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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하세요 연애추노꾼입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dohyang
작품등록일 :
2020.09.07 15:37
최근연재일 :
2020.09.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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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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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1.


달빛을 가득 머금은 봄밤이다. 벚꽃은 이리저리 흐드러지고, 목련도 이리저리 나부끼고.


조명 아래 흩날리는 꽃들 사이로 손을 꼭 잡고 가는 커플들의 얼굴은 누가 봐도 ‘나 봄이오’구나.


딱 한 사람, 나! 강한나를 빼고.


같은 봄밤 하늘 아래건만, 나만 지금 홀로 장마철인 마냥 우중충하게 카페 테이블에 축 늘어져 한숨만 푹푹 내쉬는 중이다.


‘나는 여름. 계절을 앞서가는 여자야.’라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역시 봄이 최고지.


말을 타고 봐도, 아니 KTX 열차를 타고 봐도 ‘오늘 헤어진 사람’ 티를 내며 앉아있다.


얼굴만 보면 고독함에 사무치는 표정일 테지만, 다행히(?) 지금 내 앞에는 친구가 하나 앉아있다.


친구라고 앉아있긴 하는데 위로는커녕 하도 웃어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저기 저 냉혈한의 이름은 김민지. 무려 6살 때부터 꼭 붙어 다니고 있는 녀석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가 슬퍼 울 때 진심으로 웃어주는 이가 친구라는 존재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민지는 진정 친구다.


나는 하나도 안 웃긴데! 지금 그 누구보다 심각한데!! 민지는 숨이 넘어갈 듯 끅끅대다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까지 한다. 가관이다 정말.


차라리 혼자 궁상떠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며 나의 잘못된 선택을 반성하고 있는 이때, 민지는 웃다 울다 이제는 아주 사레까지 들려 콜록대고 있다.


고맙다 친구야... 나의 진정한 친구임을 확인시켜 줘서.


얼씨구. 콜록대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 좀 보라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왜 저래’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흔들릴 김민지가 아니지. 저 망나니 같은 기집애...


“그렇게 웃을 때부터 알아봤다, 김민지. 꼬시다~ 사람들이 너 쳐다보는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야, 이렇게 웃긴데 어떻게 안 웃어? 아 진짜 웃긴다. 큭큭. 아 배 찢어질 것 같애.”

“이 지지배야, 나 오늘 헤어졌다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위로해줄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웃고 있지만 단호한 민지의 말에 나는 딱히 부정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분하다. 부정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매번 그러고도 또 사랑하는 거 보면, 사랑이 뭔가 싶다. 그중에서도 넌 좀 과한 것 같고.”

“조용히 해. 그냥 토닥토닥 이나 해줘.”


내 말에 민지는 등을 두어 번 가볍게 두드렸다.


어쩐지 또 그게 위로가 돼 나는 가만히 등을 대주고 있었다. 나란 사람, 단순한 사람.


“신고는 했어?”

“신고는 무슨, 안에 5만 원도 안 들어 있었어. 괜히 경찰서에서 다시 마주치고 싶지도 않고.”


이별 이야기에 웬 신고냐 싶겠지만, 오늘 난 사귀는 내내 나를 물주로 생각하던 남친(이젠 전남친)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 지갑을 휙 뺏는 것이 아닌가.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자 안에 든 현금만 골라 집어 달아나버렸다.


아니, 이런 미친놈을 봤나. 봤네, 내가 지금 두 눈으로 보고 똑똑히 봤슈.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사고가 정지된 채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더랬다.


호구로 시작한 연애는 이별의 순간에서도 호구로 끝나버렸다.


“처음엔 순박하고 착했던 것 같은데. 연애 초반엔 걔가 돈 더 많이 썼거든. 점점 내가 쓰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러다 결국 내가 물주가 됐지만.”

“원래 진짜 못된 것들이 처음엔 다 착해 보여. 꼬리를 딱 숨기고 있다니까. 누가 처음부터 ‘나 못된 놈이오’ 하냐. 익숙해졌다 싶을 때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거지.”

“이번엔 진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하,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겠어. 쪽팔려서.”

“우리 추노, 또 흑역사 하나 만들었네? 그냥 니 이야기로 책을 쓰라니까.”

“뭐래. 쪽팔려서 그런 짓은 못 하지, 안 하지. 아 진짜 마가 꼈나, 어쩜 이래?”

“내가 늘 말하잖아. 이 정도면 추노라니까? 이상한 놈만 굳이~ 골라 사귀는 연애 추노꾼!”


연애 추노꾼이라니, 반박 불가다.


민지는 자주 나를 연애 추노꾼이라 불렀고, 가끔 흑역사 제조기라 불렀다.


먼저 고백한다고 차이기 일쑤, 물주 취급에 양다리도 심심찮게 겪었다. 그뿐이랴, 이별도 찌질했다. 문자 하나 달랑 보내며 헤어지자 하질 않나, 무턱대고 잠수를 타버리질 않나. 하.


남들은 어쩌다 한 번인 최악의 연애를 나는 매번 겪었다. 꾸준히. 지치지도 않고.


잠시 기억나는 나의 연애사를 2개만 빠르게 되짚어 보자면 이러하다.


***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여름,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같은 방송반이었던 지석(이라고 쓰고 ‘유교 보이’라 부른다)이와는 썸을 타던 사이였다.


나는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가 아닌 서로 쌍방이니까 누가 고백하는 게 대수겠냐 싶어 먼저 고백했다.


“난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건 별로야. 남자 자존심이 있지. 고백 정도는 남자가 하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남녀가 엄연히 유별한데. 이렇게 생각이 없는 앤 줄 몰랐다. 미안.”


지석이는 이딴 소리나 내뱉었고, 그와 함께 썸도 끝나버렸다.


어이가 없는 마당에 이후 학교에는 남자애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좋다고 매달려서 남자애가 부담스러워했다는 소문이 한동안 나돌았다.


방송실에서 유교 보이와 싸운 게 생중계되기 전까지. (아, 물론 내가 일부러 마이크를 켜긴 했다. 교무실까지도 잘 들리게. 훗.)


***

그다음은 그로부터 2년 후, 대학교 1학년 때였지.


한 살 많은 과 선배 정후(라 쓰고 ‘다정한 쓰레기’라 부른다)랑 사귄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생키 이거 완전 문어 다리 오징어 다리였었다.


알고 보니 다른 과 선배 언니랑 사귀고 있었더랬다. 근데 다른 학교 1학년이랑도 사귀고 있었더랬지.


더 있었던 것도 같은데, 아니, 과제에 수업에 꽤 바빴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 인간은 한 번도 피곤한 티를 내지도 않았고, 데이트를 미루는 법도 없었다.


그리고 매너도 좋았고, 심지어 공부도 곧잘 했으니. 어떤 의미론 참 부지런하기도 했지.


그 다정함에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던 때였지만, 그래도 감정을 누르고 이성을 끄집어내어 나는 그 인간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랬더니 세상 아련한 얼굴과 마치 내가 상처를 준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너 이대로 가면 뒤에서 울 거잖아. 내가 그 꼴을 어떻게 봐. 나 아직 너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하. 이런 미친놈이? 얼굴을 후려갈기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런데 이상한 놈들은 공통점이 꼭 있다. 먼저 선수 쳐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


이때도 학교에는 내가 양다리 걸친 것도 모자라 저 미친놈의 대사도 내가 했다고 한다. 그래도 자기는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며, 감싸줄 거라고 했다던가 뭐라던가.


여하튼 이 인간 덕분에도 학교에 완전 미친년으로 소문이 났었지.


그래서 그동안 모은 증거들을 쫙 뽑아서 학교 정문에 뿌려버렸다. 아, 물론 옆 학교에도. 아, 그 인간이랑 사귀었던 여자들과 힘을 합쳐서.


쪽팔린 건 아는지 그놈은 군대로 도망갔고 다녀와서도 휴학하고 그랬다는데, 아이고 꼬셔라.


***

“초등학생 때 이야기는 왜 빼? 그게 흑역사의 시작인데”

“야!”


한참 추억 아닌 추억을 회상하며 끄덕거리고 있는데 산통을 깨는 민지 네 이놈!


이 이야기는 진짜, 절대, 결단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꼭 민지는 초등학생 때 일을 끄집어내고야 만다.


하고 싶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동창들이 볼 때마다 꼭 그때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그래서 잊고 지내고 싶어도 잊지 못하게 만들어 넌덜머리 난다는 것이다.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을 만도 한데 다들 기운도 좋지.


민지 역시 지치지도 않고 매번 초등학생 때의 일을 얘기한다. 이것도 친구라고 오래 보고 있다.


“아, 나 오늘 차였다고오. 웬수말고 친구가 필요하다고오.”

“그러니까~ 나쁜 기억은 원래 즐거운 기억으로 덮는겨. 이런 친구가 어딨니~ 나 좀 멋진 듯.”

“그게 즐거워? 고~맙다. 아 진짜! 내가 동네 창피해서 못 돌아다녀요. 애들 만날까 봐!”

“만나잖아. 아직 한 동네 사는 애들 많은데 뭐.”

“내 말이! 이사도 안가고 뭐한데 진짜.”

“너도 안 갔구요.”

“그치. 내가 잘못했네. 됐고, 이제 그 얘긴 추억으로 묻어두자, 제발.”

“오, 그게 추억이 되나 봐?”

“니들이 얘기만 안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듯. 그리고 그게 무슨 연애사나 되냐.”

“그치,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지. 그리고 내가 언제 연애사라고 했던가? 흑역사라고 했지.”

“와, 뼛속까지 악당인 것 좀 봐! 지는 첫사랑도 없으면서. 사랑도 모르면서.”

“내가 너처럼 될까 봐 그래.”

“하 진짜, 이 동네를 뜨든가 해야지. 일단 이 자리부터 떠야겠다. 간다, 이 기집애야.”


민지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은 온통 봄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특히 봄밤이 주는 분위기는 사람을 감성에 젖기 좋게 만들었고, 묻어뒀던 추억들도 하나둘 떠오르게 했다.


근데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겪은 이별의 아픔에만 집중하고 싶었는데.


이게 민지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꼭 민지 때문만은 아니기도 했다.


봄은 왔지만 가끔은 겨울 같을 때, 아직 겨울인가 싶지만 가끔은 봄기운이 훅하고 올라올 때, 딱 이맘때면 어김없이 스멀대며 올라오는 추억(이라 쓰고 흑역사라 부르지만)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곤 한다.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흑역사 하나에 수치를, 흑역사 하나에 원망을, 아 강한나, 강한나 못난 놈만 골라 사귀는 이 연애 추노꾼!


봄이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은 겨울의 서늘한 기운에 나는 옷을 단단히 여미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집까지는 10분이면 충분했지만, 날씨 탓인지 떠오른 지난날의 일들 때문인지 걸음이 유독 느렸다.


특히 자꾸만 곱씹게 되는 초등학생 때의 일이 떠올라 3보 1머리 쥐어뜯음을 반복하던 터라 더 늦어졌다.


어린 날의 치기야. 그래, 어린 날 실수의 업보는 친구들의 놀림으로 받고 있는 거지.


괜찮아, 강한나 괜찮아.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어.


어차피 정수는 모르잖아. 게다가 한국에 있지도 않고, 연락 주고 받는 애라곤 훈이 말곤 없는 거로 알고 있고, 훈이야 내가 입단속 꾸준히 시키고 있으니까. 괜찮아.


나를 다독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꿍얼거리며 걷는 때였다.


쿵-


누군가와 부딪혔다.


벽이야, 뭐야?


고개를 드니 웬 남자가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으악! 죄송합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앞을 안 보고 있던 터라.. 죄송합니다.”

“아, 네. 어..?”


다급함에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저 남자는 분명 정수다. 정수가 확실하다.


아니, 뉴질랜드에 있어야 할 애가 왜 여기서 나와?!


한쪽 눈을 힐끔 들어 정수를 바라보니 나를 알아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영 아리까리하다.


그렇다면... 튀자!


“죄송합니다!!!”


인사만 남기고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갔다.


뒤통수에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먼저니까.


***

사실 정수는 일찌감치 한나를 알아봤다. 바로 알아본 건 아니었지만.


저 멀리서 한나의 얼굴이 보였을 때 정수는 낯익은 얼굴이라 아는 사람일까 싶어 한참을 서서 한나를 지켜봤다.


보다 보니 초등학교 친구 강한나라는 걸 알아챘다.


반가운 마음에 한나를 향해 손을 들었지만, 한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수의 존재를 눈치조차 못 채고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정수는 그런 한나가 그저 흥미롭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러나 정수가 알은 채를 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냅다 쿵-하고 부딪히는 한나가 엉뚱하고 귀여워 보였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간신히 참고 죄송하다고 함께 말하며 한나가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정수의 얼굴을 확인한 한나는 되레 얼굴이 하얗게 질려 도망치듯 달아났고, 정수는 그런 한나를 향해 “어.. 잠시!!”라고 말했지만, 이미 한나는 멀어져갔다.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정수는 “여전하네.” 하며 멀어져가는 한나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

도망치듯 집으로 뛰쳐 들어오자 가족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아니아니, 아는 애를 만나서.”

“아는 애를 만났는데 왜 그리 허옇게 질렸어?”

“아니야~ 족발 식을까 봐 뛰어왔더니. 자, 족발 드셔. 난 잘래.”


방에 들어와서야 조금 전의 일들이 실감났다.


정수였어... 못 알아본 거 맞지? 아닌가? 아니, 뉴질랜드에 있던 거 아니었어? 왜 여기 있지? 게다가 왜 우리 아파트지? 다른데 살지 않았나? 아니 왜 걔가 여기서 나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샘솟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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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주예향입니다. 20.10.26 6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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