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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ya 놀자!

흑룡단 aka. 무림조정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단비ya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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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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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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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흑룡단 생활.

DUMMY

본격적으로 흑룡단, 아니 백림객잔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송연희는 그동안 꽤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초절정 고수인 냉하상을 단숨에 제압한 단주인 유백림은 두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무공을 익히지 않은 문유신을 제외한 다른 선배들 모두 정확하진 않지만 초절정에 근접하거나 이미 초절정의 고수들이었다.


“말도 안돼···”


그들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래 봐야 이십 대 중후반의 나이였다. 장군가인 청풍송가의 비전절기를 모두 익힌 자신도 완숙한 절정에 올라 천재라 불리었다. 스물 셋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군적에 오른 오빠의 나이일 뿐, 자신은 심지어 이제 막 스물 한 살이었다.


지난 며칠 간 선배들과 대련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군부에서 그녀의 실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하지만, 흑룡단의 선배들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둘째,


“덤벼! 여자니까 선공을 주는 거야.”


이들 모두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여자라고 안 봐줘 나는. 그런 검으로 어떻게 절강군에서 버텼대?”

“이익! 받아라!”


“선배한테 말 본새 하고는! 받으세요~ 해야지.”


셋째,


선배들은 모두 최소 한 두가지의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먼저, 청서의 경우엔 빠른 발과 암기술이었다. 주로 쇠구슬을 애용하는데, 알고 보니 거의 모든 암기술에 능통한 그였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순식간에 무기가 되어 원하는 곳에 마음먹은 대로 꽂아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빠른 발을 이용한 각법에도 상당한 조예가 깊었는데, 덩치가 작다고 무시하고 덤볐다가는 그의 쇠처럼 단련된 발에 걷어차여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벌러덩 –


“뭐야, 이제 좀 놀아 보려고 했는데.”

“내 차례다. 일어나라, 신입.”


순박한 웃음을 날리며 나선 백웅은 커다란 두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위협을 했다. 백웅은 덩치에 걸맞게 힘이 아주 장사였다. 보기만 해도 위협이 되는 커다란 근육과 반짝반짝 빛나는 민머리를 보고 외공의 고수라고 오해를 하지만, 사실 그는 내가기공의 고수였다.


과거에 영약을 잘못 복용하여 온몸의 털이 자라나지 않는··· 슬픈 사연이 있었지만 덕분에 그의 몸에 쌓인 엄청난 양의 내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지난 날 보았던 내력을 이용하여 바닥에 떨어진 구슬들을 쓸어 담았던 것도 모두 마르지 않는 내력 덕분이었다.


“이건 사기예요! 강막이라니! 어떻게 뚫으라고요!”


이렇게 강기의 막을 이용한 방어에 특화된 그는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하여도 대결하는 사람이 결국엔 공격하다 지쳐서 나자빠지기 일수였다. 강기의 막을 뚫을 수 있는 실력이 있지 않고서야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였다.


혼자서 찌르고 베고 지지고 볶고 하다 지쳐 쓰러진 송연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헉··· 진짜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어머, 동생. 이렇게 예쁜 언니한테 괴물이라니.”

“서, 선배님.”

“언니라고 부르라니까. 호호.”


다음 차례로 나선 적미호와의 대련이야 말로 가장 하기 싫은 대련이었다. 청서와 백웅과는 달리 적미호와는 공방을 주고받는 대련이 아니었다. 그녀와의 대련은··· 숨바꼭질이었다.


객잔 뒤편에 마련된 좁은 연무장에서 숨을 곳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큰 오산이다. 그녀의 특기는 은신술이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의 그림자 속으로도 몸을 숨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그녀가 숨어버리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송연희였다.


정말 이 안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자신을 놀리는 것인지 확인하려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다가는 어김없이 그녀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오싹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예리한 칼의 기운에 놀란 송연희는 정신을 바짝 차리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생, 그래서 어디 이 단도를 다시 가져가겠어? 호호.”

“······”


적미호는 자신의 기척을 잡는 날, 단도를 돌려주겠다며 항상 이런 식으로 단도를 들이밀며 자신을 약 올렸다. 사실 그 단도는 대단한 명도는 아니었지만, 죽은 오빠가 선물로 준 단도였기에 그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배들에게 깨진 송연희는 본격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녀의 일과는 선배들과의 새벽 대련으로 시작이 되는데, 대련이 끝나면 그녀는 객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담당했다.


“여어~ 신입. 빨리 바닥 좀 쓸고 닦아! 곧 손님들 오실 시간이야.”

“예.”

“신입! 창고에 가서 무좀 더 가져와라.”

“예!”

“동생~ 뒷마당에 널어놓은 이불 좀 가져다 줄래? 호호.”

“늬예에~”

“연희님, 방금 경공을 쓰신 것 같은데··· 객잔 내에서는 경공사용 금지입니다만.”

“··· 네.”


객잔 업무는 각자 맡은 분담하여 맡고 있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점소이 청서

주방장 백웅

객실장 적미호

총관 문유신


그리고···


“난 잡일 담당이지··· 에휴.”


모든 영업 준비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뒷마당 한 켠에서 숨을 돌리던 송연희는 처량해진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디 땅이 꺼지겠어?”


아, 잊을 뻔했다.


“왜요? 그럼 좀 도와주시던가요.”

“내가?”

“네.”

“왜?”

“··· 차라리 말을 말지. 괜히 시비 걸지 마요. 바쁘니까.”

“안 바빠 보이는데?”

“······.”


이 능구렁이 같은 인간이 어디가 황제 폐하의 검이고 전설의 흑룡단주란 말인가.


한바탕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은 송연희는 유백림의 하는 양을 보며 혀를 찼다.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그물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는 꼬라지가 그녀의 염장을 지른 것이다.


“쯧쯧··· 게으른 나귀가 따로 없네요.”

“그게 내 소원이다.”

“진짜··· 그 외모가 아깝네요.”

“훗··· 하긴 내가 좀 생겼지.”

“우웩.”


백림객잔 사장 유백림.


아니, 그냥 한량이다. 객잔의 일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얼굴 한번 내비치는 법이 없었다. 수하들이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면 예의상 한번쯤은 도와줄 법도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늘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 염장을 지른다.


누구를 괴롭히는 것도 귀찮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힘들게 일하는 사람 옆에서 보란 듯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신선놀음을 하는 유백림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얄밉기만 했다.


“연희야.”

“왜요.”

“곧 비가 올 것 같네. 백웅이한테 가서 전이나 부쳐 달라고 해.”


유백림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 송연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구름 한점 없이 쨍쨍한데, 무슨 비람?”


사장님의 말씀을 가볍게 무시하고 먼지를 털던 송연희는 잠시 후 들린 천둥소리에 놀라며 얼이 빠졌다.


우르르 쾅쾅!!!


“진짜··· 이게 말이 돼?”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 바로 유백림이었다.


.


쏴아아 –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객잔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백림객잔입니다··· 아, 오랜만입니다.”


익숙한 듯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 흠뻑 젖은 옷을 쥐어짠 털북숭이 중년인은 시원하게 웃으며 문유신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하하, 문 총관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고뿔에 걸리겠습니다. 여기 수건 좀 갖다 주세요.”

“예.”


감정 표현이 지극히 제한적인 문유신 또한 중년인과의 만남이 유쾌한 듯한 분위기를 은근하게 풍기자 송연희는 장비 수염을 한 중년인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허겁지겁 수건을 가지러 달려갔다.


“객잔이 날로 번창합니다, 그려. 그 사이 새로 직원도 구했나 봅니다.”


중년인의 말처럼 객잔 안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청서 또한 중년인을 잘 아는지 눈을 찡긋하고는 계속해서 음식을 날랐다.


“예, 저희 주방장님의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손님들께서 많이 찾아 주십니다.”

“백 주방장 솜씨야 뭐 소문이 자자하지요! 하하.”


뽀송뽀송 잘 마른 수건을 가져온 송연희는 중년인에게 수건을 건네 주며 힐끔힐끔 관찰을 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직원들과 잘 아는 듯한 인물이 등장을 했다. 자신이 요즘 황실 특무기관 흑룡단에서 일을 하는지 백림객잔의 잡일 담당인지 살짝 혼란스러울 즈음에 나타난 인물인 것이다.


커다란 숫돌과 다양한 크기의 식칼들이 가득 찬 등짐을 찬 모습이 영락없는 칼장수의 모습이었지만, 송연희는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펑퍼짐하고 허름한 옷으로 가렸지만 두꺼운 몸통과 딱 벌어진 어깨, 긴 허리와 커다란 상체를 굳건히 받쳐주는 하체가 타고난 장사의 몸이었다.


“응? 뭘 그리 뚫어지게 보시오?”

“아! 죄송합니다···”

“하하, 반하기라도 했소?”

“네에? 아니요!”


쌩 하고 돌아서는 송연희를 보며 호탕하게 웃은 중년인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주방으로 향했다.


“자, 갈 길이 머니 얼른 일을 시작합시다. 칼들은 주방에 있습니까?’

“네, 미리 준비를 했습니다. 아마 주방장님도 오랜만에 뵈어서 좋아하겠네요.”

“하하! 자, 가봅시다.”


중년인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문유신은 송연희를 불렀다.


“따라가 보시지요.”

“역시나··· 평범한 칼장수는 아니었나 보네요?”


대답대신 슬쩍 고개를 끄덕인 문유신은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손님들을 발견하고는 준비한 계산서를 들이 밀었다.


물론, 딱딱한 표정으로.


“소면 두 그릇, 완자탕 한 그릇, 돼지고기 볶음 요리까지 총 동전 2문 6푼입니다.”


송연희는 가격 흥정을 시도하려는 손님들과 꼿꼿한 표정으로 거절을 표하는 문유신을 뒤로 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


화르르.


새빨간 불 위로 움푹하게 파인 커다란 무쇠 솥이 빠르게 움직였다. 백웅의 섬세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손길을 따라 잘게 썰린 재료들이 공중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었다.


“여전하구만, 백 부장.”


툭.


반가운 목소리에 백웅은 그대로 솥을 내려 놓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장군님!!!”


몸이 스스로 반응하듯 절도 넘치는 군례를 취한 백웅의 얼굴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웅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가볍게 안아준 중년인 또한 백웅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사람! 손님에게 탄 음식을 내보낼 셈인가! 하하, 이 또한 여전하네.”

“어이쿠!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솥을 옮기는 백웅의 모습에 너털웃음을 흘린 중년인은 여전히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이 바로 백 부장이지. 암! 하하.”


중년인을 바라보는 백웅의 두 눈 가득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장군님도 여전히 저를 놀리시는 게 즐거우신가 봅니다.”

“하하, 이 사람 참. 이렇게 세워만 둘 건가? 어서 내려감세.”

“식사는 하셨습니까?”

“내 오랜만에 자네의 음식을 맛볼 생각에 며칠을 굶었는지 모르겠네.”

“저런! 금방 음식을 대령하겠습니다.”

“대충하시게, 하하.”


말을 마친 중년인은 익숙한 손길로 주방 한 쪽 벽으로 향하더니 진열대 위에 놓인 그릇들의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드르륵.


벽 안쪽에서 기계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숨겨져 있던 문이 드러났다.


“이건···? 우와···”


막 주방으로 들어온 송연희는 놀랄 틈도 없이 백웅이 건넨 쟁반을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엥? 뭐죠?”

“차다. 갖다 드려라.”


짧게 말을 하고 돌아선 백웅은 분주히 움직이며 솜씨를 발휘할 준비를 했다.


“역시··· 그럼 그렇지. 이래야 흑룡단이지.”


뭔가 비밀스러운 장소라니.


역시 자신이 황실의 비밀 조직인 흑룡단원이라는 사실을 오랜만에 깨달으며 중년인이 들어선 문을 따라 들어갔다.


.


“끄아아악!!!”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전장.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분하는 것은 사치였다. 그저 보이는 대로 무기를 휘두르다 보면 어느 순간 북소리가 들린다.


둥. 둥. 둥. 둥. 둥.


마치 잘 조련이 된 짐승처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지금 들리는 북소리는 퇴각 명령이다. 퇴각을 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동료를 챙길 새도, 떨어진 무기를 쥘 새도 없이 그저 본진을 향해 달릴 뿐이다.


전우애? 인정?


그런 건 사치다. 이곳, 전장에서는.


다친 동료들을 구한다고 우물쭈물 하다 가는 등 뒤로 떨어지는 칼에 목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서걱.


소년, 백웅은 자신을 구하려다 목이 잘린 동료의 시체를 보며 오열을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소리를 내지 못했다. 잇새로 흐르는 핏물만이 백웅의 심정을 대변할 뿐이었다.


여기서 소리를 낸다면 정말 죽음이다. 긴 창으로 시체들을 찌르며 다가오는 적군들에게 죽여 달라며 외치는 꼴이니···


푹. 푹. 푹.


확인사살에는 마찬가지로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없었다. 살아 있지만 칼을 쥘 손이 없다면 그저 짐이 될 뿐이다. 적어도 이곳 전장에서는 상식이 비상식으로,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인세의 지옥임이 분명했다.


“여기입니다!”


양 발목이 꺾여 퇴각하지 못한 백웅을 발견한 병사들은 두 눈을 꾹 감고 죽은 척 연기를 하는 어린 소년 병사의 모습에 히죽거리며 다가왔다.


“개 같은 한족 놈들! 씨를 말려야지.”

“흐흐흐, 너무 겁주지는 마. 저런! 오줌을 한 바가지나 싸네, 흐흐.”

“죽은 시체도 오줌을 싸네? 켈켈. 죽은 건가 아님 죽은 척을 하는 건가? 뭐 찔러보면 알겠지.”


푹. 푹.


일부러 백웅의 주위를 맴돌며 쓰러진 이들을 찌르며 다가온 병사들은 끝까지 꿈쩍 않고 누워있는 백웅의 모습이 즐거운지 키득대며 거리를 좁혔다.


그때,


“네 이놈들!!!”


갑자기 등장한 갑주의 인물은 말 안장을 밟고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창을 쥔 병사들을 향해 커다란 검을 휘둘렀다. 창과 함께 몸통이 두 동강 난 병사들은 그대로 절명을 했다.


두두두둑.


힘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등장한 기마대는 빠르게 전장을 휘젓고 다니며 남은 적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투욱.


승리를 확신했던 적군들은 갑자기 나타난 명군 정예 기마대를 확인하고는 빠르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느새 바닥에 꽂힌 기다린 깃대 위에 펄럭이는 글자를 보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서둘러 도망을 쳤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명(明)


명나라 군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노랑색 바탕의 깃발이 아닌, 검은색 바탕의 깃발이었다.


“흐, 흑기군이다!!!”

“퇴각!!! 아니, 도망쳐라!!!”


흑기군.


창단과 함께 이미 북방의 전설이 되어버린 흑기군.


칠흑같이 검은 갑주와 흑마는 그들의 상징이며, 패배를 모르는 명실상부 명군 최고의 타격대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며 단 한 번의 패패조차 용납하지 않은 장수. 북방에선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일어나거라.”

“··· 누구···?”


조심스레 눈을 뜬 백웅의 눈에 투구를 벗으며 시원한 웃음을 보이는 장수가 커다랗게 들어왔다.


“적무한이다.”


백웅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묵··· 혈마신!”


.


“묵혈마신?”

“그렇다.”

“저 아저씨가?”

“··· 말을 삼가라.”


송연희는 지금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군에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묵혈마신의 전설에 대해서 익히 들어온 그녀였다. 모든 장수들이 뽑은 명군 최고의 장수이며 전 명군의 존경과 경외를 받는 이가 아니던가.


그녀 또한 평소 묵혈마신을 우상으로 생각해왔는데···


“꺼억! 역시 백 부장의 솜씨는 이거야 이거! 하하.”


고슴도치같이 난 수염에 고기 기름을 덕지덕지 묻히며 트림을 길게 뿜어내는 적무한의 모습은 그냥 동네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 거기 사내도 여인도 아닌 꼬맹아. 와서 한 잔 받거라. 하하.”


술동이를 그대로 들고 마시던 적무한은 입을 떡 벌리고 서있는 송연희에게도 술을 권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쩝··· 오랜만에 아리따운 여인과 술을 한잔 하나 싶었는데, 이번 생은 틀렸나 보이. 자자, 백 부장 어서 들게.”

“네, 장군님.”

“옳지! 그렇지, 그렇지. 역시 백 부장 술 솜씨도 변함이 없구만! 오늘 밤새 마셔보세나.”


하지만 적무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듯했다.


“거기까지 하시죠.”


적무한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백웅은 벌떡 일어나더니 나타난 이를 향해 공손하게 목례를 했다.


‘어? 저 사람 표정이 왜 이렇게 싸늘하지···?’


백웅의 어깨를 부드럽게 툭툭 두드리고는 백웅이 앉았었던 자리에 앉은 이는 바로 유백림이었다.


“끄응. 에잇··· 술 맛 다 떨어지네.”


턱.


적무한은 남은 술을 한꺼번에 다 마시고는 빈 술동이를 바닥에 거칠게 내려 놓았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유백림과 그런 그를 보고 싫을 티는 내는 적무한 사이에 분명 무슨 사연이 있어 보였다.


“본론부터 말씀하시죠. 흑사회주에게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유백림의 말에서 송연희는 잠시 잊고 있던 흑사회주 아니, 마교의 12장로인 독마 냉하상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그자가 그 날 어떻게 되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


사실, 냉하상은 유백림에게 제압을 당한 뒤에 곧바로 흑기단으로 넘겨졌다. 물론, 예전 북방의 전설이었던 흑기단이 아닌 이제는 그 존재조차 유명무실한 흑기단이지만···


“허, 사람 참. 좋네, 나도 본론만 말하고 가지. 자네랑 마주 보고 앉아 있으려니 주먹이 하도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언제든 환영입니다.”

“뭐라?”


콰앙.


작은 탁자를 부숴져라 내리치며 일어선 적무한에게서 감당 못할 살기가 폭사 되었다. 유백림 또한 마주 기를 뿜어내며 적무한과 맞섰다.


“윽···”


덕분에 송연희와 백웅은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안간힘을 다해 두 기운에 대항을 해야만 했다. 그 모습에 먼저 기를 거둔 것은 의외로 적무한이었다.


“그만하지.”


스윽.


기다렸다는 듯 유백림도 기를 갈무리를 했고 두 사람은 이내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흠흠··· 말씀 나누시지요. 그럼 저희는 이만···”


백웅은 안 나가려고 버팅기는 송연희를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섰다. 비밀 문을 통과하고 주방으로 나오자 마자 송연희는 백웅의 손길을 뿌리쳤다.


“아 왜요.”

“······ 우리가 껴들 자리가 아니다.”

“무슨 일 있어요, 저 두 사람?”


씁쓸한 표정으로 주방 도구를 만지작거리던 백웅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있던 흑기단···을 해체한 사람이 단주님이시다.”


작가의말

나이프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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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흑룡단, 존재의 이유. +1 20.05.14 35 1 19쪽
» 흑룡단 생활. +1 20.05.13 52 2 19쪽
6 그래서... 통과? +2 20.05.12 82 3 15쪽
5 송연희, 알에서 깨어나다. 20.05.11 68 5 16쪽
4 문유신의 시험. 20.05.11 74 3 21쪽
3 송연희, 시험을 보다. 20.05.11 79 6 14쪽
2 만나다. 20.05.11 102 6 15쪽
1 서(書) 20.05.11 156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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