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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하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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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하늘
작품등록일 :
2020.05.23 11:23
최근연재일 :
2020.05.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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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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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엔진의 불꽃은 멀리서 보면 그냥 여느 불꽃과 다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만약 가까이서 직접 본다면 그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먼저 엔진의 불꽃은 작은 소음과 함께 백열 색으로 아름답게 타오른다. 그다음, 몇 초 뒤에 엔진이 있던 밤하늘을 본다면 당신은 꼭 엔진의 불꽃을 잘라놓은 것만 같은 작은 불씨들이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작 사람보다 조금 더 큰 동그라미 모양의 배출구에서 불꽃을 뿜어내는 엔진은 그 크기의 열 배는 더 되는 함선이 유유히 하늘을 유영하게 해주는 마법을 쓰는 것이다.

하늘이 바다가 된 지 수백 년 후, 엔진은 함선을 하늘에 밀어 넣고 있었다.


다홍색의 궤적을 그리는 엔진과 함께, 도시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배가 있었다

그 배의 갑판 위에서 남자 하나가 시린 백열 색에서 이제는 주황색으로 바뀌어 버린 불꽃의 궤적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서글프게 웃었다.

‘저 아름다운 불꽃이 사람들을 잡아먹고 태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달이 배를 은은하게 비춰 주던 밤 그들과 함선은 절대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었던 것이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이제 막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거대한 건물들의 덩어리를 보았다.


‘언제 봐도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군’


하지만 남자가 도시에 뭐라 할 깜냥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배는 나무나 철판을 아무렇게나 덧댄 모습으로, 아주 기괴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본다면 너나 나나 오늘 웃고 죽자며 아주 크게 비웃어댈 것이었다.


‘그놈들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다'


남자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에도 엔진과 함선은 다홍색의 궤적과 함께 도시와의 거리를 천천히 줄여나가고 있었다.


배가 도시의 선착장에 천천히 가까워졌고, 마침내는 배와 항구를 연결해주는 밧줄이 서로를 이었다. 이제 더는 배는 가만히 놔둬도 이리저리 떠다니지 않을 것이었다. 이제는 도시와 연결된 길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다른 이들의 질문 공세를 받다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다.


남자는 그의 선실에서 배의 중심에 있는 보조 엔진을 켜고 돌아온 기계공을 보았다. 그곳에는 기계공 말고도 네 명의 남자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남자는 이내 고개를 돌려 그와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일등항해사와 부선장을 보았다.

그리고 선의... 선의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의 시선은 결국 기억 속으로 나아갔다.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까지. 기억에 잠긴 시선은 천천히 기억 속을 유영하다 결국에는 출항 직전 이 도시에서 태웠던 어수룩한 신입 하나에게까지 닿았다. 그 웃던 모습. 출항을 앞에 두고 웃던 모습이 기억에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내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은 기억 속을 떠나 배의 수리를 담당했던 소년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선장은 왜인지는 몰라도, 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우린 살았다.”

다섯의 남자들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서로 약속했다는 듯 울었다.


-


그날 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과 아버지의 일기장을 대조해 보던 나는 결국 책을 집어 던지고 말았다.

“대체 왜 몇 번을 다른 책들과 대조해봐도 답이 나오지를 않냐? 이거 사실은 일기장이 아니라 소설 아니야?”

친구들이 한명 한명씩 항해사나 부선장이 되어 떠날 동안 나는 이것 하나 때문에 아직 못 떠나 도시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땐 일기장이 이렇게까지 내 발목을 잡을 줄 몰랐었다.

분명히 일기장에는 있다고 적힌 괴물이 도서관의 책에는 실마리조차 쓰여 있지 않았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렇다고 이걸 또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간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엔 도서관의 책과 대조해 보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마저도 오늘 완벽하게 실패했고, 이젠 내가 직접 다른 도시로 가보거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진짜 그런 괴물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란 바로 일단 자고 보는 것이었다. 아니면 진짜 미칠 것 같았으니까


‘일단 잠이나 자자’


-


“...이것도 사야 한다고?“


가방을 등에 멘 청년이 그 옆의 청년에게 의문스럽게 물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것은 광택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 볼품없이 보이는 물 빠진 검은색의 가죽 갑옷이었으니까. 가격도 설명도 한 줄 없이 덩그러니 고정된 모습은 왠지 모르게 더 그 갑옷을 볼품없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옆의 청년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 도시 밖을 장난으로 생각하는군 박쥐의 이빨을 막아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넌 아직 정확히 몰라.“


망토를 두른 청년은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곤 그 말을 들은 그의 친구가 더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갑옷을 보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고개를 돌려 가게의 창문도 막지 못한 푸른 하늘의 풍경을 눈동자에 담았다.

그 푸르른 하늘 속 이질적인 회색깔 도시의 어딘가, 사람들이 분주히 거리를 가로지르며 시끌벅적함을 만들어내는 거리의 한구석에 위치한 가게의 안에서 회색의 머리칼을 가진 청년과 검정 머리칼을 가진 소년 하나가 사이좋게 벽에 걸린 갑옷을 보고 있었다.


멍청한 생각이야. 그렇게 쉽게 괴물들이 잡혔으면 지금까지 경계 바깥으로 나가는 게 그렇게까지 미친 취급을 받지는 않았겠지.

갑옷을 앞에 두고 곰곰이 뭔갈 고민하는 청년의 친구인 아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생각 속에서만 두었는데, 이 말을 꺼내면 그의 친구가 분명히 더더욱 자신의 말을 가볍게 여길 것 같아서였다.

‘쟨 그런 성격이니까’

아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그의 친구는 짧은 상념을 마친 듯 말을 꺼냈다.


"나도 알아. 책에서는 이미 수십 번도 더 넘게 읽었던 이야기니까 하지만 박쥐는 총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고 다른 것들도 이미 많이 준비했잖아 난 굳이 이 갑옷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걸까? 다리가 저린 걸 보니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

분명히 어제 잘 때까지만 해도 별일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아인이 찾아왔다. 이것도 사실 좀 놀랐는데 그놈이 하는 말의 단어 하나하나가 어이가 없었다.


‘나보다 더 빨리 돌아왔다고? 대체 얼마나 안전한 일을 한 거냐?’


너무 억울해서 몇 마디 하다 보니 아인은 더 심하게 날 놀리기 시작했고 난 홧김에 결국 조만간 떠날 거라고 말해버려서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친놈. 그래도 그렇지 오늘 당장 물건들을 사자고 끌고 나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떠났던 친구인 만큼 확실히 뭔가 많은 일을 겪은 듯 보였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까 물어보니 저게 이 배낭에 든 물건들 전부보다 더 비싸더라 솔직히 이건 아니지


난 왜 저렇게까지 아인이 갑옷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자기도 박쥐는 많이 잡아봤다고 말하면서 나는 그거 하나도 못 맞춰 다칠 것으로 생각되는 건가? 난 내 생각에 최대한 자신이 있어 보이는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가 고작 내 키보다 더 큰 목표물도 못 맞힐 것 같냐?“

그러자 그는, 나보다 한 박자 먼저 하늘로 나갔던 내 친구는 화났는지, 아니면 웃고 있는지 모르겠는 오묘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만 돌아가자. 이것 말고는 더 살게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만약 돌아와서 그때 왜 날 때려서라도 이걸 사게 하지 않았느냐고는 말하지 마라”

“말 한번 살벌하게 하네”


난 결국 그 빌어먹을 검정색 갑옷을 사지 않았다.


-


“신문 사세요!”


닫힌 창문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그 소리에 깨어 버려서 난 침대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기지개를 피고 방을 한번 둘러보니 역시 살짝 어색했다. 집을 정리하고 보니 마치 새로 지은 집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내가 살던 집이라는 걸 증명해 주는 건 내가 산 가구들밖에 없었다.

나는 창가로 가 창문을 열고 잠깐 가만히 서 있었지만 역시 바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도시에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때는 사람이 지나가거나 선풍기를 틀 때뿐이니까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비록 바람이 나를 스치지 않아도 꽤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젠 솔직히 아인이 없어도 된다. 아인이 도와준 덕에 살건 다 샀고 이젠 어딘가에 있을 날 필요로 하는 배만 찾으면 된다. 그리고 그건 나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고. 나는 이 도시의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은 모험가들이 모아둔 하늘의 정보가 전부 있기에 학자 하나를 만들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거기서 보냈다.

빵과 우유로 된 호화로운 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니 벌써 그림자가 짧아지고 있었다. 해가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아침이 아니라 점심 아닌가? 원래 일어나는 시간에서 좀 늦게 일어난 듯하다.

“그거 아냐? 오랜만에 먹는 빵과 우유는 기억하는 맛보다 훨씬 맛있다.”


분명 도시 어딘가에 있을 아인을 생각하며 말했다.


-


도시에서 특이한 복장이 제일 많이 보이는 곳. 하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은빛 금속으로 만들어진 길이 도시 바깥에서부터 안쪽의 큰 건물까지 이어져 있는 이곳은 몇백 년 전 우리의 선조가 만들었다는 불가사의 중 하나다.

내가 아는 모든 도시는 배가 선착장 외의 다른 곳으로는 들어올 수 없다. 법이 구속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도시에 강제로 들어오려 하면 도시를 받치는 힘 때문에 배가 두 동강 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일은 최근 10년 동안 급속히 발전한 과학으로 만든 배도 이 힘의 장벽을 통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배가 두 동강 나 도시의 외곽을 거의 다 부숴 먹은 게 아마 앞으로 몇 년 뒤에도 계속 이야깃거리로 쓰일 거라는 것에 내 총도 걸 수 있다.


이내 나는 이내 커다란 게시판 몇 개와 그곳에 몰려 있는 수백의 사람들을 보고 내가 구인 게시판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생각했던 대로 거의 모든 공고 글은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었다. 괴물들을 잡고 명성과 부 둘 다를 잡으려는 부류와 무역을 해서 부를 얻으려는 부류 그리고 경계 바깥으로 간다는 개소리를 적어놓은 자살지망생들이 있었다.

나는 되도록 안전하고 위험 부담 없는 배를 타고 싶었지만 나는 도저히 이 일기장에 쓰여 있는 괴물을 보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도시의 도서관에 기록이 있던가 아니면 내 눈으로 직접 보던지 아무튼 확실하게 끝장을 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람이 많이 없는 게시판으로 걸어갔다.


작가의말

네 번의 수정을 거친 일기장의 첫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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