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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깹 님의 서재입니다.

불꽃의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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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깹
작품등록일 :
2023.12.03 15:00
최근연재일 :
2023.12.31 23:54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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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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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43,100

작성
23.12.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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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3. 왕과 길달평.

DUMMY

“으으음...”


김달평은 깨어났다.


“깨어나셨습니까?”

“여긴...”


낯선 천정이었다. 그리고 낯선 사람.


“살아나셔서 다행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김달평은 기억이 났다. 미국 공사의 초대를 받고 갔다 오는 길이었다. 당시 어차는 두 대였다. 한 대는 지붕이 있는 것. 또 한 대는 지붕이 없는 것. 홍익제는 대한제국의 건재함과 황제의 위엄을 제국의 신민에게 보여주기 와한 퍼포먼스로 지붕이 없는 차를 타고 다녔다. 김달평은 옆에서 말을 타고 호위를 했다. 궁의 문이 보일 때쯤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기억이 없다.’


김달평의 사라진 기억은 그 사람이 말해 주었다.


“소관 오공선이라고 하옵니다.”


오공선의 말은 이랬다. 어디선가 날아온 흉탄에 쓰러진 홍익제는 한달 만에 깨어났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친일내각이 새로운 황제를 제위에 앉힌 것이었다. 궁 안에는 친일내각이 끌어들인 일본군의 총칼에 명성황후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일단 황제가 바뀌고 친일내각이 조정을 휘어잡자 홍익제가 깨어났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더욱이 아무리 깨어났어도 요양을 해야 했으니 깨어난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친일내각은 힘없는 황제를 닦달해 일본에 외교권을 내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아무리 우리가 힘이 없어도 청을 이기고 간도를 지배하고 만주와 연해주를 영토로 선포한 나라인데. 그 동안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냐는 말이야. 황궁은 물론 한양의 중요한 곳마다 전깃불이 들어온 나라가 아닌가. 일본도 그리 되지는 못 했어. 거기에 유럽의 큰 전쟁에까지 참가하고 있는 나라인데.”

“그래봐야 사실 알고 보면 속빈 강정이 아닙니까.”


순간 김달평은 말문이 막혔다.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나라. 그것이 현재의 대한제국이었다.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버티자고 한 것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 승전국이 되면 승전국의 지위 때문에 대한제국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이 주축국과 손잡는 것이지만 애석하게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승전국이니 쉽게는 행동하지 못 할 것이었다. 그렇게 번 시간으로 내실을 다질 계획이었다. 전범국으로부터 배상금도 받을테니 그 돈도 내실을 다지는데 유용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계획이 이런 식으로 망가질 줄은 몰랐다.


“일본은 외교권을 가져간데 이어 대한제국이 먼 나라에 참전을 하는 바람에 나라 안이 어지러울 것이라며 치안을 대신한다고 경찰권을 가져갔습니다. 모르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지금도 지금도 뭔가 내주었을지.”

“그럼 전쟁은...”

“대한제국은 전쟁에서의 이탈을 선언했습니다.”

“하아...”

“나라가 껍데기만 남은 꼴이 된 것입니다.”

“그게 내가 깨어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나? 난 석 달만에 깨어났고? 그래도 그렇지 고작 석 달만에 이렇게...”

“나리께서 아실지 모르지만 사실 을미년 때 이미 이리될 상황이었습니다. 그걸 억지로 끌고 온 것이었을 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남의 나라 군이 궁에 그리 침범해 그리 난행을 부리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거야...”

“그리고 이번 일에는 일본과 손잡은 자들의 힘도 컸습니다. 단순히 일본이 모든 것을 다 했다면 아무리 큰 전쟁으로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나라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한의 조정에서 그리 하였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흐음... 내가 어리석었다. 그때 다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무슨 명분으로 그들을 다 죽였겠습니까.”


오공선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문제를 일으키거나 죄를 짓지 않는 이상 어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내가 궁에 들어가서...”


그러자 오공선이 급히 김달평을 말렸다.


“그만두시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석 달이나 혼절해 계셨습니다. 이리 깨어나신 것만도 기적입니다. 보십시오. 몸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지금도 겨우 일어나 계시지 않습니까. 이런 몸으로 뭘 하시겠습니까? 모의 정양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리의 목숨은 나리 것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정신을 차리셨을 때 나리부터 챙기셨습니다. 왜놈들은 폐하와 나리가 죽을 줄로 알았을 겁니다. 그러니 아무런 조치를 안 했던 겁니다. 굳이 손을 써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다 폐하께서 깨어나시니 그 또만 문제가 되었겠지요. 왜놈들도 나리께서 이 나라의 큰 축임을 아는바 그동안 방치하였던 나리를 죽이려 하였습니다. 폐하께서도 깨어나셨는데 더 강건한 나리께서 깨어나시지 않을 리 없다 여겼을 겁니다.”

“그럼...”

“예. 폐하께서 그때 힘겹게 명을 내리시어 나리를 피신시키라 명하셨습니다. 소관이 그 명을 받아 나리를 뫼셨습니다. 그래서 이리 무사하신 겁니다. 헌데 나리께서 계속 깨어나지 않으시니 속이 타던 차에 다행히 깨어나신 겁니다.”

“그렇군.”

“하지만 석달만입니다. 몸이 많이 망가지셨습니다. 또한 망가진 것도 망가진 것이지만 이대로 왜놈의 눈에 띄이기라도 하면 무사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나리께서 그 신묘한 무예로 칼든 놈은 이기실지 몰라도 총든 놈까지는 힘드실 것입니다.”

“흐음...”

“폐하께서 명을 내리셨습니다. 태권도의 맥을 끊기지 않게 하시라고 말입니다.”

“아! 그렇지. 수덕관의 관원들은 어찌 되었는가?”

“모르겠습니다. 해체 된 후 이리저리 흩어졌다는 것만 압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함부로 태권도를 드러내놓을 수 없을 거란 겁니다.”

“그런가?”


김달평은 자신이 힘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후우... 역사는... 바꿀 수 없는 건가?’


처음에는 자신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신경도 안 썼다. 하지만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바꿔보려 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바꾸지 못 한 것이었다.


‘그저 일본에 강점이 되는 것을 몇 년 늦춘 것 정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들으니 아직은 완전히 강점이 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게 그거였다. 사실상 허울만 남은 상태. 외교권과 경찰권은 완전히 넘어간 것이고 군사권도 사실상 넘어갔으니 나라의 실권은 일본에게 다 넘어간 상태에서 멀쩡한 나라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김달평은 자리에 누웠다. 석 달이나 누워있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니 머리가 어질어질한 탓이었다.


“그럼 내가 온전히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부탁 좀 하지.”

“예. 맡겨 주십시오. 먼저 미음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오공선은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런 오공선을 바라본 김달평은 천정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떤 웹소설이었지? 아무리 바꿔도 역사란 큰 강줄기는 바뀌지 않는다던데 정말 그런 건가? 그나저나 정말 그렇다면 대체 역사는 어떻게 변해 다시 그 강줄기로 복원이 되려나...”


* * *


1915년 1차 한일협정서가 작성되며 한일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외교권을 일본이 대리한다는 것. 유럽 전쟁에서 이탈한다는 것. 대한제국 내 일본인의 보호를 위한 일본군의 주둔. 그리고 통감부의 설치였다. 이후 한달 후 2차 협약이 이루어졌는데 이 협약에서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경찰권을 일본이 대리한다는 것. 내용이었다. 초대 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왔다. 하지만 대일본제국조선통감만주지부에 가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안중근에게 사살당하고 만다. 그때 안중근은 일본군에 잡힌다. 정확히는 안중근이 잡혀 준 것이었다.


마치 역사가 축약된 듯 1915년 이전에 있었던 역사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는 것인가?”


김달평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원래보다는 더 오래 이어지긴 했네. 이놈의 나라.”


1897년부터 1910년까지의 대한제국 역사 13년. 하지만 지금은 1896년부터 1915년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15년은 가고 있었고 아직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니니 더는 버틸 것이 아닌가!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웃음이 날 일이었다. 어쨌든 확실히 몸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기는 했다. 뭘 해도 그 다음이었다. 의학기술이 발달된 21세기에도 3개월간 의식불명 상태였으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데 애를 먹을 것인데 지금은 19세기 초반이었다. 아직도 유럽에서도 제대로 된 의학기술은 커녕 개념조차 없을 때.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 시대의 엉터리 의료 기술을 보고 키득대던 것이 한두 가지였던가.


“그럼 몸이 다 회복되면 뭘 해야 하나...”


김달평은 물끄러미 방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꾸러미 하나가 놓여있었다. 오공선의 말에 의하면 황금이라고 했다. 홍익제가 김달평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 돈도 있다고 하는데 돈을 쓸 기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고 했다. 대한제국이 선포된 후 화폐국이 세워지고 대한제국의 화폐가 발행되었다. 동전으로는 1전, 5전, 10전, 50전, 100전. 종이 화폐로는 500전, 천전, 5천전, 만전. 처음 만드는 근대식 화폐라 일본을 참고한다 미국을 참고한다. 이러면서 우왕좌왕할 때 김달평이 나서서 싹 정리한 덕에 김달평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화폐였다. 다만 너무 급하게 만드는 것이라 화폐 도안에 어떤 인물을 넣을 것인지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데다 어찌 돈에 사람 얼굴을 넣냐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 아직은 사람의 얼굴대신 동물과 식물, 그리고 건물을 집어넣었다. 현재 이 화폐는 많은 권리가 일본에 넘어가 사실상 반식민지 상태이기는 해도 아직은 대한제국으로 명맥이 남아있기에 화폐도 유지되며 사용되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일본 화폐도 공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일단은 돈보다는 황금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특히 나중에 가서는. 당장은 돈을 써야 하겠고. 하긴 지금은 돈을 쓸 상황도 아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을 오공선에게 의지할 상황.


“나리. 좀이 좀 나으신 것 같으니 고기죽을 쑤어왔습니다.”


오공선이 상을 들고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음식 솜씨도 꽤 좋군.”


그 말에 오공선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비듬 떨어지네만...’


괜히 발상머리에서 말 시켰다 싶은 김달평이었다.


“제가 사실은 대령숙수를 따라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대령숙수?”

“예. 고작 그런 사람이니 왜놈들도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아무리 흉탄에 맞으신 폐하께서 붕어하시기를 바라는 왜놈일지라도 남들 보는 눈이 있는데 어찌 의원과 깨어나시면 미음이라도 바칠 사람을 붙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그래서 붙은 사람이 자네인 것이고?”

“그렇습니다. 왜놈들이 다른 사람들은 다 감시했지만 고작 대령숙수 옆에서 돕기나 하던 전 감시하지 않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자네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던 거지요.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

“훗! 정말로 밑져야 본전이 투자에서 수익을 내셨군.”

“예?”

“아니 아니야. 아무튼 왜놈들에게 알렸으면 폐하께서 해주실 보상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리 고생하며 힘써주니 고맙군.”

“제가 비록 아무 것도 아닌 천한 사람이지만 사람의 할 도리는 아는 사람입니다.”

“하하.”


김달평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역사로 배웠다. 정말 나라의 혜택을 많이 받아 나라에 충성을 다 바쳐야 할 인간들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가 되고, 나라가 뭘 해 준 것 없는 사람들은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에 충성을 다 바치는 것을. 그런데 그것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왜 웃으십니까?”

“아니 뭐 그냥... 그래도 이 나라에 희망을 보아서.”

“희망이라면 나리가 아니십니까?”

“내가 무슨 희망... 고작 이 꼴인데.”

“그러니까 그 꼴 면하시려거든 잘 드셔야 합니다. 벌써 죽 식었지 않습니까. 데워와야겠습니다.”

“아니 되었네. 식은 죽이라 먹기 편해졌으니 더 좋네.”


김달평은 죽을 먹었다. 대령숙수를 따라다녔다는 말을 들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회복하고 뭔가 해도 할 수 있다.


“한 그릇 더!”

“그게... 더 없습니다. 나리.”

“아...”


잘 먹자. 김달평은 빨리 회복하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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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5. 소설가 김달평. 23.12.29 10 1 12쪽
23 5. 소설가 김달평. 23.12.28 12 1 16쪽
22 5. 소설가 김달평. 23.12.27 14 1 12쪽
21 외전. 대한제국의 크리스마스 23.12.26 15 1 11쪽
20 외전. 대한제국의 크리스마스 23.12.25 15 1 11쪽
19 5. 소설가 김달평. 23.12.23 17 1 11쪽
18 5. 소설가 김달평. 23.12.22 14 1 15쪽
17 5. 소설가 김달평. 23.12.21 17 1 11쪽
16 5. 소설가 김달평. 23.12.20 20 1 11쪽
15 5. 소설가 김달평. 23.12.19 22 1 12쪽
14 5. 소설가 김달평. 23.12.18 22 1 15쪽
13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6 21 1 16쪽
12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5 23 1 14쪽
11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4 24 1 11쪽
10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3 29 1 12쪽
9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2 27 1 12쪽
8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11 35 1 11쪽
7 4. 독립투사 김달평. 23.12.09 30 1 11쪽
» 3. 왕과 길달평. 23.12.08 43 1 13쪽
5 3. 왕과 길달평. 23.12.07 33 1 13쪽
4 3. 왕과 길달평. 23.12.06 35 1 13쪽
3 2. 무예 태권도 23.12.05 50 1 17쪽
2 1. 시간이동. 23.12.04 68 1 14쪽
1 프롤로그 23.12.03 85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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