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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이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가 될 수 없는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채움이
작품등록일 :
2019.10.09 22:29
최근연재일 :
2019.12.19 0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311
추천수 :
110
글자수 :
157,591

작성
19.10.19 00:45
조회
259
추천
3
글자
11쪽

7. 던전(2) - 위험

DUMMY

“취이이익!”

“11시 방향! 이, 인간형 특이 타입! 회색 고블린! 처음 보는 타입이야!”

“대, 대응 매뉴얼을!”

“아, 안 가져왔어요!”

“제, 젠장 온다! 어태킹 타임. 3.”


다급한 대화가 오간다.

뭐하나 결정되는 것도 없이 급격하게 시작되는 전투.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외침과 발악이 섞이는 사이에도 녀석의 설명은 담담했다.


-우리가 헌터가 아닐 때지만 너도 기억할 거야. 긴급하게 속보가 났던 참사를. 25층 던전에서 변동이 일어났지. 상당 수 등반 중인 헌터들이 제법 사망해서 신문에 대문짝하게 났던 일인데 기억나?


‘하필이면 그 시점이 지금이라고?’


나오려는 욕설을 삼키며 나는 재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전투의 순간순간마다 거친 숨소리에 위급한 신호가 섞인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회색 고블린에 지밀이 탱킹을 붙었다.


텅텅.


방패 소리가 나고 아카시아가 재빠르게 가호를 불어넣었다. 그를 이용하여 김정호가 화살을 재꼈다.


“2, 1.”


카운트와 함께 지밀이 있는 힘껏 고블린을 밀쳐냈다.

동시에 쏟아지는 화살.


“키아아아!”


화살이 명중했지만 지밀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치명상이 아닌데다 가장 중요한 나오미의 마법이 나오지 않았다. 2초의 격차를 두고 나오미가 만들어낸 화염구가 뒤늦게 고블린을 태웠다.


오차가 거듭되자 팀의 조율이 끊어졌다.

김정호가 화살을 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지밀의 탱킹이 꼬이게 된다. 마법사를 보호하며 가호를 넣는 아카시아가 대신 앞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겨 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나오미 좀 더 집중해! 카운트에 맞춰!”

“미안.”


“그럼 내가 화살을 먼저 쏠게.”

“아니에요. 빈자리는 서포터가 메꾸는 거예요. 내가 전진···”

“자리 지켜! 내가 맡는다!”


팀의 조율이 맞지 않는다.

지나치게 정확한 시간 타이밍의 오류.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쓰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서로가 전투를 보조하기 위해, 적응하기 위해 힘쓰는 행위들이 모두 팀의 호흡을 꼬아놓는다.

나는 현상을 바로 파악했다.


‘단순해져야지.’


답이 절로 나왔다.

일반 대중은 착각한다. 헌터들은 무력과 스킬만을 가지고 있을 뿐 머리 쓰는 것은 젬병이라고···


헌터가 되면 공부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생각하기 보다는 몸 쓰는데 특화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편견이지.’


단 한 번이라도 탑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극한으로 두뇌를 소모하고 단련한다.

특성을 분석하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대책을 머릿속에 넣는다. 서로의 포지션이 엉키고 목숨을 건 전투가 오가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자료들을 공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명을 걸고 몬스터와 싸울 때는 더 치밀하게 생각하고 상황을 분석한다. 최고위 랭킹에 있는 헌터들이 싸울 때 육체보다 머리가 더 빨리 피곤해진다고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헌터의 두뇌가, 서로 간에 해법을 찾는 행위가 도리어 독이 되었다.


-멍청한 자식들. 머리 위에 뇌가 장식인가 봐. 저것들은 뇌가 없는 거야?


‘······’


-저 탱커 놈은 자질이 없네. 정해진 어태킹 타임? 이런 혼란에서 마법사의 캐스팅 시간이 정확하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마법사의 특징을 생각해야지. 볼 것도 없어. 원인도 모르고 서로 바꾸다가 기본 호흡마저 꼬일 거야. 탱커의 독단적인 지시가 팀을 전멸시킬걸. 어태킹 타임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병신이 팀의 상태를 자기 기준으로 판단해? 야, 저 병신에게 전해줘라. 너는 뇌를 쓰지 말라고


잠시 상황을 잊게 할 독설이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혀 녀석을 노려보았다.


물론 녀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깔아뭉갤 만큼 탱커의 진행이 미숙한 것은 아니었다.


20층대에 진입하는 팀으로서 서로 조합을 맞춰가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 팀은 큰 발전성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최상위 랭커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일반적인 협회의 감독관으로서의 시선으로 본다면 합격점을 줄 수도 있었다. 단지 문제는···


‘파티 간 호흡을 맞춰보려고 들어선 던전에서 변동이 생겼어.’


난이도가 오르고 등장하는 몬스터가 바뀌었다. 던전에는 다른 함정이 생겨났을 것이고 위험성은 배가 되었다.


일반적인 협회의 감독관이라면 절대 모르겠지만 냉정히 흑룡제 강철의 시선으로서 지금 상황을 분석한다면···


-못 깨. 전멸하겠는데?


“빌어먹을···”


나는 작게 나오는 욕설로 녀석의 말에 동의했다.

녀석이 답이 정해졌다는 듯 피식 웃었다.

-가뜩이나 이 던전. 그 놈이 나오는 곳이잖아. 이 전력으로는 절대 무리지.


뭐라고?

이 녀석이 뭐라고 했지?

나는 황급히 녀석의 말을 끊고 물었다.


“야. 너 이 던전의 변동에 대해 아는 거냐?”


-당연히 알지. 이곳에 있는 함정의 개수에 지나가다 본 꽃잎 개수까지 알걸? 어라? 잠깐, 이봐 못난이. 너 이곳에 대해 기억이 안 나는 거냐? 옛날에 직접 경험도 했었잖아.


녀석이 기회를 잡은 듯 씨익 웃었다.

나는 오히려 당황해서 되물었다.


“내가 여기에 들어왔었다고? 아, 아니 입장했었어도 기억할 리가 없잖아. 내가 겪은 던전이 한 두 개도 아니고 시간도 많이 지났어.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내가 기억할 만큼 임팩트가 있는 던전이 아닌데?”


말을 하다 보니 혼란이 찾아온다.

자, 잠깐? 그러고 보면 녀석은 어떻게···


“그러고 보니 몇십 년도 전에 변동이 일어났던 던전의 시점을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지? 이 변동··· 내가 경험하기는커녕 과거 신문기사로 언뜻 보았을 뿐인데? 그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크큭. 그래. 그렇군. 너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몰랐구나.


녀석이 내 질문에 킥킥거렸다.

순간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어 황급히 스킬 창을 띄웠다.


[스킬]

[과거를 아는 자]

랭크 : - [패시브]

효과 : 과거(전생)의 기억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사용 시 잊힌 영혼이 등장하여 당신의 과거(전생) 기록을 설명합니다.

※단, 잊힌 영혼의 동조는 본인의 역량입니다. 영혼의 동조가 높아질수록 해당 기억을 보다 세밀하게, 보다 정밀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스킬은 패시브 스킬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해당 스킬은 타 스킬 발동 시 자동 활성화되며 발동 시 취소할 수 없습니다.



‘자, 잠깐? 과거의 기억을 불러온다는 게···’


내 당황에 녀석이 껄껄거렸다.


-그래! 과거를 아는 자 스킬 덕분에 나는 네 녀석이 지나가듯 겪은 모든 과거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던전에 진입하면서 네가 무심코 보았던 나뭇잎의 개수까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당연히 네 녀석이 가볍게 클리어하면서 잊어버렸던 이 던전의 특징도 던전 가이드만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


“뭐라고?!”

“뭐, 뭐야? 적이야?”

“응? 강철 씨 왜 그러죠?”


-이봐! 흥분하면 어떻게 해. 이런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저 사람들이 네가 패닉에 빠져 미쳤다고 오해하면 안 되잖아.


이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와 버렸다.

내가 황급히 손을 들어 일행에게 괜찮다고 표시했지만 나를 보는 일행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가뜩이나 긴장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집중을 깨뜨렸으니 그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것도 당연했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봐. 또 다른 나.”


-응? 뭐라고? 또 다른 나아? 이거 참 이상하네. 항상 머저··· 어쩌고라고 불리는 통에 내 이름이 그건 줄 알았는데. 웬일로 다르게 부르냐?


녀석이 헤프게 빈정거렸지만 이번만큼은 나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지금만큼은 녀석의 기분을 거스르면 안 된다.


“서로 협조하는 게 어때? 앞으로 호칭을 네가 원하는 대로 바꿔 부를 테니 던전의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해줘.”


-헤에? 지금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거야?


“그래. 이번만큼은 네게 유리한 일방적인 거래지. 어때? 도울 거야?”


-흐음. 우리 사이에 호칭 정리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대한 흑룡제님이라고 불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좋아. 그럼···”


-하지만 기각.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캉!


우측에서 나타난 고블린이 순식간에 세 마리로 불어났다.

무리.

애초에 각자의 파티를 이루는 듯 등장에 아카시아가 보조로 지밀을 받쳤다.


“가장 우측 놈부터! 쏴!”

“어택!”


쉬이익!

턱!


“키익!”


화살이 빠르게 한 놈의 어깨에 맞았다. 다만 가죽 각반으로 인해서 치명타는 아니다.

후속이 끊어지자 지밀이 방패를 들이밀었고 아카시아가 고개를 숙이며 메이스로 놈들의 발을 후려쳤다.

그 순간 나오미의 화염이 앞으로 쏟아졌다.


화르륵!


“키이이익!”

“키이익!”


순식간에 두 마리가 화염에 휩싸이자 간신히 숨통이 트인 지밀이 재차 말했다.


“나오미. 알고 있겠지만 내가 밀어내는 틈에 마법을 맞춰야 해! 계속 어긋나!”

“알아. 미, 미안.”

“뒤, 뒤! 한 마리가 더 있었어!”

“네 마리였다고? 이런 젠장! 아카시아! 빽 업!”


파직!


‘젠장! 왜!’


나는 다급하게 녀석을 노려보았다.

녀석과 대화를 주고받는 가운데도 파티의 분위기는 점점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혹시나 여기서 모르는 함정이라도 밟게 되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젠장! 뭐가 필요한데? 어떤 걸 해주면 정보를 내놓을래?”


-칵칵칵칵


녀석이 짐승처럼 사납게 웃어댔다.

통쾌하게 흘리는 웃음소리에 진한 살의가 풍겨나왔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에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싸늘하고도 차가운 웃음과 진한 살기.

설마 저 녀석이 원하는 건!


-아카시아의 절망.


“뭐라고?”


녀석의 말에 나는 알면서도 무심코 되물었다.

그 반응에 녀석이 무심히 나를 쳐다봤다.


-계속 말해왔었잖아. 저 빌어먹을 년! 나를 감옥에 가두는데 크게 일조를 했던 죽일 년! 내가 저년을 가만히 놔둘 줄 알았어? 저 개년이 절망하는 꼴을 봐야겠다. 죽는 것은 너무 가벼워. 감히 나 흑룡제 강철에게 준 치욕만큼 저년이 절망하기를 바란다. 전에 본 미래 사념하고 똑같은 모양으로 저년을 절망시키고 심장에 칼을 박아 넣어.


‘······’


미래 사념!

눈에 떠오르는 끔찍한 기억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는 동안 녀석이 확신하듯 말했다.


-복수다. 강철. 이제 그 허접한 행동을 집어치우고 복수를 할 시간이다.


흑룡제 강철.

오만하고 고고하며 그 무엇보다 잔인했던 나.

주접스럽게 떠들며 독기를 씻어내나 했지만 녀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 기회를 잡는 순간.

녀석은 숨겨두었던 이빨을 내게 내밀며 잔인한 거래를 제시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사실 저만 재밌게 읽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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