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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S급 헌터의 실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20.01.28 14:10
최근연재일 :
2020.05.15 22:3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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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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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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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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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9.

DUMMY

109.

조훈의 말대로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든다. 헌터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꽤 많다. 저번 침공 때 모였던 인원보다도 많아 보인다.


익숙한 얼굴들도 많다. 변함없이 지휘를 맡고 있는 오채민과 김용건도 보이고, 이시윤도 보인다. 이시윤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 당황하며 다른 곳을 본다.


의외의 인물도 있다. 연합 쪽 관찰자인 이세명의 얼굴이 보인다. 현장에 나설만한 사람이 아닌데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이세명은 자원해서 온 건 아닌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움츠러들어 있다.


내가 심부름을 시켰던 헌터도 보인다. 헌터는 술병을 손에 들고 있다.


“조현일에게 말을 잘 전했나봐?”


헌터는 내 등록증을 돌려주고 술병을 건넨다.


“네. 이정운 헌터님이 말했다고 하니까 바로 믿어주시더라고요.”


조현일이 정말 그랬을 거란 생각은 안 든다. 아마 몇 번이나 캐물으면서 확인을 했겠지. 어쨌든 술을 받아와서 다행이다. 나는 헌터가 준 술병을 들어 살핀다. 라벨이 떨어져나가긴 했는데 병의 형태를 봤을 때 소주인 것 같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한 번 맡은 뒤 쭉 들이켜 반을 비운다.


“왜? 좀 줄까?”


헌터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아뇨. 됐습니다.”


마저 비우고 빈 병은 바닥에 던진다.


주변에서는 이쪽에 방어선을 세울 생각인지 임시 진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진지는 좁은 도로 위에 세워진다. 괴물들이 워낙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서 세울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게이트에서도 괴물들이 쉬지 않고 튀어나와서 작업을 방해한다. 인부들은 괴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밀물과 썰물처럼 쭉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작업이 될 리가 없다. 진지는 얼기설기 쌓인 모래주머니들의 집합체 상태에서 멈춰있다.


모인 헌터들은 돌아가면서 게이트를 담당한다. 게이트를 막지 않을 때에는 오채민과 전략회의를 한다.


회의는 주로 오채민이 의견을 내고 헌터들이 검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수룡은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놈의 외피는 소형탄으로는 뚫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인 분들은 소형 괴물들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게 될 겁니다.”


조훈이 듣고 묻는다.


“그러면 저기 있는 커다란 뱀장어들은 우리 몫인가?”

“그렇습니다.”

“좋지. 뱀장어.”


오채민은 비꼬는 듯한 조훈의 말을 무시하고 설명을 진행한다.


“헌터 분들은 수룡의 주의를 끄는 역할을 하게 되실 겁니다.”

“주의를 끌라는 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소형 괴물들이 처리되는 동안 수룡의 주의를 끌어주십쇼.”

“우리를 미끼로 쓰겠다는 건가?”


오채민은 인상을 쓰고 대답한다.


“이게 가장 안전한 계획입니다. 수룡을 상대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잠깐 시간만 끌어달라는 거죠.”

“말이야 쉽지.”


투덜거린다고 해도 계획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더 좋은 계획을 제안하는 사람은 없다. 오채민은 헌터들을 한 번 죽 둘러보고는 설명을 이어간다.


“소형 괴물들이 모두 처리되면 수룡 쪽으로 화력을 집중할 겁니다.”

“화력이 충분할까?”

“그러길 빌어야죠.”


오채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본다.


“이정운 헌터와 조훈 헌터는 여기서 다른 헌터들을 데리고 게이트를 막아주십쇼.”


조훈은 그걸 듣고 말한다.


“그러면 미끼팀이 너무 약해지는 거 아닌가? 우리 둘이 차지하는 전력이 꽤 될 텐데 한 명 정도는 저쪽에 붙이는 게 낫지 않겠냐?”

“두 분은 끝까지 남아주셔야 합니다. 지금 남은 헌터들 중에 수룡을 잡을만한 화력이 나오는 게 몇 분 없으니까요.”


오채민의 말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 말은 미끼팀의 일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사기를 진작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끼팀은 총 다섯 팀으로 구성되어 팀당 한 마리씩 주의를 끌게 한다. 팀은 B급 이하의 헌터로 구성된다. 그게 의미하는 바가 분명하다. 그들이 죽어도 상관없도록 최소한의 전력을 배정한 것이다. 미끼팀 헌터들도 그걸 알 거다. 그런데도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 상황이 그만큼 안 좋기 때문에.


미끼팀 헌터들도 어차피 어디에 있던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명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팀 구성이 끝나자마자 미끼팀이 출발한다. 나머지 헌터들은 게이트를 막는데 집중한다. 게이트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피해도 막대하다. 괴물과 인간들의 시체가 쌓여서 언덕을 이룰 정도다.


“이 주변은 왜 이러는 거야.”


조훈이 괴물의 머리를 터뜨리면서 중얼거린다. 공간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며 모든 게 멀어지고 있다.


“게이트 때문인 거 같은데.”


나는 조훈을 향해 소리친다. 조훈이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괴물들이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게 보인다. 그러나 달릴수록 거리가 멀어져서 마치 뒤로 뛰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순간 멀어졌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져 원래대로 돌아온다. 괴물이 갑자기 내 앞으로 들어와 잠시 당황한다. 놈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인지 반응이 굼뜨다.


그 틈을 타서 전류를 쏘아 구운 뒤 거리를 벌린다. 게이트에서 좀 떨어져 있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뒤쪽을 잠깐 보니 진지는 구성이 거의 끝났다. 우리가 게이트를 막는 사이에 트럭 몇 대가 도착해 물자들을 내린다. 박격포와 기관총이 설치되고 대전차 지뢰가 설치된다.


그 중에서도 대전차 지뢰는 신중하게 위치가 정해진다. 우리가 가진 화력이 부족한 만큼 대전차 지뢰가 수룡에게 피해를 주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김용건은 지도를 펼쳐놓고 관찰자 이세명의 도움을 받아 수룡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하는 얘기로 보건데 미끼팀들이 수룡을 어디로 유도하게 할지 결정 중인 것 같다.


뭘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게이트 앞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아까부터 일어나던 이상현상이 가속되어 일어나고 있다. 공간이 늘어났다가 줄어들고 사물들이 재배치된다. 시간마저 이상해져서 어떤 것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어떤 것들은 느려진다.


결국 오채민이 헌터들을 게이트에서 물러나게 한다. 오채민은 그렇게 지시하면서도 어찌된 건지 모르겠는지 당황스러운 눈치다.


괴물들은 게이트 주변에서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저러고 있으면 우리한테는 괜찮은 일이기는 한데.......”


조훈이 말을 흐린다. 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괴물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좋은 기회다. 나는 게이트를 향해 번개를 떨어뜨린다. 번개마저도 내려가면서 게이트 근처로 가자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늘어나고, 줄어든다.


괴물들에게 번개 줄기가 닿자 그들의 몸이 천천히 익어간다. 동시에 게이트의 테두리가 점차 오그라드는 게 보인다.


“게이트가 닫히는 거 같은데?”


조훈이 나를 보면서 묻는다. 내 의견을 묻는 거 같다. 여기서 게이트가 닫히는 걸 본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 같다. 전에 봤던 건 이것보다 훨씬 빠르기는 했는데.”


드디어 게이트가 닫힌다. 안심이 되는 한편 허탈하기도 하다. 역시 하의성의 바람은 헛된 것이었나? 하긴 시간이 되돌아간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있나.


게이트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점점 해괴해진다. 어떤 괴물들은 반만 늘어나고 반은 줄어들어서 비대칭이 된 채 불타고 있다. 뭔가 특수효과를 넣은 것처럼 점점 흐려지고 있는 괴물도 있다. 게이트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시간문제일 뿐이지 닫히긴 할 거 같다.


다른 헌터들 사이에서도 안심한 듯한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러나 아직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김용건이 소리친다.


“사격 준비!”


돌아보니 어설프게 구성된 진지를 향해 작은 괴물들이 밀려들고 있다. 물고기 같이 매끈한 피부를 가진 인간 형태의 괴물들이다.


김용건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작은 괴물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버티지 못하고 쓸려나간다. 헌터들도 게이트 쪽을 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쪽으로 화력을 지원한다. 방어는 견고하다.


그러나 문제는 작은 괴물들이 아니다. 수룡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은 이쪽으로 달려오며 포효한다. 미끼가 충분히 시선을 끌지 못한 건가? 몇몇은 그 광경을 보고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김용건은 후퇴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수룡들의 다리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진다. 수룡들이 서있던 땅이 무너지면서 그들은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린다. 대전차지뢰가 터진 거다.


“쏴라!”


김용건이 무전기에 대고 말하자 어디선가 폭음이 들리더니 수룡들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어디서 그런 게 날라 왔는지 보려고 뒤를 보니 탱크 두 대가 거리를 가득 매우고 포를 이쪽으로 돌린 채 서있다. 두 대의 탱크의 주포에서는 끊임없이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저런 게 어디서 난 거야?”


조훈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궁금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게 지금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수룡 두 마리는 가해지는 폭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 뒤로 세 마리가 더 있다.


그 세 마리는 입을 멀리고 물줄기를 뿜어낸다. 수압이 어찌나 강한지 탱크까지 갈라버린다. 이제 화력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거 같다. 김용건이 준비한 깜짝 파티 같은 게 더 있나 싶어 봤더니 그도 수룡을 노려보기만 한다.


수룡 셋은 멀쩡히 서서 우리에게 스멀거리며 기어오고 있다. 그 중 한 놈의 입이 쩍 벌어지더니 물줄기가 훅 튀어나온다.


물줄기는 옆에 있는 빌딩을 훅 긁고 지나간다. 가운데에 선이 생긴 채 기우뚱거리던 빌딩은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한다.


“피해라!”


김용건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건물의 잔해들이 진지를 덮친다.


조훈은 헌터들을 데리고 뒤쪽으로 피하면서 말한다.


“이정운! 네가 몇 놈을 데리고 하나를 맡아라.”


굳이 누굴 데려가고 싶지 않다. 여기 있는 헌터들의 얼굴도 능력도 잘 모르겠는데 데려가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겠는가.


저기 있는 헌터들은 오채민이나 누가 알아서 챙겨서 써먹을 거다. 아직 비가 오니 내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싸울 때 오히려 걸리적 거리기만 할 거다. 나는 혼자 움직이는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용히 건물 모퉁이를 돌아 수룡을 찾아 이동한다. 가까이에 한 놈이 있기는 한데 놈은 아마 조훈이 처리할 거다. 나는 다른 놈을 찾는다.


수룡들은 건물들을 부수는 데에만 신경 쓰고 있다. 그 덕에 움직이는 동안 공격받는 일은 없다. 3층짜리 아파트에서 수룡을 찾는다. 거리가 꽤 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게 좋을 거 같다.


내가 점찍은 그 수룡은 아파트를 무너뜨리느라 바쁘다. 수룡이 나를 보기 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시작하고 싶다. 힘을 모으고 번개를 내려칠 준비를 한다.


그때 수룡은 위협을 느낀 건지 아니면 소리를 들은 건지 내 쪽을 정확히 바라보며 입을 벌린다. 순식간에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나는 옆으로 달려 피한다.


물줄기는 나를 따라서 쭉 이어진다. 잠깐이라도 멈칫하면 목이 날아갈 것 같다. 쉬지 않고 달리면서 전류를 물줄기를 향해 쏜다.


전류가 물줄기를 타고 수룡에게 전해진다. 수룡은 통증을 느끼기는 하는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고통을 표현한다. 나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대로 힘을 모아 번개를 내리친다. 수룡은 번개를 맞고 더 격렬히 몸을 떤다.


아직은 쓰러지지 않는다. 수룡은 움직임이 느려지긴 했어도 여전히 내 쪽을 노려보고 있다. 정신을 차린 것 같지는 않다. 정확히 나를 보고 있지 못하다.


그 틈을 타서 다가간다. 수룡은 내가 다가오는 걸 막으려고 수많은 다리들을 휘둘러 나를 쳐내려고 한다. 다리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걸 다 피하기는 어렵다. 몇 번 맞아 튕겨나간다.


수룡의 다리 중 하나가 내 허리를 감싼다. 그대로 내 몸을 들어 올려 허리를 조여든다. 뼈가 부러질 듯이 우득거린다.


나는 놈의 다리에 손을 대고 전류를 흘린다. 놈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나를 그대로 내던진다.


바닥을 구른 뒤에 일어난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 쉴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하지만 괜찮다. 저쪽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룡은 나를 보고 있다. 입이 쩍 벌어진 게 금방이라도 물줄기가 뿜어져 나올 거 같다. 나는 피하지 않는다. 잘하면 내가 더 빠를 거 같다. 손을 뻗어 전류를 쏜다.


그 순간 놈의 입에서도 물줄기가 쏘아진다. 물줄기는 내 옆구리를 뚫는다. 놈이 옆으로 물줄기를 쭉 그은 탓에 옆구리에서 몸통까지 뚫린 상처가 난다.


놈에게도 전류가 닿는다. 놈도 이제는 버틸 수 없는지 입에서 김을 뿜어내면서 쓰러진다.


내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수룡도 쓰러진다. 나는 상처를 만져본다. 배에서도 등에서도 같은 상처가 만져진다. 안에 있던 내장들도 이 상처처럼 잘렸겠지. 피가 뿜어져 나온다.


척추가 부러지진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부상도 충분히 치명적인 것 같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포션을 상처로 붓는다. 부상이 너무 심해 회복될지 모르겠다. 피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울컥거리며 목구멍을 통해서도 핏덩이가 쏟아진다.


흐린 정신 속에서 주위에서 나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린다. 조훈이 해야 할 일을 해냈는지 수룡이 한 마리 더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남은 한 마리의 비명소리도 들리는 거 보면 그쪽도 마무리가 머지않은 것 같다.


이번 공격도 어떻게든 막아낸 것이다. 서울은 살아남았다. 물론 지금 얻은 평화가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따를 것 같지는 않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격통이 끊이지 않는다. 피가 내 몸 아래에서 고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추위도. 뼈가 시린 추위도 느껴진다.


나는 몸을 일으킨다. 곧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누워있고 싶지는 않다. 평화롭게 끝을 마주할 정도로 뿌듯한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추하게 발버둥 치는 게 나에게는 어울리겠지.


내가 있는 거리에는 게이트와 벙커가 있다. 게이트는 거의 닫혀 있다. 지름 1m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있다.


벙커를 향해 걸어간다. 벙커의 잔해 위에 서서 돌덩이를 파헤친다. 죽는다면 내가 아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 눕고 싶다.


그때 내 뒤쪽에 있는 게이트에서 마지막 단말마인 것 마냥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더니 묘한 감각이 스쳐지나간다. 감각이 차단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게 멈춘 것만 같다.


그 순간 하의성이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어떤 기준점이 아닐까? 여기가 시간의 반환점 같은 걸지도 모르지. 잠깐 멈췄다가 여기서부터 시간이 되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생긴 잠깐의 해프닝일 뿐일 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 빛이 사라지고 모든 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이 빛이 걷히면 답이 나올 것이다. 어떤 답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답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건 그냥 죽기 직전에 보는 환각 같은 걸지도 모른다. 이 빛이 지나가면 단순히 싸늘한 시체가 된 나만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 해도,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건 없다. 어쨌든 이 좆같은 짓은 끝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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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1 20.05.10 43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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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5 20.05.03 472 31 13쪽
97 97. +3 20.05.02 464 32 13쪽
96 96. +3 20.05.01 452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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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2 20.04.22 486 29 13쪽
86 86. +2 20.04.21 512 33 12쪽
85 85. +3 20.04.20 593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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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7 20.04.18 517 39 14쪽
82 82. +7 20.04.17 520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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