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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64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5.11 12:06
조회
265
추천
12
글자
12쪽

<6> 혈란과 군웅맹

DUMMY

*


“어디로 가서 뭘 찾아오는 건데요?”

“어디로 가고 싶은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사부가 알려주셔야지요.”

“음... 고대 세계도 있고, 마법과 칼의 세계도 있고, 평행우주의 시공간도 있고, 미래 세계의 전장도 있고... 또...”

“예? 마법? 평행우주? 도인 아니고 작가세요?”

“말했지 않느냐. 이곳은 시간과 공간, 차원과 경계를 모두 관할하는 곳이라고.‘

“아우! 뭔 소리야 진짜!”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준 건 파란이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광대한 곳이다. 로운이 나고 자란 세상, 지구가 우주에서는 티끌조차도 안 되는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는 얘긴 주워들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우주가 하나가 아니란다.

시간과 공간을 엮고 비틀어 수많은 세상,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론만으로 예측하는 평행우주도 그 중 하나이며 작가들 상상이라 생각했던 이계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거였다.


심지어 우리는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왔지만 이미 지나 온 상류는 여전히 거기에서 그 시간의 세상으로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흘러갈 하류 또한 그 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파란이 아무리 차근차근 설명했다 해도 로운의 머릿속은 여전히 ‘아무! 뭔 소리야 진짜!’ 수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와도 이 딴 비과학적인 설명 앞에는 ‘아우 C바’ 밖에는 할 말이 없지 않겠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방금 사부는 로운이 그 이상한 세상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그냥 가이드만 따라다니는 패키지 여행도 아니고, 그 이상한 세상에 딸랑 혼자 가서 뭔지도 모를 물건을 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그 모든 곳을 다녀와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 지금 밝혀진 목적지는 한 군데 뿐이다. 네가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이지. 너한테 먼저 내외공을 수련시킨 것도 그 곳이기 때문이었다.”

“무공을 수련....? 그럼 혹시 거기가....?”


옥풍선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무협 소설이나 영화 많이 봤지?”


그거였다.

로운이 방금 무림에서 눈을 뜬 이유가.


사부의 얘기가 끝나자 마자 로운은 갑자기 천부경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이 든 거다.


그리고 눈 떠보니.....

1회 첫 장면. 거기,


아니 지금 바로 이 들판이었던 거다.


*

<현재 무림>


말에 탄 로운이 과거를 회상하는 새 두 시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새 해 질 무렵이 되었고 세 사람은 대둔현에 도착했다.

대둔현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사대문 안쪽 중심로 쪽은 사람들이 넘쳐났고 밤이면 제법 휘영청 등불 밝힌 객잔과 주루가 늘어서 있었다.


[월운객잔]

벽자룡이 안내한 곳은 대로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객잔이었다.

1층 전체는 탁 트인 넓은 식당, 계단을 올라 2층에는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방이 있었다. 3층은 모두 객실이었다.


객잔 주인은 벽자룡과 취소연을 잘 아는지 문 앞에서 부터 극진하게 맞이했다.


로운도 3층의 객실 하나를 안내 받았다.


로운은 침상에 벌렁 누워 생각에 빠졌다.


막막했다.

여기가 어딘지, 어느 때인지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 캄캄했다.


옥풍선인 사부가 내려준 첫째 임무.


‘이제 너는 살아보지 못한 세상, 태어나지 않은 시간으로 가게 될 게야. 거기서 회수해 와야 할 것이 있다. 그 물건이 먼저 너에게 반응할 것이니 찾는 건 걱정할 거 없네.”


천부경 위에서 몽롱하게 잠들기 전 귓전에 들렸던 사부의 말, 그게 로운이 가진 정보의 전부였다.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찾아야 하는 거다.

막막하고 캄캄하고 답답하고 난감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파란이 눈앞에 딱 나타났다.

주식으로 본전 날리고 코인으로 빚더미 앉았는데 줏은 로또가 1등 된 기분이었다.

실낱같은 희망 하나가 바로 그녀였다.


‘틀림없이 진파란 맞아. 근데 왜 모른 척 하지? 그러고 보면 뭔가 살짝 느낌이 다르기도 해.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이 다른 일란성 쌍둥이처럼. 하아..... 일단 만나서...’


그때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진파란이면서 취소연이라 우기는 그녀.


“안녕하세요. 짐은 좀 푸셨나요?”

“어! 진파란!”


면사 아래의 그녀 눈빛이 흔들렸다.


“그만 하세요. 저는 취소연이예요.”

“괜찮아. 지금 우리 둘 뿐이잖아. 뭣 때매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말도 끝나기 전에 진파란, 아니 취소연이 철컥, 벼락처럼 검을 뽑아 다가오는 로운의 코앞에 겨눴다.

검 끝이 로운 코 앞에서 파르르 떨었다.


“그만 하라 했어요!:

“알았어, 알았다고! 한 번만 더 허튼 짓 하면 그땐 정말 참지 않겠어요!”


로운이 두 팔을 살짝 들며 한 걸음 물러났다.


감정을 겨우 억누른 취소연도 검을 거뒀다.

그래도 로운은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아.... 아닌데.... 틀림없이 진파란이 맞는데....”

“하아.... 정말....”


로운의 혼자말에 취소연이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면사를 살짝 거두었다.


“똑똑히 보세요. 제가 누군지.”


취소연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눈을 씻고 다시 봐도 틀림없이 진파란이었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은 아니지만 눈, 코, 입, 몸매와 목소리까지.


어떻게 딴 여자를 그녀로 착각할 수 있겠는가.

지난 석 달 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지냈던 그녀를.


“됐죠? 이제 두 번 다시 그 사람 이름은 꺼내지 말아요.”


취소연이 다시 면사를 내렸다.


로운의 눈에는 틀림없는 진파란이었지만 본인이 극구 아니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일단 한 걸음 물러나기로 마음 먹었다.


“알았다 알았어. 너 취수연 해라. 취수연 해.”

“취수연 아니고 취, 소, 연! 이라고!”

“그래. 취소연. 진파란은 아닌 걸로 치자고. 뭐 기분 나빴다면 사과 할게, 됐지?”


살짝 두 손까지 들고 사과하자 노려보던 취소연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사과는 받겠어요. 두 번 다시 이상한 이름 거론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취소연이고....”


그녀가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취소연.

강호인들 중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철검자 취학명의 손녀.


취학명은 무림맹의 맹주였으나 얼마 전 마교 교주의 손에 죽임을 당했고 지금은 그의 아들이자 소연의 부친인 취도관이 임시로 맹주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로운의 눈에는 여전히 취소연이 진파란으로 보였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족보가 명확한 마당에 취소연이 진파란이 될 수는 없었다.


“이제 제 소개는 했으니 당신에 대해 얘기해 봐요.”

“얘기하나 마나야. 안 믿을 테니까.”

“믿고 안 믿고는 제가 판단해요. 설령 당신이 저 먼 미래에서 온 괴인이라 해도 믿을 만하면 믿어 줄 테니까.”


순간 로운의 눈을 치켜 뜨고 버럭 소리쳤다.


“야! 너 진파란 맞지? 내가 거기서 온 거 다 알고 있잖아!”


순간 취소연의 오른손이 번뜩 날아왔다. 로운의 왼뺨을 노리고.

로운이 얼른 손을 들어 막았다.

아니, 막으려고 했지만....


- 짜악!


로운의 볼에 취소연의 손이 확실히 느껴졌다.

파란인지 소연인지 모르지만 분노한 그녀의 싸대기 한 방이.

다만 맞은 느낌은 선명했지만 타격감이라던가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지옥수련 덕택인 듯 했다.


단지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이제까지는 상대의 공격이 있을 때면 갑자기 그들의 속도가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었다. 확실한 반응 방법도 몸이 알고 움직였더랬다.

그런데 이번 취소연의 따귀는 속도 변화도 없었고 반응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더 의심스러웠다.


‘왜 얘만 그게 안 되는데?

도인들과 같이 지낸 진파란 맞으니까 안 되는 거 아냐?’


*

“아, 취소저도 함께 있었군요.”


벽자룡이 아주 적절한 순간에 등장해 주었다.


“두 분... 아직 얘기 중이시면.... 제가 좀 나가 있을까요?”


“아니 됐어. 우리 얘긴 끝난 거 같아. 내가 잘 못 본 거겠지. 그렇지?”


로운이 취소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해인 건지 숨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취소연이 결코 파란이 아니라고, 뺨을 때릴 정도로 주장하고 있으니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로운한테는 일말의 희망이 사라지는 셈이었지만 안 될 일에 포기는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놓인 상황을 파악하고 임무를 해치워야 하는 거니까.


로운이 그렇게 나오자 방금 때린 것이 조금 미안해진 취소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입가에 귀여운 볼우물이 패였다. 진파란과 똑같이.


“자자,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 나누자고.”


*

객잔 2층에 있는 가장 크고 좋은 방이었다.


주인의 배려로 최고의 요리와 향기로운 술이 차려져 있었다.


벽자룡이 술잔을 들며 건배를 청했다.


“오늘 저희를 구해주신 것에 감읍 드리며 한 잔 올리겠습니다”


향그런 술내음에 코끝이 찡하니 눈물까지 날 뻔 했다. 대체 이게 몇 달 만에 만난 술인가?

중국술은 향으로 마신다더니 냄새만 맡아도 짜릿짜릿 취기가 올랐다.

로운이는 단숨에 홀짝 털어 넣었다. 목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의 짜릿한 쾌감.


“캬아~ 죽인다, 죽여!”


그러고보면 로운은 잠에서 깨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파란이든 소연이든 상관없이 지금은 식욕이 먼저였다.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접시에서 입으로 정신없이 음식을 옮겼다. 씹어 삼키는 속도보다 집어 나르는 속도가 더 빨라 입이 터질 것 같았다.


“많이 허기 지셨던 모양입니다. 다 드시고 얘기를 나눌까요?”


벽자룡의 말에 로운은 입안에 가득 찬 음식을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내 얘기는 나중에. 여기가 어딘지 너희들은 누군지 뭐 그런 거부터!”


“아. 네. 저희가 군웅맹 소속이란 것을 알고 계실 터이고... 현재 중원에 혈란을 몰고 온 마교 무리들이....”


“몰라. 난 하나도 모른다고. 전부 다 천천히 설명해 봐봐”


“네?”


“군웅맹은 뭐고 마교는 또 뭔데? 혈란? 어렵게 말고 쉽게”


벽자룡과 취소연의 시선이 마주쳤다.

황당한 시선들.

목숨을 구해 준 은인, 신비 절대고수를 바라보던 존경의 눈빛은 이미 없었다.


‘대체 이 물건은 정체가 뭐지?’


점점 짙어가는 불신과 의혹.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 벽자룡이 당금 무림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

오십여 년 전, 종교로서의 일월교가 대륙을 휩쓴 적이 있었다.


무능한 황실과 탐욕스런 관리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새 세상을 연다며 중원으로 발을 넓힌 일월교에 흠뻑 빠져들었다.


일시에 수백만 백성들이 일월교의 교리 아래 모였다. 어차피 굶어죽을 거 뭐라도 믿어보고, 뭐라도 해보고 죽자는 심사였다.


이처럼 열렬한 환호를 받게 될 줄은 일월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당연히 많은 신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

일월교의 교리 전달은 물론이고 신입교도 관리조차 할 수 없었다.


그 틈을 권력과 탐욕에 물든 사이비들이 파고들었다.


그들은 일월교의 교리를 비틀었다. 희망 대신 절망을 이야기했고, 믿음 대신 공포를 주입했으며 마침내 세상에 분노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사이비들은 그렇게 권력을 형성하고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교도는 곧 폭도로 변했고 관청을 급습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약삭빠른 관리들도 일월교에 붙어 자신들의 탐욕을 채웠다.


향락에 젖은 황제와 부패에 쪄든 황실은 분노한 폭도를 막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일월교의 횡포가 극에 치닫고 강호 사파 무리들까지 그 흐름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명문 정파들이 가만있을 수 없었다.

청성산에 모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정파무림의 대소 18개 문파의 장문인들이 연합 의진을 만들어 일월교에 대항하기로 결정했다.


의진의 깃발 아래 각 파의 고수과 홀로 무림을 주유하던 인물들도 운집했다.

무림역사상 전무후무한 세력을 지닌 연합 의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모여든 군웅들이 만장일치로 의진의 이름을 ‘군웅맹’이라 칭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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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일월신주와 단봉 +4 23.05.12 189 7 9쪽
7 <7> 혈편랑 효지림 +5 23.05.11 219 9 12쪽
» <6> 혈란과 군웅맹 +4 23.05.11 266 12 12쪽
5 <5> 천부경과 공동제자 +9 23.05.10 319 17 11쪽
4 <4> 신비무공 낙장불입 +7 23.05.10 328 17 11쪽
3 <3> 백령기주 냉면귀 +7 23.05.10 392 18 11쪽
2 <2> 여기가 어디? 나는 누구? +7 23.05.10 480 21 12쪽
1 <1> 초보형사 이로운 무림에서 눈을 뜨다 +16 23.05.10 851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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