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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라
작품등록일 :
2017.08.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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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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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7

작성
17.08.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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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친 여자 (2)

DUMMY

두 어깨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오러들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내 몸을 휘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맛보기로 넣어 준 오러조차 제대로 받아 내질 못했던 나다.

이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의 오러를 갑작스레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 것이 아닌’ 것들로 내 온몸이 채워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했다.


“욱······.”


힘들어서 밥을 적게 먹었던 것이 정답이었다. 자칫 배라도 채워 뒀다면 앉은 그자리에서 게워 내 버렸을 정도로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오러 자체에서 느껴지는 지금까지완 차원이 다른 뜨거움!

마치 온몸이 불구덩이 속에 집어던져진 듯한 느낌이었다.


‘미치겠네!’


온몸 구석구석 그 뜨거운 기운이 퍼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엄청난 열기에 당장이라도 튀어 올라 날뛰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인다면 살벌하게 날이 선 오러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져 버릴 것 같다는 공포심이 더욱 컸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다. 심지어 그만두거나 도망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런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째선지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돌려! 최대한 빨리!”


그에 따라 어떻게든 오러를 회전시켜 내는 것.

오직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웁······!”


그러나 그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을 넘어 이젠 아예 몸의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을 지경에 도달해 버린 것이다.

처음엔 상반신, 그리고 점차 아래로 퍼져 나가 이젠 바닥을 밟고 있다는 감각조차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마치 신경 전체가 타 버린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느껴지는 것은 오직 내 온몸에 퍼져 있는 오러의 웅웅거리는 느낌뿐, 그 외에는 어떠한 감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크······.”


그런 상황이었으니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오러를 움직였다.

오러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오러를 느끼겠다는 일념.

오러의 열이 정신에까지 뻗쳐 오는 듯 정신력이 흐물거리기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욱 힘차게 오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렇지. 좀 더 빨리!”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오러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르위릴이 그렇게 말해 왔다.

그러나 나한테 그런 말을 일일이 귀담아 들을 여유는 없었다.

이 무지막지한 양의 오러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내 온 정신을 집중시켜도 모자랄 정도였다.


마치 바닥에 단단히 뿌리박힌 철벽을 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살면서 써 본 적도 없는 정신력으로 밀어내야 했기에 더더욱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감각을 포기한 정신력을 전부 오러에 집중하자 그 거대한 벽이 미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주 작은 흔들림이었지만, 그 아주 작은 흔들림조차 온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 하나의 거대한 파문이 되었다.


내 온몸을 가득 채운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오러를 움직인다는 것 이상의 충격을 안겨 주었다.

신체의 감각이 사라지고 오러에 대한 감각만이 남은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몸속의 모든 오러가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은 마치 내 스스로가 회전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제야 오러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강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체력이다.’


그동안 전부 써 버린 체력 대신 오러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오러 자체가 그 체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까 들었던 르위릴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힘을 다루는 능력이 늘어났다고 했나?

당연했다.

오러를 다루는 능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 스스로의 힘을 다루는 일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힘이면 가능하겠다, 이 정도 사용하면 어느정도의 힘을 사용하겠다.

그러한 감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흡······!”


그것을 깨달은 나는 다시 처음부터 오러를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손발을 움직이는 느낌, 내 몸을 움직이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느낌······.


물론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정답이었다는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나게 되었다.


사아아앗······!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가득 채워져 있던 오러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폭발하기 직전처럼 불안정하던 힘의 방향 또한 서서히 한쪽으로 옮겨져 가기 시작했다.


“오······?”


그에 르위릴의 입에서 작은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새도 없이 계속해서 오러를 움직였다.


‘된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조금씩 그런 환희가 피어나고 있었다.

움직인다, 움직이고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그 엄청난 오러를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오러는 이전의 철벽같은 모습과는 대비될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속에 가속, 다시 한 번 더 가속.

온 정신을 오러에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오러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러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킨,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상태.


그러는 동안 오러는 이제 나조차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까지 올라갔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 놓치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서서히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속도가 올라가면 올라갈 때마다 따끔거리던 감각이 서서히 잦아들었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굳은살이 박힌 느낌, 더 정확히 말하면 이질적이던 오러의 기운을 드디어 몸이 받아들인 느낌이었다.


또, 맹렬히 회전하던 오러가 서서히 안쪽으로 수축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꽉 들어찼었던 오러가 조금이나마 압축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러에선 이전보다 조금 더 질기고 탄력적인 느낌이 들었다.


밀고, 당긴다.

압축된 오러는 그런 감각에서 전의 오러보다 훨씬 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줬던 것이다.


“좋아, 잘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계속할 생각이었다. 아니,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미 더 이상 내 손으로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오러 회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엄청난 회전에 정신을 맡긴 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야말로 조금의 잡생각조차 들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몰입이었다.


그렇게 온몸을 휘젓던 오러였지만, 결국 끝이 찾아왔다.

그 넘칠 것 같던 오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아앗······.


불꽃처럼 피어오른 오러는 사그라드는 속도조차 빨랐다.

집중하고 있던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순식간에 멎어 버린 오러의 폭풍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남기고 간 여운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몸 안에서 휘몰아치던 오러 폭풍의 기운이 남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잘했어!”


그런 목소리에 내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어느새 내 앞으로 돌아온 르위릴이 나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제야 오러가 사라진 이유가 르위릴이 내 몸에서 손을 뗐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히 몸은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멀쩡한데, 막상 움직이려니 모든 힘을 쏟아 냈던 때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당황한 내가 르위릴을 바라보았지만, 르위릴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오히려 웃으면서 나를 눕혀 주었다.


“일단 좀 쉬어. 오러를 받아들이느라 몸이 많이 지쳤을 거야. 방금 전까지 오러가 있었기 때문에 지쳤다는 느낌은 안 나겠지만, 곧 엄청 힘들어질 거야.”


르위릴의 말이 맞았다.

바닥에 눕자마자 그 활기 넘치던 몸에서 생기가 사르륵 빠져나가더니, 서서히 숨이 가빠지면서 오러 수련을 시작하기 전의 미친 듯이 힘을 빼놨던 상태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르위릴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사흘은 꼬박 걸릴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길들이기’를 완전히 끝내 버릴 줄이야. 솔직히 놀랐어.”


그 말에 대답할 힘도 없어 힘겨운 표정으로 눈을 깜박여 주었다.

그에 르위릴이 피식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내일부턴 제대로 오러를 쌓기 시작할 거야. 고생했어. 오늘은 여기서 그만 끝내자. 곧 밥 먹을 시간이기도 하니까.”


그런 르위릴의 말에 그나마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이어진 말에 경악스러운 눈과 함께 나도 모르게 르위릴을 바라보았다.


밥 먹을 시간이라고? 곧? 점심 먹은 직후에 수련을 시작했는데?

그제야 나는 연무장 창밖이 어둡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힘들다는 사실도 깜빡한 채 입을 쩍 벌려 버리고 말았다.


그럼 그 짓거리를 도대체 몇 시간이나 하고 있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그런 내 충격스러운 얼굴을 읽은 듯, 르위릴이 재차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놀라운 거야. 좀 재능 있는 녀석들도 고작해야 한두 시간 만에 쓰러지는 걸 다섯 시간이 넘게 붙잡고 있다니······.”


르위릴 또한 어딘지 들떠 있는 목소리였다.

나 또한 르위릴의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다섯 시간 동안이나 그 짓을 하고 있었다고? 체감상으론 한 시간이나 채 지났을까 싶은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아니, 그보다 그만한 오러를 5시간이나 계속 주입하고 있던 르위릴은 도대체 얼마나 괴물이라는 거야?


새삼 이 르위릴 프렌디아라는 여자가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러를 다루는 재능과 쌓는 재능은 별개라고 했지만,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네. 어떻게 될지는 내일 밝혀지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르위릴에게 나는 너털웃음을 지어 주었다.

설마 그 르위릴 프렌디아에게 기대를 받게 되다니, 인생이라는 건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좀 쉬어. 시간 되면 불러 줄 테니까.”


그런 르위릴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온몸을 축 늘어뜨리며 바닥에 누우니 차가운 한기가 달아오른 몸을 식혀 주기 시작했다.

그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끼고 있으니, 서서히 올라오는 졸음기에 눈이 감겨 오기 시작했다.



*



“···흠.”


레이릴 프렌디아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작은 주름이 잡혔다.

레이릴의 얼굴 자체가 원체 의중을 파악키 힘든 무표정이긴 했지만, 분위기로 보건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두 눈이 향하고 있는것은, 다름 아닌 테이블 위에 놓여진 한 통의 편지였다.

귀족치고 수수한 프렌디아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편지지와 봉투였다.

그러나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편지는 아니었다.


“수도라······.”


이윽고 그 입에서 탄식과도 같은 한 마디가 새어 나왔다. 레이릴의 입에 쓴웃음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에 편지 겉면에 찍혀진 붉은 직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황제의 직인이다. 레이릴이 수도에서 현역으로 활동할 때조차 몇 번 받아 보지 못한 놈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오늘 갑작스러운 편지가 날아든 것이다.

내용 또한 뜬금없기 그지없었다.


‘급한 일이 있으니 지금 당장 수도로 올라와라.’


귀족 특유의 고상한 말투가 섞여 있긴 했지만, 그 내용만을 뽑아내서 말하자면 저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쉰 레이릴이 천천히 편지를 들어 올렸다.

그녀 또한 무인이다.

오감을 초월한 직감적인 감각이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릴은 담담히 편지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리 생각해 봐야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뭐가 어찌 됐건, 황제의 말이라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말이다.


“레이릴 님, 식사가 다 준비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끊는 시녀의 말이었다.

그에 잠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레이릴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갈게요.”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바로 떠날 수밖에 없나······.

작은 쓴웃음을 지은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가의말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오러에서 재능을 찾은 주인공;

이를 밑천삼아 점점 수련에 박차를 가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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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련의 시작 (2) +5 17.08.19 5,671 157 12쪽
14 수련의 시작 (1) +11 17.08.18 5,775 159 13쪽
13 그녀의 약점 (3) +10 17.08.17 5,718 157 11쪽
12 그녀의 약점 (2) +15 17.08.16 5,799 170 13쪽
11 그녀의 약점 (1) +19 17.08.15 5,915 169 8쪽
10 르위릴 프렌디아 (5) +9 17.08.14 5,958 149 11쪽
9 르위릴 프렌디아 (4) +5 17.08.13 5,925 1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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