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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서부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기업 무림맹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혜서부
작품등록일 :
2022.10.31 23:29
최근연재일 :
2022.11.08 23:5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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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28,838

작성
22.11.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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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DUMMY

환생하자마자 죽을 뻔 했다.

정확히는 전생이라 불러야 할 녀석이 떠오르자마자 죽을 뻔 한 거지만.


다섯 살 나이로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자] 타이틀을 획득하다니, 장하다 김무진... 아니, 남궁린!!!


아무래도, 난 내가 읽던 무협소설 속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웹소의 흔한 설정들처럼 빙의가 아닌 이유는.... 내가 넘누 남궁린이거든. 철학적인 용어로 ‘존재는 기억의 연속’이라 말하면 난.... 남궁린으로 다시 태어나 한참을 살다 전생을 깨닳은 존재다. 그 전까지의 남궁린이 절대 다른 인물이 아니란 이야기.


그리고 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전생에서 읽었던 이 세상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미친 듯이 수련에 몰두했다. 이 세상이,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이란 것만은 가려진 기억들 사이에서도 너무 확실했으니....


그래, 이 소설 속 세상은 꿈도 희망도 없는 헬모드 세상이다. 이상하게 안개가 낀 듯 떠오르지 않는 소설의 제목과 몇몇 내용들이 있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아마 내가 이 소설 때문에 열불이 나서 죽은게 아닌가 싶은 비극적 결말의 소설.


그리고 그 비극의 이유?


“춘식아, 어쩌자고 어제도 개인행동을 한 것이냐?”

“그야.... 쉬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래, 개인행동. 주인공 녀석은 독고다이였다. 홀로 잘났다고 여기저기 뛰어들고 마두들을 죽이고, 종래에는 천마를 죽였지만 그러면 뭐해? 간신히 사귄 친구들 다 죽게 놔두고 사랑했던 여인도 죽게 놔두고, 자기 아기 한명 살리고자 천마와 동귀어진.... 그 사이 무림문파의 반이 궤멸, 3만의 사람이 죽었다고 되어 있었지?



“춘계 훈련 중 쉬는 시간이 야영이나 하라는거지 마을로 기어들어가 춘루에 들르란 얘긴줄 알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지?”

“개인행동 입니다!”

춘식이와 그 일당들이 함께 외쳤다. 그리곤 남궁세가 특제(내가 만든) 신체 단련체조 8번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개인행동, 그래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완전 혼자만 바빴다. 주인공만 잘나면 뭐해. 작가편의주의적인 소설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문파의 고수들은 자기 문파 하나 제대로 못지키고 다들 죽어나가느라 바빴고. 오합지졸 그 자체. 각개격파만 수차례 당하고서야 겨우 남은 전력을 모으고, 반절난 전력으로 회전을 벌였다가 무림 궤멸.... 아무리 맹주가 없는 상태였다고 해도 무림맹이란 단체는 뭘 한 것이며 제갈가니 무슨 신뇌니 하는 사람들은 뇌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던 것이다.


“우리 남궁세가 유성단은 이 훈련이 끝나면 무림맹으로 향한다! 그 의미는 모두 잘 알겠지?”

“남궁세가가 무림의 기둥이 된다!”


오십의 세가 무인들이 동시에 외쳤다.


“그래! 기둥이 된다는 것들이 이렇게 허약해서는 무림은 예와 마찬가지로 무너질 뿐이다! 우리가 무림의 기둥이 된다! 구파일방이니 오대세가니 하는 것들이 잰 척 할 때, 우린 무림을 떠받드는 기둥이 되는 것이다!”

“아악!”


그래, 무림맹을 든든한 기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방법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것 외에는 길이 없었다.


**


남궁세가의 일원으로서, 세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시행한 것은 ‘육체단련’이었다.

내공 운용을 활용하는 무림의 신묘한 무공들이야 현대인으로서 개선도 불가능하고 열심히 배워야 할 처지였으니 건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몸 만들기는?


전직 엘리트선수 지망생....이자 부상 이후 미련에 재활만 오년을 넘게 버텨낸 김무진의 기억엔 수많은 체력단련의 노하우가 담겨져 있었다.


일단 당연히 기본이 되는 달리기와 난이도를 높이는 인터벌 달리기, 유연성을 높이는 체조들, 체력을 깍고 정신력을 시험하는 피티.... 아, 이건 군대에서 배운 거구나.


아무튼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로 세가원들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됐으니 뭐.


“오늘도 열심히구나, 동생아.”

“형님 오셨습니까.”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진’. 전생에선 독자였던 나에게 생긴 듬직한 형이다.

이립의 나이에 남궁세가의 세가 원로들을 제치고 누구보다 강한 무공을 얻은 강골.


“체력이 근본 아니겠습니까. 무공 구결 수련한다며 체력 남겨놓고 잠드는 꼴은 볼 수가 없죠.”

“그래, 체력을 온전히 다 비우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 하하.”


내게 배운 근력운동으로 터질 듯이 부푼 이두를 부풀리며 자랑하는 형.


“그보다 어쩐 일로 이렇게 춘계훈련지까지 오셨습니까?”

“이게 너의 마지막 훈련 아니더냐. 너가 없어도 계속 이어져야 할 훈련인데 어찌 되는지 눈에 잘 담아둬야지.”


남궁세가의 훈련은 동계 혹한기 춘계 체력훈련 하계수련회 추계모의전으로 각 계절에 맞는 코스로 매 분기 15일은 세가의 후기지수들이 참여하도록 지난 6년여간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이 시스템에 흥미를 느낀 탓인지 형님도 적극 밀어주셨고.


“훈련교본이야 이미 다 만들어두었는걸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마침 작년 훈련에 묻어둔 뱀술이 잘 익었을 터이니 한잔 하시면서 얘기하시죠. 형님.”



**


밤이 내려앉은 산기슭의 훈련장. 술이 몇순배 돌자 형님은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염제가.... 사천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염제가요?”


남궁세가를 멸문, 멸족할뻔 했던 세가의 불구대천의 원수. 원 소설의 역사대로였다면 그녀석의 손에 아버지는 물론 나와 형까지 죽었을 터였다.


“...당장 사천으로 제가 가보겠습니다!”

“맹에서, 조사를 위해 조사단을 보낸다고 하더구나.”

“맹을 믿습니까? 저희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지요!”

“그러게, 너는 맹을 믿느냐?”


술병째로 들어 한입 털어넣고선 형님은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어떻게 네가 무림맹을 믿는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가 실종된 맹주에게 배신을 당했다 생각하진 않느냐. 맹주 없는 무림맹이 과연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저는 지금의 무림맹을 믿지 않습니다.”


무림맹을 믿냐고? 그럴리가!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을 믿는다.

그 사람들을 죄다 ‘무림맹’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따로 세가로 내가 아는 네임드들을 죄다 영입해볼까도 했지만 불가-. 명문세가에 있는 녀석들은 데리고 올 수도 없고, 다가올 혈겁에 대비해서라도 다른 문파들의 도움도 필요했다. 그것을 다 담을 틀과 명분은 무림맹 외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이런 속사정을 다 말할 순 없으니, 그저 꿈 큰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지만, 무림맹 안으로 제가 간다면 이번처럼 염제의 소식이 들려왔을 때, 사천에 발을 디딜 명분이 될 수 있겠죠.”

“...명분.”


그래, 명분. 솔직히 말하면 우리 남궁세가는 그날의 일 이후 무림에 영향력이 없다시피 하게 되었다. 이곳 산서성에서야 조금 방구 낀다 하는 정도지만.... 그마저 옆의 장가장이니 구씨세가인지 들에게도 앞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세고. 그런데 우리가 ‘가문의 불구대천 원수를 잡으러 왔소! 가지고 있는 정보 내놓으시오! 하면? 사천의 당가나 당가의 속가문파들이 말이나 들어줄까.


“이미 염제는 사천에서도 벗어났겠죠. 온 천하에 발을 디딜 명분이라도 얻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곳은 이미 종이호랑이다. 산서성의 남궁세가만도 못한 처지란 말이다.”

“형님. 무림맹주는 돌아올 것입니다.”

“너도 그 말을 믿느냐. ‘10년 폐관’을 들어갔다는 이야기? 이미 15년이다. 맹주의 실종 이후.”


그래. 맹주란 사람이 어쩌자고 실종이 된 것이냐에 대한 여러 썰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풍문이 이 ‘10년 폐관’이었다. 일인전승의 비밀문파 출신이었던 맹주가 천마를 패퇴시킨 이후, 다시 돌아왔을 때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심산유곡으로 숨어버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염제가 돌아왔죠.”


팔 한쪽이 잘렸다지만, 돌아왔다. 우리 가문을 멸문시키려 했을 때도, 지금도. 천마가 돌아올 것이란 확신이 없었으면 홀로 사천에 나타나진 않았겠지.


“염제가 왔으니 마교가 올 것이고 마교가 올것이니 천마가, 천마가 올 것이니 맹주가 올 것이다?”


그런 추리는 아니었고 이 세계의 이야기를 조금 아는 편이라서요....라곤 말을 할 수 없으니....


“천마와 맹주는 숙적입니다. 맹주가 아니면 누가 천마를 죽이며 천마가 아니면 누가 맹주를 죽이겠습니까. 그리고 둘 모두 그 결말을 무림이나 마교를 위해 이야기 해주지 않을리 없죠. 상대에겐 절망을, 아군에겐 두려움의 종말을 고하니까요.”


부고가 없으니 좋은 소식일거다라는 헐거운 이야기였지만 형님은 납득한 듯 바닥을 쳤다.


“그럼 네가 맹에 가는 이유는 무엇이냐? 가봐야 말직에 있을 것이 뻔하지 않느냐.”

“제가 누구입니까. 맹이 저 없인 못살게 만들고, 무림이 맹없인 못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단기간에 되겠느냐?”

“안되면 되게 하라. 제 신조 아니겠습니까.”


내가 씩 웃음을 짓자, 형님, 남궁진이 소름끼친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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