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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적당히 강한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최장혁
작품등록일 :
2017.07.31 21:58
최근연재일 :
2017.08.04 11:4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86
추천수 :
5
글자수 :
6,787

작성
17.08.04 11:45
조회
104
추천
2
글자
8쪽

무능력자 마왕

DUMMY

전쟁은 끝났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수천의 연합군과 4명의 영웅, 그리고 한 명의 대 영웅은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역사서에 싣기에는 지나치게 알맹이가 없는, 그런 전투였다.

예상대로라서 시시했다.

전의 영웅들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지녔기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 일말의 변수도 일어나지 않았다.

늘 그랬듯, 대단해 보이는 자도 내 고유 능력 앞에서는 절망하며 무너져 내렸다.

아마 대륙은 다시 한 번 경악에 빠질 것이다.


‘이제 뭐하지.’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땅에 내려놓자마자 무기력감이 온 몸을 덮쳤다.

최근 들어 갑작스레 드는 감상이다.

명성을 얻고자 해서 마왕의 자리에 도전했다.

마계를 관할하는 36명의 마왕들을 통일하고 무패(無敗)의 마왕(魔王)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지도 어언 120년이다.

이제는 질렸다.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수하들도 다 죽은 참이니 이때가 기회라 생각됐다.

옛날부터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목표가 없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가만히 서서 생각해본다.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하자면, 평상시에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내 능력, ‘상대적 먼치킨’ 은 어디까지나 내 시야 안에서 나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가 있을 때 발동되는 능력이다.

말인즉슨, 평상시에는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힘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내 얼굴은 ‘무패의 마왕’이라는 이름으로 전 대륙 방방곳곳에 알려져 있다.

이런 내가 과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잠시 생각을 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하다.

한 번 기회가 닿아서 내 인상착의가 그려진 종이를 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똑같이 그려놨는지 오히려 내가 놀란 적이 있었다.

세세한 디테일까지 똑같았다.

아마 나가자마자 온 대륙이 날 노릴 것이다.

얼굴을 바꾸면 되지 않냐고?

내 능력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상대보다 강해지긴 하지만, 없던 능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마나가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나로서는 얼굴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시중에 얼굴 변용 스크롤이 있긴 하지만, 기간제일뿐더러 사용하려면 일정량의 마력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불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볼까?


받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마왕들은 내가 전부 죽여 버렸고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고위 마물들은 영웅들이 전부 죽여 버렸다.

그들 말고는 무패(無敗)의 마왕(魔王)인 나와 알고 지내는 이는 없었다.


마왕의 명령으로 마왕령의 주민에게 명령할까?


역시도 불가.

네 차례에 걸친 영웅들의 토벌로 인해 조금이라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은 전부 다 씨가 말라버렸다.

사실상, 무패(無敗)의 마왕(魔王)이라는 이름도 이제는 허울뿐인 이름에 불과하다.


어떻게 할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보지만 도통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생각하는 것을 미뤄놓고 마왕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이 없어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내게, 이곳의 음침한 기운은 꺼림칙하다.

죽은 영웅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하나같이 경악스럽다는 듯 한 표정이다.

눈을 부릅뜨고, 당장이라도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모양새다.

죽었음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영웅들의 무기가 보인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는 일말의 욕심도 생겨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자극적인 것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감정이 마모되어 흐릿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만한 무구들은 지금 마왕성에도 넘쳐흐를 지경이다.

36개의 마왕성을 토벌하고, 마계를 하나로 합치면서 얻은 값진 전리품들.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될 뿐이다.

120년 전 나의 결심을 후회하며 나는 마왕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 날을 기점으로 3달이 흘렀다.

예상 외로 대륙은 잠잠했고, 나는 성 안에서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때는 시중을 드는 이들이 있었지만 인력의 부재로 34년 전, 용사와의 전쟁에 투입되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죽었다.

비록 전쟁의 마무리는 내가 했지만.

누군가는 궁금할 거라 생각한다.

혼자서 궤멸시키면 되는 것인데 왜 쓸모없는 희생을 만들어내는가?

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말했다시피 나의 능력은 오로지 내 가시거리에 적대감을 가진 이가 있을 때에만 그 효력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때 외에는 평범한 21살의 청년에 불과하다.

용사들은 내가 살고 있는 마계(魔界)와 대륙인들이 살고 있는 대륙의 경계선을 넘어 나타나게 돼 있는데, 내 마왕성은 그 경계선과 많이 떨어져 있다.

21살 청년의 평범한 걸음걸이로 대충 두 시간 반이 걸린다.

용사들이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출발해도 두 시간 반이 걸린다는 소리다.

그리고 마물들은 충성심을 불사르며 두 시간 반 안에 전멸 당한다.

아무리 내가 부탁을 하고, 강압적으로 명령을 해봐도 호전적인 마물들은 ‘걱정 마십쇼!’ 하는 말만을 남기고 그대로 산화해버리는 것이다.

절대로, 내가 개새끼가 아니라는 소리다.

마왕성을 경계선 바로 앞에 세울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그 거리라면 원거리 마법에 얻어맞는다는 소리를 듣고 포기했다.


‘생각해보니까 답이 없네.’


답답하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내가 있는 곳이 마계이고, 마왕성 내이기 때문이다.

불순한 마음을 지닌 이들은 애초에 들어올 수도 없다.

마왕성에 출입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나와 내 허락을 받은 자들뿐이다.

그리고 마왕성 내에서도 내 침소에는 오로지 나와 전속 시종만이 들어올 수 있다.

120년 전, 마계 최고의 마법사로 이름을 날리던 헤스겔의 능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밖에 나간다면?

아마 첫날밤이 되자마자 암살자들의 손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다.

사실 무패의 마왕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죽을지언정 치졸한 암습은 하지 않는다는 마족들의 정신 나간 성격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내 인지 범위 밖에서 공격했다면?

···답은 뻔하다.


‘······ 하필이면 이런 능력이 생겨서···’


100명 중에 99명은 얻는다는, 그 흔하디흔한 ‘마나 인지’ 도 얻지 못했다.

만약 그 능력만 있었다면 이런 고민은 안 할 텐데···

한 톨만의 마나만 있다면 당장 마왕성 지하에 저장돼 있는 영약들과 마법서로 빠르게 격(格)을 올린다음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 뒤, 밖으로 나가면 된다.

비록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야 낫다.


‘어디서 능력 하나 안 떨어지나?’


하늘도 참 짜증난다.

이왕 사기적인 능력 하나 주려면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능력 몇 개도 딸려 보내주던가.

당장 3달 전에 내가 죽인 용사들의 면면만 살펴보더라도 하나하나가 가진 능력들의 수가 족히 몇 백은 됐을 거다.

기술 세 개 쓰기도 전에 제압하긴 했지만, 알려져 있는 바가 그렇다.

그것도 가장 높은 랭크라 알려져 있는 S랭크로 죄다.

심지어 연합군들의 일개 병사마저도 5개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밖에 나가서 가슴 울리는 모험을 하고 싶다.

마왕인 것을 숨기고 모험을 다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정체.

그리고 약했던 줄 알았던 동료가 사실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실력자인 것이 드러나고

세상을 주무르는 흑막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리고 끝판왕과의 손에 땀 쥐게 하는 전투!

칠 주야가 걸린 대장정 끝에 승리하는 거지.

그렇게 난 영웅이 되고···

······

···


몇 분을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행복해 했을까,

이내 깊은 수마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


[F급 능력, ‘마나 인지’가 등록되었습니다]


나는 마나를 각성했다.

120년 전의 그 날처럼, 갑작스럽게.


텅 빈 고성에서 외로이 세 달을 지내다 찾아온, 내게는 둘도 없을 그럴 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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