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신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만든 방치형 게임 안에서 자체적으로 방치형 게임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오······ 130억년 동안 방치해놨더니, 방치형 게임 안에서 방치형 게임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신은 ‘우주’라는 방치형 게임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방치형 게임이 만든 방치형 게임을 한번 해볼까?”
그렇게 신은 몇 년동안 ‘가난뱅이 키우기’, ‘장비 키우기’, ‘특임대 키우기’, ‘전사 키우기’ 등 인간이 만든 명작 방치형 게임들을 플레이했다. 플레이 후 감상은 다음과 같았다.
“재밌긴 한데, 뭔가 부족해······. 역시 내가 나서야 하는건가. 방치형 게임의 최고봉인 이 ‘신’님이 말이야. ‘우주’를 업데이트 안 한지도 오래 됐으니 마침 잘 됐군.”
그렇게 말한 신은 손을 놀려 뭔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뚝딱뚝딱 요란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신의 손바닥 안에 파랗고 작은 푸딩이 하나 생겨났다. 신은 흐흐흐 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간만의 업데이트다 ‘우주!’ 그리고 네까짓 방치형 게임이 만든 방치형 게임들보다 내가 만든 방치형 게임이 훨씬 재밌다는 점을 가르쳐주지. 친히 깨달음을 내려주는 걸 감사히 여겨라.”
신이 파란 푸딩을 ‘우주’에다 던지며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가라! 방치형 게임의 업데이트용 방치형 게임, ‘마나 키우기!’”
신이 과장스런 동작으로 집어던진 푸딩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을 꾸물꾸물 날아가서 거대한 우주 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아이처럼 신난 신은 ‘우주’에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우주’를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간만에 활력이 생긴 신의 등 뒤로는 ‘우주’와 같은 ‘세계급 방치형 게임’들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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