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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항아리 속에 문명이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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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3.20 07:46
최근연재일 :
2024.03.23 14:2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33
추천수 :
8
글자수 :
20,957

작성
24.03.21 14:20
조회
64
추천
2
글자
12쪽

신의 선물

DUMMY

난 고소공포증이 있다고..이렇게 떨어져서 죽기는 싫어..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없는 거냐?


하지만 날개가 없기는 했지만 왠지 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냥 추락하는 게 아니라..뭔가 속도도 느려지고..약간 몸이 뜨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고..


어쨌든 떨어지면서 뭔가 물리학의 법칙을 벗어난 것처럼 낙하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작..제단이 가까워졌을 때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몸이 붕 뜨면서..


날고 있었다.


“와카라당카?”

“무이무이?”


뭐라는 거지?


제단 주위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중동 사람들처럼 생겼는데..꽤 예쁜 여자의 모습도 보이고..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며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들이 창이나 칼 같은 걸 들고 있는 폼이 얼씬하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하늘에 떠 있던 몸은 서서히 밑으로 내려와서 완전히 땅바닥에 착지했다.


돌로 만든 제단인가?


주위를 보니까, 산도 없고, 무슨 이집트의 사막지대 같은 느낌인데..


황토빛의 흙으로 만든 건물들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햇볕도 쨍쨍하고..완전 사막기후네..


휴유..벌써 덥잖아..


여름날의 습기찬 더위는 아니지만..햇살이 강해서 뭔가 좀 뜨거운 느낌이었다.


한 여자가 제단으로 올라왔다.


로브 같은 걸 입고 있는데..길이가 꽤 짧다..미니원피스 느낌이라고나 할까?


얼굴이나 몸매는 무슨 라틴계 미녀 느끼인데...꽤..글래머잖아..


“앗수마나 헤나”


뭐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캔 유 스픽 잉글리쉬?”


[자동통역을 할까요?]


이건 또 뭐야?


[저는 시스템입니다. 창조자를 돕는 시스템이죠. AI라고 보시면 됩니다.]


“AI? 챗GPT 그런 거?”


[하하, 그런 원시적인 것과 비교를 하시다니..아무튼 크게 보면 그런 종류죠. 아무튼 자동통역이 필요 없으시면..]


통역? 통역을 할 수 있는 건가?


항아리 속에 이상한 세계가 있고, 여기에 내가 들어와, 그리고 무슨 상태창 같은 게 나와서 통역을 해준다고?


그렇다는 것은..


그래, 이건 다 꿈이야. 원래 내가 공상도 잘하고 밤에 꿈도 생생하게 꾸는 편이지..역시 이건 꿈이 분명해..


그렇다면 걱정할 거 없잖아.


그냥 꿈이니까..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 통역을 해줘.”


[자동통역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스템인 작동한 건지 사람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오신 건가요? 하늘에서 오신 겁니까?”

“나 말인가요? 저기 그러니까..그렇다. 하늘에서 왔다.”

“하늘에서 왔대..”


“그럼 신이 보낸 건가? 저 이상한 식물처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꿈속에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적인 존재인가?


“그럼, 당신은 신인가요?”


제단에 올라온 글래머 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신이냐고? 뭐라고 말하지, 신이라고 할까?


꿈이니까, 그냥 내가 신이다 이래도 되지만, 나도 명색이 시나리오나 작가인데..이런 전개는 뭔가 너무 단순하잖아..


그래, 꿈속이지만 시니리오 쓰는 연습을 해보자..


“신은 아니고..그러니까..”

“그렇다면 신이 보낸 사자군요?”


“사자? 뭐, 그렇다. 신이 보낸 메신저라고 할 수 있지.”


“반가워요. 저는 제사장인 세바이입니다.”


“나는 신의 사자인 그러니까..김대호..그냥 대호라고 불러라”


“대호..? 그렇다면 당신을 보낸 신의 이름은 뭔가요?”


신의 이름? 뭐..나는 그냥..


“신의 이름은 나..다.”

“나? 그게 진짜 신의 이름이었군요.”


내 이름을 알아서 뭘 하게..크큭..대호라는 이름은 내가 쓰고 있던 시나리오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대호 님, 그렇다면 나께서 이 이상한 열매를 보낸 이유가 뭔가요? 혹시 우리에게 이걸 먹으라고?”


세바이는 내가 신의 사자라는 말에 태도가 아주 공손해졌다.


외모는 헐리우드에서 섹시한 주연 배우급 여배우 같은 모습인데..나한테 이렇게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현실세계라면 불가능한 상황인데..


나 같은..진따..아니 평범한 남자에게 이런 초미녀가 관심을 보이다니 말이야..


역시 꿈이겠지?


하지만 어떠냐?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나비가 인간이 된 나를 꿈꾸는지..알 게 뭐야?


“그건 감자라는 거다. 물론 먹는 거기는 한데..”

“그러면 이건 신의 선물인가요? 저희에게 보내는?”


“선물?”


감자는 내가 먹을 건데..어쩌지?


그래. 꿈이니까..일단은 감자를 먹으라고 주지 뭐. 그래..이게 꿈이라면..아마도 감자가 사라진 것도 꿈이겠지?


뭔가 논리적이지 않으니까..감자는 처음부터 사라지지 않은 거야, 그냥 거기부터가 꿈이고..


다시 깨어나면 항아리 안에는 감자가 있을 거라는 말이지..


“그래, 감자는 나의 선물이다. 쪄서 먹으면 먹을만할 것이다.”

“신의 선물이래. 대호 님, 저도 감자를 주십쇼.”


“저도요. 신이 주신 열매를 먹고 축복을 받고 싶습니다.”


제단 아래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감자에 급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호 님, 신께서 선물을 주신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감자라는 열매가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주위를 둘러보니 제단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감자 한 상자 분량이니까..어떻게 잘 쪼개 먹으면..아니 이거 무슨 오병이어도 아니고..


그냥 잘 나눠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대호 님, 아무래도 사람들 모두에게 나눠주는 선물은 아닌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제가 귀족들에게만 나누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귀족들? 그런 것도 있었나?


그래도, 신이 내려주는 선물인데..이 꿈, 그러니까..이것도 크게 보면 무의식의 내가 쓰는 시나리오인 셈이잖아? 어차피 내 무의식이 창조한 세계일 테니..그래, 내가 쓴 시나리오인데..귀족들에게만 감자 몇 개를 선물로 주는 건 좀 그렇고..


그래..


“이건, 당장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다. 이건..열매인 동시에 씨앗이다.”

“예, 열매인 동시에 씨앗이라고요?”


“그래, 이건 찌거나 구워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걸 반이나 아니면 4등분 해서 땅에 심으면 100일 후에는 수십 배로 불어날 것이다.”


“열매를 쪼개서 땅에 심으라고?”

“그게 말이 돼?”


“신께서 보낸 사자의 말씀이잖아.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이걸 땅에 심고..물도 좀 주고 그러면 감자가 자라서 양이 불어날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불어나면 그때 이 감자를 먹도록 해라. 이건 잘 자라고 맛도 훌륭하고, 영양도 만점이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무튼 이걸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면 굶주리는 자가 없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역시, 신께서는 그런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뜻대로 알카츠네 사람들에게 감자를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잘 된 건가?


대충 감자 이야기는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젠장..그런데..난 어떻게 되는 거냐? 집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거야?


신의 사자라고 해놓고 어떻게 가냐고 물을 수도 없고..아..상태창..


“야, 상태창..그런데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갈 수 있는 거지?”


[집으로 말입니까? 원하시면 보내드리죠. 귀환이라고 외치시면 됩니다]


“크게 말해야 하나?”


[작게 하셔도 됩니다. 연인의 귀에 속삭이듯이 작아도 되니까..알아서 하십쇼.]


쉽네..귀..아니지..


“자..이제 나는 신의 뜻을 전했으니 다시 천상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너희들은 나께서 내리신 감자를 잘 키우도록 해라. 신의 선물이니까..그럼 이만..”


그리고 아주 작게 귀환이라고 말했다.


“오..대호 님이 다시 날고 있어.”

“그러게...역시 진짜 신이 보낸 사자였군.”


천천히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로..위로..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글래머 여사제도 점점 작게 보이고..


그러고 보니..엄청 높잖아?


고소공포증..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높다..너무 높아서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자꾸 위로 올라가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몸이 사라지고 시선으로 전환이 되었다.


제단을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그리고 제단은 도시로..도시는 사막 같은 황무지로..황무지는 더 커다란 땅 덩어리..대륙...바다..행성...우주..공간..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항아리 안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뭐지?


내가 꿈을 꾼 건가?


항아리에 머리를 박고 졸았다고?


별로 잔 것 같지는 않은데..그리고 감자는?


감자가 없어졌잖아?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대체 감자는 어디에 있는 거냐?”


[감자에 집착이 강하시군요. 그건 신께서 인간들에게 하사한 선물이 아니었나요?]


“누구야?”


항아리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접니다. 항아리의 시스템이죠.]


“상태창? 꿈이 아니었나? 아니면 내가 환청을 듣고 있는 거냐?”


[꿈은 아닙니다. 저는 항아리 안의 시스템이고 신을 돕고 있습니다.]


“누가 신이야? 난 신이 아니다.”


[항아리 밖의 존재라면 누구든 신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항아리의 특별함이죠.]


항아리 밖의 존재라면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해?


문득 배가 고파졌다.


가난한 자취생..제주도에 사는 이모가 보내준 감자라도 쪄서 먹을 생각이었는데..감자는 어딨냐고?


아까 그게 꿈이 아니라면 내가 그 항아리 속의 사람들에게 선물이라면서 주고 온 건데..


아 미치겠네..아니, 벌써 미친 건가?


[감자가 필요하시면 신민들에게 보내라고 하시죠.]


“신민?”


[항아리 속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주인님을 신이라고 생각할 테죠. 주인님이 그들을 돕는다면 그들도 주인님을 위해서 봉사할 겁니다.]


“날 위해 뭘 봉사한다는 거냐? 그나저나 감자로 농사는 잘 지으려나?”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해 보시죠]


“또 항아리로 들어가라고? 난 별로야,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갈 때도 그렇고 올 때도 졸라 무서웠다고.”


[직접 가지 않고도 위에서 관찰만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가능해?”


[그렇습니다. 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펴보는 거죠. 원래 신이란 그런 존재니까요.]


“내가 뭐라고 신이라는 거냐? 정말 아무나 신이 될 수 있어?”


[신이 별건가요. 세계 밖의 존재로 외부에서 세계 안에 개입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감자 농사를 지으려면 3달 정도 걸리는 걸로 아는데..나중에 보지 뭐.”


[신이라면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을 빨리 돌리면 되는 일 아닌가요?]


“시간을 어떻게 돌려?”


[항아리 안의 시간은 신이 원하는 대로 가속할 수 있습니다. 마치 게임처럼 원하는 만큼 시간을 더 빠르게 돌릴 수 있죠. 다만 시간을 뒤로 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 점 주의해 주십쇼.]


“시간을 앞으로 더 빠르게 가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게임 같은 건가?


시간을 빨리 돌릴 수 있다면 감자 농사를 짓는 걸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그럼, 항아리 안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아까처럼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항아리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집중해서 보면 보일 겁니다.]


항아리 안을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빈 항아리만 보이다가 아까처럼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개를 들이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빛으로부터 하나의 행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그 행성이 커지면서 바다와 대륙..그리고 아까 본 사막 한 가운데의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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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수분 항아리 +1 24.03.20 9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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