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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드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처음 균열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행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에드레이
그림/삽화
김에드레이
작품등록일 :
2020.05.18 19:14
최근연재일 :
2020.06.16 20: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34
추천수 :
295
글자수 :
77,931

작성
20.05.28 20:46
조회
67
추천
10
글자
7쪽

11화

DUMMY

서강이 분노에 휩쓸려 이성을 잃고 들어간 움막에서 발견한 여자는 그의 동생이 아니었다.

키와 체형 등은 서진과 똑 닮았지만, 얼굴은 전혀 달랐다.

서강은 무척 당황해 하며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했다.

그녀는 싱긋 웃었다.


“나 서진인데? 내 이름이 서진이야.

오.빠~”

서진이 옷을 입으며 말했다.


이럴수가.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이었다.


서강은 분명히 자신의 여동생일 거라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뛰어들었는데 큰일이었다.

자신이 지금 크나큰 실수를 했단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은 폭력까지 쓰지 않았나.

당장에라도 이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처벌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또는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서강은 급하게 그 교주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무릎 꿇고 엎드려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제가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서진이라는 이름만 듣고 저 하나 뿐인 여동생이라는 생각에 그만 이곳의 사정을 모르고 뛰어들었습니다.

저 여자는 제 여동생도 아니었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네요..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전지전능하신 신을 모시는 교주님인 만큼 넓은 아량과 은혜를 베풀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 교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저렇게 무릎까지 꿇고 구구절절 사죄하는데 신을 받드는 교주라는 작자가 화내며 마음을 옹졸하게 쓰긴 애매한 모습이 된 것이다.

교주는 애써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았다.

그의 눈은 화가 나 갈고리 모양처럼 휘었고 입만큼은 그 감정을 숨기듯 억지로 웃는 모습이 참으로 기괴하게 보였다.


“허허허 하나뿐인 여동생을 지극히 생각하는 마음... 제가 다 감동했네요.

이곳은 신께 기도를 드리는 신성한 곳입니다.

방금 이 여성 신도와 한 행위들도 불건전하다거나 불경한, 그런 것이 아닌 전부 다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과정일 뿐입니다.

오늘 한번은 봐줄 터이니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마세요.”


‘그 행위가 기도를 드리는 과정이라고?

저 자식 진짜 대놓고 사이비 교주네..

아주 괴물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하는 꼴...’

서강은 생각했다.


“서진양. 오늘은 기도를 여기서 끝낼 테니 돌아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쉬도록 하세요. 다음에마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주는 흘러내리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서진에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교주님.”

서진과 서강은 움막 밖으로 나왔다.


서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오빠 여동생 이름이 서진이야?”

여자가 말을 걸었다.


“어.. 딱 네 또래의 여자애...”


서강은 힘이 쭈욱 빠져버렸다.

그는 그 여자애한테도 미안하여 그녀의 움막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 그.. 저 미안했다.. ”

서강은 머뭇머뭇 사과했다.


“으응~ 아니야.. 오히려 고마운걸...

나도 저딴 기도 하기 싫었어..”


“...그 기도라는 거.. 거부하면 안 되는 거야?”


“응.. 여기 젊은 여자 신도들 대부분은 강제로 기도를 올려야 해. 안 그러면 이곳에서 쫓겨날 거라고 협박을 당하거든..

먹을 것도 나눠주지 않는다고 하고...”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형적인 사이비, 이단의 더러운 이면이다.

겉으로는 도의적, 이타적인 척해도 결국에는 사람들의 신앙심을 빌미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바쁘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신의 대리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그의 신자들에게 여성과 음식, 재물 등을 끊임없이 상납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냘프고 여리디여린 소녀도 그렇게 착취당하고 있다.


그녀는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까... 교주님이 말씀하셨어.

이렇게 계속 교주님을 통해서 마음을 다해 기도를 올리면 나는 구원받는다고..

조만간 신님을 구속하는 저 악의 사슬들이 풀릴 거라고..

그러면 이제 괴물을 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

온갖 고통도 괴로움도 모두 사라질 거라고...

모두가 평등해지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뭐라고? 저 괴물의 사슬이 풀린다고..?

어떻게 해서?”

서강은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저 거대한 사슬을 풀어낸단 말이지?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주이긴 한가?

사실은 교주 자식 대단한 놈이었던 건가..?’

서강은 여러 의문점이 생겼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오래전에 그 방법을 알아냈다고 하셨어...

마을 사람 중 젊은 남자들을 동원해서 이미 그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거 같아.

아마... 그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도...”

그녀는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서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는 저 소녀가 선택한 인생이 있다.

본인이 이 마을의 규칙에 순응하고 살겠다면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저 괴물이 사로잡혀있는 이상 이 마을은 다른 괴물들로부터 나름 안전이 보장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악마가 자유를 찾는다면 분명히 끔찍한 참극이 일어날 것이다.

자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곳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자신의 여동생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 어린 소녀만큼은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여동생과 겹쳐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서진.. 혹시 너는 이곳을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 싶어?”

서강이 물었다.


“나가서 살아나갈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살기는 더 싫은 거 같아..

지금이... 무척 괴로워..”

그녀는 머뭇머뭇 대답했다.


“그래.. 오늘은 일단 푹 쉬어.”


서강은 서진을 그녀의 움막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움막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누웠다.

여동생을 만나는 순간이 드디어 온 줄 알았더니 동명이인이라니.. 헛웃음만 나온다.


“그나저나 저 괴물이... 풀려난다고?

도저히 제정신들이 아닌 거 같은데..

그걸 막을 방법은 없을까..”

그는 뜻하지 않게 생각이 많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교주라는 작자의 말을 맹신함이 틀림없을 텐데, 그들의 계획을 서강 본인 혼자 막는다고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악으로 몰릴 것이다.


저것은 다른 것들과 비교도 안 되는 괴물 중 괴물이다.

마을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전지전능한 신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저것이 풀려나게 된다면 마을의 전멸은 순식간일 거다.

괴물들을 여러 번 겪고 목숨을 위협받아온 서강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온실 속 화초인 이 마을 사람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거 같았다.

교주라는 작자는 도대체 왜 이 평온한 호수 같은 마을에 커다란 돌덩이를 던지려고 하는지 서강으로써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이 혼돈 속 마을에서 밤과 근심은 점점 깊어져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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