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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드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처음 균열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행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에드레이
그림/삽화
김에드레이
작품등록일 :
2020.05.18 19:14
최근연재일 :
2020.06.16 20: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30
추천수 :
295
글자수 :
77,931

작성
20.05.30 19:15
조회
54
추천
12
글자
7쪽

13화

DUMMY

서강은 구덩이 속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지금이라도 올라가서 저 괴물이 풀리는 것을 막아야 하는 걸까?

그런데 내가 어떻게 말리지? 저 광신도들을..?

이건 끔찍한 재해라고....’


이때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들이 들린다.

엄청난 소리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한 소리다.

눈을 감아도 그 광경이 눈에 그려질 듯한 소리다.


서강은 몸이 떨렸다.

여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땅으로 올라가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상황을 봐야만 했다.

그는 혼자 끙끙거린 끝에 구덩이에서 겨우겨우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는 선 채로 기절할 뻔했다.



시간은 십여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악마가 결국엔 사슬에서 풀려났다.


그 괴물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굳은 손과 발을 움직여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의 신께서 풀려나셨다!!!!!!”


마을 사람들도 그 장엄하고도 숭고한 모습을 보러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서진 역시 그곳에 도착해있었다.


교주는 당당하게 그 괴물 앞에 섰다.


“우리의 유일신, ‘데오 볼렌테 (deo volente)’님!

저는 신의 종으로써, 신의 대리인으로서, 당신이 자유가 되도록 열심히 순종하고 일하였습니다.

오오 이런 순간이 오다니 정말 기쁩니다.

드디어 저희를 구원해주실 때가 되셨습니다!

자, 저희를 위해 이곳의 괴물들을, 그리고 악마들을 처단해주십시오!

우리들의 신이시여!!!!”


교주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마을 사람들도 신이시여 라고 외치며 절을 하고 난리가 났다.


여태껏 눈과 입이 막혀 세상과 단절되어있던 괴물에게 펼쳐진 이 기괴한 광경.

과연 그것은 이를 뭐라고 받아들일까?


답은 뻔했다.


그 괴물은 괴이한 소리를 질렀다.

“크오오오오오오!!!!!!”


“오 드디어 신께서 저희의 기도에 대답을 해주시는군요!'”

사람들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괴물은 고개를 숙여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눈동자는 푸른 불꽃으로 일렁였다.


교주는 무척 감격했다.

교주는 그것과 눈을 마주치며 자신이 진정한 당신의 종입니다를 눈물을 흘리며 연신 외치고 있었다.


괴물은 그런 교주에게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교주를 그것의 손에 태우려는 줄 알고 더욱더 열광하였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역시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다. 쿠흐흐”


교주 역시 우쭐해져서는 손에 올라탈 준비를 하였다.


“찍ㅡ!”



“...?”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교주는 괴물의 손바닥에 벌레처럼 짓눌린 것이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였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신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것은 또 다른 재액에 불과했다.

아니, 오히려 밖의 괴물들이 훨씬 나은 수준이었다.


그 괴물은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활짝 웃음 지었다.

재갈에 굳게 물려 인자해 보였던 그 입을 얼굴 양옆으로 있는 힘껏 찢어서 웃고 있었다.

그 입에는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그것은 닥치는 대로 인간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한 인간을 집어 들어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었다.

또 다른 인간은 양다리를 손으로 집어 종이 자르듯 쭈욱 찢어내었다.

사람들의 피는 사방에 흩뿌려졌다.


이런 살육은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해서였다.

얼마 동안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심심했었다.


그것은 자유가 되어 무척 기쁜 마음을, 어린아이 마냥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것뿐이다.

악의는 없다.

그것에게 인간은 시끄러운 벌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다못해 인간은 그것에게 디저트도 되지 못할 양이다.

그것은 재밌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그 괴물의 모습은 진정한 악마의 형상이었다.


이때 서강은 구덩이 안에서 힘겹게 기어 올라왔다.


“헉...!”


그는 구덩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소리로는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졸도할 뻔했다.

평화롭던 마을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마을은 여기저기 불이 피어올라 잿더미가 되고 있었다.

인간의 시체로 산이 이뤄지고 인간의 피로 강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 괴물은 놀만큼 놀았다는 듯이 멈춰 서서 만족한 얼굴로 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것은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등에서 커다란 날개를 펼쳐내고는 땅을 거칠게 박차더니 천장의 벽 가까이까지 날아올랐다.


그것이 날아오를 때 생긴 바람에 의해 서강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으아아악!!!”


그것이 서강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는 정신을 잃었다.


“으윽...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

그는 얼마 뒤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일어났다.

날려졌을 때 머리를 부딪친 듯했다.


머리에 무언가 뜨거운 게 흐르는 게 느껴졌다.

피인 듯했다.

서강은 무척 아팠지만, 정신 차려야 했다.

서진을 찾아야 했다.

그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마을 쪽으로 뛰어갔다.


서강은 불타오르는 마을을 보고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서진을 애타게 부르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서진! 진아!! 어딨어?!!

다른 살아있는 사람 계십니까!!!

제발 대답해주세요!!”

서강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서강은 서진을 발견했다.

빼곡히 쌓여있는 시체 사이에서 말이다.

그녀의 상태는 비교적 온전해 보였다.


서강은 다급하게 그녀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두 팔을 잡아 시체 더미에서 끌어내었다.


당기는 힘에 의해 서진은 서강의 품에 안겨지고 두 사람은 뒤로 넘어졌다.


서강은 서진이 괜찮은지 말을 걸려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의 몸은 상체만 남아있었다.

그녀의 몸 아래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서강은 너무나 놀라서 서진을 그대로 내동댕이쳐버렸다.


“이럴 수가... 이게 뭐야 대체...

어떻게 이렇게 ...”


서강은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잔혹하고도 잔인한 참상에 애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에 구역질이 났다.

시체 타는 냄새로 무척 매스꺼웠다.


구덩이에 빠져있었던 자신을 제외하고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이 죽었다.

이곳은 더는 생명체 따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저 괴물이 풀려나는 것을 자신이 막을 수도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게 혼돈 속에서 서강은 또 한번 깊은 절망으로 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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