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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선의 서재

카르마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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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선.
작품등록일 :
2016.09.05 19:46
최근연재일 :
2016.09.16 22:5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080
추천수 :
42
글자수 :
45,165

작성
16.09.06 19:30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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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취업제의(3)

DUMMY

처음 든 생각은 아무래도 축구선수 ‘요시 베나윤’이다. 예전에 해외축구를 제법 좋아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뒤이어 든 생각은 ‘사이비’ 그리고 ‘피라미드’ 였다.

미심쩍은 눈으로 명함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전히 건조한 말투였다.

“축하드립니다. 최도원 씨는 세계구원협회 수습 용사가 될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계약서는 따로 없습니다. 계약 기간은 본인의 자유, 보수는 카르마(Karma)로 지급이 됩니다만, 원하실 경우에는 다른 형태로도 지급이 됩니다. 계약을 이행하실 경우 저, 배나윤이 수습 용사 최도원 씨의 수습 서포터 역할을 맞게 되고 최도원 씨가 소유한 카르마에 걸맞은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도원은 헐, 하고 입을 벌린 채로 되물었다.

“예?”

나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축하드립니다. 최도원 씨는 세계구원협회 수습 용사가 될 자격을...”

“아니, 잠깐! 했던 말을 또 해달라는 게 아니고!”

도원이 손을 들어 말을 제지하자, 나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그나마 인간적인 표정이라고 도원은 생각했다.

‘사이비나 피라미드라면 그럴 듯한 아이템을 준비해야지, 이건 무슨 애들 만화영화도 아니고 세계구원협회? 수습 용사? 지금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아니면... 사이비나 피라미드가 아니라 이 여자가 그냥 미친건가?’

그렇게 생각해보았지만 의문점이 하나 두 개가 아니다. 나윤이 읊은 자신의 신상은 모두 맞았다.

알아내고자 한다면 못 알아낼 것도 없었지만 왜 굳이 자신의 신상을 파악한단 말인가?

무언가 뜯어먹을 게 있어서?

지금 도원은 무일푼이고, 부모님도 그리 큰 재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보험 사기인가?

먼 친척에게서 상속받을 재산이나 땅이 있다던가?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저 웃기는 회사 설명은...

“무언가 문제라도?”

나윤이 물었다.

“문제라기보다. 하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도원이 한숨을 쉬었다.

나윤이 주먹 밑동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아, 저를 신용 할 수 없으신가보군요.”

“맞아요. 솔직히 사이비 종교나 피라미드로 보입니다. 말을 해도 믿을만하게 해야지. 지금 제가 그쪽을 쫓아내지 않은 건...”

은근히 나윤의 표정이나 몸짓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대화를 잠깐 나누어보니 인간다운 면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로봇에게서 인간의 감정을 찾는 재미라고나 할까?

게다가 제법 미인이기도 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사이비 종교에서 왜 미인계를 쓰는 지 알 것 같군.’

나윤이 손가락으로 턱을 괴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최도원 씨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도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증거를 보여주면 되겠죠? 만약 종교 권유라면 사이비가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면 될 것이고, 입사 권유라면 피라미드 기업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면 되겠네요.”

“어떻게?”

여전히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나윤의 물음에 도원은 어깨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걸 나한테 왜 묻냐.’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도원의 입은 착실히 대답하고 있었다.

“사이비가 아니라는 증거... 음, 뭐 기적(奇蹟)을 일으킨다던지? 피라미드가 아니라는 증거는... 음, 계약금으로 10억 정도를 쏴준다던가?”

그렇게 말하고 도원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10억 정도라면 철저히 지켜온 신념을 바꿀만 한 금액이다.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창과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도 10억 앞에서는 뚫릴 것이 분명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나윤이 그렇게 말했다.

“예?”

도원이 되묻자 나윤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약 1분의 시간이 경과한 뒤.

“최도원 씨 명의의 통장에 10억 원을 입금했습니다.”

“...?”

도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인해보세요.”

도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조작해 인터넷뱅킹에 들어갔다. 그리고 계좌의 잔액을 보고 입을 쩍 벌려야했다.


잔액 ₩1,000,000,000


도원이 어버버거리며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 때, 나윤이 오른손을 얼굴 높이로 들어올렸다.

“저는 아직 수습이라서 강한 이능은 소유하지 못했습니다만... 현재 최도원 씨의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윤의 오른손이 하얀 빛으로 둘러싸였다. 그녀가 다가오자, 도원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턱.

하고 창문틀에 허리가 부딪쳤다.

나윤의 오른손이 도원의 이마에 닿았다.

사아아아아아-!

나윤의 손에 어린 빛이 도원의 몸으로 건너갔다.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청량감이 들었다. 그리고 점차 상처가 회복되었다.

머리의 상처가 아물었고, 온 몸에 시퍼렇게 든 멍이 사라졌다.

곧 통증이 모두 사라지자 도원은 어리벙벙한 눈으로 나윤을 바라보았다.

“헐?”

“이제 신용이 되시는지.”

“헐...”

도원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도원은 다음날 곧장 퇴원 수속을 밟았다. 불과 하룻밤 새에 모든 상처가 나아버리자 의사가 기이하고, 황당하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뭐라 도원은 모른 척 싹 잡아 땠다.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까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도원에게 의사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원 씨. 이거 세계토픽에 나올 감인 거 아시죠? 의학계에 보고하면 도원 씨의 세포조직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도원은 식겁했다.

“...농담이시죠?”

“농담 아닙니다. 저한테 조금만 더 호기심이 있었다면 당장 학계에 보고했을 거예요. 그리고 십중팔구로 도원 씨는 실험용 쥐가 되었겠죠. 제가 양심적인 의사라는 사실에 감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도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나온 도원은 곧장 나윤에게 연락했다.

-배나윤입니다.

여전히 높낮이도 없고 감정도 없는 목소리다.

“나윤 씨. 저 최도원입니다.”

-최도원 씨. 생각은 정리되셨는지요.

어제 나윤에게는 좀 더 생각을 한 뒤에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취업(?) 제의에 강제성은 없다고 했다.

도원이 거절하면 현생에서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아무리 10억을 받았고, 마법과도 같은 초현실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개가 뼈다귀를 물 듯 제안을 덥석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새벽 내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분명 이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했다.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간에 마찬가지겠지.

어제 도원은 나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었다. 그녀는 설명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말도 짧아서 한계가 있었지만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일은 지구에서 하는 게 아니다. 지구 밖에도 수천, 수만 개의 세계가 있으며 근원(根原)이라는 사람, 혹은 단체에게서 임무를 받아 그곳의 트러블을 해결하게 된다.

둘째, 일 하는 기간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지구로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포탈인가 뭔가를 통해서.

셋째, 작업 도중 사망할 수 있다.

솔직히 셋째가 가장 무섭다.

죽으면?

끝이다.

최도원이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도원은 이 기회를 내던지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살지? 돈을 위해서? 명예? 권력?’

모르겠다.

하지만 셋 다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물론 돈은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건 살기 위해서는 먹을 게 필요하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도망치는 것보다는 일단 한 번 돌격해보는 게 옳은 선택일거라고 믿어.’

그렇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계약기간이 자유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말인 즉,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얼마든지 그만둬도 된다는 거니까.

도원은 휴대폰 너머의 나윤에게 말했다.

“제안을 받아들이죠.”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과 댓글이라는 감동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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