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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드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처음 균열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행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에드레이
그림/삽화
김에드레이
작품등록일 :
2020.05.18 19:14
최근연재일 :
2020.06.16 20: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31
추천수 :
295
글자수 :
77,931

작성
20.05.22 18:45
조회
92
추천
6
글자
7쪽

5화

DUMMY

본래 야생 동물들은 튼튼한 턱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빠른 다리로 사냥감을 손쉽게 쫓고, 치명적인 송곳니로 사냥감을 손쉽게 낚아챈다.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사냥에 특화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온 결과물이다.


반면, 사람은 힘도 무기도 아무것도 없는 빈약한 몸뚱이만을 가진 채 태어난다.

동물에 비해 약소하기 그지없다.

약육강식의 세계에 있어서 인간은 그저 가련하고 덧없는 한 마리의 사냥감에 불과하다.


발이 빠른 그 괴물은 여기서 누가 약하고 누가 강한 존재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것은 슬라임이 아닌 서강만을 집중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산성액을 지닌 성가신 슬라임은 놔두고 아무런 공격수단이 없는 서강을 빠르게 제압한 뒤 물고 사라지려는 수작이었다.


그것을 예감한 서강은 여기서 자신이 죽을 것만 같았다.

맥가이버 칼 따위로는 도무지 저 재빠른 2미터짜리 괴물을 찔러 죽일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스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그 괴물은 빠른 스피드로 다양한 각도에서 서강을 해치려 노력했다.

그때마다 슬라임의 산성 공격으로 겨우겨우 저지가 가능했다.


그 둘은 호각이었다.

어느 쪽도 물러날 기미가 안보였다.


서강은 행여나 슬라임에게 방해가 될까 움츠러들어 서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상태로 시간을 끌어주면 저 괴물도 포기하고 가지 않을까..?’

서강은 조그마한 희망을 가졌다.


"으악!"

이때 그 괴물의 손톱은 서강의 팔을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그의 팔에는 피가 났다.

다행히도 얕게 스친 모양이다.

슬라임도 서강도 모두 놀랐다.


'아.. 진짜 여기서 죽을 수 도 있겠는걸..'

서강은 생각했다.


그 괴물은 자신의 공격이 또 막히자 매우 화가 난 듯 괴상한 외침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엄청나 서강은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으윽.. 무슨 소리가 이렇게..!”


그 괴물은 한참을 그러더니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아니 저 자식 뭐 하는 거지???”


순식간에 땅을 가득 파고 그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뭐야 드디어 포기하고 도망간 건가..?”


하지만 그 괴물이 그렇게 쉽게 도망가지 않을 거란 것을 서강도 알고 슬라임도 알고 있다.


바닥을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그 괴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이 땅 속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길이 없었다.


고요했다.

정적이 흘렀다.


괴물이 어디서 튀어 올라올지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 하던 와중에 서강은 이때 그냥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지금 말고는 도망칠 기회는 없을 거 같았다.


“슬라임, 뛰어!!!”


서강이 뛰어나가자 슬라임도 따라 뛰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게 뛰었다.


부디 그 괴물이 서강과 슬라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길 바랄 뿐이었다.

부디 그 괴물이 자신들을 놓쳐주기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망가진 세계의 노련한 사냥꾼이 한번 찍은 먹이를 쉽게 놓칠 리 만무하다.

그들은 끈질기다.

죽을 때까지 쫓아올 것이다.


그 괴물은 곧바로 서강의 등 뒤쪽 땅에서 튀어 올라왔다.


“어...!”


방심했다.

서강은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그 괴물의 날카로운 손톱이 서강의 몸뚱이를 뚫으려는 그 찰나의 순간, 서강은 주마등을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서강의 동생, 서진..

서강이 마지막으로 봤던 서진의 어여쁜 모습 그대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만이 서강에겐 구원의 시간이었다.


‘미안해 진아.. 널 구하러 갈 수 없을 거 같다..’


서강은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푸욱ㅡ!! ’


그 괴물의 손톱이 어딘가를 꿰뚫은 소리가 났다.


그런데 서강은 몸 그 어디에도 아픈 느낌이 나질 않았다.

‘뭐지... 한 순간에 죽어버려서 오히려 아프지도 않은 걸까?’


서강은 꽉 감은 눈을 슬며시 떠보았다..


괴물 손이 꿰뚫린 것은 서강 본인이 아닌 슬라임이었다.


괴물 손에 꿰뚫려 버린 슬라임은 커다란 구멍이 났고 거기서는 산성액이 흘러넘쳐 그 괴물과 함께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 산성액은 괴물의 얼굴에도 튀어 얼굴도 절반 이상이 녹아내렸다.

그렇기에 그 괴물은 단말마 조차 낼 수 없었다.


피비린내와 산성액의 냄새가 뒤섞긴 끔찍한 모습이었다.


신기하게도 서강에겐 그 산성액이 전혀 튀지 않았다.

슬라임이 죽어가면서도 서강을 위해 자신의 산성액을 조절한 거 같다.


슬라임은 눈을 천천히 껌뻑 껌뻑 거리며 서강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슬라임과 괴물은 함께 녹아내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서강의 눈엔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 마냥 천천히 재생되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서강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그는 여기서 더 이상의 최악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신을 먹으려는 괴물뿐인 지옥 같은 이 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온 존재였는데, 이를 잃어버린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서강을 지키려다가 희생해버리다니 마치 옛날 비극에서나 나올것만 같은 결말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나랑 안지 얼마나 됐다고..?

너도 사실은 괴물이잖아????

도대체 왜 나 대신 죽어버린 거야... 크흡..

안돼... 슬라임... 죽지 마............”


서강은 절규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흘러넘치는 눈물과 콧물 때문에 숨조차 안 쉬어진다.


‘삐ㅡ’


귀에서는 이명이 들린다.

제대로 걸을 수 도 없다.

기어서라도 슬라임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바닥에 흩뿌려진 산성액 때문에 그것 조차 마음대로 허락되지 않는다.


서강은 분명히 이곳을 돌아다니기 전에는 슬라임과 함께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찼었다.

그는 이 슬라임과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줄 알았다.

최소한 출구까지는 함께 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단 하룻밤만 같이 동행했을 뿐이었다.

그저 단 하룻밤만 함께 있었을 뿐이었다.


너무 무섭다.

서강 본인 또한 언제든지 저런 괴물들을 만나 죽을 수 있다.

아니 이번만 해도 슬라임만 아니었으면 시체가 되어 나뒹구는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 무섭다.

두렵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도 없다.

슬라임이 모든 걸 바쳐서 살려준 목숨이다.


엎드려서 숨 죽여 운다.

또 다른 괴물이 서강을 찾지 않도록.

슬라임이 겨우 살려준 이 목숨,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도록.

서강은 심장을 부여잡고 이 악물고 우는 소리를 참아가며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그렇게 서강은 혼돈 속에서 친구를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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