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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불

연습용 습작 1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난불
작품등록일 :
2021.07.10 17:03
최근연재일 :
2021.07.28 16: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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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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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DUMMY

소란스러운 신분패 검사가 끝났다. 하지만 사제들의 통제는 끝나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모두 건물 안에서 대기하십시오.”


자신들이 말하면 상대는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듯 행동하는 사제들의 어투.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었기에, 용병들의 표정은 팩 일그러진 채 펴질 줄을 몰랐다.


“이런 씨발······.”

“어제까지만 해도 한 푼 달라고 굽신거리던 놈들이······.”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조그맣게 욕을 중얼거리는 것뿐이었다. 용병들이 다혈질에 성격이 급하기는 했어도, 멍청하지는 않았으니까.


목숨을 걸고 일하는 만큼 그것의 귀중함 또한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잠깐의 자유와 바꿀 만큼 값싸진 않았다.


“종소리가 들리면 다시 움직이셔도 됩니다.”


마지막까지 통보만을 남기고 떠나가는 사제들. 용병들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뱉었다.


마음 속으로.


쿠웅─


사제들이 나간 입구가 닫혔다. 조용히 앉아있던 용병들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갔나?”

“갔겠지?”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참을성 없는 용병 하나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듯 외쳤다.


“맥주 하나 더! 목말라 뒈지는 줄 알았다!”


그 외침을 시작으로, 조용하던 로비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여기! 여기도 두 잔!”

“안 되겠다! 먹고 죽자!”


몇 명이 끌려나가긴 했지만, 그거야 자신들이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거기서 분위기도 못 읽은 그 병신들 탓이지.


점점 긴장이 풀리고 그 사이로 취기가 스며들었다. 눈이 풀린 용병들이 사제들이 나간 문을 조심스레 흘긋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들 대체 무슨 깡으로 길드까지 쳐들어와서 이러는 거야?”

“우리가 당황해서 그렇지, 준비만 됐으면 이렇게 쉽게는 안 당해준다고.”

“아, 그럼! 여기 사람이 몇인데? 그냥 쪽수로 밀어붙이면 지들이 뭐 감당이나 되겠어?”

“하여튼 언제 한 번 걸리기만 해봐. 그냥 내 손으로 작살을 그냥!”


그 허세 가득한 소란을 등에 업고, 유제는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일단 계획대로 되긴 했는데.’


─플레이 전 마우스 피스를 착용하세요. (추천 수 : 1,932개)


최다 추천을 받은 리뷰만 봐도 알 수 있듯, 테라 오브 테러는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등장하는 퀘스트나 이벤트가 매판마다 변하는 시스템인 것도 한몫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저들의 혈압을 치솟게 했던 것은.


─대성당 이 씹새끼들아! (추천 수 : 1,785개)


대성당.


온갖 곳에서 사악한 악의가 꿈틀거리는 세계다. 게임 속에서 대성당은 거기에 대항 비슷한 것이 가능한 세력이었고, 거대도시 유그페르나를 쥐락펴락하는 메인 세력이기도 했다.


이렇게만 보면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문제는 그 거대한 세력이 초장부터 플레이어를 들들 볶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성당 신뢰도가 바닥인 초반에 뉴비들이 많이들 접었지.’


이른바, 폐사 구간.


물론 그런 돌발 이벤트들은 랜덤성이 강했다. 하지만 사소하게는 지역 출입 통제부터 크게는 이단 판정까지 떨어지는 만큼 무작정 운에 기댈 수만은 없었다.


공들여 키운 캐릭터가 길 가다 갑자기 화형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으니까!


그런 이벤트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헌금과 신뢰도 노가다가 필요했고.


악독한 제작사는 그게 완료될 때쯤 해서 전투 난이도가 급상승하도록 게임을 만들어 놓았다.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엿 먹이고야 말겠다는, 그야말로 사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밀한 설계!


제발 랜덤 이벤트가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모든 것을 운빨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을 두 배로 어렵게 플레이할 것인가.


그야말로 지옥의 이지선다였다.


‘하지만······.’


이건 전부 대성당이 이 도시를 장악하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유제가 떨어진 본편 시작 전의 대성당은, 이름만 대성당이었지 길거리 거지도 무시할 정도로 교세가 낮은 세력이었던 것이다.


아까 전 바텐더의 말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대성당에 헌금한다고 하면 주위의 비웃음을 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유제는 지난 4년간 수익의 3할을 꼬박꼬박 대성당에 기부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아까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던 사제의 얼굴이었다.


‘본편에서는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물론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게임 본편에서 대성당이 워낙 씹새끼들이었어야지.


하지만 이 신뢰도를 바탕으로 창출할 수 있는 변수는 많을 터였고, 그것만으로도 유제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아무튼 갑자기 끌려가서 화형당하는 일은 없겠지.’


데엥──


안개를 뚫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대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유제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대성당이 도시를 통제하기 시작한 뒤로 일주일, 도시는 꽤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아니, 딱히 변화랄 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야간에 순찰을 도는 사제들이 생기고, 몇몇 위험한 거리들의 출입이 통제되었을 뿐이었으니까.


유제처럼 용병이라면 몰라도, 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딱히 통제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온갖 범죄 조직이 넘쳐나는 이 도시에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애초에 목숨을 반쯤 내놓고 다니는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야간에 사제들이 순찰을 돌기 시작한 덕에, 조직들이 함부로 나다니지 못한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덕분에 우리 일만 줄었지 뭡니까. 뭐 일거리가 없으니 원.”


바텐더가 잔을 닦으며 푸념했다. 어찌나 많이도 닦았는지, 품질도 좋지 않은 유리잔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던 조직 분쟁도 요즘엔 잠잠하고, 놈들이 나대질 않으니 호위 요청도 줄고, 돈 나올 구석이 없으니···보시다시피 사람들도 돈을 안 쓰고요.”


그 말대로, 원래라면 가득 차 있었을 길드 로비가 한산했다. 기껏해야 띄엄띄엄 앉은 용병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정도인가?”

“그럼요, 뭐 쓸만한 일거리 자체가 없습니다. 유제 씨가 요 며칠 쉬셔서 그렇지, 제대로 된 의뢰 하나 잡기 정말 힘들다니까요?”

“흐음.”


물론, 일거리가 없어지리라는 걱정 따위는 들지 않았다. 지금의 평화는 잠깐이고, 곧 어마어마한 혼란과 공포가 도시를 지배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용병이라는 존재가 아주 귀해질 것이다.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싹 걸러질 테니까.


여유로운 표정으로 맥주를 마시는 유제를 보며, 바텐더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제가 바람을 잡은들 유제 씨한테 통할 것 같지는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명 의뢰가 들어왔어요.”


어쩐지 일거리가 없다는 이야기에 힘을 주더라니. 그런 식으로 압박을 줘서 의뢰를 수령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맥주잔 너머로 바텐더를 응시하던 유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했으니 한 번 봐주지.”

“쉬실 만큼 쉬셨잖습니까. 요즘 길드 힘듭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선금을 잔뜩 받은 모양이군.”


바텐더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을 뿐 부정하지 않았다. 유제는 한번 피식 웃고는 바텐더가 건넨 의뢰서를 받아들었다.


“아펠 거리에서 들어온 의뢰입니다. 보수 총액은 은화 15닢, 거기서 10닢을 선수금으로 받았고요.”


유제는 의뢰서를 들여다봤다. 그 말 그대로였다.


“고작 실종 사건에 선수금 10닢이라, 빈민가에서 마련했다기엔 너무 큰 돈인데.”

“중요한 건 그 큰 돈이 일단 저희한테 들어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괜찮죠? 하실 거죠?”


유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의 표정이 안도감으로 물들었다. 정말 길드가 힘들긴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지난 일주일 동안 충분히 쉬었고, 장비도 전부 손봐놓은 상태.


그렇지 않아도 이제 슬슬 다시 의뢰를 받아볼 생각이었다. 그 시작이 선수금까지 받은 지명 의뢰라면 딱히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쓰여있는 것처럼 간단한 실종 의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은화 15닢이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했다.


“내일 바로 출발하지.”


***


“그 골목에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나오질 못하오. 안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아, 집 근처에 그런 골목이 있는데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겠소? 안 그렇소? 언제 그게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자신을 아펠 거리의 의뢰 대표라고 소개한 중년의 사내가 열변을 토했다. 의뢰의 내용은 이랬다.


몇 주 전부터인가, 그들이 사는 아펠 거리에서 사람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범죄 조직의 납치인가 생각했지만, 경매장이나 시장 그 어디에서도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거리 사람들이 수일간 추적한 끝에, 지금 그들이 가고 있는 ‘어떤 골목’에 들어가기만 하면 행방이 묘연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다들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돈으로 의뢰를 넣은 거지.”

“그럼 그걸 길드에 그대로 의뢰하면 될 것이지, 왜 하필 지명 의뢰를?”


지명 의뢰는 의뢰를 수행할 용병을 직접 고르는 방식이다. 당연히 길드에 넣는 일반 의뢰보다 비용이 높았다.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 조직적 분쟁이면 몰라도, 이런 실종 사건에 지명 의뢰는 드문 일이었다.


“이게 다 그 마법사들 때문인 것 같아서 그렇소.”

“마법사라···골목 안에 괴물이 있다?”

“······.”


한참을 떠들던 사내는, 유제의 말에 실수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유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애초에 간단한 실종 사건에 은화를 15닢이나 낼 리가 없지. 괜찮으니 말해 보시오.”


유제의 말에 사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흔적도 발견되지 않을 리가 있나? 보시오, 거리가 텅 비지 않았소?”


사내의 말대로, 인기척이 없는 어두운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거리를 밝히는 빛이라고는 유제가 들고 있는 횃불 하나뿐. 주변을 살피는 유제를 흘긋거리며, 사내는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 마법사들하고 얽혔다가 정신이 나가버린 용병이 한둘이 아니라 들었소. 우리는 당장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는데, 오는 용병들마다 해결은 못하고 미쳐서 돌아가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여기 사는 우리가 아니오?”

“그래서, 조금 돈을 더 쓰더라도 의뢰를 여러 번 수행한 나를 고르셨다?”


유제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 괴물의 모가지를 단칼에 날려버린 당신이라면 우리 문제도 단번에 해결되겠지.”


그렇게 말한 사내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 한가운데, 어둠으로 가득한 좁은 골목 앞이었다.


“여기요. 이 골목으로 들어간 뒤로 지금껏 돌아온 자들이 없소.”

“들어가기 전에,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는데.”


유제의 말에, 사내는 뭐든 질문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첫 번째. 이 골목 안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안전한 건가? 혹시 이 골목 밖에서 사람이 사라졌다거나, 그런 적은 없고?”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그런 적은 없소.”

“그런데도 다들 마음 하나 편해지자고, 없는 살림 끌어모아서 길드에 지명 의뢰를 넣었다는 거지. 그것도 몇 주 만에 은화 15닢을 모아서.”

“그렇다니까.”

“그런데······.”


유제는 골목에서 고개를 돌리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지금까지 걸어온 텅 비어있는 아펠 거리를.


길드가 선수금으로 받은 은화 열 닢은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애초에 이런 빈민들은 은화를 만져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은화 한 닢이라 하더라도 이 빈민가 전체가 며칠은 배곯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금액. 그리고 시궁창에서 1년간 살아온 유제는 알고 있었다.


식량 대신 안전을 택하는 데에는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내린 중대한 결정의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 소중한 돈을 모조리 쏟아부은 용병이 찾아왔는데, 정작 구경조차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거군.”


그의 말에 사내가 순간 숨을 삼켰다. 잠깐의 정적 뒤에, 사내는 입안에서 고른 말을 조심스레 내뱉었다.


“······말했지 않소. 무서워서 밖에 나오지를─”

“은화 15닢은 어떻게 모았고?”


사내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할 말이 없다는 뜻이겠지. 유제는 들고 있던 횃불을 바닥에 던졌다. 팍, 하고 불씨가 튀었다. 사내의 눈동자가 슥, 하고 불빛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두 번째. 그렇게 두렵고 불안하면 당연히 길거리에 불부터 밝혀야 할 텐데,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에는 불빛 하나 없었고.”

“그, 그거야 기름이─”

“용병 길드에 지명 의뢰까지 넣을 돈은 있으면서 횃불을 밝힐 기름값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나. 마지막으로, 세 번째.”


스르릉-


유제는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에 사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지, 지금 뭐 하자는 거요! 우리는 당신에게 추궁이나 듣자고 의뢰를 넣은 게 아니오! 내 반드시 용병 길드에 항의를─”

“내가 녀석의 목을 단칼에 날렸다는 건 누가 말해줬지?”


유제의 말에, 지금껏 분노를 표출하던 사내의 표정이 우뚝 굳었다. 그것도 잠시, 일그러져있던 사내의 입가가 순식간에 죽 찢어져 올라갔다.


“······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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