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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서재

77777번 회귀하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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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작품등록일 :
2021.10.30 08:26
최근연재일 :
2021.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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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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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77777번째 회귀자가 막장을 좋아함

77777번 회귀하는 플레이어



1회차

인류의 존폐를 건 마지막 전투.

여기서 물러나면 끝이다.

나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었기 때문에 나의 모든 전력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기에.

넘을 수 없는 파괴자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결국, 재앙으로부터 내가 사는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

나의 세계의 멸망을 지켜보는 것만큼 무기력하고 괴로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내가 좀더 강했다면. 개인이 아닌 군대를 이끌어 왔다면.

어쩌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회한이 가득찬 눈으로 무너지는 세계를 관망했다.


2회차

모든 것이 절망으로 끝나갈 무렵, 내가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 회차의 기억을 갖고 회귀했다.

정보를 가지고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했으며,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알고 있던 약점만을 공략해 적들을 무력화시켰다.

이번엔 군대도 이끌고 파괴자를 상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한 걸까.

너무나도 강력한 파괴자와의 힘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나에게 한 번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이렇게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두번째 바라보는 세계의 멸망도 나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지키지 못했다는 설움. 다시는 동료들의 마주할 수 없이라는 그리움.

분한 마음에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3회차

이젠 이전 회차의 스킬을 계승하여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더 좋은 기술. 더 좋은 장비. 더 나은 전술로 적들을 무찔러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강했다.

이대로 끝내선 안 돼.


10회차

드디어 놈들의 약점을 알아냈다.

놈들의 힘의 원천인 규브를 약화시키는 히든피스를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그들은 이미 강력한 힘과 기술을 구사했다.

히든 피스를 조금만 더 일찍 찾아낼 수 있다면···


25회차

히든피스를 통하지 않고도 큐브를 약화시키는 기술을 직접 구현해냈다.

억제된 큐브로 인해 준비가 안 된 파괴자들을 무 썰듯 해치워 나갔다.

그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나니 그들에겐 배후가 있었다.


77회차

배후의 존재마저 물리쳐냈다

세계를 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몸을 너무 혹사한 탓인지 짧은 생을 마감했다.

후회없는 삶이었다.

그런데

또 회귀라고?


150회차

이제는 세계를 구하고 건강도 지켜내 사랑하는 여인과 결실도 맺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나의 세계를 구하는데 성공했는데 회귀는 멈추지 않는다.

뭐가 잘못된 걸까?


300회차


나의 회귀엔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이번엔 반대로 파괴자의 편에서 싸웠다.

어쩌면 그들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 정답일 지도 모르지.

당연하게도 인류는 패배했다.

예정된 인류의 멸망을 지켜보았다.

나와 몇몇의 변절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회귀했다.


1000회차

정신을 가눌 수가 없다.

아이템없이 모든 적들을 그저 맨 몸으로 쓰러트려보기로 했다.

처음엔 역부족이었으나 수백회의 회귀를 거듭한 끝에 어떠한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모든 적을 섬멸했다.

회귀는 여전하다.


수천번 회귀를 거듭하며 다양한 결말을 내보았다.

이제는 파괴자와 평화 협정을 맺어 두 세계가 공존하는 결말도 내보았다.

그럼에도 회귀는 끝나지 않았다.


시작하자마자 적들을 모두 죽이기도, 반대로 인류를 모두 죽여보기도 했다.

괴수와 재앙 그리고 사람들을 쥐어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대게 했다.

그럼에도 이 망할 회귀는 끝나지 않는다.


10000회차?

정확하게 몇번째 회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했다.

세계의 초월자가 되어 하나의 진리가 되었다.

나의 힘은 다른 세계에까지 미쳐 모든 세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었다.

여전히 나는 회귀한다.

이제는 회귀에 관한 한 끝내지만 못할 뿐 그 외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죽지 않아도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전 우주의 평화는 정의이고 정답인 것일까.

영겁의 회귀 속의 그저 하나의 결말이자 이야기의 파편일 뿐이다.

이야기.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 집착하듯 온 우주를 찾아다녔다.


7만7천..

이게 대체 몇 번째 회귀인지.

하지만 이야기엔 끝이 없다.

이제는 회귀를 멈추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삶을 만족시킬 이야기가 궁금할 뿐..

(이제는 내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야기를 수집할 때마다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행우주. 멀티버스. 다중세계.

무엇이 되었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닥치고 뒤지고 다녔다.

이번에도 새로운 세계에서 이야기를 즐기고 있을 무렵, 누군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더 이상 우주의 균형에 간섭하지 말라.]

“누구냐? 넌”

메시지와 동시에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뿜어내는 중압감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내 수없이 많은 삶을 반복했지만 이런 힘은 본 적이 없다. 대체 누구냐, 아니 무엇이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군.]

순간 너무 오랜 삶을 반복해 잊었던 본질적인 질문을 떠올렸다.

내가 끝없이 회귀하는 이유.

“잠깐. 너라면 내가 왜 끝없이 회귀하는 지 알고 있겠지?”

[그게 궁금한가?]

“당연하지. 회귀를 반복하면서 한 시라도 궁금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직 멀었군.]

[알 수 없는 존재가 당신의 정신을 침식해옵니다.]

“으윽. 뭘 하려는 것이냐!”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모두 잃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상관없다. 이미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다 겪은 몸.”

[끝까지 살아남아 나를 찾아와라. 네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 그게 무엇이든.]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이 희미해졌다.


***


깨어나보니 평소와 다른 감각이 낯설었다.

회귀할 때마다 늘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깨어났지만 여긴 확실히 생소했다.

‘수많은 평행세계 중 하나인가.’

자신이 나고 자란 지구의 현실과 매우 닮아있었지만 분명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느낌이다.


순간 알림이 떴다.

[플레이어 정보를 불러옵니다.]


[이름 : 서지혁.

레벨 : 1

근력 : 6

체력 : 5

민첩 : 5

마력 : 4

지력 : 8


스킬 : 회귀자의 운명 lv.???

SP : 170000 ]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능력의 계승 없이 처음부터 다시 깨라는 것이군.

이런 판을 짜는 그 존재도 정말 악취미야.

그 와중에 망할 회귀자의 운명이라는 스킬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킬이라기보다 수 만 번을 회귀시켜 정신을 나가게 만드는 저주에 가까웠다.

SP는 또 뭔지.

스킬이나 포인트 중 어떠한 것도 계승된 것이 없는데 SP라는 수치는 혼자 높았다.

지난 회차까지의 상태창에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근육도 전혀 없는 마른 몸을 바라보니 지혁은 한숨만 나왔다.

생각을 정리할 겸 밖으로 나와 걸어다녔다.

혹시 능력을 잃기 전으로 회귀할 수는 있을까?

지혁은 스킬을 사용했다.

“지금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회귀한다.”

눈을 떴을 땐 처음 시작한 그 지점, 즉 낯선 자신의 방이었다.

“여기가 회귀할 수 있는 가장 과거지점이야.”


역시 예상대로 더 과거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벤토리를 보고 쓸만한 무기가 없나 살폈다

초심자의 검

초심자의 방패

쓸만한 무기가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온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웬만한 몬스터에 어떻게 대응할 지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살아남아 찾아오라고 했지.

지금까지는 무한히 반복되는 회귀 가운데 의미를 찾기 위해 행동했었다.

회귀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원코인 플레이라든지, 고인물 플레이라든지, 몰살 엔딩이라든지.

생존이 목표라면 굳이 어렵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굳이 난이도를 부과해서 어렵게 갔던 것만 같다.

지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려고 한다.

쉽고 편한 길만 선택해 이 끝을 볼 것이다.

억수로 운이 좋은 플레이어.

회귀를 모르는 다른 사람에겐 그렇게 보여질 것이다.


“오늘은 운이 억수로 좋은 한 사람을 만나볼 건데요. 서지혁씨?”

“네.”

“남들은 평생에 한 번 당첨되기도 힘든 라토복권에 무려 10번이나 연속으로 당첨되셨다구요?”

“예, 맞습니다. 옆의 농협 직원이 증인입니다.”

“제가 농협직원입니다. 농협에서만 20년간 근무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봅니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농협 앞에서 수십명의 기자들과 카메라가 떼를 지어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여쭙겠습니다. 도대체 당첨 비결이 뭡니까?”

“뭐, 남들보다 조금 운이 좋다는 것?”


지혁은 천연덕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어차피 회귀해서 당첨됐다고 말을 해도 믿을 리가 없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어차피 앞으로 TV에 많이 나오게 될 텐데 미리 얼굴 비춰 놓으면 좋잖아?


회귀를 수만번을 반복해도 불변의 진리가 있다.

자본주의에선 돈이 최고라는 것.


게이트가 열리며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매주 복권을 샀다.

돈이야 헌터 활동으로 얼마든지 모을 수 있지만 가장 손 쉬운 방법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다.

번호를 확인하고 이틀 전으로 회귀해 그대로 복권을 샀다.

이 짓을 무려 10번을 반복했다.

이렇게 방송을 타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얼굴이 알려진다는 것은 그 만큼 인지도를 쌓는 일이고.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할 때 사람을 모으기도 훨씬 수월하다.

안 좋은 목적으로 접근하는 놈들이야 회귀해서 수백번이고 갚아주면 되니까.


지혁은 쌓여있는 계좌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받은 돈까지 무려 2백억.

좋은 장비라면 수십억을 호가하는 요즘 세상에서 어쩌면 그리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돈으로 쪼들리는 일은 없겠지.

세상의 대 혼란을 막아주는데 받는 수고비정도로 생각하자.

딱히 돈에 집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쌓여있는 돈을 보고 어떠한 감흥이 들지도 않았다.

돈이야 지금 있는 돈보다 회귀하며 쓴 돈이 동일한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수십배는 될 것이다.


오히려.

띠링-

순간 눈앞에 뜬 알림이 지혁의 감정을 동요하게 했다.


[벼락을 10번 맞을 확률]

[세상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SP 500포인트가 쌓입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9500포인트를 더 모으시면 포인트를 소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없던 이야기를 만들면 그 보상으로 포인트가 쌓이는데 이걸 모으면 뭔가를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수많은 세계관을 오갔지만 이러한 설정은 본 적이 없다.

“꽤 흥미롭군.”

지겨운 회귀 중에 새로운 이야기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그나저나 겨우 500포인트라니. 너무 쉽게 달성한 이야기라 그런가?


이젠 장비를 구해야하는데, 장비보다 문제는 나의 레벨이었다.

모든 장비에는 착용제한이 있었고 좋은 장비일 수록 필요한 레벨도 높았다.


헌터협회를 찾아가 히든 던전 거래를 의뢰했다.


“던전 열쇠를 드릴 수는 있는데 본인이 들어가시려는 건 아니죠?”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레벨이 낮으신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비싼 돈 주고 히든 던전을 들어가신다고 다 레벨이 오르는 건 아니거든요.”

순간 어마무시한 살기가 협회 직원을 향했다.

1레벨짜리 플레이어에게 느껴지는 살기라곤 전혀 생각도 못할 정도의 살기였다.

아니 수많은 헌터들을 상대해왔지만 이정도의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헌터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닥치고 던전 열쇠나 주면 모가지가 날아가진 않을텐데.”

살기가 직원의 목을 점점 조여오자 직원은 부들부들떨며 열쇠를 내주었다.

“여.. 여기요.”

지혁은 열쇠를 받아들었지만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쓸 데 없이 시간을 끄는 일.

지혁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직원은 숨을 쉬지 못할 살기에 괴로워 하더니 결국 쓰러져버렸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협회 직원정도는 쉽게 거둘 수 있겠지만 굳이 쓸데 없는 일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시간을 되돌려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갔다.

직원이 버둥거리며 쓰러지기 직전 살기를 거두었다.


던전 열쇠 하나당 1억. 총 10개를 구매하여 10억을 썼다.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몸 좀 풀어볼까?

팔을 뻗고 깍지 낀 손가락을 반대로 꺾으며 던전에 입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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