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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사료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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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dlems
작품등록일 :
2020.11.30 13:34
최근연재일 :
2020.11.30 14:06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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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추천수 :
0
글자수 :
1,777

작성
20.11.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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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프롤로그

DUMMY

3년전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남자가 말했다.


“생각이 있냐, 없냐 너는?”


린은 말했다.


“뀨우.”


“꾸우같은 소리할래?”


린은 억울했다. 그저 그를 살릴려고 했을 뿐인데. 그에겐 잿더미에서 구른듯이 지저분한 회색머리의 남자의 운명이 보였다. 죽을 순간이 다가오면 저 한심한새끼가 그래도 네 주인이자 보호자이니 살려내라는 듯이, 운명이 보였다.


린이 머리 셋달린 개를 오늘 기어코 잡아먹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그 괴물을 잡아먹지 않았다면 당장 모래에 있을 시연회에서 머리 셋달린 괴물은 난동을 피우며 로이든을 짜부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 길이 없는 로이든은 린을 향해 온갖 욕을 쏟아내며 말했다.


“소장님이 아시면 난 이제 뒤진 목숨이라고!”


미래가 보였다. 그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로이든은 이 연구소를 책임지는 소장의 노예였다. 열몇살즈음 끌려와서 23살이 되는 오늘날까지 실험체들에게 밥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아무튼 당장 뒤지지 않게끔 보살피는 일을 해왔던 그는, 연구소 소장을 그 무엇보다 두려워 했다.


그래서 린이 일주일전쯤 잡아먹은, 더러운 오물덩어리에게 그는 잡아먹힐 운명도 모르고 서슴없이 우리안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온갖 괴수의 발톱과 송곳니를 마주해도 로이든은 당장 연구소 소장이 갈겨오는 뒷통수 한대를 걱정했다.


“먹이가 모잘라? 모자르면 말하라고 몇번을 말해?”


‘배가 고파서 먹은게 아닌데···.’


린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저 하나였다.


“뀨우.”


“아아아악!”


로이든은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안타까웠다.


그때쯤 소장이라는 인간이 나타났던것 같다.


“이게 무슨 일이야아아아악!”


린은 지체 없이 소장이라는 인간에게 날아들어 집어 삼켰다. 그렇지 않았음, 그는 부서진 우리의 쇠창살을 들어 로이든의 머리를 으깼을 것이다.


“···살았다.”


드물게 그가 린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처음부터 소장이라는 인간을 잡아먹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린의 머릿속에 짧게 스쳤다.


로이든은 문득 린의 초록목깃을 잡아 이끌며 말했다.


“자유다. 도망치자, 린.”


그렇게 온갖 욕을 쏟아내고 원망했으면서도, 끝내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거란걸 린은 알았다.


그야 몇날 몇달을 고장난 부화기대신 품어 태어난 존재였으니 살뜰한 맘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


린은 알 속에 있던 시절부터 그가 읊어주었던 말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뒤지지만 말아라. 네가 뒤지면 내가 소장님께 뒤지니까.”


자기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주었던 마음을 린은 기억하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눈을 뜨던 순간에 그가 지어준 미소도,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내는 생고기를 으적으적 씹어 자신에게 건내던 정성도, 오들오들 떨때면 한장뿐인 누더기 옷도 주저없이 벗어 감싸던 온기도 전부 기억했다.


그러니 버림받는 순간이 올때까지 영원히 그를 따르리라.


“소장님! 무슨일 있슴까!”


뒤늦게 연구원들이 줄지어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로이든은 다급한 표정으로 린을 올려다 보며 소리를 질렀다.


“저새끼들도 그냥 다 삼켜버려!”


린은 그의 첫명령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삼키라고 해서 삼켜버렸을 뿐인데, 어째서 그가 눈물을 흘리는지 린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소리를 내어 그의 주의를 끌었다.


“뀨우.”


곧 정신을 차린 남자는 퍼런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사는게 중요하지, 다른게 중요하겠냐?”


조금 너무 많이 먹었나. 린은 불현듯 목을 타고 오르는 구토감에 잡아먹은 인간들을 게워냈다.


“으악 씨발!”


“뀨우.”


“······.”


서둘러 연구소의 문을 잠구고 돌아온 로이든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평소처럼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아직은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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