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생 김철수
"아, 힘들다."
문득.
퇴근하던 김철수는 생각했다.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사는 게 너무 팍팍했다.
월급은 쥐꼬리만 해서 도무지 돈이 모이질 않았고, 대박을 바라고 코인이나 주식을 했지만 모두 처참히 실패.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났다. 빚만 더 쌓였지.
오늘처럼 야근이라도 할 때면, 퇴근할 때가 되어도 기쁘거나 해방감을 느끼기보다는 불과 몇 시간 뒤 있을 다음날의 출근을 염려하는 형편이었다.
91년생, 현재 나이 32살. 결혼은 또 언제하고 집은 또 어떻게 산단 말인가.
빛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김철수의 유일한 낙은 웹소설 뿐이었다.
김철수가 좋아하는 것은 무협. 그 중에서도 '천마'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것을 좋아했다.
천마(天魔)
마교, 명교, 천마신교라 불리는 무림 거대세력의 주인.
강자존의 정점에 있는 자.
소설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설정만큼은 대동소이했다.
김철수는 사내로서 천마를 동경했다. 정의나 선 따위에 얽매이지도 않고 그저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내키는 대로 시원하게 일생을 살아가는 자!
가끔은 소설 속에 빙의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긴 했다.
환생트럭 같은 것에 치여서 그대로-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
문피아 어플에 집중하면서 걷느라 신호등이 빨간불이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김철수는.
그렇게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91년생.
바뀐 정부의 나이 계산법으로 향년 30세였다.
- 작가의말
트럭트럭환생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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