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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S급 헌터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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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20.01.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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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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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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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DUMMY

17.

연합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식사한 뒤 잠깐 쉬자 저녁이다. 나는 서지아의 아파트로 간다. 이제는 아파트로 가는 길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면서 생각한다. 서지아는 나를 배신하고 함정을 파놓았을 수도 있다. 조훈에게 나를 팔았을지도 모르지.


그렇다하더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옛 세상에는 이것저것 생각하고 예상하면서 살았지만, 새 세상에서는 그러기 힘들다. 일어난 일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하는 것. 그게 새 세상에서 사는 법이다.


그러니 나는 서지아의 현관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서지아가 속삭인다.


“나다.”

“누구요?”

“네 고용주.”


서지아가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지 않게 현관문을 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경첩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문이 쿵하고 떨어진다. 나는 서지아를 도와 현관문을 옆으로 옮겨놓는다.


문 뒤에서 나타난 서지아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다. 다친 곳도, 흐트러진 곳도 없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조훈은.”

“쉿. 조용히 좀 말해요. 조훈 씨는 자고 있어요.”


서지아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다. 쉽게 뒤를 내주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따라 들어간다.


식탁에 촛불이 켜져 있고, 먹다만 파스타 두 접시가 올라가 있다. 그리고 파스타 한 접시에 코를 박고 있는 남자도 있다. 뒤통수로 봤을 때 아마도 조훈이다.


나는 머리를 잡아 올려 확인한다. 조훈이 맞다. 크림이 묻어 좀 허옇게 되긴 했어도 조훈의 얼굴이다. 깊이 잠들었는지 숨소리가 규칙적이다.


“잘했다. 그런데 자고 있으면 심문은 어떻게 하라고.”

“곧 깨어날 거예요. 그리고 전에 말했듯이 심문은 제가 직접 할 거예요.”

“네가?”

“네.”


서지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조훈은 금방 일어날 기미가 없다. 그 사이 나는 쇼파에 앉아서 수첩에 상황을 정리한다. 뒤에서 서지아가 안보는 척하면서 내 수첩을 훔쳐보고 있다.


“뭘 보냐.”


서지아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뭐 못 볼 거 보는 건 아니잖아요. 비선데 사장님이 뭐하고 다니는지는 알아야죠. 여기 적힌 장이현이 그 사람이죠? 그때 그 집 사모님.”

“그래.”

“무슨 사이에요? 혹시 사장님이 내연남?”

“아니. 옛 동료의 부인이다. 지금은 의뢰인이고.”

“무슨 의뢰인데요?”

“누가 자기 집에 기어들어온 건지 알려달라더라.”

“그래서 알려줬어요?”

“아직.”

“왜요?”

“아직 정리가 덜 끝났으니까.”


“음.......”


조훈이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인다. 깨어나려는 모양이다.


“심문은 어떻게 할 거냐?”

“제 능력을 적당히 써서 조훈 씨를 가수면 상태로 유지시킬 거예요. 졸린 상태에서 거짓말하기는 힘들어요. 전에도 이런 방식을 써봤는데 다들 성실하게 대답하더라고요. 이제 사장님은 잠깐 숨어있어 봐요. 제가 이야기할게요.”


나는 서지아의 말대로 쇼파 옆에 기대앉는다. 이걸로 조훈에게는 안보일 거다.

서지아는 조훈과 마주보는 자리로 간다. 조훈은 아직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조훈 씨 제 말 들려요?”


조훈은 그제야 상체를 일으킨다.


“어? 어, 들리는군.......”


조훈은 잠에서 덜 깬 듯이 말을 흐린다.


“이건 꿈인가?”


조훈이 멍하니 묻는다.


“네. 그럼요. 꿈이에요. 마음 편히 앉아계세요.”

“아. 꿈이냐? 근데 내 꿈에 왜 네가 나오는 거지?”


조훈이 나른하게 턱을 괴고 존다.


“그거야 뭐. 남자의 꿈에는 예쁜 여자가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네가 예쁜가? 음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예쁘긴 한데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정도인가 하면.......”


서지아는 기분이 상했는지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녀는 조훈의 말을 자르며 사무적이고 딱딱한 투로 묻는다.


“조훈 씨. 몇 가지만 대답해주세요.”

“대답? 그래 뭘 물어볼 건데. 참고로 난 여자친구 있다. 너보다 훨씬 예쁘지.”

“그건 안 물어봤거든요. 이정운 씨의 물건을 찾아오라고 한 의뢰인이 누구에요?”

“음....... 글쎄 이걸 얘기해도 되나?”

“뭐 어때요 꿈인데.”

“그건 그렇지. 어....... 의뢰인은 가면을 쓰고 왔었지. 음성변조도 하고. 수상쩍더라고.”


조훈은 슬슬 자세가 무너져간다. 턱을 괸 팔에 힘이 빠져서 넘어지려다가 흠칫하고 자세를 고친다. 서지아는 조훈의 잠을 깨우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요?”

“이런 놈들은 돈을 떼먹을지도 모르니까 조사를 해봐야지. 쉬운 의뢰를 맡은 것도 아닌데 돈을 못 받으면 억울하잖아.”

“알아냈어요?”

“응? 뭘?”

“의뢰인이요.”

“아 맞다. 그 얘기 중이었지. 음....... 어떻게 됐더라? 몰래 뒤를 밟았지. 미행을 신경 쓰는 건지 빙빙 돌더라고. 한 1시간을 돌더니 가면을 벗고 연합 건물로 들어갔어.......”


서지아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타입인 거 같다. 조훈의 목소리에 빨려 들어가듯 몸을 기울인다.


“그래서 누구였어요?”

“몰라. 얼굴은 못 봤어.”

“못 봤다고요? 하지만 얼굴을 안 보고 어떻게 믿으세요?”

“연합 건물에 들어가서 위로 계속 올라가더라고. 수상한 사람이라면 연합 경비원이 막았겠지. 연합이 보증한다면 믿을만한 사람일거고.”

“음 그렇군요.”


서지아는 나를 본다. 이정도면 충분하냐는 뜻인 거 같다.

내 생각에는 뭐가 더 있을 거 같다. 조훈은 의심이 많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더 캐보라는 뜻으로 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 서지아는 신호를 못 알아들었는지 얼뜬 표정으로 나를 본다.


“어디를 보는 건가?”


조훈이 내 쪽을 보려고 하자 서지아가 뺨을 잡고 돌린다.


“저만 봐주세요. 저랑 얘기 중이잖아요.”


서지아는 애교가 과한 목소리로 말한다.


“음. 난 여자친구가 있는데.”

“괜찮아요. 이건 꿈이니까요.”

“그래 꿈이었지. 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요. 여자가 연합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요? 근데 그것만으로 믿기에는 부족하지 않아요?”

“아냐. 그냥 위층도 아니고 3층 위로 올라갔어. 게다가 거기 경비원들이 그 사람을 잘 아는 눈치였지. 위층 경비들이 잘 아는 여자, 몇 명 없지. 알아봤더니 그 시간대에 자리를 비운 건 한명이더군.”

“누구요?”

“송우리.”


조훈은 씩 웃으며 말한다. 그걸 알아낸 자신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소름끼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의심도 많고 집요하기까지 할 수 있지?


그나저나 송우리면 김기문의 비서다. 역시 연합의 상층부도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


“와 대단하시네요.”


서지아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생각은 나와 같은지 표정이 떨떠름하다. 그녀는 말을 잇는다.


“그럼 궁금한 건 다 물어봤는데 다시 주무실래요? 피곤해 보이시는데.”

“음. 그래도 되나? 그러면 좀 자도록 하지. 피곤하군.”


조훈은 말을 하면서 점차 상체가 테이블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테이블에 엎드려 잠에 든다.


서지아는 조훈의 볼을 꼬집어 잠들었는지 확인한다. 확인은 그걸로 충분했을 텐데 그녀는 굳이 뺨을 두 대 더 때려본다. 아마도 사적인 감정이 표출된 거 같다.


서지아는 확인을 끝내고 나한테 다가온다.


“이정도면 됐어요?”

“그래 충분하다.”


나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힘이 풀려 쇼파에 쓰러진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졸음이 밀려온다. 역시 서지아가 배신한 건가? 나는 다가오는 서지아를 경계한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세요. 제 능력은 범위를 제한하기가 어렵단 말이에요.”

“단순히 실수다?”

“네.”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쇼파에 쓰러진다. 졸음이 쏟아진다.


“근데 기왕 이렇게 됐으니까 몇 가지 좀 물을게요.”


서지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진짜 이번 일 끝나면 가불해줄 거예요?”

“그래....... 충분히 잘했으니.”

“저를 믿으세요?”

“아니.”


서지아는 덜 환하게 웃는다.


“그래도 오늘 일한 걸보니 조금은 믿어볼 만 한 거 같다.”

“진짜요? 그럼 다음 달 월급까지 가불돼요?”

“아니.”


서지아는 별 기대 없이 물은 건지 개의치 않는다. 그녀는 다시 조훈에게 다가가 나를 보며 묻는다.


“차 밖에 있죠? 제가 잠깐 써도 돼요?”

“그래. 근데 뭐에 쓰려는 거지?”

“조훈 씨를 옮기려고요.”


서지아는 조훈을 낑낑대며 끌고 가려한다. 조훈이 마르긴 했어도 키가 커서 힘들어 보인다.


“조훈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냐.”

“집에 데려다놔야죠. 여기서 자다 일어나면 저를 의심하잖아요.”

“집에 데려다놔도 의심은 할 거 같은데.”

“그래도 여기 두는 것보단 나아요. 제 집에서 깽판 치면 어쩌려고요. 문제가 더 생기면 집주인이 저를 쫓아낼 거예요.”

“그렇다면 뭐.”


나는 품에서 헌터등록증을 꺼낸다.


“차에 장철웅이라고 운전기사가 있을 거다. 이거 들고 가서 도와 달라 그래.”


서지아는 등록증을 낚아채서 뛰어 내려간다.


한동안 밀려오는 잠과 싸우며 깨어있으니 서지아와 장철웅이 올라온다.

나는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왜 이리 오래.......”


장철웅이 쓰러진 나에게 달려온다.


“이정운 헌터님! 역시 이 여자가 거짓말을 했군요. 헌터님을 해치우고 저까지 속이려고 하다니.”

“아니. 이 여자는 나를 위해서 일한다. 새로 고용한 비서 서지아다.”

“봐요. 제가 그랬잖아요. 거참 사람을 못 믿으시네.”


서지아가 도끼눈을 하고 쳐다보자 장철웅이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오해를 했군요. 물론 그쪽의 언동이 오해를 살만큼 수상하기도 했지만요.”

“사과는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저 좀 도와주세요.”


서지아와 장철웅이 조훈을 데리고 나간다. 둘이 뭐라 떠드는 소리가 점차 흐려진다.


둘이 나가자 뻥 뚫린 현관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춥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이불을 끌어다가 쇼파에 웅크리고 눕는다. 의식이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여기서 잠들어도 될까? 서지아를 그 정도로 믿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도 조훈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의심 많고 집요한 아저씨지. 잠에 들려고 해도 내 가장 깊은 곳에서 서지아를 믿는 걸 거부하고 있다.


결국 내 몸은 절충안을 찾아낸다. 나는 존다. 대략 한 5분에 한 번씩 깨어나서 상황을 보고 잠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서지아가 돌아온다.


“아직도 깨어 계세요? 주무시지.”

“잠이 안 오더군.”

“그런 졸린 눈으로 말하니까 안 믿겨요. 혹시 저를 의심해서 못자고 계신 거예요?”

“......그래.”


서지아가 기분 나빠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서지아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뭐든지 연습이 필요한 법이에요. 비서일도 그렇고, 사람을 믿는 일도 그렇죠. 저도 그랬어요.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난 뒤로 사람을 믿는 게 힘들었죠.”

“어떻게 다시 믿게 된 거지?”

“저는 약하니까요. 다른 사람을 믿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사장님 같이 강한 능력이 있었다면 그럴 필요는 없었겠죠. 상처받을 필요도 없었을 거고요.”


서지아도 꽤나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힘들게 살았나보군.”

“뭐 누군들 안 그랬겠어요.”

“그런데 누굴 믿어서 이득 본 적이 있긴 있었나?”

“네. 이번에 사례가 생겼죠. 사장님을 믿어서 직업을 구했잖아요.”


헛웃음이 나온다.


“사장님도 저를 한 번 믿어보세요. 혹시 알아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 그리고 제가 사장님을 해치려고 했다면 기회는 많았잖아요.”

“그 기회를 노려서 도둑질을 하려고 했었지.”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서지아는 내 머리 옆에 앉는다.


“뭐하는 거야?”

“연습하는 거예요. 믿는 연습.”


서지아는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이대로 잠드는 거예요. 제가 사장님을 해치려고 한다면 이 상태로 목을 긋거나 하겠죠? 만약 안 그런다면 사람을 믿어도 괜찮다는 사례가 하나 생기는 셈이죠.”

“목숨 걸고 하는 일치고는 보수가 짠데.”

“불평하지 말고 잠드세요. 어차피 더 버티지도 못하시잖아요.”


그 순간 눈꺼풀이 내려온다.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졸음이 밀려온다. 서지아가 능력을 다시 쓴 거다. 무슨 목적으로? 모르겠다.


“잠드세요.”


그 말과 함께 나는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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