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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라 님의 서재입니다.

복습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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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라
작품등록일 :
2017.08.09 12:11
최근연재일 :
2017.08.26 21:38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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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41
추천수 :
3,129
글자수 :
120,927

작성
17.08.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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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
11쪽

복습이라고? (3)

DUMMY

“아야, 살살 해라. 얘 쫄았다.”


그 말에 남자가 킥킥 웃더니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이 새끼는 어떻게 할까요?”


“됐다. 애새끼가 뭘 알겠냐. 그냥 냅 둬.”


그렇게 말한 두 남자는 그대로 나를 밀쳐 내곤 내가 노획한 전리품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미친, 하는 뒷말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지금, 나는 이놈들에게 삥을 뜯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들이닥쳐 막무가내로 전리품들을 집어 드는 녀석들을 막아 보려 했지만, 저들은 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전리품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에 마음속에서 나 또한 끓어오르던 무언가가 폭발했다.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그 말에 두 남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두 사람이 짓고 있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한 그 표정이 더욱 내 화를 자극했다.

내 평생 아무리 무시받고 지내던 때라고 해도 내 몫을 뜯겨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내가 고생해서 얻은 전리품을 뜯어 가려는 저들의 행동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놈이 몸을 일으키더니, 품으로 파고드는 나를 한 손으로 제지하곤 그대로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려 버렸다.


“컥!”


그에 달려들던 기세를 잃고 뒤로 몇 발짝 물러난 내가 욱신거리는 뺨에 손을 올리며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편하게 살려면 성질 죽일 상대 정도는 분간하면서 살아야지?”


나한테 주먹을 날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털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자연스럽게 내가 노획한 전리품의 절반을 취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머릿속이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과 함께 짜증과 굴욕감이 올라왔지만, 그게 뭐가 됐든 지금의 나로선 도저히 저 둘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런.


“개자식들이.”


헛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그렇게 허무하게 전리품을 빼앗겨 버린 나였다.

그때까지도 어이가 없어서 그 뒷모습을 멍하니 비라보았다.

물론 자유 용병이 꼬이는 곳에는 항상 텃세를 부리는 놈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막 용병을 시작한 새내기를 등쳐 먹는 놈들은 그중에서도 악질이었다.


“와······.”


내 평생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혹감도 없었다. 말 그대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저런 놈들은 신고를 넣어 봐야 어차피 처리도 대충에 처벌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섣불리 신고하면 오히려 보복만 강하게 돌아올 확률이 컸다.

그래서 더욱 악질이라는 것이었다.


“용병이라는 것들이.”


용병 신분에 자부심을 부리는 건 미친 짓이었지만, 이건 자부심이랑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유입되기 시작한 물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이 기본적인 상도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놈들은 그런 암묵적인 합의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람다나가 그렇게 터진 이유도 알 만하네.”


이런 식이었으니, 조금이라도 실력 있는 용병이 정착을 할 리가 없었다.

유입되는 새내기들이 애정을 가질 수가 없는 도시였으니 그만큼 용병들의 지원도 적었던 것이다.

물론 그거야 지금 시점에선 미래의 일일 뿐이었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도 놈들은 삥 뜯기 전략으로 나름 잘 먹고 잘살아 온 모양이었다.

적어도 람다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에 나도 처음엔 그냥 재수가 없으려니 하고 지나갔다.

기분이 더럽긴 했지만, 어차피 람다나에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놈들을 일일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은 금이었다.

이런 곳에서 저런 잡것들을 상대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



하지만,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삥은 두 번, 세 번, 아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됐다.

게다가 처음엔 절반만 가져갔던 놈들이, 내가 잠자코 넘겨주자 날 호구로 보기 시작하는지 점점 그 양을 늘려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놈들의 모습에, 나는 결국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개새끼들은 정말 안 되겠다.”


처음에야 그냥 넘어가 줬다.

그러나 부글거리는 속을 삭히면서까지 참을 정도로 나는 이성적인 놈이 아니었다.

효율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한 번 제대로 뒤엎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뒤부터 몬스터를 사냥하고 남는 시간은 그 두 놈의 뒤를 밟는 데 썼다.

대강이나마 알아본 바로는, 놈들의 이름은 각각 형 쪽이 체트에 아우 쪽이 네트라고 했다.

역시나 다른 새내기 용병들도 그놈들에게 많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듯, 조금만 달래며 물어봐도 있는 힘껏 그 울분을 토해 내 주었다.

어차피 신고는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용병 사회에서 이런 악폐습이 자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으니, 이 마을을 떠날 기량이 없는 새내기 용병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놈들에게 삥을 뜯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리 새내기들이라고 해도 조직적으로 뒤를 까 버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근데 거기까지야 내 알바는 아니었고, 우선 며칠 지켜보고 알게 된 사실로는 놈들의 뒤를 봐주는 배경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순수하게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끝낼 일을 괜히 키우는 것은 나도 사양이었으니까.

물론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이 재수 없게 개한테 물린 셈 치면 된다고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엔 저놈들이 내 성질을 너무 세게 긁었다.

용병에게 자존심을 빼면 끝이다.

귀족은 돈, 기사는 명예, 용병은 자존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잉헬드 그놈을 제외하면 내 자존심을 건드리고 멀쩡히 돌아간 놈은 없었다.

···물론 나보다 약한 녀석들에 한해서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용병의 자존심이라는 건, 원래 나보다 약한 녀석들한테만 발동되는 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사소한 문제였다.

그것을 제쳐 놓고라도 나는 이 상황이 오히려 궁금증을 해소할 실험을 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복습.”


그 능력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고블린에 대한 ‘복습’ 능력의 검증은 대강 끝이 났다.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놀라운 건 얼마 전 사냥했던 홉 고블린에 대한 것도 이 복습이라는 능력에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홉 고블린(이해도 27%)



아마 홉과 일반 고블린을 따로 구분하는 듯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홉 고블린(이해도 27%)

캐트리크 (이해도 13%)



이런 식으로 사냥한 홉 고블린의 이름이 개별 항목으로 구분되었던 것이다.

즉, 같은 종족의 몬스터라도 다른 놈들과 구분될 만한 변별력이 있는 놈은 따로 구분이 된다는 뜻이었다.

저런 점에 있어서 복습이라는 능력이 가지는 활용도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에 대해서는 어떨까?

저 고블린들처럼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었다.

그 때문에 사냥를 하는 틈틈이 녀석들이 싸우는 모습을 최대한 눈에 담았다.

물론 녀석들이 사냥을 나서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애초에 시비가 많이 걸렸기에 싸우는 모습이 그리 희귀하진 않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방에 들어가면 그것들을 ‘복습’했다.

확실히 고블린에 비해 이해도가 오르는 속도도 느렸고 거기다 두 명 분량이었기에 시간도 두 배로 들었다.


그러는 도중에도 녀석들은 꾸준히 나를 찾아와 전리품을 뜯어 갔다.

애초에 고블린의 전리품이라고 해 봐야 푼돈이었다.

거기서 절반을 떼 간다고 한들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녀석들 입장에서지, 내 입장에선 그 얼마 없는 전리품의 절반은 금쪽과도 같았다.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휙휙 뜯어 가는 놈들을 보며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개새끼들.”


내가 반드시 족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조지리라.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속내를 그런 일념만으로 꾹 참아 냈다.

오히려 그러한 감정을 원동력으로 나는 꾸준히 복습을 반복했고 결국 ‘복습’ 능력의 이미지 트레이닝 속에서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모자랐다.

복습의 공간에선 둘을 한 번에 불러내는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내가 쓰러뜨린 건 이제 겨우 한 명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고, 실전에서 직접 상대해야 할 숫자는 둘이었다.

그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움직임을 참기로 했다.

두 명을 한 번에 쓰러뜨릴 만큼의 이해도가 쌓이기 전까진 먼저 움직여 봐야 낭패만 볼 뿐이었다.

이왕 할 거면 한 번에 확실하게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조금 더 참는 것 정도라면 얼마든지 감수해 줄 수 있었다.

애초에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격 패턴에 대해선 이미 이해가 완료된 상황이었으니까.



*



길고 긴 노력 끝에 나는 두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둘 다 100%까지 찍는 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선물이라도 보내 주듯이 나에게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레벨 업하셨습니다.]



“레벨 업이라고?”


그 말에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펼쳤다.

확실히 상태창에 쓰여 있던 레벨이 1에서 2로 바뀌긴 했다.

그것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의 끝이었다.

그러나 레벨 업의 효과는 곧 찾아낼 수 있었다.



[상세 능력치]

보유 포인트: (3)

근력 (9)+

체력 (9)+

통찰력 (7)+

마력 (1)

신성력 (0)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저런 식으로 내가 원하는 능력치에 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호······.”


내가 원하는 대로 필요한 부분에 포인트를 투자해 강화할 수 있다.

단순히 이렇게 말로만 들어도 믿겨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능력이었다.

물론 마력이나 신성력에는 투자할 수 없는 모양이었지만, 애초에 그렇게 재능이 필요한 부분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

그런 것들을 빼놓고 지금 당장 부족한 신체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나는 곧바로 근력과 체력에 포인트를 분산투자했다.

어차피 내가 지금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것도 몸을 만드는 일이었다.

마력이나 신성력 같은 능력치에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넣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녀석들을 향한 복습은 계속됐다.

이해도 100%를 가득 채운 상태라고 해도 녀석들을 불러내서 머릿속에서 붙어 보는 것은 여전히 가능했다.

레벨 업을 해서 상승시킨 능력치도 당장 체감이 될 정도였기에 녀석들과의 싸움도 한결 수월해졌다.



*



그러기를 며칠.

복습을 통한 싸움을 계속하며 녀석들이 나에게 가할 수 있는 ‘위험’이 사실성 거의 없다고 판단이 섰을 때.

그와 동시에 녀석들에 대한 모든 파악이 끝나 실전에서 철저히 박살 낼 수 있겠다는 명확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을 때.

그제야 나는 그렇게 갈아 오던 칼을 서서히 뽑아 들었다.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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