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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이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쓰는 소설이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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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이
작품등록일 :
2019.11.24 22:21
최근연재일 :
2019.12.18 13:42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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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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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97,567

작성
19.12.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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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의 소환

DUMMY

집으로 돌아온 이후 강철은 근 5일간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물품 제작도 제작이었지만 나름 헌터 6명이 몰살당한 사건에 연류 되었다.

혹시나 협회에 소속된 헌터가 던전의 사건을 탐사하고 무언가 찾아내거나, 작업장을 다시 찾아간 제키엘이 달라진 현장을 보았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내부를 정리했어.’


뒤늦게 강철은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현장을 정리하지 않았어도 로스마이어의 유물을 두고 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위안하며 강철은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집밖은 조용했다.

헌터들이 몰살당한 것도 일종의 던전 공략 실패로 묻혔는지 인터넷에 뜨지도 않았다.


“좋아. 이제 나가자.”


조금 안심한 강철이 제일 먼저 길을 나선 곳은 큰 고층빌딩 앞이었다.


[헌터협회]


큰 간판을 살펴본 강철은 조심스럽게 건물 안을 흘겨보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고 협회를 드나드는 헌터들이 저마다 제키엘 같았다.


‘설마 제키엘과 마주치진 않겠지?’


잠시 생각을 했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우연까지 염두하고 움직이면 꼼짝 할 수 없기에 강철은 입을 꽉 다물고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설사 마주쳐도 제키엘이 일개 짐꾼이었던 나를 알아볼 리 없을거야.’


그리 생각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협회의 안은 다양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각성자도 있었지만 각성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이권이 오가는 현장을 지나 강철은 등록증 발급처를 찾아갔다.

나름 한가한 상황이었는지 여유롭게 앉아있던 직원이 강철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각성했습니다. 헌터증 발급하려고요.”

“아, 축하드려요. 잠시 확인 절차를 진행할게요. 이곳으로 마력을 넣어주세요.”


강철이 둥근 원판에 마력을 넣자 원판이 연한 색을 띄웠다.

그것을 지켜본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했습니다. 상세사항으로 들어가서···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되세요? 특성도 공개가 가능하신가요?”

“등급과 특성은 비공개로 하고 싶습니다. 그냥 증만 발급해주세요.”

“그럴 경우 협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요?”


사무직원의 말에 강철이 난처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E를 만들었다.

그제야 사무직원이 알겠다는 듯이 타자를 두드렸다.

잠시 쭉 내용을 적어가던 직원이 특정항목에서 잠시 멈췄다.


“각성 시 협회 기초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데 참석하실 건가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중요한 교육인데 참석하시죠? 나름 대격변 이후의 발생한 탑, 던전에 대한 정보도 많이 교육하는데···”


직원의 권유에 강철은 고개를 저었다.

기초 교육?

그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짐꾼 생활만 9년차입니다.”

“아, 대단하시네요.”


사무직원이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짐꾼 생활 9년이면 초보헌터보다도 많은 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다 말할 수 있었다.


“짐꾼 9년이시면 각성하신 거 정말 꿈같은 일이시겠네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가, 감사합니다.”


강철은 인사를 받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바라마지 않던 꿈같은 일이었지만, 그 특성이 기묘해서 좋아해야 할지를 울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 잘못하면 그 각성 때문에 24일 후 죽을지도 몰라요.’


차마 말을 못하고 웅얼거린 강철의 속도 모르고 직원이 능숙하게 헌터증을 만들었다.

코팅을 확인하듯 슥슥 문지르고는 일일이 문양을 검토했다.

모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강철이 쑥스러웠을까?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혹시 각성하셨으니 탑의 소환을 받을 자격이 있으신데··· 혹시 앞으로 소환을 승낙하실 건가요? 선택은 본인의 자유지만 협회에서는 C급 이하 헌터는 만류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머뭇거리던 강철이 이 순간만큼은 진지하게 되물었다.


“만약 직원분이 각성하셨다면 소환 기회를 포기하시겠어요?”

“그건 음··· 아니겠죠.”

“그렇죠. 당연히 갈 겁니다.”


강철의 단호한 대답에 직원이 잠시 작업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강철을 바라보았다. 짐꾼 생활 9년이라는 사실을 고백해서인지 순수한 호의를 담은 시선에는 우려가 가득했다.


“초보헌터는 그 소환에서 60%가 사망해요. 아무리 보상이 중요하다지만 급하지 않다면 일단은 미뤄두시는 것이 좋을 거에요. 협회 직원으로서 기초 던전과 탑의 최하위층 공략의 경험을 가진 이후 소환에 응하기를 권유할게요.”

“네. 조언 감사합니다. 저도 바로 응할 생각은 없어요.”


강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헌터증을 건냈다.

푸른색의 물결마크로 이뤄진 헌터증을 바라보는 강철은 감해가 남달랐다.

받을 것을 예상했는데도 묘한 감격으로 강철이 잠시 자리를 떠나지 못하자 직원이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꼭 성장하셔서 다음에는 등급 공개와 종합심사를 받으러 오시면 좋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 밤이 만월이네요. 실수로라도 소환에 응하시면 안돼요. 아시겠죠?”


이어지는 충고에 강철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오늘 밤이 만월이군요.”


기대와 긴장감 머금은 강철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강철은 직원이 듣지 못하게 작게 중얼거렸다.


“실수로라도 탑의 소환을 놓치면 안 되겠네요··· 꼭.”





&





대격변 이후 갑작스럽게 등장한 탑에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정식 등반.

탑의 문에 입장해서 공략을 꾸려 탑을 한층, 한층 올라가는 공략이다. 한 층을 정복하고 나면 다음 층을 공략할 수 있다.

당연히 층이 올라갈수록 공략은 어려워진다.

상위 헌터와 랭커들이 뛰어들어 공략하고 있는 탑의 층수는 29층.

이미 정복당한 하위 층은 일종의 관문으로서 존재하게 되며 후발 헌터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만약 탑에 이 첫 번째 선택지만 존재했다면 탑은 일종의 랭커의 전유물이 되었겠지만 탑에는 두 번째 선택지가 존재했다.


[6시 뉴스입니다. 금일 밤 만월이 뜨는 날입니다. 탑의 소환이 있는 날인만큼 헌터들이 벌써부터 몸을 풀고 있는데요. 탑의 소환을 준비하고 있는 백룡 길드에 레이첼 기자가 나가있습니다. 레이첼 기자?]

[네. 레이첼입니다. 여기는 헌터 랭킹 3위의 대형길드 백룡 길드입니다. 벌써부터 다양한 헌터들이 탑의 소환을 준비하며 무기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벌써부터 탑의 두 번째 선택지인 소환에 대해서 연신 떠들어대고 있었다.

강철은 긴장된 표정으로 TV를 바라보았다.

9년 동안 짐꾼으로 돌아다니며 주워들은 만큼 탑의 소환에 대해서 나름 잘 알고 있었다.


[달에 한번. 만월이 떠오르면 탑은 각성자 모두에게 소환기회를 제공한다]

[소환에 응할지 말지는 오롯이 본인의 선택]

[만약 응할 경우 예상치 못한 장소, 예상치 못한 미션으로 헌터는 소환된다]

[난이도는 헌터의 등급에 따라 나눠지지만 그 등급에서도 운이 나쁘면 클리어하지 못할 난이도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위험한 도박! 협회는 C급 이하의 헌터에게 절대 지원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나오는 보상이 후한 편이고, 무엇보다 직업이나 특성관련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헌터들이 지원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시계의 초심이 달칵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강철이 침을 삼켰다.

협회의 직원의 말에 따르면 절대로 소환에 응해서는 안 되겠지만 강철은 이번 소환에 응할 생각이었다.

9년의 짐꾼 경험이 있어서?

직업을 각성해서?

자신이 있어서?


‘아니!’


가만히 있을 때마다 죽음이 하루씩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고! 해당 작품은 쌔드엔딩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남은 기간 내 해피엔딩으로 변경시키지 않을 시 작가로서의 생명은 끝, 살해됩니다]

[남은 시간 : 24일]


‘저 남은 시간이 시계 침이 한 바퀴 돌면 또 23으로 줄어들겠지?’


시한부 환자가 이런 기분일까?

강철은 떠오르는 메시지를 볼 때마다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인물선택에서 코지를 진행하고 5일.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고 있는 특성은 매번 경고 메시지와 남은 시간만 갱신시켰다. 이것저것 제작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강철은 슬슬 초조해지고 있었다.


“소환에 응하고 클리어하면 특성관련 보상이 나올지도 몰라. 그걸로 이 망할 소설을 후딱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야해!”


그것이 강철이 소환에 응하려는 이유였다.

게다가 나름 승산도 있었다. E급쯤 되면 현실의 물건이나 아이템이 능력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했다.

강철은 인벤토리 문신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연신 살피며 작전을 구상했다.


[레이첼 기자?]

[이제 곧 만월이 뜨는데요. 헌터들이 소환되는 모습을 바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백룡제를 포함한 백룡길드의 정예들이 안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해봅니다]


TV의 화면 우측에 글자가 곧장 떠올랐다.

5.4.3.2.1

차분히 흐르는 카운터가 마무리 됨과 동시에 강철의 귓가에 음성이 퍼졌다.


[띠링! 탑의 소환을 진행합니다]

[각성자 강철을 탑이 소환하려합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헉! 떴다!”


알고 기다렸는데도 메시지가 떠오르자 강철이 감전이라도 된 듯 펄쩍 뛰었다.

이제 그래. 한마디만 뱉으면 되는데 몸이 떨렸다.


‘난이도가 높으면 어떻게 하지? 가자마자 죽는 건 아니겠지?’


강철은 걱정으로 온갖 상상을 다하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에 몇 번을 망설였다. 이번은 그냥 포기할까? 하는 고민도 생겨났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미뤄봐야 시한부야! 간다! 소환해줘!”


슈우욱!


눈을 감고 버럭 외친 한마디에 순식간에 주변이 바뀌었다.

어둠.

컴컴한 어둠이 감은 눈을 감싸고 눈을 뜬 강철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조금 전 자신의 방이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철은 크게 당황했지만 입을 움켜잡았다.

짐꾼을 하면서 주워들은 경험상 처음 소환되었을 때는 절대로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안전지대인가? 아닌가? 왜 이리 어두워?’


강철은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가방을 꺼내 등 뒤로 걸쳤다.

코카트라 배낭 안에 이불을 잔뜩 말아 넣은 탓에 가방이 등을 감싸자 그래도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

뒤이어 인벤토리에서 부엌칼을 꺼냈다.


착.

지이잉.


‘좋아! 작동된다.’


이름 : 강철이 만든 진동 부엌칼

종류 : 아이템(D)

설명 : 강철이 처음으로 만든 근접무기입니다. 칼날 부분을 갈고 기계인형의 철골(D)을 일부 녹여 붙여 강화하였습니다. 내부에 마력회로를 삽입하여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함으로서 진동을 일으켜 절삭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진동되는 부엌칼을 잡고 나니 조금은 눈이 어둠에 적응되었는지 주변이 보였다.

주변을 훑어본 강철이 눈을 크게 떴다.


‘여, 여긴 내 방인데?’


불과 1분전까지 있던 자취방을 몰라볼 수 없었다.

황당해진 강철이 혹시나 제대로 소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으로 방을 훑어보다가 간이형으로 놓인 싱크대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

스윽 손으로 싱크대를 훑자 끼고 있는 장갑에 먼지가 잔뜩 묻어나왔다.


‘청소를 안 하긴 했지만 이건 말도 안 돼! 역시 여긴 탑에서 소환된 공간이 맞아.’


아무리 나름 강철이 혼자 산다 해도 먼지가 이정도로 쌓일 만큼 집을 방치했을 리 없었다.

상황을 분석한 강철이 주변을 훑으려는 순간.


“크르르르.”

‘헉!’


집밖에서 작게 이상한 소리가 흘러들었다.

강철은 곧장 자세를 낮추고 입을 막았다.


“흡!”


츠츠츳.

츠츠츳.


“크르륵.”


땅이 쓸리는 소리가 나며 묘한 음성소리가 퍼졌다.

그러자 강철의 시선 앞으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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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같은 위기와 선택 19.12.18 32 1 12쪽
18 D급 던전 +1 19.12.18 36 1 12쪽
17 예측의 결과 19.12.16 45 1 11쪽
16 무서운 로로 19.12.12 68 0 12쪽
15 두 번째 쌔드엔딩 19.12.11 63 1 12쪽
14 보상과 시스템 모모 19.12.10 76 2 12쪽
13 대탈출(2) 19.12.09 57 1 11쪽
12 대탈출(1) 19.12.07 70 2 11쪽
11 전진 19.12.06 65 2 12쪽
10 탑의 시련 19.12.04 67 1 12쪽
» 탑의 소환 19.12.03 65 2 12쪽
8 엑스트라 코지 19.12.02 83 3 12쪽
7 위기는 곧 기회다 19.12.01 99 5 12쪽
6 나는 죽은 거다 19.11.29 95 2 13쪽
5 로스마이어의 작업실 19.11.28 116 3 12쪽
4 이젠 생존이 문제다 19.11.27 107 3 11쪽
3 짐꾼 19.11.26 131 3 13쪽
2 특성 소설가 19.11.25 180 3 11쪽
1 프롤로그 : 각성 19.11.24 257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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