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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드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처음 균열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행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에드레이
그림/삽화
김에드레이
작품등록일 :
2020.05.18 19:14
최근연재일 :
2020.06.16 20: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33
추천수 :
295
글자수 :
77,931

작성
20.05.18 20:00
조회
410
추천
48
글자
11쪽

1화

DUMMY

“여기가 어디지...?”


공허한 공간 속에서 목소리만 울려퍼진다.

눈을 떠보니 컴컴하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손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그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발 역시 마찬가지다.

묶여있는 것 같다.


그는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맨바닥은 축축하고 차가울 뿐이고

자신의 팔다리는 무언가에 의해 자유를 뺏겼다.

몸에도 무언가가 감긴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


목이 터져라 외쳐봐도 들려오는 건 그의 목소리.

그리고 메아리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더욱 불안해져 갔다.

너무나 두렵다.

그 두려움에 그의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점점 과열되가는 심장 소리가 그의 귀에도 명확하게 들린다.

그렇다.

이곳은 오로지 그의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어떻게 이렇게 조용하고 기분 나쁜 곳이 다 있을까?

이곳은 지하실인가?

축축한 바닥의 느낌은 무언가 풀밭 같기도 하다.


팔다리가 무언가에 꽉 묶여있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점점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어둠에 눈이 적응이 되어가면서, 어슴푸레하게 주변 윤곽이 보이기 시작 했다.


그는 몸부림도 쳐보고 굴러도 보고 마구잡이로 몸을 움직여본다.

식은땀에 그의 몸은 흠뻑 젖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날카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이게 뭐지?”


그의 손목을 거칠게 감싸고 있는 무언가를, 바닥의 날카로운 그 무언가에 열심히 비벼본다.


“앗... 따거!”

손을 베인 거 같다.

그렇지만 큰 상처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한참을 비비고나니 그는 겨우 겨우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같은 방법으로 다리의 무언가도 끊어내었다.


드디어 자유다.

평소에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와 고마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현기증이 났다.

오랜 시간 동안 누워있었던 것임이 분명했다.


바닥을 더듬더듬거리자 가방으로 보이는 것이 손에 잡혔다.


“... 이건 내 가방인가?”


그가 원래 소지하고 있던 가방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가방 안을 뒤적거리며 오직 감촉만으로 물건을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손전등을 찾았는지 꺼내 들고 켰다.


‘달칵ㅡ’


드디어 이 이상한 곳의 모습을 그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뭐야???”


그는 괴성을 질렀다.

손전등에 비친 이곳은 이상하다.

아니 기괴하다.


일단 여긴 무척 우거진 덩굴 숲인 거 같다.

하늘은 없지만 천장은 하늘만큼 높다.

아마 지하인 듯 했다.

축축하던 바닥은 풀이 맞았던 모양이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는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언가에 의해 커다란 충격을 받아 최근의 기억이 일시적으로 날아간 듯했다.

그는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했지만, 기억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팔다리의 자유는 찾았지만 , 현실은 절망적이다.

그곳에서는 맛있는 밥도, 편안한 잠자리도, 깨끗한 목욕, 그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목숨까지도.


그는 일단 정신을 차리고 가방을 다시 뒤져보았다.

500ml짜리 물 2통, 초코바 3개, 통조림 3개, 지갑, 맥가이버칼, 담요 , 라이터 그리고 아까 꺼냈던 손전등.

이게 다였다.


“뭐지.. 나는 산행이라도 하던 중이었던가?”


이번에는 바지를 뒤져보니 핸드폰이 나왔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 구조요청이든 뭐든 할 수 있겠구나

나는 이제 살았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핸드폰을 켜보니 권외 지역이라고 뜬다.


천국의 문에 다다른 순간 다시 지옥으로 끌려들어 간 느낌이었다.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진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이고 왜 핸드폰도 안 터지며

대체 왜 나는 최근의 기억이 없고

왜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그의 이름은 ‘서강’, 나이는 27살.

키는 181cm , 몸무게 70kg.

군대를 마치고 이제 갓 입사한 평범한 영업사원일 뿐이다.

대한민국 어딜 가도 있는 회사원 ‘A’에 불과한 그는 절대로 이런 상황에 처할 만한 위인이 되지 못한다.


‘짝ㅡ!’

서강은 정신 차려야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양쪽 뺨을 손으로 때렸다.

우선 그는 허기부터 채웠다.

혹시 이곳에 오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부담감에 그저 초코바 하나를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손전등을 켜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자신의 손과 다리를 억압하던 그 무언가를 비춰보았다.

당연히 노끈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것들은 억세고 긴 나무줄기, 덩굴처럼 보였다.

그것에 의해 서강의 몸은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납치라도 당해서 묶여있는 줄 알았더니..

나무줄기라고...?”


당황스럽다.

계속해서 당황스러운 일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어찌 됐건 그는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힘든 몸과 마음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주변은 빛 한 줄기 없어서 무척이나 어둡고 생명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런데 거대한 풀숲이다. 이건 너무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지하에 이런 숲이 조성되어있을 수가 있지?

그런데도 왜 벌레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걸까?

어째서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어쩌면 위의 땅이 어떤 일로 인해 지하로 통째로 매장되어 버린 걸 지도 모른다.

기억을 잃은 서강은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풀 숲이라고 해도 이곳은 너무 기이하게 생겼다.

나무의 형상은 해괴하다.

마치 나무속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 죽어있는 듯한 모양이다.

기분 탓이겠지 하고 넘기려고 해도 괴로움에 울부짖는 듯한 사람의 얼굴 형상이 정확하게 박혀있다.

뿐만 아니라 본 적도 없는 이상한 식물들이 많았다.

풀은 마치 뼈 같이 단단하고 하얗다.

그것들은 꿈틀꿈틀 움직이는 거 같기도 하다.


서강은 이게 다 내가 지금 공황상태에 빠져 자신이 허상을 보는 거라고,

현실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되뇌며 숲을 지나쳐갔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진짜 미쳐버릴 거 같으니깐.


서강, 27살의 운동을 좋아해서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자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무섭고 지쳤다.

하지만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이 드니 그는 그나마 정신줄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바람이 느껴지는 거 같다.


“바람을 따라가면 지상이랑 이어진 출구가 있는 게 아닐까?”


갑자기 힘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빠른 걸음으로 바람의 진원지로 가본다.

도착했으나 출구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무언가가 있다.


드디어 이곳에서 처음 보는 생명체다.


‘이게 뭐지...?’


바람의 정체는 이 생명체의 콧바람이었다.

이 거대한 생명체는 이 지구 상에 본적도, 아니 결단코 존재했던 적도 없던 그 무언가 임에 분명했다.


이건 현실이 아니고 꿈인게 틀림없다.

서강은 이 잔혹한 악몽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살기 위해서.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저 뜨거운 콧바람이 분명히 그의 전신을 훑는 게 느껴진다.


그 생명체는 온몸이 울룩불룩한 검은 가죽으로 뒤덮여있고 중간중간엔 고름이 나있으며 징그러운 촉수가 달려있다.

그 생명체는 잠을 자고 있지만 왜인지 촉수는 깨어있 듯이 허공을 흐느적거리고 있다.

전체 크기는 3m는 족히 되어 보인다.

눈,코,입도 제대로 달려있다.

해괴하다.


정말로 다행히 자고 있는 거 같다.

코 고는 소리도 들리는 거 같다.


서강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너무 놀라서 비명 소리 조차 나오지 않아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서강의 몸뚱이는

순식간에 해체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괴생명체의 한입거리 식사로써.


덜덜덜 몸이 떨렸다.


‘내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도대체 뭐지?

여기는 지구가 아닌가?

실은 나는 이미 죽어서 지옥으로 온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서강은 현실 파악이 되지 않는다.


서강의 유년기에는 부모가 술, 노름에 빠져 평생 동안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살아왔다.

십 대에는 무작정 가출해 살아남기 위해 부랑자 생활을 해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서강에게는 남다른 멘탈과 체력이 있다.

망나니 부모 덕분에 서바이벌 측면에서 도움되는 몇 안 되는 장점이 생겼던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최대한 조용히..’

서강은 냉정하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 이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면 혼절해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서강은 조용히 뒷걸음질 친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신중하게..


“바스락ㅡ!”


아..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설마 했던 그 장면이 그대로 연출되고 만다.

바닥에 나뒹굴던 나뭇가지를 제대로 밟은 것이다.


‘제발 깨지 말아 줘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서강은 애처롭게 마음속으로 빈다.


그러나 괴생명체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서강과 눈이 마주쳤다.

이로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

두 생명체 사이에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흘렀다.


그 고요함을 깬 쪽은 괴생명체.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서강 쪽으로 달려들었다.


서강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괴생명체의 촉수가 서강의 머리카락을 잡을 듯 말 듯 가까웠다.

그러나 괴생명체는 어두운 세상이 불편했는지, 이리저리 부딪히며 전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


손전등을 제대로 가지고 뛰는 서강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이 생명체는 처음부터 어둠 속에 있던 게 아니었나 보다.

다행이다!

잘하면 저 괴물한테서 도망칠 수 있겠어!’


체력이 좋은 서강은 턱밑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쉬지 않고 뛰었다.


목에서 피맛이 난다.

죽을 거 같다.


커다란 나무와 바위 등이 괴생명체의 길을 계속 막아주어서 둘의 간격은 점점 멀어지더니 이제는 더 이상 서강에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서강은 그제야 멈춰 서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눈을 떠 처음 본 세상은 하늘이 없는 암흑으로 뒤덮인 지하이며,

처음 만난 생명체는 자신을 죽이려 달려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괴물.


서강은 눈물이 났다.

목놓아 울다가 그 괴생명체가 소리를 듣고 따라올까 봐 주먹으로 입을 막고 흐느꼈다.

이거야 울지 않고서야 못 배긴다.


그렇게 이 혼돈 속에서의 끔찍하고도 잔혹한 첫날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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