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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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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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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글자수 :
332,033

작성
19.12.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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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 세 아이의 만남

DUMMY

수애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돌아왔을 때, 신보솜씨랑 애들은 한참 식사 중이었다. 수애는 이들을 보고 다시 멈춰버렸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니 다시 움직여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긴장한 것이겠지.


"오셨군요"


신보솜씨가 나를 먼저 알아채고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


별님이도 나에게 인사한다. 인사받을 때마다 생각하지만, 예의가 나이답지 않게 지나친 거 아닐까.


"응우우응!"


둘이 인사하니깐 그제야 나를 알아챈 단아가 인사... 한 거겠지? 한 쪽 손에 든 포크는 미트볼을 하나 짚은 채로, 입안에 스파게티를 잔뜩 넣은 덕분에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입가에 스파게티 소스를 묻혀가면서 먹는 걸 보면 맛있는 모양이다. 정말 전투적으로 먹는구나 단아는.


"......"

"자, 수애야 여기 앉자"


나는 수애를 안에 앉히고, 그 옆에 앉았다. 제일 안 쪽에 신보솜씨가 앉고 가운데에 수애를 앉히고서는, 맞은 편에 별님이와 단아가 앉은 형세가 되었다. 어느새 온 점원이 메뉴판을 조용히 우리 둘 앞에 놓고 간다.


"아버지, 그 아이는 누구인가요?"

"어..."


말문이 막힌다. 이 아이도 이제 같이 지낼 거란다. 그렇게 말하는 게 왠지 껄끄럽다. 갑자기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붙은 가족이 만들어지는 거란 말이다. 뭔가 이상해. 신보솜씨한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니, 신보솜씨가 오히려 묻는다.


"이 아이는 무슨...?"

"신님이 뭐라고 안 하셨어요?"

"네"

"어허..."


진짜 설명 불친절한 신님이네.


"이 아이도 제가 맡게 되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양 처리가 다 되어서 저한테 맡겨졌네요"


괜한 마음에 신보솜씨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수애는 여기에 오면서 내가 입양 절차를 처리하는 것도 다 봤다지만, 그걸 굳이 계속 상기시켜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아마 신님이 한 것이겠죠"

"좀 물어봐요"

"잠시만요"


대답하고는 눈을 감는 신보솜씨. 마치 기도라도 하듯이 경건한 자세로 조용해진다.


"......"


누군가 손을 잡는 걸 느껴서 내려다본다. 수애가 내 손을 꼭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그러니?"

"......"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수애.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살펴보다가 메뉴판을 펼쳐주었다.


"맞다, 수애도 배고프지? 뭐 먹고 싶니?"


절레절레.

하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애는 메뉴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향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밥을 먹고 싶은 게 아니야? 혹시 화장실인가?


"아버지"


그 말에 앞을 바라보면, 별님이랑 단아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세 아이가 다 나를 쳐다보고 있구먼. 뭐야.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아"


수애에 대해 소개를 안 했구나. 말문이 막혔다고 넘어갔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자, 이 아이는... 수애라고 한단다"

"수애"

"수애!"

"자, 수애야"

"....."


수애는 여전히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 나는 그런 수애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앞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수애는 망설이다가 내 손길을 따라 시선을 앞으로 돌려, 별님이랑 단아를 바라본다.


"별님이랑 단아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어요"

"안녕!"


별님이의 인사는 무슨 사교 파티에 나가서나 할법한 인사 같은데. 요즘 애들은 인사를 저렇게 하는 건가? 아니면 신님이 내린 아이라서 상식이 우리랑 좀 다른 건가?


"......"


하지만 수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


셋이 조용해진다. 별님이랑 단아가 인사를 했지만, 수애는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어떻게 하면 좋지. 망설이고 있자니, 단아가 손에 든 포크를 수애에게 내민다.


"먹을래?"

"......"

"먹던 걸 주면 어떻게 하나요?"

"먹던 거 아니야!"


수애는 단아가 내민 포크에 꽂혀있는 미트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아이는 얌전한 걸 넘어서서 상당히 소심한 아이인가 보다.


"먹어!"

"......"

"그것보다는 이렇게"


그렇게 말하면서 별님이 작은 접시 하나에 자신이 먹고 있던 리조또를 덜어준다. 덩치만 작을 뿐이지 어머니같은 행동이었다.


"자, 좀 먹어보세요"

"......"


여전히 수애는 조용히 보고만 있다. 갑작스러운 호의에 당황한 걸까, 아니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그런 걸까?


"맛있어!"


그 와중에 단아가 외친다. 맛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포크를 좀 더 내민다. 그 행동은 한 치의 꾸밈도 없었고


"...응"


그렇기에 수애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수애는 얌전히 두 손을 내밀어 단아에게서 포크를 받는다. 그리고는 미트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작은 미트볼인데도 조금만 베어먹은 수애는 얌전히 오물거리며 미트볼을 맛보기 시작했다.


"이것도 맛있어요"


별님이 접시를 좀 더 민다. 단아 것을 먼저 먹은 수애에게 질투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별님이의 행동이 귀여웠다. 역시 애는 애지.


"......"


이번엔 수애가 별님이가 준 그릇을 받는다. 나는 테이블 한쪽에 있는 스푼을 하나 꺼내 수애에게 건내주었다. 수애에게는 좀 큰 사이즈였지만, 수애는 숟가락 중간 부분을 잡고서는 끝으로만 리조또를 퍼서 한 입 먹는다.

오물오물.

단아랑 별님은 수애가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니?"

"...맛있어"

"그렇죠?"

"응! 맛있어!"


수애의 대답이 신호였다. 셋 사이에 분위기가 확 하고 풀리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잘 어울릴 수 있겠구나 싶은 안도감이 생긴다.

잠깐만.

세 명으로 끝이겠지? 더 있는 건 아니겠지?

난 불안한 마음에 신보솜씨를 쳐다보았다. 신보솜씨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신님이랑 대화하는 거, 엄청나게 오래 걸리네.


"수애는 뭐 먹을래?"


기다리는 사이에 수애가 먹을 거랑 내가 먹을 거나 주문하자. 다시 나는 수애에게 물었고, 수애는 이번엔 메뉴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 대답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리겠네.


"이건 어때?"


어린이 메뉴를 가리켜본다. 수애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옆에 피자를 가리켜보았다.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싫다는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수애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실례하겠습니다, 주문하시겠나요?"


점원이 다가왔다. 부른 적도 없는데 알아서 오다니, 고급 레스토랑이라든가 그런 것인가?


"어... 네, 이거랑요.."


뭐든지 먹자는 생각에 메뉴판에서 아무거나 집은 다음에 수애를 바라보았다. 수애는 여전히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종일 메뉴를 못 고를지도 모르겠네.


"어린이 세트 하나 주세요"

"네, 시푸드 라이스 하나, 어린이 세트 하나 맞으시죠?"


그렇다고 말하니 점원은 인사하며 메뉴판을 챙기고 물러간다.


"괜찮지, 수애야?"


미안한 마음에 물어보지만, 수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나중에 하나 사줄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깐.


"아"


신보솜씨가 한 마디 내뱉으며 말을 뱉는다. 드디어 신님한테 대답을 다 들은 모양이다.


"뭐라고 하시나요?"

"어... 그게..."


신보솜씨의 눈치가 이상하다. 아니겠지, 설마 또 한 명 더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제발...


"아, 걱정하지 마세요. 맡을 아이들은 이 셋이 끝입니다"

"휴..."


애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와버렸다. 별님이랑 수애가 나를 바라보았지만, 뭐라고 해야 할 지 몰라서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일단 같이 밥 먹고 집에 가죠. 그다음에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네"


그러고 싶었다. 이젠 지쳤다. 피곤하고 말이지. 나도 일단 쉴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금방 우리들 앞으로 음식이 배달되었다. 수애와 나는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별님과 단아는 종종 수애에게 말도 걸어가면서 우리 둘이 먹는 걸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우리 다섯은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가 다시 나왔다. 집 안에 아무 가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만이라면 대충 자기라도 하겠지만, 애들이랑 신보솜씨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터미널 근처에 있는 호텔에 방을 잡는다. 하루만 묶으면 되겠지.

호텔은 비싸 보였다. 큰 빌딩에 로비부터 커다랗고, 우리를 맞이하는 직원들은 모두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딱 봐도 비싼 호텔이다.

하지만 그게 뭐가 대수냐! 난 10억이 있다고! 난 호기롭게 카운터로 가 방 두 개를 예약한다. 아이들과 신보솜씨를 같이 재우고, 내가 따로 자면 되겠지.


"35만 원이랑... 65만 원이요...?"

"아니면 가족 방은 어떠십니까? 4인 가족 방으로 87만 원도 있습니다"

"어, 아니에요, 방금 말한 두 방으로 주세요..."


와.

비싸구나.

사인을 하는 손이 벌벌 떨렸다. 아니 그냥 카드 결제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사인까지 요구하는 거지? 난 힘들게 사인을 마치고 결제까지 끝마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갑자기 큰돈을 쓰자니 엄청 무섭구먼.


"자, 가자"

"응!"

"네"

"..."

"신보솜씨가 아이들이랑 같이 자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신보솜씨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이상하다. 식당을 나올 때부터 이상하게 신보솜씨가 공손해졌다. 예의를 따진다고 해야 하나, 어색하게 딱딱해졌다고 해야 하나. 괜한 부탁을 하나 싶었지만 이렇게 순순히 받아주니 고마우면서도 무언가 떨떠름하다.


"저는 1107호고 신보솜씨는... 애들이랑 403호로 가시면 되네요"

"알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인터폰으로 연락하거나 1107호로 와주세요. 아 그냥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되겠구나"

"네"

"아빠는 같이 안 자?"


단아가 내 다리를 잡으면서 물어본다. 아빠라고 불리는 게 어색해서, 바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어, 응, 오늘은, 어..."


신보솜씨를 애들한테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애들아, 오늘은 우리들 넷이서 같이 자자"


신보솜씨가 내 곤란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중재에 나선다.


"응!"

"알겠어요"

"...네"


이번에는 수애도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바로 다섯이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을 옮겼다. 단아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빛내면서도 신보솜씨를 잘 따라주었고, 나머지 두 아이는 아이답지 않게 점잖게 신보솜씨를 따라갔다. 다행이군. 일단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넷을 먼저 저층 엘리베이터에 태운 뒤, 나 혼자 고층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후"


혼자가 되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그럴 만도 하다.

오늘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겼다. 신보솜씨의 등장, 신님의 말씀,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 정령이라는 아이, 갑자기 입양된 아이, 신도시로 이사하는 것까지. 그걸 뭘 먹지도 않고 계속하고 있었으니 안 지칠 리가 없다.

11층에 내려 바로 방으로 들어간다. 호텔은 그 가격에 걸맞게 고급스러웠다. 일단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생각해봐야 하는데...

풀썩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일단 지쳤으니 누워서 생각해보자. 침대는 푹신하면서도 탄력이 있어서, 누워있자니 기분이 좋았다. 이불의 감촉도 부드럽고, 향기로운 냄새까지 나고 있었고. 참 좋은 침대구만... 음... 부드럽고... 따뜻하고... 조금만 쉬고... 생각해보자... 참 편하고 좋네...


작가의말

* 20.2.14 - 일부 내용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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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 수애를 위한 계획 +1 20.01.29 286 8 12쪽
32 32화 - 수애의 마음 +1 20.01.28 257 7 12쪽
31 31화 - 소연씨의 마음 +1 20.01.27 269 6 11쪽
30 30화 - 소연씨랑 학교로 +1 20.01.24 267 8 11쪽
29 29화 - 사재기 20.01.23 270 8 12쪽
28 28화 - 행상인 등장 +2 20.01.22 267 6 12쪽
27 27화 - 한 달 뒤의 수확제 +1 20.01.21 285 6 11쪽
26 26화 - 권력역전의 회사 +1 20.01.20 281 8 11쪽
25 25화 - 편의점 진상 +1 20.01.17 294 6 12쪽
24 24화 - 경고 +1 20.01.16 363 6 13쪽
23 23화 - 만루홈런 +1 20.01.15 309 9 12쪽
22 22화 - 오해 곱하기 오해는 +1 20.01.14 322 9 12쪽
21 21화 - 출근하자 20.01.13 339 7 11쪽
20 20화 - 수애도 함께 +1 20.01.12 322 14 12쪽
19 19화 - 겨울왕좌 +1 20.01.11 359 10 11쪽
18 18화 - 취업...네? 20.01.10 390 9 13쪽
17 17화 - 걱정 +1 20.01.09 389 9 11쪽
16 16화 - 그런데 말입니다 +4 20.01.08 460 10 12쪽
15 15화 - 루씨... 일 리는 없고 +1 20.01.07 412 14 11쪽
14 14화 - 이제부터 시작되는 육아 생활 +1 20.01.06 433 14 12쪽
13 13화 - ...그리고 둘의 도움과 +1 20.01.05 428 13 12쪽
12 12화 - 정령 소환과 타로 카드와 +1 20.01.04 461 14 13쪽
11 11화 - 괜찮을까요? 20.01.02 749 15 11쪽
10 10화 - 주말 행동 선택 : 자유행동 20.01.01 657 15 13쪽
9 9화 - 강와 강와, 강와 머니, 걱정 마세요~ +4 19.12.31 753 18 13쪽
8 8화 - 게임, 시작합니다 +1 19.12.30 678 19 10쪽
» 7화 - 세 아이의 만남 +2 19.12.29 721 20 12쪽
6 6화 - 혼자 온 아이 +2 19.12.28 786 25 12쪽
5 5화 - 물의 정령 +3 19.12.26 903 18 12쪽
4 4화 - 여름의 별 +3 19.12.25 98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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