이를 보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운이 좋으시군요. 이런 걸 다 뽑으시고.”

“하하, 제가 어렸을 때부터 뽑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거든요. 나름 그런 쪽으로 타고 난 게 있는 거 같아요.”


자랑할 게 없어서 어렸을 때 뽑기왕이라고 자랑하는 건가? 내가 말해놓고도 좀 한심하네..


“저, 그러면 이걸로 뭘 할 수 있는 건가요?”

“행운의 여신 티케가 보증하는 이용권이니까. 여기 쓰여진 것처럼 문구점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수 있죠. 물론 한 개만 선택가능합니다.”


“추가로 돈을 내는 건 아니죠?”


“공짜입니다. 행운의 주인공에는 무료죠. 뭐, 원래 손님이 가진 그런 돈은 받지도 않지만. 어쨌든 맘에 드시는 걸로 한 번 골라보시죠.”


그러니까, 문방구 자유이용권 그런 건가? 1개 한정으로..


뭐, 그래봐야 그다지 탐나는 물건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문구점에 가면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신기한 걸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른이 되니까, 다들 애들 장난감 같은 거고, 왠지 다 조잡해 보이기도 하고 그다지 갖고 싶은 것도 없잖아..


하긴 난 어른이니까..


이제 이런 문방구에 필요한 게 없는 게 정상이겠지..


그래도 뭐 공짜로 준다니까, 아무거나 하나 골라볼까?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추억의 문방구에 와도 큰 감흥은 없는 것 같았다. 여기 있는 물건들도 어른이 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낯설고 이상한 것처럼 보이고, 그나마...


“이건 뭔가요?”

“미니 로또 추첨기군요. 로또처럼 작은 공이 나오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장남감 로또 추첨기군요?”

“장난감이라? 뭐, 비슷하죠. 세상만사가 신의 관점에서는 장난일 수도 있으니까요.”


“신요? 하하, 전 무신론자라, 아무튼 저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나마 이게 좀 마음에 드네요.”

“다들 가지고 싶어하는 장난감이죠.”


“이 동네 아이들도 좋아하는 모양이죠?”

“아이들이 아니어도 다들 좋아하죠. 로또 추첨기는 인기가 좋습니다.”


“그러면 저도 이걸로.”


나는 이용권을 내밀며 로또 추첨기를 집어 들었다.


그래 좋은 거래였다.


행운의 5백 원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려면 만 원은 할 것 같은 미니 로또 추첨기를 얻은 것이다. 이 정도면 행운이지..


이혼한 이후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더니 이걸 행운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어, 그러면 된 거지 뭐. 내가 좋으면 말이야..



***


대호의 원룸


결혼하고 아파트에서 살 때도 있었지만 다시 이혼한 돌싱이 되었고, 예전처럼 원룸 하나를 얻어서 살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 혼자 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다.


그나저나 이걸로 어떻게 뭘 하라는 거지?


로또 추첨기는 버튼을 누르자 공이 움직이며 TV에서 보는 로또 추첨기처럼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명한 통 안에서 튀어 오르던 공들이 하나씩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진짜 로또 추첨하는 것 같은데..공이 아주 작아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벌써 노안이 온 건가?


억지로 보려면 못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이 아파서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보기로 했다.


2, 45, 24, 35, 46, 9 그리고 보너스 행운볼은 16이네..


이대로 한 번 로또를 사볼까?



***


일주일 후 토요일



“오늘 추첨을 도와주실 로또걸은 신인 걸그룹 에스플랜의 소주영 씨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에스플랜의 보컬을 맡고 있는 소주영입니다.”


“예, 소주영..이름이 왠지 소주 한잔 생각이...아..죄송합니다. 아무튼, 오늘 행운의 로또 추첨을 맡게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약간 떨리네요. 앞에 경찰분도 계시고, 아무튼 열심히 해서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소주 잘 마시게 생겼네..


결국, 로또를 사기는 했는데..잘 되려나? 태어나서 로또에 당첨된 적은 없었다. 작은 소액도 당첨된 적이 없는 나였는데..


미니 로또 추첨기에서 나온 번호가 왠지 자꾸 눈에 어른거리면서 5장이나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 것이다.


여러 장을 같은 번호로 사면 나중에 당첨금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1등이라면 내 몫이 그만큼 커지는 거니까..하지만 그것도 당첨이 되고 난 후의 문제겠지만..


“그럼 소주영 씨, 버튼을 눌러 주시죠.”


신인 걸그룹 멤버가 뭔가를 누르자 추첨기가 돌아가며 번호들이 하나씩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2..


“첫 번째 당첨볼은 이..이번 공입니다.”


뭐지? 내 미니 로또 추첨기와...똑같네..


“두 번째 행운볼은 사십오..사십오입니다.”


“세 번째 행운볼은 이십사..이십..사...”


마지막 여섯 번째는..


맙소사 이것만 맞으면 1등이잖아?


“마지막 행운볼은 구..구입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내 평생 처음으로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그것도 1등에..거기다 다섯 장을 같은 번호로 샀으니까..당첨금은 더 늘어날 테고..내 몫이 얼마나 되는 거지?



“보너스볼은 십육입니다.”


보너스볼까지? 아니 그러면 미니 로또 추첨기대로 로또 추첨이 된 거잖아?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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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로또 추첨기(1) 24.09.07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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