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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누름 님의 서재입니다.

날 노리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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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누름
작품등록일 :
2019.10.01 18:57
최근연재일 :
2019.10.01 21: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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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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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815

작성
19.10.0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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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프롤로그

DUMMY

─2020년 4월 20일, 20학번 1학기 중간고사 당일.


내가 오늘 치룰 과목은 전공하나에 교양하나.


하지만 그동안 공부대신 놀러 다닌 대가를 치루는 걸까?

어제 낮부터 새벽까지 벼락치기를 해서 그런지, 벌써부터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흐─아암.”


쇳덩이 같이 무거워진 의자를 잡아당기고, 그 위에 걸터앉아 족보를 꺼내든다.


전공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15분.

하루 종일 종이를 잡아먹을 듯이 달달달 외웠다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험은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모자라다.


그렇게 빈자리에 하나둘 동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그 뒤로 10분여가 더 지나자 교수와 조교가 시험지를 가지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온다.


“자, 늘 말했듯이 컨닝하다 걸리면. 이번 학기에 보는 모든 전공과목 F학점에, 학칙대로 유급처리 할 테니. 모두 이 점 유의해서 성실하게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교수의 말이 끝나자, 조교가 다가와 책상 위를 검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작위 자리배치.

이로서 고대하던 전공시험이 시작되고, 나는 앞사람이 건네는 시험지를 받아 든 뒤, 곧이어 펼쳐지는 문제지 내용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1번. 본 전공학부 과목인 전위학 개론의 정의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200자 이상, 10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장난?”


나는 난데없는 시험내용에 시험지를 집어 들어 다음 문제를 읽어보았다.


“2번 문제. 금일 오후 5시. 급하게 투입된 숲속에 발자국이 존재하지 않고, 그 주위에 떨어진 나뭇잎과 가지에는 낫에 베인 것 같은 상흔이 존재한다. 이러한 자취를 남긴 이물의 학명은 무엇이며, 이를 추적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내가 너무 졸려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하지만 다음 문제도, 그리고 또 다음 문제도.

여전히 이 정신 나간 문항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이게 뭔 개 같은···.”


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 나온다고 했던가?

분명, 내가 시험 봐야할 과목은 사회복지학 개론인데, 정작 눈앞에 보이는 것은 웬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또라이 같은 시험문제라니!


똑똑.


“한비윤 학생. 아무리 문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만, 시험 보는 다른 학생들도 생각해줘야지.”


갑작스레 들려온 말에 옆을 바라보자, 내 전공교수가 예의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네? 아, 네.”


그리고 그 소란 덕분인지, 수군거리는 동기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바보인가?"

"모르면 좀 입 닥치고 있을 것이지."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조교가 그런 동기들을 향해 주의를 주었고, 나는 애써 웃어보이며 다시금 시험지를 들여다보았다.


‘하아···.’


역시, 시험지는 처음 본 그대로다.


씨이─발. 전열이 지켜야 되는 기본 수칙이나, 적에게 기습당했을 때 최우선으로 해야될 행동방침을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게다가 내가 아는 전위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수하뿐이고,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놈은 원숭이나 침팬지뿐이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나한테 이딴 개같은 문제를 준다고? ······어?!


“아! 이거 설마 꿈인가.”


그래, 이게 꿈이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망설임은 결심으로 변한다.


나는 그길로 답안지를 집어 들고 교수에게 제출했고. 당황하는 교수를 뒤로한 채, 곧바로 강의실 밖을 나섰다.


그러자 한 눈에 들어오는 시퍼런 하늘과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의 강의동들.

그리고 그 아래서 펼쳐 든 전공책 속의 제대로 된 지식들까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광경이지만, 나는 모두 이해했다.

본디 자각몽이라는 게, 현실을 자각하는 사실 같은 꿈이니깐.


그렇게 꿈속에서의 하루가 지나고.


나는 다음날도.

그리고 또 그 다음날도, 여전히 이 정신 나간 세계에 갇혀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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