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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oc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에서 돌아온 국가권력급 빌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noroc
작품등록일 :
2024.05.13 14:12
최근연재일 :
2024.05.16 12:1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26
추천수 :
8
글자수 :
34,961

작성
24.05.16 12:11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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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6쪽

복수는 나의 것

DUMMY

* * *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번쩍거리는 번화가 거리. 술 취한 행인들이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후드를 머리에 눌러 쓴 사내가 밤거리를 헤치며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턱⎯


후드 사내가 한 행인과 어깨와 부딪힌다.


“죄송하······.”


행인이 눈을 크게 뜨더니 끝말을 삼킨다.


후드 속 사내 얼굴이 끔찍했다. 동공은 시뻘겋고, 창백한 뺨에는 보랏빛이 감도는 핏줄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약에 취한 몰골.


겁에 질린 행인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후드를 쓴 사내는 86번이었다. 86번은 달아나는 행인을 힐끗 노려보곤 다시 발을 재촉했다. 지금은 송사리를 상대할 때가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지금 만나러 가니까.”


* * *


거실에서 TV를 보던 박지혜가 벽시계를 확인했다. 밤 아홉 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얜 왜 아직도 안 와. 전화도 안 받고.”


그녀는 소울의 어머니였다.

오전 일찍 밖에 나간 아들과 도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걱정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고3.

학업에 열중해도 모자랄 때. 하지만 박지혜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 대학에 가고 싶으면 가고, 따로 하고 싶으면 있으면 도전해보라고 했다.


대신 쉽게 포기할 거면 애초부터 도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보통 부모와는 달랐다.


딩동⎯


현관 벨이 울린다. 누가 찾아온 것이다.

이상하게도 거실 인터컴 화면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누구세요? 누구 있어요?”


재차 물었지만, 밖에선 아무 대답이 없다.

고개를 갸웃거린 박지혜가 현관문을 바라봤다. 이 늦은 시간에 집에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장난쳤나?”


박지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소파로 이동했다. 대답이 없다는 건 잘못 눌렀다는 뜻. 혹은 장난이거나.


약 1분 후.


딩동⎯


“······?”


또다시 현관 벨이 울린다.

이번에는 인터컴 화면에 얼굴이 비쳤다. 같은 109동에 사는 아파트 통장이었다.


박지혜가 문을 열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소울이 엄마는 낮에 집에 잘 없잖아. 그래서 지금 왔지. 이거 받아. 다음 주에 반상회 있어. 참가할 수 있으면 하라고.”


통장은 박지혜가 통지서 한 장을 건넸다.


“알았어요.”

“갈게. 쉬어.”

“저기, 어머님.”


박지혜가 현관문을 닫으려다 통장을 불러세웠다.


“왜? 할 말 있어?”

“혹시 1분 전에 저희 집 벨 누르셨어요?”

“아니. 방금 누른 게 처음인데.”

“그래요?”

“왜?”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문을 닫았다.


“호수를 잘못 찾아왔나 보네.”


그녀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집은 제대로 찾아왔다.


단지 누가 먼저 선수를 쳤을 뿐.


* * *


소울이 밤거리를 걸었다. 길게 늘어선 가로등이 어둠이 잠긴 거리를 밝혔다.


“어디까지 가는 거지?”


소울 뒤에서 따라가는 사내가 물었다.

그는 1차 시험에서 만난 86번이었다.


조금 전 소울과 만났다. 86번은 소울의 부탁대로 그를 따라가는 중이었다.


“나랑 싸우려고 우리 집까지 찾아온 거 아냐? 그럼 조용한 데로 가서 싸우자고. 사람 많은 곳에서 싸우는 건 아니잖아.”


소울은 뒤에서 따라오는 86번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좋아, 묫자리 선택권은 너에게 주지. 그 정도 예의는 있어.”

“예의는 개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아까 이 자식 엄마를 죽일 생각이었나?”


이리 말한 소울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 * *


소울은 집으로 가는 길에 수상한 놈을 발견했다. 전신에서 살기를 풍기는 놈이었다.


‘이 야밤에 저런 사이코가 싸돌아다니다니.’


지랄 같은 세상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 사이코가 소울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는 게 아닌가?


‘같은 아파트 주민인가?’


소울은 건너편 도로에서 사내를 은밀히 따라갔다.


사이코는 소울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부웅⎯


때마침 승합차 한 대가 저 앞에서 다가왔다. 헤드라이트가 후드 티 안의 얼굴을 비쳤다.


‘어? 저 자식은······?’


소울이 미간을 찌푸렸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헌터 1차 시험에서 만난 86번이었다.


‘저 자식이 여길 왜? 아, 뻔하네.’


소울은 짚이는 게 있었다.

자신을 향한 복수. 그게 아니면 이 늦은 시간에 자기 집에 찾아올 리가 없다. 대놓고 살기를 풀풀 풍기는 게 그 증거다.


예상대로 86번은 109동으로 향했다. 소울이 사는 집이었다.


86번이 109동 현관 도어락에 손을 갖다 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신기한 능력이었다.


소울이 뛰었다. 자기 집에 얌전히 도착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소울이 미처 도착하기 전에 86번은 1층에서 대기 중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젠장!”


소울은 비상계단으로 몸을 날렸다. 속도를 올렸다. 그의 몸이 허공을 붕붕 날았다.


소울의 두 발이 10층 복도에 안착했다. 그 흔한 땀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게다가 호흡도 정상. 체력엔 자신 있었다.


‘7층인가?’


엘리베이터는 7층을 막 지나고 있었다.

소울은 10층과 11층 사이 계단에 몸을 숨기곤 동태를 살폈다.


띠링⎯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이어 후드 티를 쓴 사내가 내린다.


[위로 올라갑니다.]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인다.

복도로 나온 사내는 좌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곤 1004호로 걸어가 벨을 누른다.


딩동⎯


“동작 그만.”

“······?”


86번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봤다.

계단 위에 누군가가 달을 등진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상상 속에서 몇십, 몇백 번을 죽인 85번이었다.


“······.”

“우리 집엔 웬일이지?”


소울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박지혜의 음성이 인터컴에서 들려왔다.


- 누구세요?


소울은 입을 다문 채 아래로 턱짓했다.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는 신호였다.


- 누구 있어요?


86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다. 여기서 시간 끌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은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더니 아파트 통장이 내렸다.


* * *


“질문이 이상하군. 우리 엄마도 아니고, 이 자식 엄마라니? 누가 보면 남인 줄 알겠어?”


86번의 질문에 소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남이 맞다. 그는 진짜 소울이 아니니까. 이 육체는 잠시 빌려 쓰는 거에 불과하다.


솔직히 이 몸의 주인이 돌아와도 돌려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가 세운 계획을 달성하기 전까진.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질문이 뭐였지?”

“이 자식, 아니 집에 내가 없었다면 우리 엄마를 죽일 생각이었나?”


소울의 질문에 86번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어, 죽일 생각이었다. 네가 미친 듯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뭐,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소울의 발걸음이 멈춘다. 소울이 뒤를 돌아본다.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마음에 드는 눈빛이군.”

“쳇, 이게 뭐라고 열이 다 받는담.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아직도 이 녀석의 감정이 몸 안에 남아 있는 건가?”

“무슨 소리지?”

“알 거 없어. 다시 움직이자. 다 와 가.”


소울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끔 박지혜를 볼 때마다 진짜 엄마처럼 느껴졌다. 그런 자신이 수상했다.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그리운 기분이랄까.


* * *


“공사장이라······.”


86번이 주변을 빙 둘러봤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오피스텔 공사장이었다. 높은 철벽이 공사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소울은 5미터 높이의 철벽을 깡충 뛰어서 넘어갔다. 86번도 철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역시 각성자였다.


“여기냐? 네가 선택한 묫자리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 무덤이 아니라 네 무덤이다.”

“훗,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86번이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다.


“미친, 너 머리 다쳤냐? 아님, 믿는 구석이 따로 있나 보지?”


소울은 86번의 가슴팍을 힐끔 쳐다봤다. 재킷 안 주머니에서 수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예전에 한 번 느껴본 익숙한 기운이었다.


“있지. 있고말고.”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86번은 신형을 쏘았다. 예전에 대련할 때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이었다.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


“······!”


뻑!


86번에게 한 대 얻어맞은 소울이 로켓처럼 저 멀리 쏘아졌다.


쾅!


소울은 벽 앞에 쌓인 시멘트 더미에 부딪혔다. 시멘트 봉지가 터지더니 잿빛 가루가 허공에 흩뿌려진다.


“큭!”


소울이 턱을 매만졌다. 손에 피가 묻어났다. 입 안이 터졌다.


“뭐야? 며칠 전이랑 다르잖아? 정력제라도 먹냐?”


소울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잿빛 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정력제보다 좋은 걸 먹었지?”

“좋은 건 나눠 먹어야지.”


바닥을 박찬 소울이 주먹을 날렸다.


“······!”


소울이 눈을 크게 떴다.

86번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생각이 없었다. 주먹이 오게 내버려 두었다.


뻑!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주먹이 꽂힌 한쪽 뺨이 일그러졌다. 86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평화로웠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다.


“펀치 위력이 몇 주 전보다 많이 약해졌군. 아니, 내가 강해진 건가?”


86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한 방 더.”


아래쪽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온 주먹이 소울의 복부를 가격했다.


뻑!


“우욱!”


소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86번이 점프한다. 86번이 하늘을 치솟는 소울을 따라잡는다.


“또 한 방 더 간다.”


86번은 깍지 낀 두 주먹으로 소울의 머리통을 힘껏 내려친다.


쾅!


소울이 다시 바닥에 처박힌다.

바닥에 착지한 86번이 호탕하게 웃었다. 오늘만큼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


“일어나. 아직 97대 더 남았으니까.”


소울의 입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울은 손등으로 피를 닦았다. 입가에 핏자국이 길게 그어졌다.


“97대는 무슨, 지금부터 한 대도 못 때린다에 이 자식 부랄을 걸지.”

“아직도 자신감이 넘치는군.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깨달을 때도 됐건만.”


86번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지랄, 요상한 칼에 힘을 빌린 주제에 건방 떨긴. 원래 힘은 좆도 아니면서.”


그 말에 정곡이 찔린 86번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고 있었나?.”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근데 네가 실수한 게 뭔지 알아? 처음부터 이 칼에 네 모든 정신을 의탁하지 않은 것.”

“······!”


86번의 턱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미친 듯이 떨리는 동공은 덤.


소울이 한 손에 쥔 단검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주 기괴하게 생긴 단검이었다. 특유의 보랏빛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화들짝 놀란 86번은 허겁지겁 재킷 안 주머니를 뒤졌다. 품 안에 숨겨둔 단검이 보이질 않았다.


“어, 언제?”

“언제긴 새끼야. 방금 네 면상에다 주먹을 꽂아 넣을 때지. 내가 괜히 그런 어설픈 공격을 했을 거 같아?”

“설마?”


소울은 뻐근한 턱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그 설마가 정답이다. 네 품에 고이 숨겨둔 물건을 훔치려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갔지. 뭐, 너의 그 얼토당토않은 자신감 때문에 쉽게 훔칠 수 있었지만. 눈은 손보다 빠르다는 말 몰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다. 이 멍청아.”

“죽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


남한테 무시당하는 건 질색이다.

소울이 86번에게 다가갔다. 86번의 동공과 피부는 원래 색으로 되돌아왔다. 의문의 단검이 제 몸에서 떠났으니까.


“잠깐! 우리 대화로 해!”

“너나 많이 해라.”


쾅! 쾅! 쾅!


밤하늘에 요란한 천둥소리가 울렸다. 소울에게 시원하게 처맞는 소리였다.


힘을 뺏긴 그는 소울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다. 샌드백이나 마찬가지였다.


요란한 천둥소리가 잦아든다.

벽 아래 축 처진 86번이 힘없는 목소리로 애걸복걸했다. 이러다 진짜 죽을 거 같았다.


“그, 그만······.”

“닥쳐, 넌 우리 엄마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니 죽어도 싸. 그전에 하나만 묻자. 이 칼. 누가 줬지?”

“모, 몰라. 은발 남자가 병원에 날 찾아왔어. 힘을 원하냐고 묻길래 원한다고 했지. 그러더니 이 칼을 줬어. 이게 다야.”

“음······, 은발 남자라?”


소울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았어. 대화 즐거웠다. 남은 대화는 염라대왕이랑 실컷 해.”

“뭐?”


소울은 허공에다 오른손을 휙 그었다.

핏빛 궤적이 86번의 목덜미를 스쳐 갔다. 86번의 목에 붉은 실선이 생겨났다.


서걱!


86번 어깨에서 머리가 뚝 떨어졌다. 바닥을 데구르르 구른 머리가 멈춘다. 그의 탁한 동공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게 처음부터 광전사가 된 채로 나한테 덤볐어야지. 그럼 이길 확률이 조금 올라갔을 텐데. 괜히 정신줄 붙잡겠다고 꼴값 떨더니.”


광전사가 되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복수의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문의 단검에 악감정의 절반만 의탁했다.


정신을 온전히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힘은 훨씬 강한 힘을 얻었다. 소울을 두들겨 패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아쉽게도 이 자신감이 패착으로 돌아왔지만. 상상도 못 한 결과였다.


“그나저나······.”


소울은 기괴한 단검을 코앞으로 들어 올렸다. 일반적인 검의 형태가 아니었다.


“드럽게 못생겼네. 그보다 뭐 하는 칼이지? 사람을 광전사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평소보다 힘도 강하게 만들다니.”


그때였다.

단검이 부르르 진동했다. 형체가 유령처럼 희미해졌다. 손아귀에서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 그날처럼 단검을 수거하려고 하는 듯했다.


“어딜!”


소울은 손톱 아래서 붉은 실처럼 생긴 무언가를 뽑아냈다. 붉은 실은 실타래처럼 단검을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시간이 지날수록 떨림이 더 심해졌다.

마치 낚싯바늘에서 탈출하려는 대어를 보는 듯했다.


기괴한 단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번엔 소울의 악감정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씨부럴!”


단검을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본드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소울은 몇십 년 동안이나 묵힌 악감정을 단검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이게 어떻게 모은 악인데.


“······?”


소울의 손등에 보랏빛 핏줄이 돋아났다. 핏줄은 팔뚝을 타고 목까지 올라왔다. 광전사 전조 현상이었다.


“아무래도 그냥 버티긴 힘들겠네.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지. 배 터지게 처먹어라.”


소울은 작전을 바꾸었다. ‘악’ 감정을 원한다면 실컷 먹게 해줄 생각.


소울은 기합을 내지르며 억제한 힘을 풀었다. 대신 본인의 악감정을 단검 속으로 쑤셔 넣었다. 활짝 열린 수도꼭지처럼.



소울의 동공이 붉어진다. 이어 피부마저 보라색 핏줄로 뒤덮인다.


이윽고.


팟!


단검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지더니, 이내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다.


“·····?”


소울은 몸을 살폈다.

전신을 수놓았던 보라색 핏줄이 사라졌다. 동공도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제일 중요한 정신도 멀쩡했다. 광전사가 되지 않은 것이다.


“끝났나?”


단검에서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자기 육체를 탐하던 녀석이었다. 그런 단검이 너무도 잠잠했다.


소울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떻게 또 변할지 몰랐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윽, 잘 먹었다. 주군이시여. 이 악감정은 제가 천 년 동안 먹은 감정 중에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바로 단검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었다.

소울은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황당한 전개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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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돌아온 국가권력급 빌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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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는 나의 것 24.05.16 34 0 16쪽
4 헌터 시험 24.05.15 61 2 14쪽
3 악을 삼키는 검 - 02 24.05.14 69 2 14쪽
2 악을 삼키는 검 - 01 24.05.13 75 1 17쪽
1 환생 24.05.13 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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