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이란

야구 천재가 회귀까지 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꿈씀
작품등록일 :
2023.11.05 22:44
최근연재일 :
2023.11.19 07: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976
추천수 :
39
글자수 :
84,933

작성
23.11.13 07:10
조회
184
추천
2
글자
13쪽

9

DUMMY

박경송 선배가 나에게 다시 공을 돌려준다.


“마음껏 던져!”


마치 곰처럼 자신의 보호대 가슴을 주먹을 친 박경송 선배가 큰 소리를 외치자 운동장에 크게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그 사이.

박진헌 코치의 손에는 스피드건이 들려있었고, 그 옆에는 김성룡 감독이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동기들 뿐 아니라 선배들까지 마치 사파리의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처럼 모든 눈이 나를 향해있었다.


‘첫 구 괜찮았나?’


불만족스러웠던 첫 공이었다. 김성룡 감독에게 장갑을 끼라고 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겨우 저 정도 구속으로 자신만만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김성룡 감독의 모습을 보니 나의 공 정도야 어느 평범한 선수 출신의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공이라는 무심한 눈빛이 느껴진다.


뭐, 괜찮다.

나의 손에는 아직 야구공이 들려 있으니까. 아직 몸도 덜 풀렸겠다 구속은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가겠습니다. 선배님.”


나의 말에 박경송 선배는 어서 던지라는 손짓으로 대신했다. 몸이 조금 덜 풀리긴 했지만, 몸이야 던지면서 풀면 되는 것.


정식 경기도 아닌 테스트. 조금씩 올려보기로 했다.


탁!

운동장을 수놓는 경쾌한 미트 소리.


“146km!”

그 소리에 화음을 넣어주는 박진헌 코치의 외침.


탁!

“147km!”


탁!

“149km!”


조금씩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때 구속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멀었다. 아직 고등학생의 몸.


탁!

“152km!”


첫 공 이후 대략 10여구 정도를 더 던졌다. 이제야 몸이 거의 다 풀린 것 같다. 오랜만에 마운드라 그런지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남아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그만.”


잉?

김성룡 감독의 한 마디에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 아직 멀었는데, 무언가 아쉽다.


“감독님. 하나만 더 던져도 될까요?”

“크흠. 그래. 하나만 더 던져.”

“넵.”


모든 운동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법.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것이 운동의 시작. 운동이 끝났을 때도 몸을 풀어주어야 부상의 위험이 없다.


나에게는 이것이 몸을 풀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과정.


나는 다시 손끝에서 마지막 공을 뿌렸다.


*


김성룡 감독의 표정은 사뭇 심각했다. 통증이야 시간이 흐를수록 참을 만한 정도였지만, 손가락들 사이에 부어 오른 느낌 때문에 주머니에서 손을 뺄 수는 없었다.


박진헌 코치가 스피드건에 집중하며 열을 올릴 때, 김성룡 감독의 시야는 오직 유신에게 향해 있었다. 안정적인 자세와 이를 바탕으로 전해지는 힘의 전달.


저 자세만 보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몇 년은 굴러먹다 온 듯한 착각이 일렁일 정도였다. 그렇게 시작 된 유신의 두 번째 공.


스피드건이 146km를 가리켰다.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나올 수 없는 구속. 말 그대로 괴물의 탄생이었다. 초속에서 이어진 공의 스피드가 종속에는 더욱 가속이 붙었다.


공이 힘을 아꼈다가 막판에 스퍼트를 올리는 것 같은 착각. 애초에 공이 빠르면 적응이 되지만, 갑자기 빨라지게 되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만큼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는 뜻. 문제는 계속해서 스피드건이 한계를 갱신한다.


‘설마 150km까지 넘겠어?’


강속구 투수들의 허들이라고 불리는 마의 150km. 괜히 마의 구속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얻었다는 구속이어서 마(魔 )의 구속이라고 불리는 것.


탁!

152km.


스피드건을 확인하던 김성룡 감독은 이제는 유신이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마(魔)물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테스트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비선출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무시할 것도, 깎아내릴 것도 없는 깔끔한 실력이었다.


10여 구를 던지는 동안 흔들림 없는 자세.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릴리스 포인트는 유신에게 어떠한 의심도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괴물의 발견. 아니지. 마물의 발견. 이 마물을 발견했다는 것과 자신이 이 마물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김성룡 감독의 입가에는 미세하게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마물이라면 전국대회 출전 뿐 아니라 우승도 가능하다.


“감독님. 하나만 더 던져도 될까요?”


모든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루틴과 습관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나 더 던지고 싶다고 하는 '마물'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크흠. 그래. 하나만 더 던져.”

“넵.”


탁!

역시나 경쾌한 가죽의 소리. 김성룡 감독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미트에 꽂혔던 소리와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다.


“박진헌 코치. 구속은요?”

“네 감독님. 구속이 떨어졌네요. 144km입니다. 마지막이라 힘을 빼고 던진 건지, 아니면 힘이 빠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아닙니다.”

“네? 둘 다 아니라구요?”

“그렇습니다.”


박진헌 코치는 온전히 스피드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성룡 감독은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들었다.


“마지막 공. 슬라이더였습니다.”


*


2학년 주전 투수. 에이스 우진현의 미간에 땀이 한 방울 떨어졌다. 운동을 하고 있던 중도 아니었다. 운동을 끝내고 잠깐의 휴식 시간.


이 휴식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신입생의 테스트를 구경할 수 있었다. 별 기대는 없었다.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신입생.


아무리 천부적인 소질이 있더라도 야구는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편하게 앉아서 테스트를 구경하던 우진현은 첫 공이 김성룡 감독의 미트에 박히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경송이가 포수 자리를 차지하고 난 이후에 이어지는 투구. 우진현은 자신도 모르게 벌어지는 입.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음에도 미간을 타고 떨어지는 땀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 땀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신체적인 활동이 아닌,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 그 전율이 자신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위화감에 신경이 반응해 떨어지는 땀이었다.


괴물.

인충고에서 자신이 불리던 별명이었다. 2학년이 되고 구속이 145km까지 나왔다. 여기에 변화구 제구까지. 괴물이라는 별명 답게 자신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또 다른 괴물 투수가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괴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저 공은 나보다 뛰어나다.


박진헌 코치가 들고 있는 스피드건을 곁눈질로 연신 살폈다. 공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구속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마지막 공이 경송이의 미트에 도달하자 스피드건은 152라는 숫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질투가 났다. 자신이 온전한 노력으로 지금의 에이스 자리에 왔는데, 야구를 해본 적도 없는 놈이 단순한 재능으로 투수들의 벽이라는 150km를 넘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현은 생각했다. 강속구 투수.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은 변화구가 뒷받침되는 변화구 투수.


타고난 어깨로 강속구는 가능하지만 각종 변화구는 노력의 영역. 이것만큼은 자신을 뛰어넘지 못하리라.


건방진 놈의 마지막 멘트. 공 하나를 더 던지고 싶다고 한다.


이전의 공보다는 현저히 낮은 스피드. 현저하게 낮다는 것 또한 이전의 공이 워낙 빨랐기에 낮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이상했다. 공의 궤적이 바뀌었다. 레이저 같이 쭉 뻗은 것이 아니라, 일정한 궤적을 두고 포뮬선을 그렸다.


‘말도 안 돼...’


슬라이더였다. 공의 궤적. 직구처럼 오던 공이 붕 떴다가 내려 꽂았다. 그동안 곁눈질로 스피드건을 보던 우진현은 더 이상 눈치 도둑질이 감질맛이 났는지 대놓고 박진헌 코치의 스피드건을 들어 올렸다.


144km.


‘미친. 어떻게 슬라이더가 144km가 나와?’


우진현은 똑똑히 봤다. 공의 궤적과 변화를. 그런데 자신의 직구와 같은 스피드가 나왔다.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현상.


물론 과학적이라는 것은 우진현 기준이였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재능 앞에 우진현은 자신의 수족같은 글러브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


‘슬라이더는 이 정도면...’


마지막으로 던진 슬라이더는 나쁘지 않았다. 계속해서 직구. 감을 찾기 위해 던진 마지막 슬라이더. 생각한 궤적으로 들어갔다.


첫 구의 실수만 제외한다면 나쁘지 않았던 투구. 이 정도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게 어떤 느낌이나면...

사파리에 동물을 구경하러 갔다가, 뻥 뚫린 버스에서 사자를 맞딱뜨린 눈빛들이랄까.


김성룡 감독이 나에게 다가왔다.


“유신. 누구에게 야구를 배운 적이 있나?”


배운 적이 있다. 다만 그것이 이번 삶은 아니라는 점. 그렇다면 나는 야구를 배운 적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배운 게 정답일까, 배우지 않은 게 정답일까.


나는 이번 삶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괜히 누구에게 배웠는지,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보면 대답할 방법이 딱히 없으니까.


“없습니다.”

“그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지금의 공을 던진다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도 않다. 간혹 야구 영상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익혔고, 또 나에게 도움을 준 가장 가까운 사람도 있지 않은가.


“부족한 부분은 야구에 대한 영상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제 공을 많이 받아주셨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도와주신다며 내가 운동할 때 자주 따라오셨다. 내 입장에서는 귀찮기만 했는데, 어쨌든 아버지 입장에서는 도움을 주는 거니 나는 도움을 준 목록에 아버지를 넣어드리기로 했다.


이것이 나름대로 효도이기도 하고.


“아버지? 아버지께 야구를 배웠다는 거야?”


배운 건 아닌데... 김성룡 감독의 눈이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야구를 배웠기를. 김성룡 감독의 말투에서 거부할 수 없는, 그냥 배웠다고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어...네.”

“역시 그랬군...혹시 아버지께서 프로야구 출신이셨나?”

“아니요.”

“뭐? 그래? 그럼... 아버지께서 동호회로 야구 활동을 하시나?”

“아니요.”


주말에는 쇼파와 한 몸이 되어 TV만 보시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였다.


그나마 내가 야구를 하고나서부터 나를 도와주시겠다며 따라나신 게 운동이라면 운동. 내가 효도라고 말하는 이유도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셔서 운동을 하신다면 건강해지실테니, 이게 곧 효도가 아닌가.


“아무런 야구 경험, 경력 없이 유신이 네가 이런 공을 던질 수 있게 훈련을 시키셨다는 거야?”

“그게...”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사실은 아닌데, 김성룡 감독의 어조에서 그렇다고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마치 눈물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간절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뭐, 그냥 말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약간의 사실을 붙이면 사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


“네. 사실 친척형이 야구 선수였습니다. 2군과 1군을 전전하다 결국 야구는 그만두었지만요. 아버지께서는 친척형의 열렬한 팬이었고, 저를 보며 야구 선수 하기를 희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훈련시키셨죠.”


이렇게 얘기한 이상 거짓은 없다. 친척형 일화는 모두 사실이고, 내 공을 받아주었으니 나를 훈련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김성룡 감독이 원하는 대답도 해주었고.


모든 것이 일석이조.


“그렇군.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무슨 부탁이시죠?”

“아버지를...아버지를 한 번 만나봐도 되겠나?”

“저희 아버지를요? 갑자기 왜...”

“조언.”

“조언이요?”

“그래. 테스트를 하기 전 네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단다. 꼭 장갑을 끼라고. 그 조언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더구나. 그만큼 네 공은 훌륭했어.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너를 훈련시켰는지 꼭 듣고 싶다.”

"아...네..."


훌륭했다고?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첫 공은 아니었을텐데...

훈련이라.. 아무래도 감독님과 아버지는 안 만나게 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아버지께 한 번 여쭤볼게요.”

“고맙다. 유신아!”


뭐야, 갑자기 왜 저렇게 호의적인지 모르겠다. 뭐, 늪인줄 알았던 곳에서 금광이라도 발견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된다.


“그래서 전 테스트 합격인가요?”


김성룡 감독이 잠깐의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Absolutely Yes!”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야구 천재가 회귀까지 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15 23.11.19 105 2 13쪽
14 14 +1 23.11.18 118 2 12쪽
13 13 +1 23.11.17 135 2 13쪽
12 12 23.11.16 149 2 12쪽
11 11 23.11.15 152 2 12쪽
10 10 23.11.14 165 2 12쪽
» 9 23.11.13 185 2 13쪽
8 8 23.11.12 194 2 12쪽
7 7 23.11.11 191 2 13쪽
6 6 23.11.10 209 2 13쪽
5 5 +1 23.11.09 222 2 13쪽
4 4 +1 23.11.08 228 4 13쪽
3 3 23.11.07 251 4 13쪽
2 2 23.11.06 276 4 12쪽
1 1 +3 23.11.06 397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