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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ya 놀자!

비열한 이황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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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ya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7
최근연재일 :
2019.04.05 04:3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786
추천수 :
5
글자수 :
37,509

작성
19.04.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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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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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형사의 감은 죽지 않았다.

DUMMY

“이름 목하범. 나이 31세. 남경 출신. 남경 공화방의 차남입니다. 부친 공화방주 목종훈은 강호에는 섬전객이라는 명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공 수위는···”


대청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서기의 말을 듣던 주유진은 습관처럼 귀를 후빈 손을 입으로 후후 불며 목하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목하범은 스물 여섯 살에 무과를 치르고 종7품 금의위 소기로 관직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금의위 남진무사의 밑에서 정5품 천호로 재직 중입니다.”

“오 년 만에 천호직으로 진급했다라··· 일 년에 한 단계씩 진급했다는 거네. 유백, 그게 가능한 일이야?”

“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뚜렷한 공로가 인정이 된다면 그 보다 더한 진급도 가능합니다.”

“흐음··· 뭐 그렇다 치고. 계속 해봐.”


주유진의 명에 서기는 계속하여 보고를 이어갔다.


“최근 북경 내는 물론, 황궁 내까지 알 수 없는 강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처음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오월 경으로, 북경의 외곽에서 신원미상의 여인의 주검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주검의 안쪽 허벅지에 생긴 피멍과 음부 안쪽에서 겨우 발견된 정액이 아니었다면 강간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생각할 정로 범인의 뒤처리가 깔끔하였습니다.”


‘DNA 검사 한방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 쩝.’


“살인 또한 사혈을 정확히 타격한 수법으로 밝혀져 범인이 무공을 익혔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특이한 점으로는 살해된 여인 귓불에 세 개의 작은 멍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멍?”

“네, 당시만 해도 뚜렷한 증거가 될 수 없었기에 범행 과정 중에 생긴 부상이나 이전에 생긴 부상일 거라 생각을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북경의 어느 객잔에서 또다른 여인의 주검이 발견되었습니다. 역시나 같은 수법으로 당했고, 두 번째 여인의 귓불에도···”

“멍이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그 후, 일 년 간 북경 곳곳에서 귓불에 멍, 혹은 혈점들이 있는 여인의 주검들이 총 열 다섯 구가 발견되었습니다만,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약 사 개월 간은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온데 최근 황궁에서 열흘 간격으로 궁녀들의 시체가 세 구가 발견되었고, 마찬가지로 귓불에 멍과 혈점들이 있었습니다.”


서기의 보고가 끝나자, 주유진은 팽유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휘휘.


팽유백의 얼굴이 다가오자 주유진은 그의 귀에 대고 물었다.


“뭐야? 그냥 단순 강간 살인이잖아. 증거 찾아서 형만 내리면 되는데 굳이 형부상서께서 올 정도의 사건인거야?”

“그것이··· 저 목하범의 어미가 제독동창의 사촌 누이뻘 되는 여인입니다.”

“하! 그러니까··· 그 빠른 진급도 뒷배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거군. 형부상서가 온 것도 결국 동창이 걸린다 이거네?”

“흠흠, 그런 셈이죠. 그리고 북경에서 사건들이 있던 날, 저자는 궁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있습니다.”

“뭐? 그런데 왜 저자가 범인으로 지목이 된 거야?”


주유진은 깜짝 놀라며 허리를 일으켰다. 그의 눈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목하범의 얼굴이 드러났다. 쭉 찢어진 눈매와 살짝 말려 올라간 얄팍한 입술이 꼭 자신을 비웃는 듯했다.


‘딱 강간범 상인데··· 내 촉이 틀린 적이 없는데 말야···’


“처음 궁녀의 주검이 발견된 날, 범인을 봤다는 어린 궁녀가 있었습니다.”

“오, 그래. 저 놈의 얼굴을 봤다는 거지?”

“그게··· 금의위 복장만을 봤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일어난 피해자가 바로 그 궁녀였습니다···”

“이런 썅···”


툭. 툭. 툭.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주유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생각 같아서는 저 비열한 얼굴에 주먹을 휘갈기고 한바탕 욕지거리를 해주고 싶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라··· 딱 얼굴은 범인인데.’


“그런데 금의위 복장 하나만으로 저 놈을 추리기는 힘들었을 텐데, 또 다른 증거가 있었나?”

“네, 어린 궁녀의 증언 이후 금의위의 인물들을 주시하던 차에 두 번째 궁녀··· 그러니까 그 어린 궁녀가 살해당하던 밤, 혹시 몰라 어린 궁녀를 보호하던 저희 쪽 병사 한 명이 범인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온데 결투 끝에 그 병사는 사망하였으나 가슴의 상흔이 꼭 공화방의 독문무공인 섬전일도와 같다고 수사관들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공화방주의 아들이라고 했지.”

“네, 하지만 유일한 목격자들이던 어린 궁녀와 병사마저 죽었으니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세 번째 궁녀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시기에는 이미 저희가 목하범을 송치했던 상황인지라···”

“세 번째는 눈가림 용이군.”


툭.


“그 병사의 시체는 아직 보관하고 있겠지?”

“네, 하오나··· 전하께서 보시기에는 좀···”

“아, 괜찮아. 이런 일 한 두 번도 아니고 뭐. 시체 좀 보자.”

“네, 안내하겠습니다.”


형부의 실무를 담당하는 주사에게 눈짓을 하던 팽유백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뒷목을 긁적였다.


“그런데··· 이황자님이 전에도 이런 일을 하셨었나···?”


긁적긁적.


.


쿵.


“그러니까 왜 이황자가 형부에 있냐는 말이다!”


길게 떨어진 주렴 안 쪽에서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렴 앞에 엎드린 중년의 환관은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며 간신히 대답을 했다.


“저어··· 그것이 평소 이황자 전하께서 형부를 자주 드나드신다 하옵니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형부에 들르셨다가···”

“하! 꼬여도 아주 더럽게 꼬였어.”

“······”

“그냥 조용히 죽치다가 봉작이나 받고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흥! 미꾸라지 한 마리가 아주 물을 흐리는 구만. 증거는? 확실히 처리했겠지?”

“네, 시체를 몰래 바꿔치기 해놓았습니다. 물론, 상흔 또한 조작해놨습니다요.”

“후··· 가뜩이나 요즘 폐하께서 우리 동창을 주시하고 계신 마당에 조카라는 놈이!!!”


쾅.


다시 한번 커다란 타격음이 들려왔다. 잠시의 시간을 두고 엎드려 있던 환관은 조심스럽게 한 마디 올렸다.


“혹시 몰라서··· 진 당두를 붙여 놓았습니다··· 공공.”

“진이총?”

“네, 이황자 전하께서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신 게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 당두정도면 현장 경험도 많고, 무엇보다 신중한 성격이니 잘 할 것입니다.”


주렴 안의 인물은 조금은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뭐··· 나쁘지 않은 패지만 다음부터는 모든 불상사에 대비를 해야 할 것이야.”

“네, 공공.”


잠시 후, 중년 환관이 밀실을 빠져나가자 주렴 안에서 비웃음이 나왔다.


“네가 정말 일 처리를 확실히 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진이총을 투입했겠지··· 다른 마음을 먹었단 말이지···”


.


시체를 보관하고 있는 곳은 자금성 외궁에 위치한 한 건물의 지하였다. 음습하고 서늘한 기운에 지하를 향하던 주유진은 잠시 움찔했다.


“혹 불편하시면···”

“아니야.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가자, 유백.”

“네.”


‘그래, 뭐 이 시대에 총상은 없으니까. 총 맞은 시체만 아니면 뭐···’


잠시 총에 맞아 죽은 시체를 떠올린 주유진은 신경질적으로 팔을 긁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시체 보관실에는 총 네 구의 시체가 준비가 되어있었다. 궁 내에서 강간 살인을 당한 세 명의 궁녀와 형부 소속 병사의 시체였다. 창백한 표정으로 죽은 병사 쪽으로 걸음을 옮긴 팽유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시체를 덮은 거적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이 진짜! 저리 가. 답답하게 뭐하는 거야?”


휘릭.


고개를 돌린 채 어물쩍 거리는 팽유백을 밀치며 거적을 들어올린 주유진은 순간 그대로 얼음이 되어 멈추었다.


‘헉! 뭐, 뭐야···’


총상을 입은 시체를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두개골을 박살 낸··· 워낙 처참한 모습이어서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주유진의 동공이 커질 대로 커졌다.


거적대기 아래에 놓인 시체는 서늘한 지하의 온도에도 불구하고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다. 특히 얼굴 부분은 그 정도가 심했는데, 감긴 눈 사이로 구더기가 힘겹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썅··· 얼굴은 또 왜 이래. 이게 얼굴이라고···?’


전생에서의 발전된 냉동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시체가 잘 보존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주유진은 터져 나오는 헛구역질을 참으며 물었다.


“유백··· 뭐냐··· 검상만 있는 거 아니었어?”

“네, 왼쪽 가슴을 보시면··· 헉!”


썩어 문드러진 시체의 얼굴을 본 팽유백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그는 역겨움도 잊고 커다란 덩치를 잽싸게 움직이며 시체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특히 이제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시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는 주유진마저 인상을 쓰며 토악질을 하는 시늉을 할 정도였다.


쿵.


한동안 시체를 살피던 팽유백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고는 시체를 만졌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바··· 꼈습니다.”

“우웩··· 뭐?”

“시체가··· 바뀐 것 같습니다.”

“뭔 소리야? 멀쩡했던 시체가 왜 바껴?”

“제, 제가 어제 저녁에 확인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모습이··· 그러니까 부패가 전혀 안된 말끔··· 한 상태였습니다.”

“시체가 부패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하루 만에 이 정도로 썩었다는 게 좀 의아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그리고··· 머리 좀 그만 쥐어 뜯어··· 더럽게.”


한쪽 발을 들어 팽유백의 팔을 툭툭 친 주유진은 행여나 신발에 뭐라도 묻을까 곧바로 발을 뗐다. 그러거나 말거나 팽유백은 확신에 찬 눈으로 벌떡 일어나며 주유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주유진의 두 배나 될 법한 거구의 팽유백이 그의 앞에서 악을 쓰듯 말하는 모습이 마치 새하얀 토끼 앞에 선 성난 곰의 모습 같았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합니다! 분명 제가 병사의 시체를 확인했을 때, 오른쪽 귀 뒤에 좁쌀 만한 점이 품 자 형으로 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지금 이 시체에는 왼쪽 어깨와 뒷목이 이어진 부분에 사마귀 같은 것이 있는데, 원래 병사의 시체에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

“그 뿐만이 아닙니다! 잠시 살펴본 결과, 원래의 시체와 다른 점들을 적어도 일곱가지 이상은 짚어낼 수 있습···”

“닥쳐.”

“네?

“거참 시끄럽네. 그러니까 바꼈다는 거잖아.”

“네, 이황자 전하.”


스윽.


“어, 어디 가십니까?”


아무 말없이 몸을 돌리며 밖으로 나가려는 주유진을 보며 팽유백은 당황하여 물었다.


“더 있어봐야 뭐해? 다른 증거를 찾으러 가야지. 나와! 거기서 궁상 떨지 말고.”

“궁상··· 네···”


시체 보관실에서 나온 주유진은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걷기만 했다. 뒤를 따르던 팽유백도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차츰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저어··· 이황자님.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우선, 시체를 담당하던 이들을 불러···”

“소용없어.”

“네?”

“시체가 바꼈다는 말은 결국 누군가 손을 썼다는 얘긴데···”

“그렇죠···”

“여긴 황궁 안이란 말이지. 그런데도 형부의 이인자인 너도 모르게 손을 썼다는 말은 꽤 거물이 움직였다는 소리겠지.”

“아! 보관소를 지키던 이들의 이목을 속이고 시체를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은 은신과 경신이 뛰어난 무공의 고수가 개입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고수이거나 그런 고수를 부린 자라면 보통의 인물은 아니겠군요.”

“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네.”

“흠흠.”


어느새 다시 형부의 장원에 돌아온 그들은 입구에 진을 친 일련의 인물들로 인해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로 다른 복장을 입은 두 무리의 이들이 입구 앞에서 서로를 마주 노려보며 서있었다.


“금의위와 동창이군요.”

“후··· 머리 식히러 왔는데 오히려 더 골치만 아파졌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저들이 움직였다는 건 이 사건과 관련이 있거나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거겠지.”

“그건 그렇지만···”

“대충 놀다 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형사의 감이 저 놈이 범인이라고 말하네.”


주유진의 시선 끝에는 목하범이 있었다. 동창의 인물들 사이에 서서 비릿하게 웃는 모습이 신경을 건드렸다.


“소소.”


주유진의 부름을 받은 위소소는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이황자 전하 납시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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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황실 특수 사건 전담반 Nine. 19.04.05 128 0 13쪽
» 형사의 감은 죽지 않았다. 19.04.04 1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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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무 것도 하지 말아라. 19.04.01 230 2 9쪽
3 금수저? 아니, 다이아수저! 19.04.01 279 0 10쪽
2 죽다. 그리고... 19.04.01 284 0 9쪽
1 프롤로그 19.04.01 305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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