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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 1945 (명군이 되어보세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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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2.14 09:25
최근연재일 :
2021.02.18 09: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664
추천수 :
32
글자수 :
13,713

작성
21.02.16 09:00
조회
382
추천
4
글자
10쪽

대한, 1945

DUMMY

“종중위, 뭐하냐?”

“아, 이 대위님, 한잔하시겠니까?”

“좋지”


위스키가 담겨진 플라스크(휴대용 금속제 주류 소분용기)를 받아든 이세진 대위는 한입 털어 놓고는 뚜껑을 닫아 종희영에게 던진다.


“뭔 생각을 그리 해?”

“그냥 요즘 구주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니 기분이 울적해 지네요.”

“그렇군, 종중위와 관련이 없을 수 없는 이야기이니 신경이 쓰였나 보네?”

“예, 제가 대마 종가라고는 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곳의 일이니 친분 있는 사람들의 안부도 궁금하고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뭐가? ”

“선배님이야 덕수 이씨이니 제가 느끼는 감정 이해 못하실 겁니다. 유서 깊은 제국의 귀족집안 아닙니까?”

“이봐, 조선제국은 세습귀족이 없는 나라야. 알면서 왜 그래? 그리고 나도 내 나름의 고통이 많아. 알잖아? ”




저렇게 퉁 내뱉고는 어색한지 아무 소리 안하고 침대에 누워서는 눈을 감아 버린다. 그렇지. 사회생활하면서 출신과 혈통얘기하면 안된다는 게 불문율인데 본국에서 온 신문을 보고는 감정을 주체 못해서 실수했다. 그나마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이세진대위이니 저렇게 넘어간 거지. 꼴통 선임들이면 이런 저런 업무에서 괴롭힘 수준의 애로사항이 피어 났을 거다.



우리는 제국인이지. 어느 특정 출신이 아니라. 그걸 알지만, 신문기사에서 구주 극렬주의자의 참변사태가 실릴 때면 아는 사람이 말려 든게 아닐까? 아니면 알 수도 있는 누군가가 죽거나 다친 건 아닐까? 걱정되면서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분명 대대로 조선을 섬겨온 집안이니 당연히 조선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왜구라 멸시당하던 일본인과 혈통적으로는 다를 게 없지 않나? 심지어 경인년의 왜란 때에는 선봉으로 자신의 조상이 조선에 반역하기도 했다. 그런 감정이 일면 불쌍한 자신의 동포들에 대한 연민에 우울하고,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에 다시 한번 먹먹한 기분이 든다.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고 다시 한모금 위스키를 마셨다. 그리고는 깊게 한숨을 쉰다.


“너무 신경쓰지마. 자네가 있는 그 곳이 자네의 자리야.”


눈을 감고 조용히 있던 이대위가 한마디 한다.


“나도 종중위와는 다르지만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 덕수 이씨라는 충무대왕의 후손이라는 가문의 위명이 자네같은 제국의 주변인에게는 영광일 뿐이고, 아무 고민없이 제국의 이상에 충실할 명분으로 생각되겠지만 말야. 그런 굴레에는 그만한 책임감과 부담이 따르는 거야. 종중위가 짊어지는 것과는 다르지만 나도 내 나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힘들어 하는 무력한 개인일 뿐야.”



그 동안 사람 좋은 선배, 선임의 모습만 보여주던 이세진 대위는 눈을 감고 누운 채로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내가 내 신상의 얘기를 한 적 없지? 종중위 말대로 충무대왕의 후손이라고 다들 부러워하지만 난 애초에 수군장교가 될 생각이 없어. 내가 강무관 출신 아닌 건 알지? 난 고등문관시험 합격 후 간부사관훈련 받고 임관했어. 종중위가 오히려 조선제국수군의 적통이지. 크”



종희영중위가 누워 있는 이세진대위를 바라보고 뭐라해야하나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이세진대위는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난 군인 체질 아니야. 그래서 집안의 굴레에서 벗어 나려고 몇 년간 하루 네시간도 제대로 못자는 고생을 해서 고등문관시험 합격해서 집현전입교를 대기 중에 군문제 해결하려고 국방부 훈도군관 지원했어. 거기서도 육군으로 지망했지. 그런데 망할 집안 어르신들이랑 국방부에서 자기들이 멋대로 수군 항해병과로 바꾸고는 제국 수군에 임관시켜 버리더군. 그나마 고등문관시험합격자들이 중위 임관하니까 임관은 중위로 시켜 주더군. 거기에 자동으로 3가(加)2 해당자로 지정되는 통에 여지껏 복무 중이야. 아다시피 우리 집안은 위대한 영웅의 핏줄에 대대로 제국수군에 헌신한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수군이 필수인 분위기였거든”


“그래도 개인의 선택이 우선시 되는게 제국의 기조 아닙니까? 이의신청이라도 하시지 그랬습니까?”

“그 시점에서는 아무 것도 통하지 않더라고 국방부에서 덕수 이씨 충무공 후손이란 걸 알고는 자기들 멋대로 수군에 병과까지 바꿔서 끼워 넣는데 내 개인의 의견이 받아 질 거면 행정착오도 아니고 그런 일이 일어 나겠어? 그래도 사촌 형님보다는 낫지.크크크”

“사촌형님 혹시 병역 면제인데 강제 임관하셨나요?”

“아니, 경찰대학교 졸업해서 국가경찰대에서 의무복무하고 도시경찰할 예정이었는데 수군장교로 날려 버리더군. 처음에는 경찰대 졸업 반영해서 해군군사경찰로 보내더니 슬쩍 병과전환시켜서 지금은 잠수함 함장이야”


그동안 좋은 선배, 선임으로서만 대하던 이세진의 이런 말을 듣고서는 종희영이 뭐라 말할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민족이니 혈통이니 가문이니 이념이니 그런 것 말야. 그냥 모든 게 다 개개인의 문제야. 그걸 집단으로 끌고 오면 점점 힘들어 지는 건 자기 자신이야. 각자 다 생각이 다른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그걸 내가 잘 못 된 것인지 그들이 잘 못된 것인지 나는 무엇인지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우리 인생이 불행해 질 뿐이야”




그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지만 곧 들려 오는 소리는 코고는 소리일 뿐이고, 그렇게 조선제국 수군 1번함 충무대왕 이순신 함의 밤은 지나갔다.





“종손혁 상병님, 근무시간입니다. 일어나십쇼”

“우웅, 아 씨발”


종손혁(宗孫赫)은 억지로 눈을 뜨면서 일어나서 근무복장을 갖추어 입고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근무를 위해 어정어정 내무실 밖으로 나간다.


“아 군대 좆같네”


매번 느끼지만 군대는 좆같은 곳이다. 그리고 말번이나 초번도 아니고 이런 어중간한 근무에 걸리면 그 좆같음이 더해진다.

낮 시간중의 일과는 힘들기는 하지만 버틸만 하다. 그런데 자다가 일어나서 근무 서러 가는 이 시간이 정말 싫다. 집안 어른들의 충고대로 다니던 축산대를 졸업하고 수의사면허와 공중위생관리기사 자격증 취득해서 수의장교나 위생관리장교로 임관했어야 했다. 괜히 유학가려고 일찍 병역을 마치겠다고 병사로 지원한 덕에 사서 고생이니 휴가때 주변에 힘들다고 하소연도 못하고 예비역 대위나 중위로 전역한 형님들 앞에서 진정한 사나이라면 기계화 보병 가야된다는 허세나 부리는 신세다. 괜히 군생활 동안에 돌머리 되어서 힘들게 익힌 네덜란드어 잊어버릴까봐 걱정되어서 지원한 결과는 컸다.

수의장교로 말이나 개 돌보면서 꿀빨거나, 위생관리장교로 방역이나 하러 다녔어야 했는데 그쪽은 힘들어도 전시 아니면 밤에 잠 못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던데 말이다.


아니다. 애초에 훈련소 인사계원인지 국방부 인사본부인지 병무청의 누구든지 자신의 출신을 잘 못 적어서 왜인여진계(倭人女眞系)로 인사기록한 누군가의 잘못이다. 전공관련성도 있고 자신의 가문 등을 고려하면 수의병이나 군견병으로 복무했을 수도 있다.

그 놈 때문에 이 추운 설천주의 기계화보병으로 이 고생이다. 반쯤 감은 눈으로 누군지도 모를 새끼에게 저주를 퍼부우면서 앞선 근무조와 교대를 하러 같은 조원인 박형철과 합류한다.




“형철아, 좆같다. 시발 이짓을 앞으로 일년을 더해야 하네?”

“종손혁상병님, 거기서 세달 더해야 말입니다.”

“존나게 꼬여서 말년될 때까지 근무서야할 판이다. 씨발..여지껏 받은 후임이 7명인게 말이 되냐?”

“그러게 왜 설천주까지 오셨습니까? 졸업하고 오셨으면 제주도나 강화도에서 꿀빠셨을텐데 말입니다. 크크크크”

“그러게 말이다. 이왕 기갑수색대에 배치될 거면 비호에 배치될 것이지. 왜여진기병사단이 뭐냐? 좆같네? 국방부. 씨발”




지난 17개월 여간 반복해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수십번은 더 들었을 박형철은 적당히 종손혁의 기분을 맞춰준다. 사실 지겹기도 할 텐데. 그냥 뺑뺑이 돌려서 온 박형철과는 달리 인사기록이 잘못되어서 끌려온 종손혁의 이야기는 대대에서도 유명했다. 그러다 보니 그걸 놀리는 고참이나 왜인여진출신으로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원한 고참들의 불쾌함을 나타내는 가혹 행위 등에 종손혁이 시달린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종손혁의 후임병들은 종손혁의 기분을 잘 맞춰 준다.




“지루하니까 내가 하나 말해줄게 예전에 황제께서 우리 농장에 시찰 오신 적이 있어. 그게 우리 고조할아버지 때인가 그랬어. 그 때 황제폐하께서 우리 집안에서 먹는 부대찌개를 맛보시게 되었는데 그 맛을 보신 황제께서는 종손탕 이로다. 하셨지. 그래서 요즘 종손탕이 유행하게 된거라는거야. 우리 고조부 덕에 말이야”






또 구라다. 박형철은 속으로 생각한다. 종손탕집이 유행하기는 하지만 그 이름은 불명이다. 장조대왕 께서 창안한 부대탕에서 흔히 넣는 김치 대신에 양배추와 치즈를 넣고 끓인 탕이니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인데 대단한 양 으스대는 걸 보니 우습다.




“그래서 내 성씨가 종손씨잖아? 다른 가문들은 원래 유럽에서 쓰던 성을 적당히 잘라서 조선식 성씨를 갖거나, 김이박 등 원래 조선에서 흔히 쓰는 성씨를 쓰는데 우리 집안은 원래 존의 자손이라는 뜻과 비슷하게 종손(宗孫)을 쓰게 되었다고 가문의 자랑이 되었지”

“그럼 황제폐하께서 사성 하신 겁니까? ”

“아니 그건 아니고, 그 전까지는 김씨성을 썼는데, 황제폐하께서 종손탕이라고 하신 말씀에 우리 집안 내력을 미리 알아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집안 어른들이 감동해서 그 뒤로 종손으로 쓴 거라더라.”

“에이, 그럼 구랍니까? 괜히 사성받은 성씨인줄?”

“아냐, 진짜야”




오늘도 국경의 차디찬 밤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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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한, 1945 +1 21.02.15 568 9 6쪽
1 대한, 1945 21.02.14 1,066 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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