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사데나] 님의 서재입니다.

제아들러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파사데나]
작품등록일 :
2020.01.26 21:07
최근연재일 :
2020.01.31 21:3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91
추천수 :
43
글자수 :
52,282

작성
20.01.26 21:09
조회
326
추천
7
글자
16쪽

바다 독수리의 탄생 (1)

DUMMY

1940년 11월 3일,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킬 항구


킬 항구는 수십 년 전 대영제국 왕립 해군과 겨뤄 볼 만한 해군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독일 제국 황제 빌헬름 2세의 꿈을 간직한 곳이다. 그 막강한 제 2제국 대해함대가 빌헬름스하펜과 더불어 이 킬 군항을 양대 심장부로 삼았었다. 도거뱅크와 유틀란트에서 영국 해군과 포화를 나누었던 함대가 이 항구에 자리했다.


그러나 지난 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대해군의 명맥은 끊어졌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1918년 11월 3일 오늘, ‘킬 군항 반란 사건’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져 가던 독일 제국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았다. 그 이후 이어진 베르사유 조약, 스캐퍼플로 대양함대 자침 사건 등이 맞물려 오늘날 독일 해군 (Kriegsmarine)라고 불리는 독일 해군은 극히 약체화되어 있었다. 몇 년 전 총통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재무장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아직은 옛 영광의 자취만을 더듬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날, 킬 군항에 자리한 도이치 베르케 (Deutsche Wercke) 조선사의 거대한 도크에는 검은 해군 제복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그 무리 중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원수봉을 들고 있는 후리후리한 노인이었다. 바로 독일 해군 총사령관 에리히 레더 (Erich Johann Albert Raeder) 원수였다.


그 옆에는 고위급 제독들이 여럿 서 있었는데, 그 중에는 귄터 뤼첸스 (Johann Günther Lütjens) 중장과 카를 되니츠 (Karl Dönitz) 중장도 있었다. 이 두 사람은 각각 수상함대와 잠수함대를 대표하는 거물이었으며 독일 해군 안에서 레더 원수의 뒤를 이어 차기 해군 사령관 물망에까지 오르내리고 있었다. 세 사람의 얼굴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레더 원수와 뤼첸스 중장은 비교적 무덤덤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반면에 되니츠 중장의 경우 마뜩찮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모여든 것일까?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답이 있었다. 조선소 부두에 한 척의 군함이 정박해 있었다. 만재배수량 2만 3천 톤, 평평하고 널찍한 갑판, 오른편에 쏠려서 위치한 작은 상부 구조물과 굴뚝, 이것이야말로 독일 해군 최초이자 현존 유일한 항공모함으로 이제 막 취역을 앞둔 신조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 (Graf Zeppelin)이다.


“현 시간부로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의 취역을 공식 선언한다.”


레더 제독의 중후한 목소리가 부두에 울려퍼지자 도열해 있던 해군 장교들과 수병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 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베르사유 조약 겨우 재건 단계에 접어들었던 독일 해군이 이만한 대형함을 인수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작년 9월 3일, 대 폴란드 선전 포고가 발효되고 불과 3일째 되는 날에 영국과 프랑스가 전격적인 선전포고를 해 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약소한 전력으로 강대한 연합국 해군 함대를 맞서야 하는 독일 해군으로서는 한 척의 대형함이라도 아쉬웠으니 항공모함 한 척이 성공적으로 취역한 일은 결코 작지 않았다.


진수식이 끝나는 와중, 뤼첸스 중장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잠수함대 사령관 되니츠 중장에게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오랜 친우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다.


“이보게, 카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국에는 이 아가씨가 취역하게 되었구만. 자네는 이 배를 진수한다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겼었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되니츠 제독은 살짝 웃었다.


“실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이 시점에서 이런 대형함을 굳이 취역할 필요가 있었나 싶네. 애당초 한 척 뿐이었잖나. 자원의 낭비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나?”


뤼첸스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되니츠의 가시 돋친 발언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논쟁의 연장선이었다. 패전으로 인해 날개가 꺾였던 독일 해군은 히틀러가 내세운 재무장 선언에 힘입어 몇 년에 걸쳐 해군 전력을 재건한다는 계획, 즉 Z계획을 내세웠다.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독일 해군은 다시 한 번 강력한 수상함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되니츠는 그래 보아야 기존 열강들이 건설한 수상함 전력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찍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절친한 친우였지만 이 점에서만큼은 의견이 달랐던 뤼첸스와 몇 번이고 대립했지만 어느 쪽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이지. 무엇보다 결국 총통의 약속과는 달리 1939년에 전쟁이 벌어지고 말았잖나. 원래 계획대로 1945년까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혹 모르겠네. 그렇다면 저런 배를 완성할 자원으로 차라리 잠수함을 한 척이라도 더 건조했어야 해. 예전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되니츠의 신랄한 지적대로 갑작스럽게 터진 세계 대전은 Z계획에 따라 한창 건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독일 해군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독일 해군은 불과 구식전함 2척, 포켓전함 3척, 중순양함 2척, 경순양함 6척, 구축함 22척, 잠수함 53척만 보유한 데 비해 상대인 연합국은 영국만 전함 14척, 순양전함 3척, 항공모함 6척, 순양함 60여척, 구축함 100여척의 엄청난 전력을 상대해야 했다. 뤼첸스가 입을 다물고 있는데 되니츠가 계속해서 쏟아내었다.


“어차피 수상함 전력을 가지고 열강, 특히 영국 해군에게 대적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말일세. 지난 대전에서 수년간 국력을 쏟아부어 만들었던 전력을 가지고도 당해내지 못했어. 설혹 통상파괴전만 상정한다고 그래. 그라프 슈페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기억 안 나나?”


개전 당시 독일 해군에서 주력함 대접을 받고 있던 장갑함 도이칠란트 (Deutschland)와 아트미랄 그라프 쉬페 (Admiral Graf Spee)는 마침 중부 대서양에 진출해 있었다. 영국이 대독 선전포고를 하면서 혹시나 하고 망설이던 히틀러도 결국 독일 해군의 전투 행위를 승인했지만, 역시나 중과부적이었다. 홀로 영국 순양함 3척과 처절하게 싸운 끝에 아트미랄 그라프 쉬페는 1939년 12월 19일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 강 하구에서 자침했고, 함장 랑스도르프 대령은 자살하고 말았다.


“아까운 배를 잃은 것은 그렇다치고 그라프 쉬페가 큰 전과를 올렸다지만 실상은 어떤가. 격침한 상선 숫자로 따지면 아주 형편없었어. 그 전과를 거두고 자침을 했으니 이거야말로 투입한 자원 대비 아주 효율이 나쁜 거지. 이러한 불리함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U보트뿐이야.”


뤼첸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 대해 반론할 말은 많이 있었지만, 어차피 전쟁이 일어난 이상 독일이 당장 전력화할 수 있는 것은 건조기간이나 비용이 그나마 적은 잠수함뿐이었다.


“글쎄······. 자네와 논쟁하고 싶은 마음은 없네만, 그래도 저 배가 85%에 달하는 공정률을 보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게나. 기왕 이만큼이나 만든 함을 묵히기는 아깝지 않나?”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


되니츠도 그것만큼은 인정했다.


“자네 말대로 잠수함에 집중한다 쳐도 장래를 생각하고, 또한 효율을 생각한다면 어느정도의 수상함 부대는 필요해. 그런데 지금 수상함대는 거칠게 말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당이라고.”


뤼첸스의 그 말에 되니츠도 더 이상 공박할 마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독일 수상함대의 실질적인 지휘는 뤼첸스에게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 좋지 실제로 그가 쥔 전력은 이제 한줌이었다.


올해 4월 노르웨이 점령 작전을 수행하던 중, 최신 중순양함 블뤼허를 고물 해안포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잃은 것을 시작으로 그렇지 않아도 얼마 안 되는 순양함과 구축함들을 영국 해군의 공격을 받아 잃고 말았다. 어떻게든 노르웨이를 점령하는 것만큼은 성공했지만 손실은 뼈아팠다.


이제 당장 뤼첸스에게 남은 전력이라곤 고작해야 중순양함 한 척, 경순양함 두 척, 구축함 네 척에 급한 대로 개조한 무장상선 여섯 척이 있을 뿐이었다. 되니츠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래······. 그렇다면 항공모함 한 척이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야 수상함대에는 도움이 되겠지. 가을 작전은 잘 진행되고 있나?”


“어떻게든 되겠지. 아트미랄 쉐어는 이미 출격했고, 히퍼도 출격을 앞두고 있어. 나도 순양전함 전대를 이끌고 곧 출격할 거고.”


뤼첸스가 한숨을 섞어 가며 한 말에 되니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뤼첸스는 포기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함대를 재편해 대서양 돌파 작전에 몸소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10월 27일 테오도르 크랑케 대령의 지휘 아래 장갑함 아트미랄 쉐어가 출격했고, 중순양함 히퍼 역시 출격을 앞두었다. 여기에 더해서 조만간 뤼첸스 본인도 신예 순양전함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 두 척을 이끌고 몸소 출격할 예정이었다. 되니츠는 그라프 체펠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항공모함이 서서히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 이왕 거의 완성되었으니 그냥 포기한다는 것 역시 낭비겠지. 항공모함 한 척 뿐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 않겠나. 그렇긴 한데······.”


되니츠는 뤼첸스 쪽을 돌아보았다.


“우린 저런 배를 일찍이 운영해본 적이 없었잖나. 저 배를 잘 써먹을 수 있을까?”


“나도 실은 그게 걱정이긴 하네.”


뤼첸스도 동감이었다. 독일 해군 안에서는 수상함대에서 잔뼈가 굵은 뤼첸스지만 항공모함이라는 물건은 처음 다뤄보는 것이다. 항공모함이라는 것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어떻게 해상에서 운용해야 하는지 등 상세한 노하우는 이제 함을 운용하면서 하나하나 체득해야 했다.


문제라면 이것을 한 순간의 실수나 방심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실전에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유럽에서 최고의 숙련도와 기량, 노하우를 지닌 영국 해군을 상대로.


“그렇지만······ 아!”


뤼첸스가 막 말을 이으려다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되니츠도 그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물체들이 보였다. 실루엣을 알아본 뤼첸스가 외쳤다.


“Bf 109로군! 슈투카도 함께야. 트뢰게그루페 186 (Trägergruppe 186) 녀석들일세.”


제 186 비행단이라면 1939년 9월 킬 인근 홀테나우 (Haltenau) 기지에서 편성되어 그라프 체펠린에 배속될 예정인 공군 비행단으로 2개 중대 규모의 함상형 Bf 109과 Ju 87 슈투카로 구성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항공모함 쪽으로 접근하는 전투기와 급강하 폭격기를 바라보았다.


“착함 연습을 하는 겐가?”


되니츠의 질문에 뤼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보는 가운데 비행기들은 하나씩 그라프 체펠린의 갑판 위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뤼첸스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사고는 없었다.


“보기에는 제법 굉장해 보여.”


방금 전까지도 회의감을 감추지 못하던 되니츠가 연신 감탄했다. 그 역시 지난 폴란드 전역과 프랑스 전역 등에서 맹위를 떨친 공군의 위업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폴란드와 프랑스를 굴복시킨 업적이 다 공군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그렇지? 듣기론 저렇게 항공모함에서 뜨고 내리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더군. 알다시피 바다 위에 떠 있는 군함은 매우 흔들리는데다 그뿐인가, 거기다가 바람 세기나 방향도 고려해야 하니까 말일세. 그래도 경험 많은 조종사들을 가려 뽑아 왔으니 저렇게 사고 없이 잘 해내 주는군.”


뤼첸스는 들뜬 표정으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라프 체펠린이 취역하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것을 인수할 뤼첸스로서는 최근 들어 항공모함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다행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맹국 일본 해군에서 관련 자료와 고문을 보내 와서 작게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친구의 열변에 되니츠는 미소지었다. 위엄 있는 해군 중장도 이럴 때만큼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받은 소년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용케 괴링이 항공부대를 차출해 줬군 그래?”


“아······.”


그 말에 뤼첸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쉽진 않았지. 그자가 어디 보통이던가.”


되니츠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독일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 제국원수는 그라프 체펠린이 취역하면서 해군에게 공군 전투기와 급강하폭격기를 넘겨야 한다는 말에 길길이 날뛰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독일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든 비행기는 항공성 장관이자 공군 총사령관인 자신의 관할 아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군은 반발했고, 해군과 공군의 힘겨루기는 결국 히틀러가 직접 나서 중재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항공대 자체는 공군 소속으로 두고, 작전에서도 공군 소속 조종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겨우 다독일 수 있었네.”


뤼첸스는 괴링의 요구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그렇게나마 비행단을 확보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사실 이것 자체만큼은 아주 못 받아들일 것만은 아니었다. 작전에 있어 항공대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것은 훗날의 미 해군항공대 역시 그리하였으며, 먼 훗날이지만 항공모함에 공군 소속 비행단을 두는 일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되니츠는 고개를 저었다.


“알만 하구먼. 그래, 그러면 이제 저 배의 추후 작전 계획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설마하니 바로 통상 파괴 작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 테지?”


“그야 물론이지. 조종사들도 아직 기초적인 이착함 연습만 했을 뿐이고, 승무원들도 훈련이 필요해. 몇 달 간은 훈련에만 나서야겠지. 출격은 아마도 내년쯤 가능할 것 같네.”


이 대목에서 뤼첸스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주변을 살폈다.


“그때쯤 되면 비스마르크나 티르피츠도 완공될 거야. 그렇게 되면 같이 출격하게 되겠지.”


비스마르크와 티르피츠는 독일 해군에서 심혈을 기울여 건조 중인 전함으로, 사실상 조약을 무시한 채 작정하고 계획한 전함이었다. 뤼첸스는 물론 레더 원수까지 이 전함에 대해서는 그라프 체펠린 이상으로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수상함대에도 틀림없이 숨통이 트일 거야.”


“그렇겠군.”


손목시계를 확인한 되니츠가 주위를 쭉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나도 슬슬 귀대해야겠네. 할 일이 적지 않으니. 자네는 언제 출격하나?”


“한 달 정도 후야.”


뤼첸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잘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 같아. 샤른호르스트급이 주포를 갈아치울 수만 있었어도 좀 걱정을 덜겠는데, 설계국에서는 이미 과적 상태라 곤란하다 했어. 어쩔 수 없지. 영국 전함들과 대결하려면 역시 비스마르크급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뤼첸스는 얼굴에 수심을 드리웠다. 비스마르크급 전함이 취역하기까지 독일 해군이 가진 최대의 카드는 11인치 함포를 장비한 샤른호르스트급 순양전함 두 척이다. 그런데 이 화력으로는 영국 해군이 보유한 전함들에게 대적하기는 한참 부족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프랑스가 항복한 이후로는 대서양 연안에 있는 프랑스 해군 기지들을 활용할 수 있지만 북부 독일에 있는 독일 수상함들이 대서양으로 나가려면 영국 본토를 빙 돌아가야 했다. 뤼첸스로서는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알겠네. 행운을 빌겠네. 자네 출격하기 전에 한번 또 보지.”


“그러세.”


뤼첸스와 되니츠는 굳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렇게 1940년 11월 3일, 독일 해군 최초의 항공모함은 이렇게 조촐한 취역식을 마쳤다. 그라프 체펠린이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는 이제 신만이 아실 것이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아들러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바다 독수리, 날개 펼 준비를 하다 (2) +2 20.01.31 110 5 14쪽
6 바다 독수리, 날개 펼 준비를 하다 (1) +3 20.01.29 98 4 17쪽
5 바다 독수리의 탄생 (5) +2 20.01.28 98 6 17쪽
4 바다 독수리의 탄생 (4) +2 20.01.28 96 7 18쪽
3 바다 독수리의 탄생 (3) +1 20.01.27 112 7 12쪽
2 바다 독수리의 탄생 (2) +2 20.01.27 151 7 20쪽
» 바다 독수리의 탄생 (1) +3 20.01.26 327 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