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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님의 서재입니다.

공포괴담 메뉴얼이 나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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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윤재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1
최근연재일 :
2024.05.08 18:0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6
추천수 :
2
글자수 :
7,751

작성
24.05.08 18:00
조회
22
추천
1
글자
13쪽

첫 번째 괴담. 회색도시(2)

DUMMY

멍하니 방 안의 풍경을 바라본다. 물론 그로써 바뀌는 것은 없었다.


독신 남성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 안, 썩 비루한 그 풍경들은 여전히 흑백이었다.


“...... 이게 말이 되나.”


입술이 바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분명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웃게 된다던데, 지금이 딱 그 꼴인가 싶다.


“후우.”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놀라울정도로 머리가 차갑게 식어갔다.


지금껏 글줄으로나마 괴담을 읽어댔던 덕분일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보단 나았다.


그 덕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었으니.


딸깍-


한 차례, 마우스를 움직여 ‘즐겨찾기’ 항목을 선택한다.

그것은 당연히 내가 관리하던 괴담 사이트다.


“...... 다시 읽어봐야돼.”


회색도시.

방금 전까지 읽고있던 그 괴담의 내용이 벌써 가물하다.

부러 훑어본 탓도 있지만, 수칙의 양이 상당했던 탓이었다.


물론 사이트에 접속해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 이 사이트는 폐쇄됐다! (ᐢᗜᐢ) 포항항! ]


빌어먹게도, 그런 문구가 곧바로 떠올랐다.


장난치나, 지금.

“이 새끼가......”


이따금 DM으로 주고받던 메시지와 완벽히 동일한 어투였다.

괴담이 느닷없이 현실이 된 상황에, 사이트의 폐쇄?


당연히 우연일 리가 없다.

이 놈이 이 일의 주동자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은 글렀네.


“쓰기라도 해야하나.”


역시나 흑백으로 물든 공책을 바라본다.

초록 숲을 그려놓은 표지가 회색빛으로 음울하게 젖어있다.

일단 기억나는 부분이라도 그 수칙을 써놔야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띠링-!


그 때, 문득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밝아지는 화면, 그 액정 속 역시나 무채색으로 덮혀진 메신저창의 글줄이 눈에 들어왔다.


[ 지금부터 ‘NO. 33894’ 괴담이 시작됩니다. ]


[ 이 괴담은 최대 5인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


[ 색채가 있는 당신들에게 행운을. ]


적어도, 방금 전까지 사이트를 관리하던 나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NO. 33894 라는 건 회색도시의 글 번호.

참여 가능한 인원이라던가 하는 건 어렴풋이 가설만 떠오르지만, 마지막 문구는 본문에도 적혀있던 것이니.


"제기랄."


진짜, 괴담이 현실이 된 건가.

쉬이 받아들이기는 힘든 사실이었지만,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부정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 이를 꽉 깨물던 때.

아래로 새로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 사이트 관리자의 특전 지급! ]


[ 접근권한 SS등급 이하의 모든 괴담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 참여한 괴담 – NO. 33894 ]


[ 접근 권한을 산정합니다...... ]


[ 난이도 – B ]


[ NO. 33894를 열람하시겠습니까? ]


[ Y/N ]


그 내용들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 당황보다 내 손이 먼저 제 알아 움직였다.


[ NO. 33894의 매뉴얼을 열람합니다! ]


1.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모두 '회색도시'에 어떠한 경로로건 진입한 사람일 것입니다. 만약 외부에서 이 글을 발견했다면 즉시 이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건 완전히 파괴하고 하루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2. 회색도시는 모든것이 무채색인 세상입니다. 만약 당신의 눈에 색이 있는 존재가 보인다면 아래 메뉴얼의 분류에 따라 행동하시오.


2-1. '빨간 풍선을 든 소녀'를 발견하였다면 그 소녀의 눈을 마주보지 말고 즉시 도망가십시오. 만약 소녀의 눈을 마주보았다면 아래의 행동 강령에 따르시오.


......

......

...

...



"...... 매뉴얼?"


그건, 분명히 '회색도시'의 매뉴얼이었다.




****




사이트에 올라오는 괴담은 꽤나 다양하다.

그 배경이나 설정, 등장하는 장치들 일체가 기발할수록 호응을 얻으니.

나만해도 관리자가 아니었을 적, 남들과 다른 괴담을 써 올리려 노렸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결말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를 총칭하지만 ‘참혹한 결말’로 정의할 수 있겠다.


대부분 그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당연히 죽음 혹은 그에 준하는 결말.

둘 중 하나라면 차라리 전자를 택하고 싶은, 그런 결과가 배드 엔딩으로써 존재한다.


당연하지만 회색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내가 매뉴얼의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은, 절대 호들갑이 아니었다.


“14번 수칙이......”


굳이 휴대폰을 꺼내 읽지 않고도 읊을 수 있을법한 수준.

그에 이르고 나서야, 나는 바지춤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이리 늑장을 부린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가야 해.”


집 안, 이곳에 머물고 있으면 안 된다.

회색도시의 매뉴얼대로라면.


[ 7.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마십시오. 만약 한 시간 이상 머무른 장소에서 흐릿한 사람의 형체 혹은 칠판을 긁는듯한 소리가 난다면 눈을 감으셔도 좋습니다. ]


작금의 상황이 벌어진 지 대략 50여분.

빌어먹을 휴대폰 충전을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최대한 배터리를 채워놓아야만 했다.


“...... 더 욕심부리지는 말자.”


시간계산을 잘못했다가 그 ‘사람의 형체‘를 마주치고 싶진 않으니까.


띠리릭-!


도어락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문고리를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다.

당연하지만 지금 상황이 미치도록 무서운 탓이다.


최소한의 안정을 찾을 상대도 없다.

확인해본 바 인터넷도 모두 끊겼고, 세상과 모든 것이 단절되어 있다.

오롯이 나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두렵다고 멈춰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달칵-!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함께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쳤다.


“흐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나와 함께 마주 비명을 지르는 한 여자.

거의 까무라치며 바닥에 엎어지는 그 모습을 보자, 우습게도 놀랐던 심장이 조금 진정된다.


“엄마야, 엄마...... 살려주세요!”

“...... 안 죽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모습을 응시했다.

바로 옆집,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여자였다.


당연히 자세한 신상따위는 모르고, 가끔 마주치면 인사는 하는 이웃정도.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 충분했다.

안면이나마 아는 사람을 마주했다는 게 이렇게 놀랍고도 기쁜 일일줄이야.


“...... 아.”


그제서야, 저쪽에서도 내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모양이었다.

울먹거리던 얼굴은 온데없이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흠흠, 아. 안녕하세요.”

“...... 안녕하지는 못하죠. 애초에 왜 문 앞에 있던 겁니까?”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녀와 마주친 이유.

그건 이 사람이 내 집문 앞에 서 있던 탓이다.

물론 그 이유야 대강 예상이 가지만, 본인의 입으로 들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아~ 그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는 웬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입술에 가져다댔다.


이어 마치 마임을 하듯 웬 손짓을 한다.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내뱉는 말도 함께였다.




집에


이상한


뭔가


...... 대강 해석하자면 그런 내용이었다.


“...... 그런가요?”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집에 이상한 뭔가가 나왔다라.


당연히 그 ’이상한 무언가’는 수칙서에 있는 내용들로 추정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 괴담의 내용을 배드엔딩으로 이끌만한 녀석.


거의 모든 괴담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미지의 존재.

7번 규칙에 써있던 것 또한 그런 종류겠지.


그러니까 집에서 그런 것이 튀어나온 탓에, 도망쳐 나왔다가 밖으로 나가지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단 뜻인가.

꽤나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 몸짓과 입모양의 연쇄 이후.


그녀는 꽤나 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꾸만 현관쪽을 돌아보는 것이, 그 방안에서 튀어나온 것이 무엇이건 꽤나 두려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에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그녀는 의문스런 표정을 띄웠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이상한 뭔가’ 말입니다. 어떻게 생겼었죠?”


그 말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갸웃이며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띄웠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사람이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다보면.

실제 범죄 사건에서도 흔하니까, 범죄자의 용모를 기억 못한다거나 하는 일.


푸욱─!


“그런데, 너는 아니지.”

“......아?”


품 속에 있던 칼.

주방에서 챙겨나온 그것으로, 그녀의 몸을 찔렀다.


온 힘을 다해 찔렀음에도 살덩이의 저항으로 칼날이 한 치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칼을 빼내자, 피는 울컥거리며 쏟아진다.

배를 움켜쥐며 쓰러진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왜, 어째서.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그에 나는 작게 웃었다.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냈어야지.”


나는 그러며, 다시금 그 목을 찔렀다.

풋- 하고 피가 온몸에 흩뿌려졌다.

짙은 혈향에 썩 비위가 상해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눈앞의 광경은 오히려 혐오감이 덜하다.


그 환부와 그곳에서 뿜어져나온 피.

모두가 색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잔인한 장면에 씌워진 필터처럼, 그저 흑백이다.


[ 11. 만약 색이 온전하지 않은 인간을 발견한다면, 주의하십시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거나 그 본체를 흉내낸 존재일 수 있습니다...... ]


“색도 얼룩덜룩하고,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 뭣보다 이 사람은 그리 친절한 성격이 아니었거든. 호감사려고 너무 노력하는 티가 나잖아.”


[ ... 만약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 자리에서 처치하십시오. ]


“진짜는 안에 있겠지?”


[ 그것은 소멸하며 작은 구슬 하나를 내뱉을 것입니다. ]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대답을 원하고 한 질문도 아니었다.

점차 먼지로 흩어져가는 그 형체에서 구슬을 발견했다.

그것을 집으며, 사라져가는 녀석을 뒤로하고 옆집의 문을 향해 다가갔다.


“좀 더 노력해, 다음에는. 어차피 안 속겠지만.”


그리고, 그 구슬을 꺼내 씹었다.


콰득-!


[ 11-1. 만약 그것을 처치하고 구슬을 획득하였다면, 그것을 섭취하십시오. 당신은 그 구슬의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2-6 항목과 5번, 17번 항목을 제외한 모든 현상으로부터 안전할 것입니다. ]


까드득-까드득-


사탕의 식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그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그와 함께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찼다.


근력이 늘어났다던가 하는 게 아니었다.

자세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 대충 이런 식인가.”


살면서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

그와 함께 머릿속에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른다.


“이유진.”


옆집 여자의 이름.

생년월일.

유년시절의 몇몇 장면과, 최근 겪은 일들까지.


“970805.“


띠릭- 띡띡띡띡띡띡-


띠리릭-!


그 생년월일을 누르자, 도어락이 곧바로 해제된다.

그리고 그 현관의 바로 앞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진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 쯧.“


그 모습을 보니, 살짝의 현타가 찾아온다.

얘를 꼭 구해야 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든다.


기억 속에서, 이유진은 그리 선한 인물이 아니다.


직업은 기자.

연예부 소속.

가십거리가 될만한 연예인 한 명을 물고,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로 쫓아다니며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이 일반.

개인적으로 연락해, 그를 기사화시키지 않는 댓가로 돈을 챙기기도 한다.


그 탓에, 잠시간 갈등이 들었다.

이 사람을 굳이 구해야 할까.


”...... 뭔 생각을 하냐, 나는.“


그 고민의 끝에, 나는 고개를 도리저었다.

살아야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따위 기억 몇 조각으로 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지자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악인일수도 있을 테니.


새액-


희미한 숨을 내쉬고 있는 이유진.

그 손을 조심스레 마주잡는다.


그러자, 몸 곳곳에 얼룩덜룩하게 물들어있던 무채색들이 사라진다.

마치 내 몸속의 색을 그녀에게 나눠주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로써 그 숨결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번쩍.


어느 순간, 그 눈도 함께 떠졌다.


그에 안도감을 느끼며 말을 걸려던 순간.


짜악!


차진 소리와 함께 내 고개가 저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이유진의 얼굴.


”...... 씨발,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뒷목이 뻐근해진다.


...... 구하지 말걸 그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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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괴담. 회색 도시(1) 24.05.08 24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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