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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님의 서재입니다.

공포괴담 메뉴얼이 나만보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재호
작품등록일 :
2023.12.05 01:45
최근연재일 :
2023.12.05 02:47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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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추천수 :
0
글자수 :
2,115

작성
23.12.0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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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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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공포괴담 메뉴얼이 나만보임 1화.

DUMMY

1.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모두 '회색도시'에 어떠한 경로로건 진입한 사람일 것입니다. 만약 외부에서 이 글을 발견했다면 즉시 이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건 완전히 파괴하고 하루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2. 회색도시는 모든것이 무채색인 세상입니다. 만약 당신의 눈에 색이 있는 존재가 보인다면 아래 메뉴얼의 분류에 따라 행동하시오.


2-1. '빨간 풍선을 든 소녀'를 발견하였다면 그 소녀의 눈을 마주보지 말고─


...

...

......


모든 메뉴얼을 숙지하신 후, 회색도시에서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


"...... 무난하네, 그냥."


턱을 괸 채로 으아함- 하품을 했다.

글의 내용은 썩 괴기하나, 수천 수만번 이런것들을 봐온 나로서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조금 허술한 부분도 있고....... 메뉴얼을 많이 써본 사람은 아닌 거 같네."


내가 보는 것은 어느 한 인터넷 괴담 창작 사이트의 한 메뉴얼 괴담.

수칙서나 메뉴얼 따위의 내용으로 공포심을 자극하고, 그에 따라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벌어질 일들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나는 그 사이트의 관리자다.

딱히 개설을 하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괴담을 여러번 쓰기도 하고 다른 괴담들에 감상평도 자주 남겼더니 관리자 권한을 받았다.


[ 꾸준한 활동과 성실한 관리 감사합니다! (*´∪`) ]

[ 스X벅스 교환권 1만원 ]

[ ♡ ٩(´▽`)۶ ♡ ]


그로서 얻는 대가는, 사이트 주인장으로부터 받는 이런 소소한 선물들.

물론 딱히 그런걸 바라고 수락한 일도 아니기에 항상 감사하다는 답장만을 짧게 남기고 있다.


그렇게 활동한지 대략 5년차.

이제는 내가 관리자가 아니던 시절보다, 내가 관리자인 시절이 길어지다보니 어느새 맘편히 글도 작성하기 힘들게 되었지만...... 아까처럼 괴담 자체에 면역이 생기다 보니 별로 아쉬운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저 관성과 책임감 비스무리 한 걸로 관리만 이어나갈 뿐이지.


"분탕글도 대충 다 삭제했고...... 괴담 사이트라고 혐짤 막 올려도 되는 줄 아나."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글 몇개를 삭제했다.

괴담사이트이기 때문인지 뭔 시체짤이나 이상한 혐짤들을 올리는 놈들이 있다.

당연히 그런걸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올라올때마다 삭제.


30여분 남짓 관리를 끝내고나면 일하러 갈 준비를 해야한다.

일하러 가서도 짬짬이 관리를 하고, 내가 관리를 못하는 시간에는 부관리자들이 해줄테니.


"갈까."


일하러.

진짜, 싫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라리 인생이 저 괴담들 같았으면 이리 지루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 소리따위를 혼잣말로 지껄이며.


...... 혹시 그 한 마디 때문이었을까.


쿵-!


"엇, 시팔. 깜짝이야."


순간 밖에서 웬 커다란 소음과 함께 집 전체가 진동한다.

혹시 뭔 폭탄이라도 터졌나?

위쪽에서 미사일이라도 쏜 건가?

그런 생각들이 난립하던 와중, 칠칠맞게 쓰러진 내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 색?"


책상 위의 색이 변하고 있다.

아니, 색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은 처음, 내 책상을 포함한 그 위의 물건들을 집어삼켰다.

점차 무채색으로 물들어가는 그 기이한 광경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스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그딴 소리따위는 없이 그저 착실하게 흑백이 방안을 집어상키고 있었다.


"오, 오지마!"


...... 도대체 누군가를 지칭하고 말하는 것일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물러선다.

그러나 그 흐름은 점차 빠르게 퍼져나가 방바닥을 타고, 내 몸으로 올라왔다.


색이 지워진다.

내 발끝과 손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끝끝내 몸 전체를 무채색으로 물들이고, 나아가 방 전체를 그렇게 만들었다.


과거 흑백으로 제작된 영화의 그것처럼, 채도 없이 오로지 명도뿐인 세상.

너무 삽시간에 일어난 변화에 어이가 없어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이게, 현실인가.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렇게 얼이 빠져있던 도중, 불현듯 머리에 한 가지 내용이 스쳐지나갔다.


1.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모두 '회색도시'에 어떠한 경로로건 진입한 사람일 것입니다. 만약 외부에서 이 글을 발견했다면 즉시 이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건 완전히 파괴하고 하루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완전히 파괴하고.


하루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설마, 그게."


아까 전, 게시판에서 봤던 괴담 한 편.

그것이 현실이 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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