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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천지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헌터가 신이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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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천지
작품등록일 :
2021.07.29 17:39
최근연재일 :
2021.08.24 23:5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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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추천수 :
36
글자수 :
133,139

작성
21.08.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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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제안

DUMMY

“하하. 놀랐습니까.”


문태수는 팔짱을 끼고 본인이 자랑스럽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보너스를 이렇게 많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늘 주는 건 아닙니다. 수호 씨가 일을 잘해내서.”

“잘 해냈다고요?”


그게 잘 해낸 건지 잘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주는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거다.


“와, 아저씨 좋으시겠다. 이제 더 좋은 데로 이사갈 수 있으시겠어요?”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이사 비용은 보너스 받은 김에 갚아줄게.”


시우는 손사래를 쳤다.


“아뇨, 괜찮아요. 나중에 더 큰 걸로 받을래요.”

“욕심쟁이였군?”

“욕심쟁이 맞아요.”


시우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문태우는 이번에도 밖으로 나가는 차를 따로 불렀다. 항시 어딘가에서 대기 중인 차.


“아직 정규 수여식은 안 했으니, 내일까지는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문태수가 일렀다. 그 말의 뜻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보고 거기 가지 말라는 거지?


하지만 내 발은 청개구리를 닮았기 때문에.



###



만들어진 듯한, 여전히 내게는 기이한 던전을 뒤로 하고 나는 레드훅이 잡혀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여전히 변장을 하고.


놈들을 탈출하게 한다든가, 좌우지간 그런 거창한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안면 좀 트려는 것뿐이다.


디스토피아의 경찰서는 우울함의 블랙홀, 그 자체다. 우중충하고, 예산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시설도 개판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금은 경찰서에 그 누구도 자발적으로 가려는 사람이 없다. 경찰들조차도 자신들은 나라에서 버려진 일꾼이라고 자조하곤 한다.


나라에서 버려진 일꾼들과 버러지들로 늘 북적이는 경찰서에 드디어 도착했다.


01:10 A.M.


아, 괜히 아메리카노를 3잔이나 마셨더니 잠이 오지 않더라는 거다. 그래서 새벽에 이렇게 여기에 왔다,


······는 농담이고 경찰들이 새벽에는 다들 자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의 경찰이란 그런 거다. 아, 물론 디스토피아가 아닐 때도 근무 태만인 경찰들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근무 태만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던전에서 나올 때 문태수에게 물었다. 레드훅 놈들이 세이브 포인트를 갖고 있는 거라면,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문태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드훅을 지나치게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어쨌든 그들이 큰 무기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고, 교정국에서도 그들이 세이브 포인트라는 기술로 시나리오 문장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재교정하는 것이 업무기도 했다. 레드훅을 구슬려서 얻어낼 궁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이브 포인트는 말하자면 책갈피 같은 겁니다. 언제든지 찾을 수 있죠.’

‘그럼 게임에 유리하겠군요.’

‘맞습니다. 레드훅은 교정국의 존재를 아직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앞으로도 알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수호 씨도 그 점은 정확히 알고 계셨으면 좋겠군요.’

‘흑염기업은 노리지 않는 겁니까?’

‘흑염기업도 노렸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박살이 났고. 레드훅은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세이브 포인트를 사용해서 흑염기업을 살려냈다고 들었습니다.’

‘······. 신기한 조직이네요. 재미가 없어서 적을 살려내다니.’


경찰서로 들어갔다.


퀴퀴한 냄새, 먹다 남은 음식이 썩어가는 모습. 여기저기 널브러진 지저분한 옷가지들.


구석에서 자느라 정신이 없는 경찰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철창이 있는 곳으로 직진했다.


“어라, 이게 누구야?”


여자가 날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별로 인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목숨 한 번 더 줘서 인사하러 온 건가? 아니면.”


여자가 팔을 철창 밖으로 내밀더니 손끝으로 내 턱을 툭, 하고 쳤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다른 놈들은 경찰처럼 자는 걸로 보였다. 다행인가. 여자가 여기서 우두머리인 것 같았으니.


“거래라도 하고 싶어서 온 건가?”

“둘 다입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굳이 여기서 거짓을 고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무슨 거래를 하러 온 건지 들어 봐야 될 것 같은데.”

“저는 그날 거기서 임무가 있었던 게 맞습니다.”

“와, 무슨 임무였는데?”

“흑염기업 놈들이 모인다고 했고, 그걸 엿듣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잡혀버린 거구나? 우리도 같이 모인다는 건 몰랐나 봐?”

“네, 저는 몰랐습니다.”

“뭐, 그래 어쨌든. 누가 시킨 건데?”


문태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레드훅은 아직 교정자의 존재를 모른다고. 설사 문태수라는 사람을 안다고 할지라도 자신들과 같이 파편을 탐내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손아귀에 넣어보고자 하는 조직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여자에게 손짓을 해 다가오게 한 후 귓속말을 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습니다. 다만, 시나리오의 작성에 관여를 하는 자들입니다.”

“뭐? 작성에 관여를 한다고?”


여자도 속삭이며 놀란 시늉을 했다.


“그게 뭐야. 뭐, 신이라도 되는 거야? 넌 혹시 저승사자 쯤 되는 거고?”


여자는 대번에 그걸 신이라는 존재에 빗대었다. 신이라.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신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은 부정했다.


“하지만 무려 작성에 관여를 하는 거면?”


여자는 갑자기 엄청난 것을 알았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철창을 앞에 두고 서성거렸다.


문태수가 이런 것까지 알진 않겠지. 어쩌면 문태수의 말이 맞았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정규 수여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작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정보를 발설하고 있었다.


나는 나쁜 놈인가?


모르겠다. 아무튼 어느새 여자의 표정은 처음보다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여자는 궁금해했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여자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세이브 포인트를 갖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목적을 밝혔다. 여자는 잠시 놀란 눈빛을 하더니, 곧 입꼬리를 높게 올렸다.


“너, 내 이름 알아?”

이름쯤이야. 가짜 이름을 알려줘도 그만 아닌가. 나는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그녀의 태도에 별 감흥이 없었다.


여자는 내 손목을 잡아당기며 낮게 읊조렸다.


“서수희. 그게 내 이름이야.”


서수희? 진짜 서수희라고? 아니면, 동명이인?


이번엔 내가 놀랐다.


“어머, 놀랐어?”


놀라다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동명이인이 확실히 아닌 거라면, 서수희는 게이트가 닫히기 전 국내 랭킹 5위 안에 들던 S급 헌터였다.


돈도 꽤 벌었을 걸로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런 조직에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알아보지 못할 만했다. 머리색부터, 패션 스타일, 화장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TV에서 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땐 잘 나갔었는데.”


애꿎은 손톱을 철창에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 보니 말투, 그 끝을 빼는 듯한 말투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넌 C급 헌터였다며?”

“네.”

“아, 그나저나. 너 몇 살이지?”


서수희가 이번에 내 나이를 물었다.


“서른둘입니다.”

“어머! 너······!”


서수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랑 동갑이었네?”


후. 동갑이었든지 아니었든지 간에, 이런 시시껄렁한 추팔은 그만하고 싶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헌터였는지는 알잖아, 너도. 마력만 어떻게 살려내면. 다시 힘을 되찾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구.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서수희는 내게 제안을 시도했다. 나는 아직은 주저하는 척을 하며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뒤에 놈들이 슬슬 일어나려는 것 같다. 목소리가 제법 시끄러웠나.


“네 일거리에 끼게 해 주면, 아직 마력이 완전히 죽은 건 아니니까, 몸빵 같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구. 그리고 우린 무기도 많이 갖고 있어.”

“그렇게 하면 세이브 포인트를 줄 겁니까?”


그러자 서수희는 한발 물러났다.


“그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럼 그렇지. 쉽게 주겠다고 말할 리는 없다고 생각은 했다.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


“우리가 파편에 목숨 거는 이유는.”


서수희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발길질하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적대적 감정이 아직 사라진 건 아니다. 그 생각을 하며 서수희를 쳐다보면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감정도 느껴졌다. 너도 결국은 똑같은 전직 헌터일 뿐이구나. 돈은 어디로 잃어버린 것인지.


“물론 돈 버는 목적은 기본이지만.”


담배를 찾으려는 듯,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는지 금세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비밀을 찾고 싶었지. 되돌아갈 비밀을.”


시나리오라는 개념은 다크웹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각성자조차도 아니었던 민간인들은 시나리오의 파편에 접근하는 것이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헌터였던 자들은 가능했다. 그들 중 일부가 이 공기의 거대한 흐름에서 시나리오의 강물을 캐치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조직이 생기고 싸움이 생긴 거다. 이건 문태수에게 들은 바에 따른 내용이었다.


“세이브 포인트라는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게임 체인지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뭡니까.”


서수희는 내 질문이 예상 밖이었는지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후. 손톱 끝에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당연한 걸 묻고 그래?”


어이가 없다는 말투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서수희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대답했다.


“그거 얻는 데 얼마 들었는지 알아?”


아. 드디어 조금은 이해했다. 서수희는 S급 헌터 시절 벌었던 것의 대부분을 이것에 쏟아부은 거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쓸모가 없었단 겁니까?”

“아직 사용법을 완전히는 몰라. 나도 그냥 되는 대로 하다가 알게 된 거라.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군요.”


일종의 게임이다. 그리고 서수희도, 나도 이 어설픈 게임의 플레이어로 채택된 걸지도 모른다. 각 플레이어에게는 세이브 포인트를 사용할 권리가 주어지지만, 그것의 사용법을 터득하는 것도 플레이어가 할 일이다.


왜 이런 게임이 시작되었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게이트가 닫혀 버린 세상.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게임.


“그건 물리적인 겁니까, 아니면, 프로그램적인 겁니까.”


세이브 포인트에 대해 또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은 입을 다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야, 일어나 봐.”


자고 있던 놈들이 깰까 봐 속삭이듯 말하던 서수희가 놈들을 걷어차며 깨우기 시작했다.


“아이 씨. 뭔 일이야. 한참 좋은 꿈 꾸고 있는데.”

“아, 왜 안 쳐자고 지랄이야.”

“현상금 수배자가 오셨어.”

“뭐? 누가 왔다고?”


서수희는 나를 현상금 수배자라고 지칭했다. 흑염기업의 현상금 수배자. 다시금 내 직업이 상기되었다.


“너 현상금 걸린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잖아. 안 그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널 그 전단에서 내려가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 얘들아?”


깨어난 놈들이 날 보며 씰룩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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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서수희의 제안 21.08.24 11 0 12쪽
25 25. 검은 삼림 21.08.24 10 0 11쪽
24 24. 작전 직전의 예민함 21.08.24 9 0 12쪽
23 23. 새로운 팀원과의 만남 21.08.23 14 0 12쪽
22 22. 검수의 자태 21.08.21 17 0 11쪽
21 21. 새로운 각성 21.08.20 21 0 12쪽
20 20. 진짜 혹은 가짜 21.08.19 19 0 11쪽
19 19. 검은 삼림 21.08.18 19 0 11쪽
18 18. 검수 요청 21.08.17 18 0 11쪽
17 17. 새로운 이벤트 21.08.16 20 0 11쪽
16 16. 새로운 일거리는 펍에서 21.08.14 23 0 12쪽
15 15. 수여식, 새로운 헌터 21.08.13 22 0 11쪽
14 14. 교정자의 명령 21.08.12 22 0 11쪽
» 13. 제안 21.08.11 23 0 12쪽
12 12. 짭짤한 보너스 21.08.10 28 0 12쪽
11 11. 빚과 능력 21.08.09 25 0 12쪽
10 10. 각성자 이후의 삶이란 21.08.07 33 0 12쪽
9 9. 일거리를 향한 한 걸음 21.08.06 30 0 12쪽
8 8. 새로운 직업 21.08.05 49 0 12쪽
7 7. 새로운 만남 21.08.04 68 1 12쪽
6 6. ㅈ까는 교정 21.08.03 109 2 13쪽
5 5. 예기치 못한 상황 21.08.02 172 2 12쪽
4 4. 첫 번째 일거리 21.07.31 253 3 12쪽
3 3. 재각성 +1 21.07.30 317 7 13쪽
2 2. 무능해진 전직 헌터 +1 21.07.29 321 9 13쪽
1 1. 프롤로그 21.07.29 339 1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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