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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도 막내손자는 못 참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Stay.
작품등록일 :
2023.11.03 16:19
최근연재일 :
2023.12.14 19:4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11,001
추천수 :
6,258
글자수 :
211,779

작성
23.11.07 19:29
조회
1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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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글자
16쪽

아그네스

DUMMY

가주라는 말에 한참 동안 입술을 질근 깨물던 아버지가 말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봐도 상관 없습니다.”

“총관님!”

“아그네스를 꺼냈으니 눈치껏 살겠지요.”


아버지가 사색이 된 사람들을 살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성 많은 총관님이 아그네스를 쉽게 얘기하신 이유는 하나겠죠. 잔인하시네요. 이곳에서 제가 살지 못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도련님이 본래 있어야 할 위치로 돌리려는 것 뿐입니다.”

“하아. 집으로.....저희 집으로 가시죠.”


총관이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교관들과 라무트는 나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시선이 미칠 때마다 어깨를 떨며 두려워했다.

아그네스.

아버지는 한 번도 그 이름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난 대륙을 울린다는 아그네스의 이름을 책으로 보기만 했었다.

당대 무신이라 칭송받는 자가 지배하는 무인들의 성지.

남들은 어떻게든 발가락이라도 핥으려는 가문에서 왜 아버지는 도망친 걸까.

이름과 성을 버리면서까지 이곳에 숨은 이유는 뭘까.


[딱 보아하니 호부 밑에 견자니라.]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검귀는 코웃음쳤다.


[그 좋은 환경을 떠난 이유가 그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 아무튼, 저 멀대가 끼어든 덕분에 귀찮은 수고를 덜게 되었다.]


과연 귀찮은 일을 피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총관이 나를 힐끔 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


“에이나. 루인과 방에 들어가 있어.”


집에 돌아온 제이드는 루인을 에이나에게 맡기고 부엌 탁자에 총관과 둘이 앉았다.

따뜻한 차를 내밀며 제이드가 물었다.


“가주님께서 저를 보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제 곧 가주님의 생신이십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축하연에 초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15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와서 축하연이요?”


제이드의 순박한 눈동자에 차가운 기색이 어리자 총관은 느긋하게 차를 홀짝였다.


‘하나도 바뀌지 않았군.’


제이드는 분명 무재가 없었다.

직계로서 가져야 할 위엄은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단 하나, 무신이 눈여겨 본 재능이 있었다.


‘보통은 기회를 붙잡았다며 좋다고 날 뛰었을텐데 말이야.’


정심(停心).

제이드는 삿된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마음은 고요하여 사물을 직관적으로 구분하려 하니, 환술 같은 어지러움 속에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

본래 마스터에 이른 강자들만이 깨닫는 이치를 제이드는 본능적으로 새기고 있었다.


‘이런 부동심이 무재에 깃들었다면 좋았으련만.’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주무르지 못한다.

볼일이 있는 건, 제이드가 아닌 다른 씨앗이다.


“축하연에 맞춰 후손들의 재능을 시험할 생각이십니다.”

“무혼......”


제이드가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침음을 삼켰다.

무혼은 아그네스의 피를 이은 후손들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 시험하는 자리다.

당대 가주가 7살의 후손들을 모아 직계와 방계를 막론하고 재능을 판별한다.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 파악한 후 교육의 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문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제이드는 무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자신을 내려다보던 직계와 방계의 모멸찬 시선이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설마, 루인에게 무혼식을 시킬 겁니까?”

“예.”

“루인은 이제 12살입니다! 무혼식을 진행할 나이가 지났습니다!”

“무혼이 본래 7살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지만, 사실 나이는 크게 상관 없습니다. 그 나이에 걸맞는 상대를 데려오면 되니까요.”

“가주님이 그런 예외를 허락하셨다고요?”

“물론입니다. 올해 무혼식엔 직계와 방계에서 무수한 아이들이 쏟아집니다. 루인 도련님보다 나이 많은 혈족도 있죠. 해서, 가주님도 단단히 준비하고 계십니다.”

“루인은 아무런 준비가 안 됐습니다! 무관에 들어간지 고작 2달 밖에 안 된......”

“루인 도련님이 오늘 무관에서 제일 잘나가는 패거리들을 혼자서 때려눕히셨더군요.”

“그럴 리가......루인은 상처도 없었고....”

“도련님께서 루인 도련님께 가전 무학을 전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까?”


제이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루인 도련님이 2달 만에 또래 10명 이상을 혼자, 그것도 상처 없이 제압했다는 뜻이군요.”


제이드가 혼란을 수습하려 할 땐, 이미 늦었다.

총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혀 있었다.


“아그네스의 피가 루인 도련님께 이어진 것 같습니다. 파르반 도련님.”


파르반.

가문에 버리고 온 본래의 이름이 나온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총관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총관님......아니, 삼촌....저희 가족을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되겠습니까?”


어려서 불렀던 익숙한 말을 체념하듯이 늘어놓자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께서 제게 사적인 답을 구하시니, 잠시 예를 무르겠습니다.”


냉막한 표정이 한 꺼풀 벗겨졌음에도 총관은 여전히 단호했다.


“파르반. 네가 아무리 가문의 성과 이름을 버리고 이런 곳에 정착한다 해도 너는 절대 가문을 떨칠 수 없다. 지금까지 조용히 산 게 네 능력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느냐?”

“.......”

“우리가 너의 행적을 보호했다. 아니었다면 가문을 노리는 적들에게 너는 죽었을 거야.”


제이드가 무릎에 올려둔 손을 파르르 떨었다.


“가주님께선 무혼식을 겸한 축하연을 개최한다고 하셨지만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게 뭡니까?”

“전쟁이 시작되려 한다. 외부로 퍼진 가문의 식솔들에게 전력을 분산시킬 수 없어. 그러니 식솔들을 모두 가문에 모아 보호하려 한다.”

“저를 버린 가주님이 저를 지키겠다고요?”

“넌 아그네스니까.”

“아그네스를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죽었어야지.”


총관의 싸늘한 눈초리에 제이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네 몸에 흐르는 피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없앴어야지! 무신의 피가 흐르는 한, 넌 여전히 아그네스다.”

“......”

“네게 특별한 감정은 없다.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너를 돌처럼 여길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해주마.”


총관이 찻잔을 비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그네스는 분명 피와 검으로 쌓인 가문이다. 네가 경멸한다 해도 바뀌지 않을 역사다. 하지만 아그네스가 무인만 배출한 건 아니야. 100년 전엔 현자라고 불리던 이도 아그네스에서 교육받던 평민이었지.”


제이드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그네스의 교육은 세상에서 손에 꼽는다. 고등 교육은 외부의 인사들이 천금을 들고 온다 해도 쉽게 받지 못한다. 하지만 직계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루인을 위한 교육이 그곳에 있단 겁니까?”

“적어도 네가 세상을 떠돌며 어렵게 입학시킨 깡촌의 무관과는 비교하는 게 무례할 정도겠지. 진정 루인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아버지로서 생각해보거라.”


제이드의 눈빛이 복잡해졌고, 총관의 표정은 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럼 도련님 일주일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가볍게 목례한 총관이 집을 나갔다.

제이드는 하염 없이 식어버린 찻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엌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아버지가 머리를 쥐어 뜯고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는 웃으며 그 손을 붙잡아 줬다.

한참 동안 대화 하던 두 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결정을 내린 듯 나를 불렀다.


“오늘 무관에서 일이 있었지?”

“예, 아버지.”

“아빠라고 부르래두.”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아버지가 눈을 맞췄다.


“아들, 정말 케니와 아이들을 혼자서 혼내준거야?”

“그게......”

“혼내려는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정말 네가 그랬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왠지 씁쓸하면서도 기쁜,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고민을 털어버린 듯 아버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루인, 사실 아빠는 말이야.”


아버지는 아주 덤덤히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았다.

무술에 미쳐 다른 가문을 짓밟고 명예를 쌓아올린 가문 아그네스.

피와 검으로 점철된 가문의 오랜 역사 속에서 아버지처럼 재능 없는 직계는 처음이었다.

가문의 오욕이란 말을 씻어내고자 발버둥쳤지만 도저히 무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아버지를 경쟁자처럼 여기던 다른 직계들의 시선이 비웃음으로 변할 때 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독살이었다.

가문을 뒤져 겨우 암수를 찾았지만 배후를 밝혀내진 못했다.

암수가 자결했기 때문이다.

무신이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제이드에게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그 때 나는, 가주님이라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가주님은 수련 중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 개인 연무장에서 연공 중이셨지. 밖에서 내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어. 나중에 알고 보니 깨달음을 얻으셔서 무아지경에 빠졌다고 하시더구나.”

“무아지경?”

“지금의 네가 훨씬 나은 네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놓는 의식.....설명하긴 좀 어렵네. 아무튼,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은 깨달음을 갈무리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깨어나지 못해. 가주님처럼 위대한 무학을 이루신 분은 더더욱 어렵고.”

“그럼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가주님 탓은 아니잖아요.”

“그랬지. 그게 맞는데......할머니의 죽음이 지금까지 쌓인 모든 불만을 터트렸어. 어딘가 쏟기 힘든 감정을 지금까지 연공에 몰두하셨던 가주님께 터트렸다. 왜 집안을 돌보지 않고 강함에 집착하느냐고 모진 소리를 쏟아부었지.”

“가주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구나. 당신은 절대 물러서지 못할 위치에 섰다고.....”


그 때를 떠올리는 듯 아버지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 난 가족이 소중했으니까. 결국, 나는 가문에 겉돌았고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걸 버리고 이곳에 온 거야.”

“아버지는 아그네스가 아직도 미우세요?”

“세월에 감정이 흐려지더구나. 너를 낳고 나서 가주님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니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아버지가 됐으니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의 나로선 알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을 지키려면 결국 아그네스로 가야해. 총관님 말씀대로라면 아그네스를 노리는 자들이 제일 먼저 직계 혈족을 죽이려 할 테니까.”

“그게 누군데요?”

“많아. 아주 많아서 손으로 꼽기 어렵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렴. 후계 서열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의 아그네스는 우리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세상에 그곳만큼 안전한 곳도 없지. 더군다나 이런 무관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좋고 다양한 것들을 네게 가르쳐줄 수 있단다.”


그건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다.


“일주일 뒤에 아그네스로 갈 거야.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렴. 그리고 이제부턴 매일 저녁마다 아빠랑 같이 무공 수련을 하자꾸나.”

“무관에서 배우는 무술 같은거요?”

“그건 몸을 푸는 체조 같은 거야. 아빠랑 같이 할 건 아그네스의 무사라면 누구나 해야 할 기초 소양이지.”

“네! 전 좋아요!”

“고맙구나.”


나를 꼭 끌어안는 아버지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흠, 그 정돈가?]


아씨, 왜 항상 분위기 좋을 때 초 치는 거야.


[아그네스고 나발이고, 내가 가르쳐 주는 거나 열심히 해. 1년 뒤에 네 아빠보다 훨씬 강해질 테니까.]


그러고 보니 검귀는 항상 아버지가 검을 익힌 무인이라고 얘기했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면 이 성에서 활약할 정도는 된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가문의 직계 후손이다.

우리 가족을 데리러 온 총관이란 사람과 비교하면 어떨까?


[네 아빠가 아무리 용 써도 한 수에 끝날 걸?]


그럼 이 성에서 당할 자가 없다는 말이네?


[그....공작가였나. 예전에 네 아빠가 목공품 납품하러 갔던 곳. 거기 있던 자들 무더기로 데려와도 저 총관을 당해내진 못할 거다.]


공작가에는 마스터를 뛰어넘는 괴물이 산다.

그보다 대단하면 총관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이지?


[그래봐야 내가 한 손가락 튕기면 억 하고 쓰러져. 껄껄껄!]


......웬일로 친절하게 답해주나 했더니.

결국은 자기자랑이네.


[너도 내가 알려준 무공을 극성으로 깨우친다면 내 10수 정도는 받아낼만한 실력자가 될 거다.]


검귀의 얘기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난 확신했다.

총관을 우리 편으로 만들자.


[응?]


아그네스는 위험한 곳이다.

그리고 기왕 아그네스로 갈 거라면 난 보다 많은 것들을 얻길 원한다.

든든한 길잡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확실히.....눈도장 찍을만 하지.]


그런데 저 싸늘한 인간을 무슨 수로 구워 삶지?


[별로 어려울 것 같진 않구나.]


검귀가 총관을 쓱 살피고 오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딱봐도 인재 좋아할 상이다.]


인재....인재라.


“오?”


생각보다 간단하네?


***


총관이 정리되어가는 집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루인이 총총 걸음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뜸 웃자 총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루인 도련님.”

“지난 번 일 감사드리고 싶어서요.”

“네?”

“교관실에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제겐 당연한 일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니에요! 아버지가 반드시 은혜는 보답하라고 하셨어요!”


루인이 차가운 물병을 총관에게 건넸다.


“이거 아버지랑 같이 딴 꿀이에요! 꿀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보며 꿀물을 건네자 총관은 사양하기 어려웠다.


“감사합니다.”


꿀물을 받아 그늘진 곳에 내려놓았음에도 루인은 떠나지 않았다.


“다른 볼일이 있으십니까?”

“실은 제가 아버지랑 저녁에 수련하는데요.”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고 있다.

매일 밤마다 부자의 수련을 엿보고 있었으니까.


“아버지랑 보법이란 것을 밟아봤는데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제가요?”

“예! 총관님은 무척 강한 분이라고 들었어요! 아버지는 무혼이 끝날 때까진 직계 무공을 가르쳐주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이 보법은 아그네스 무사의 기초라고 들었거든요. 그럼 총관님도 당연히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했어요!”

“팔보가 아그네스 무사들의 기본 소양이긴 하죠.”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잠깐 봐 드리는 거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루인이 총관 앞에서 팔보를 시연했다.


‘틀린 부분은 없군. 하지만 너무 딱딱해.’


많은 이들이 팔보를 기초이자 정석적인 보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팔보의 극의는 여덟 방위 속의 부드러운 연결이다.

이를 깨달은 사람은 직계 중에서도 많지 않다.


‘이곳만 살짝 손보면 그나마 볼 만하겠어.’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루인의 자세를 고쳐줬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고 루인을 돌려보내려는 순간이었다.

후우웅!


“.......?”


발자국 소리가 달라졌다.

눈에 띄는 변화였다.

딱딱한 걸음이 날카로워졌다.


“와! 좀 더 빨라진 것 같아요!”

“방금 동작 다시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예!”


루인이 신나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또 다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엔 균형이 무너지려 했다.

총관은 저도 모르게 루인의 자세를 고쳐줬다.

후우우웅~

소리가 매끈해졌다.


“헤헤, 재밌다.”


총관이 루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루인 도련님.”

“네?”

“이렇게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그리고 총관은 다시 루인의 자세를 고쳐줬다.

루인은 총관의 가르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주 손쉽게 빨아들였다.

남들은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루인은 바로 보법에 녹였다.

해가 산 너머로 질 무렵, 루인의 팔보는 물결처럼 부드러워졌다.

팔보를 1년 동안 꼬박 익혀도 이만한 성취는 얻기 어려웠다.


‘이것 봐라?’


총관의 눈동자에 흥미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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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쟁탈전 +7 23.12.02 9,089 16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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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신의 가르침 +23 23.11.24 11,343 24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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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깨달음 +11 23.11.22 10,980 246 14쪽
13 백인쟁투 +9 23.11.21 10,966 232 15쪽
12 백인쟁투 +5 23.11.20 11,077 201 16쪽
11 무신지로 +13 23.11.17 11,140 223 17쪽
10 무신지로 +10 23.11.16 11,281 231 15쪽
9 무신지로 +6 23.11.15 11,604 2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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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밤하늘 +6 23.11.13 11,625 238 13쪽
6 자격 +11 23.11.10 11,794 247 18쪽
5 자격 +6 23.11.09 12,110 23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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