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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최근연재일 :
2022.08.05 01:2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617,127
추천수 :
16,663
글자수 :
360,387

작성
22.05.11 19:29
조회
25,719
추천
547
글자
13쪽

1화- 해가 들지 않는 나라

DUMMY

“으아아아악!!!”


골목길을 돌아서 달렸다. 남자가 날 쫓아오고 있었다.


‘어쩌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헉헉,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와중에 달리다보니 서러움에 눈물이 북받쳐오르려 했다.


[에이센트 채지훈, 성추문 의혹!]

[채지훈(에이센트 지훈), 전 여자친구가 섹스 스캔들 폭로!]

[초인기그룹 에이센트 이렇게 몰락하나?]



한달 전, 에이센트 5명의 멤버 중 두 번째로 멤버가 논란을 터트렸다. 팬덤 상당부분을 견인하는 인기멤버 선우명남의 학폭 스캔들에 이어, 하필 유사연애 지분이 압도적인 사이버 남친 멤버인 지훈에게 전 여자친구가 섹스 스캔들을 폭로했다.


내용이 해괴망측했다.


[채지훈은 저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와 마약, 삐삐삐삐-삐(자체 음소거) 등등등을 강요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뽕을 맞고 난교파티에 같이 참여할 것을 싫다는 저에게 계속 권유했습니다.]


인기절정 아이돌 그룹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

팬덤은 공중분해됐고, 아이돌 커뮤니티들은 폭발했다. 이제는 포털 사이트 뉴스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 채지훈의 사진이 도배되는 기염을 토하는 동안, 새로운 폭로가 줄줄이 올라왔다.


[저도 채지훈과 사귀었습니다]

[저도 채지훈과... .]

[사실 저도 채지훈과... .]


폭로글이 끝없이 올라와 새 글을 확인하기도 지칠 무렵, 소속사는 해명 없이 채지훈의 퇴출을 결정했다. 다음날 마약 양성 반응 결과 기사가 발표된 후 채지훈은 구치소로 수감됐다.


반년 사이 두명이 퇴출되고 남은 에이센트 멤버들은 숙소 안에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머리 끝까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새벽에 편의점에 몰래 다녀오던 길에 따라붙는 무리를 만났다.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쫓아오는 사람들과 추격전을 벌이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달라붙는 손을 뿌리치려다 잘못 나간 손이 상대의 머리를 빡! 소리가 나게 쳐버렸다.


아악!




덩치의 눌러 덮은 모자 밑에서 터진 여자의 가는 비명에 온몸의 핏기가 가셨다.


파파라치 무리 속에 사생팬이 한명 섞여 있던 거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진짜 기자들이 봐버렸다. 끝이었다.


‘얼굴 찍어! 얼굴! 특종이야!’


후드에 모자로 중무장한 덕분에 얼굴이 분간 안되는 몰골로 있던 게 다행이었다.


‘잡히면 정말 끝이야.’


학교폭력에 일진, 성추문과 마약에 이어 마지막은 리더의 사생팬 폭행이라니. 내 손으로 에이센트의 생명을 완전히 끝낼 수는 없었다. 사실 안 잡히더라도 이미 다 끝나 있지만!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18살, 제이에스 엔터에 들어간 이후 청소년기를 연습에 바쳤다. 데뷔 후로는 청년기를 일에 바쳤다. 연습하자는 권유도 사생활 관리에 대한 잔소리도 듣지 않는 멤버들을 어떻게든 다독여 끌고 가려고 수년간 노력하고 남은 결과가 지금 이것이었다.


빠아아아앙!!


골목길을 빠져 나왔을 때, 트럭의 헤드라이트의 새하얀 빛이 나를 덮쳤다. 콰아앙! 다음 순간, 충격과 함께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다.




**



윙윙윙윙... 삐뽀삐뽀삐뽀....


[아 우리랑 상관없어요! 자기가 갑자기 트럭으로 뛰어들었던 걸 내가 어떡해?]

[이봐요, 들립니까? 들려요?]


- 내가 너희에게 뭐 그리 많은 걸 바랬던 거냐.


잦아 들어가는 의식 속에 마지막까지 떠올린 것은 후회와 미련, 원망이었다.



- 립싱크 너무 티 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연습해라,

- 사회면에 나와 포탈 1위할 사고만 치지 마라.


사고를 아예 안 치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 우릴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쪽팔리게만 하지 마라.


아예 무사고 그룹이 되길 바란 것도 아니다. 애초에 에이센트의 멤버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가 수습해볼 테니까, 제발 우리를 좋아해준 사람들이 그걸 후회하게 만들지만 말아 달라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찬란한 데뷔일. 다섯명이 영원히 함께하자고 호기롭게 외쳤던 첫 데뷔 무대 앞에서의 구호 선창이었다.


[지훈, 명남, 우환, 명우, 경우, yo 에이센트! 영원하자!]


[이봐요! 눈 떠요! 잠 들면 안됩니다!]


내 팔을 잡고 몸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목이 메인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의식이 완전히 잦아들었다.







1화- 해가 들지 않는 나라


[해가 지지 않는 곳]. 내게 그곳은 영국이 아니라, 제이에스 엔터의 지하 연습실이었다.


***


쿵쿵, 백여평이 넘는 공간 가득 울려퍼지는 음악과 발을 구르는 소음.


빛 한점 들지 못하도록 사방이 막힌 검은 벽면과 그 벽의 전면을 가득 채운 거울들. 그 안에서 열 댓 줄에 달하는 남자들이 모두 똑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앞에서 뒤로 갈수록 움직임은 산만해지고, 각도는 부정확해진다.


맨 앞에 선 남자의 구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려 애쓰는 수십개의 팔다리들.


- 이렇게 후회할 줄은 몰랐어. 다시 한번만 내게~


“허이짜, 허잇!허잇! 김승주, 다리 더 안 붙여?”


쿵,쿵, 힘차게 나무 바닥을 구르는 수십개의 발소리들.


- 제발 기회를 줘, 너와 날 되돌릴 수 있다면~


“박은찬! 너 내가 쪼 넣는 거 빼라고 했지! 그새 까먹었냐?!”


이미 수년 전에 한물가 이제는 잊혀진 옛날 그룹의 히트곡이 고막을 찢을 듯 공간을 가득 메우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헉,헉······. 아잇, 뭐하는 거야?”


비켜! 내 옆에서 춤 추던 안경잡이가 성질이 나 내 어깨를 밀었다. 내가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어 동작에 방해가 됐나 보다. 헐떡이며 내뱉는 숨이 내 얼굴까지 훅 끼쳐왔다.


“거기, 뒤에! 뭘 멍 때리고 있어! 신입이면 앞에 보고 따라해!”

“아, 네!”



생각할 세도 없이 몸이 먼저 노래를 따라 움직였다. 앞 사람의 동작을 보며 안무를 익혀가며 하느라 반박자 느리게 추는 내 어설픈 동작을 보는 주변 사람들의 입에 아닌 척 걸린 비웃음이 보였다.


···놀라운 적응력이다. 무슨 상황인지, 이게 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주변과 동화되려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 one more time, one more time, oh! oh! baby baby please give me one more chance! (한 번만, 단 한번만. 아아, 제발 내게 한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


원히트 원더(한 곡의 히트곡 후 신통찮은 성과 없이 사라지는 가수)의 대명사로 불리는 2세대 보이그룹 버스터 보이즈의 데뷔곡, 원 모어 러브. 한 십년 전만 해도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후크송.


그게 아니라도, 나는 이 노래를 잊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희미해진 기억을 최대한 끄집어내려 애쓰며 급하게 팔다리를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이 춤을 춰 봤던 게 언제였더라? 벌써 거의 십년도 더 전의 연습생 때 매일같이 연습하던 노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천번 췄던 기억이 내 몸에 새겨져 있으니까. 옆의 안경잡이의 움직임을 따라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왔다.


분명히······. 그래, 할 수 있다. 여기서 두번째 스탭 뒤에 한 발을 내딛고, 팔과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곧게 내뻗으면 된다. 춤에 우선 필요한 건 자신감이니까. 여기서 다리의 방향을 팔과 반대로. 자신 있게 한 다리를 뻗는···!


- 콰당!


“으아아아아악!”


급하게 내딛는 다리에서 쥐가 나는 고통과 함께 다리를 움켜쥐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할 수 없었다. 몸에 기억이 새겨진 것과 그 몸을 기억대로 움직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야, 신입! 시끄러워!”


트레이너로 보이는 연습실 맨 앞쪽에 서있는 남자가 호통 뒤에 오징어처럼 팔다리를 접고 쓰러진 나를 무시하고 구령을 계속해갔다.



지하실 습기를 가득 먹은 퀴퀴한 냄새가 콧 속에 밀려오며 결코 그립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익숙한 곰팡이 냄새와 빛 하나도 들지 않게 그나마의 창문들도 하나도 남김없이 암막 커튼으로 차단한 검은 배경의 공간. 사내 놈들 수십명의 땀내에 퀴퀴한 방향제 냄새가 섞인 불쾌한 연습실의 채취.



맨 뒷줄에 선생이 이름 부르는 거 보니 연습생 서열에서도 맨 뒤에 위치해 있다는 건데, 그럼 설마... .


불에 구워지는 오징어처럼 쥐가 난 다리를 감싸안고 둥글게 말고 있는 내 몸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야, 신입. 빨리 안 일어나? 너 땜에 다들 연습 멈추고 있는 거 안 보여?"


마구잡이로 생긴 이목구비가 불만스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덩치의 주위로 어느세 두세명이 모여들어 구워지는 오징어 상태의 내 몸 주위를 둥글게 둘러쌌다.


"와, 이 시건방진 새끼. 선배한테 대답 안하냐?"

“한참 선배가 말씀하시는 데 딱 씹는 거 봐라."

"이제 막 춤 걸음마나 떼는 녀석이."

"야, 내가 신입 땐 배탈 났을 때도 선배가 부르면 이름 복창부터 했어."

“이거 이거, 요즘 신입들은 군기가 빠졌구만?”


쌍팔년도에도 안 했을 것 같은 쉰소리를 늘어놓던 한 명이 자기 무릎을 감싸안는 시늉을 했다.


“넘어지는 거 봤어? 꾸와아아악.”


와하하하하하, 나머지 녀석들이 왁자지껄하니 따라 웃는다. 저게 날 따라하는 거야?


- 또 시작이다

- 쉿


어느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다 피하는 바람에 내 주위로 둥글게 바리어가 쳐졌다. 말려들기 싫었던 연습생들이 저 멀리 떨어져 저마다 수군대고 있었다.



*


- 단 하루만 먼저 들어왔어도 하늘같은 선배 -


100여명이 넘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야 필수였겠지만, 엄격한 사풍을 자랑하는 JS의 연습생 생활은 특히 정도가 심했다.



‘어차피 저러다 사라질 패배자들인데 말이지.’


연습실에 아무리 오래 있었다 하더라도 데뷔를 못하면 그 뿐. 나가면 다시 볼 일 없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후보 1일 뿐이었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 오래 해서 어디다 쓸 건가? 그냥 젊은 백수 한명이 사회에 보태져 청년 실업률 상승에 기여할 뿐이었다.


“야, 얘 쫄았나봐. 니 얼굴 쳐다도 못 본다.”


와하하하! 똘마니들이 날 손가락질하며 비웃었지만 내 눈은 녀석들의 머리 위로만 향하고 있었다. 세개의 머리통 위에 떠있는 시스템창이 가운데 두목놈의 스테이터스를 나타내고 있었다.


[안동태, 18]

보컬 : C

춤 : B

외모 : C

잠재력 : F


“... .”


이 듣보잡이 누구였는지 생각났다. 안동태. 제이에스 지하에 장장 10년 가까이 있다 나갔다던 전설의 연습생. 두번의 그룹 데뷔를 지켜봤고, 세번째에서 밀려난 뒤에도 계속 이 곳에 붙박고 있다 결국 영장이 나와 군대로 끌려갔다 들었다. 전역한 뒤에 보험 영업을 뛰었다던가. 에이센트로 한창 활동하던 중 매니져가 안타깝다는 투로 놈의 얘기를 하는 걸 흘려들었던 기억이 났다.


- 동태가 계속 전화해서 미치겠다.

- 동태가 누구에요?

- 너랑은 연습생 시기가 안 겹쳤나? 우리 회사에 제일 오래 남아있던 연습생이야. 결국 데뷔 못하고 군대 갔다 얼마 전 전역했는데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하더라고.

- 잘 됐네요. 취업은 해서.

- 요즘 회사 사람들이 동태 때문에 아주 골치야.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자꾸 그때 연습생하던 애들이랑 회사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보험 하나만 들어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한다더라. 오래 있었으니 제이에스에 아는 사람이 좀 많겠니.

- 너무 귀찮으면 그냥 형도 하나 들어주세요. 불쌍하잖아요.


결국 데뷔는 하지 못했어도 두꺼운 철판과 넓은 인맥을 발휘해 보험왕이 됐다는 소식을 나중에 매니져 형이 기뻐하며 말했다. 자기도 두개나 들어줬는데 보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거의 십년간 지하실에만 처박혀 있다 나갔다던 연습생의 머리통 위, 참담한 스테이터스를 보고 있으니 진한 회한이 밀려왔다.


‘가망이 없으면 좀 진작 내보내주지.’


안쓰러움을 가득 담은 눈으로 안동태의 못생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와하하, 이 녀석 겁 먹은 것 봐.”

“이러다 울겠다, 울겠어.”


그냥 내가 사과해야지. 왜냐면 불쌍하니까. 어느새 다리에 난 쥐도 풀려 있었다. 꾸벅 사과하려고 고개를 푹 숙이는데 누군가 일어나고 있던 내 한 팔을 갑자기 나꿔 챘다.


“미안, 미안! 얘가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좀 눈치가 없어!”


웨이브진 주먹만한 머리통 아래 소멸할 듯 작은 새하얀 얼굴. 샛노란 대형견이 생각나는 갈색 눈동자. 연습생 초짜 시절 한동안 내 절친이던 사랑이 형이었다.


"선생님, 저 경우 데리고 잠시 쉬다 올게요. 오늘 하루종일 몸이 안 좋다 그랬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

“내가 언제, 으업!”


더 말하려던 입을 사랑이 형의 하얀 손에 가로막힌 체 그대로 끌려나갔다. 빼빼로처럼 마른 사람이 뭔 악력이 이렇게 세? 저항도 못하고 그의 팔에 몸통이 붙들려 연습실을 빠져나가야 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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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1) +21 22.05.11 17,689 407 15쪽
2 2화- 과일향이 나던 사람 +14 22.05.11 19,748 473 12쪽
» 1화- 해가 들지 않는 나라 +18 22.05.11 25,720 5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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