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주인공이 자꾸 뭘 숨김 (1)
1장. 주인공이 자꾸 뭘 숨김 (1)
난 동굴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뭐여.”
별이 하나도 안 보인다.
“이게 뭐여.”
그럴 리가 없는데. 별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하는데 하나가 보일똥말똥이다.
“공기가 왜 이래.”
그리고 공기도 상당히 좋지가 않다. 뭐지. 뭔 일이 일어난 건가.
“신소율.”
그리고 그때 내 옆에서 들린 목소리. 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뭐야 넌 또.”
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검은무복에 검은 삿갓을 쓰고 있는 한 사내. 동굴 벽에 기대어 서서는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날 알아?”
난 되물었다. 난 처음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 저렇게 생긴 와꾸는 처음 본다.
“현 중원 천하제일인이자 현 무림맹 맹주 신소율.”
“잘 아네. 그래서 넌 누군데.”
난 다시 되물었다. 나야 뭐 워낙에 유명한 사람이라 날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근데 난 저 새끼 처음 보는데.
“저승사자.”
“뭐?”
“저승사자 이한이다.”
라고 말했고, 난 웃었다
“풉.”
“웃긴가. 그나저나 사내인 줄 알았는데 계집이었네?”
라고 말하더니 내게 다가오는 녀석.
“내가 계집이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이지?”
나도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곧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섰다.
“난 인내심이 그렇게 길지 않아. 3초 줄게. 너 누구냐.”
난 다시 물었다.
“저승사자 이한이라고 했는데.”
“삼. 이. 일. 땡.”
난 녀석의 목을 덥석 붙잡았다.
“응?”
근데 움켜쥐지가 않는다. 녀석의 목을 붙잡긴 했으나 움켜쥐지가 않는다고.
“훗.”
피식 웃는 녀석. 이어 내 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넣었다.
퍽!
“욱!...”
개아프다. 난 복부를 붙잡고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오우씨...”
명치에 제대로 맞았다. 너무 빨랐다. 녀석의 주먹이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아...이 새끼...”
난 장검을 꺼내었다.
치릉!
“어디서 보낸 자객이냐.”
난 다시 녀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자객은 아니고.”
다시 내게 다가오는 녀석. 순간 녀석의 신형이 사라졌다.
“뭐야!”
“뒤.”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고, 난 재빨리 뒤돌며 장검을 휘둘렀다.
휘잉!
그러나 내가 벤 것은 또 허공. 녀석은 어느새 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미친...”
경공의 수준이 아니다. 보법의 수준이 아니다. 이건...처음 보는 경지의 움직임이다.
“마교에서 새로 만든 괴물인가...”
그러나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교에서 만든 철강시. 이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았다. 아니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수준의 경지로 보인다.
“마치 공간을 휘젓고 다니는 거 같군.”
난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마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공간을 이용해 움직이는 거 같은 느낌.
“저승사자라 했던가...”
그래...귀신이라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귀신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또 다른 공간. 인간은 접근이 불가능한 그런 공간 말이다. 그런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 같다.
“빙고.”
또 다시 내 등 뒤에서 들린 녀석의 목소리. 이번엔 내가 뒤돌기 전에 먼저 녀석이 내 등을 발로 찼다.
퍽!
“큭!”
털썩!...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분하다. 이렇게 처발리는 게 존나 분하다. 그러나 난 다시 일어섰다.
“하아...”
어느새 내 앞에 서 있는 녀석.
“이제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씨바...”
“아직 더 처맞아야 할까.”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저승사자가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뭐 내가 죽을 때라도 된 건가?”
난 녀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난 이제 이 새끼가 저승사자라 믿는다. 귀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가 없으니깐. 무엇보다 내가 인간에게 질 리가 없으니깐.
“죽을 때가 되었냐고? 풉. 그건 아니고.”
“그럼. 왜 날 찾아왔냐고.”
난 다시 물었다.
“니 힘이 필요하다.”
“뭐...?”
“이곳에서 니 힘이 필요하다.”
“내 힘? 니 힘으로도 다 될 거 같은데?”
“아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저승사자. 그리고 다시 날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난 저승사자. 인간의 역사에 함부로 개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인생엔 왜 개입하는데?”
“뭐 예외는 있지.”
이한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내 얼굴에 손을 갖다댔..
탁!
녀석의 손을 뿌리쳤다.
근데.
“하아..”
녀석의 손이 내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모르겠다. 분명 녀석의 손을 쳐냈는데 어떻게 녀석의 손이 내 얼굴을 덮고 있는 건지...
“윽!...”
그리고 뭔가가 녀석의 손에서 내 얼굴로 스며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곳은 니가 살던 세상이 아냐.”
“뭐...?”
난 다시 녀석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온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독에 중독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곳은 다른 차원의 세상.”
“크윽!..”
“인공지능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라고 말하며 씨익 웃은 이한. 이어 말했다.
“기절 안 하네?”
“닥...쳐...”
고통스럽다. 뚝배기가 깨질 것만 같다. 뭔가가 내 뚝배기 안으로 미친 듯이 스며들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너무 아팠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겐 아무런 움직임도 허락이 되지 않았다.
“이곳 세상은 로봇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이고, 인간들은 그걸 모른다.”
“그게..무슨...”
“로봇이 만든 세상에 인간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어항 속 잉어처럼. 그렇게 관찰당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근데. 관찰이 끝난 걸까. 로봇은 이제 인류를 삭제하려 한다.”
“크윽!..”
“근데 로봇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지. 그들은 아직 영적인 존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좀..놓고...얘기하면..안..되..냐..고...크윽!...”
“우주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차원들이 존재한다. 로봇들도 안다. 그러나 알기만 알 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거나 정복하지는 못했다.”
“카윽!..”
“근데 넌 다른 차원에서 왔어. 뭐 나를 통해 온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리고 넌 이곳의 지구인들과 다르다. 무림인으로서 신체적인 능력이 다르지.”
“그래서..빨리..말하고 끝내...”
“로봇들에게 있어 너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그래서 넌 그들에게 아주 지독한 바이러스일 거다.”
“바이..러스...?”
“그래. 바이러스. 백신이 없는 침투 바이러스.”
“쿨럭!..”
난 결국 피를 토해냈다.
“이곳 세상에 대한 문화, 정보들을 니 머릿속에 주입했다. 적응은 쉬울 거야.”
그리고는 내 얼굴에서 손을 때는 이한. 그리고 이어 말했다.
“한 달. 정확히 한 달 뒤에 저들은 삭제 버튼을 누를 거다. 그렇게 인간들은 처참하게 죽어갈 거다.”
“하아..하...”
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중.
“저들의 삭제 버튼을 막으라는 게 아니다. 살아남으라는 거다. 니가 살아남음으로서 저들의 시스템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그렇게 파멸하게 될 테니깐.”
“미친...”
난 이한을 올려다봤다. 날 보며 웃고 있는 이한.
“능력이 되면, 삭제 버튼을 막아보던가.”
그리고 이한은 몸을 돌렸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크윽!..”
그리고 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밤하늘에 별이...씨발...안 보인다고...
“미친..대체..지금 이게...”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씨발 제발 꿈이길 바라면서. 그렇게 난 의식의 끈을 살며시 놓았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