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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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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8.09.03 20:03
최근연재일 :
2019.03.19 2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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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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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자수 :
707,744

작성
18.09.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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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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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3. 두 번째 시련. -2-

DUMMY

9

여섯 시간 뒤 다행히 박살의 전 재산은 날아가지 않았다.

-아저씨 말대로 다른 죄수들도 모두 아래로 내려갔어요.-

“당연하지. 무기고를 점령한 교관들과 만나면 자기들 신세가 어떻게 될지 알 테니까.”

-진즉에 말해주면 좋았잖아요.-

“이미 알고 있어서 가족들 푼 거 아니었어?”

강이슬의 세운 플랜 비가 바로 짐승들을 이용하는 거였는데, 개와 고양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적을 이용해서 이미 삼층 전부를 먹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저씨처럼 확신을 못했거든요.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실은 아무생각 없이 움직이는 놈이 있을까봐 말 못한 건데.’

살짝 양심이 찔린 박살은 곧장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넘겼다.

“지금 수감동 중 완전히 빈 곳은 어디지?”

-정치범, 초범, 경제사범들이 있는 일 동, 그리고 교통사고나 재범들이 주로 머무는 이 동이 완전히 비었어요. 마약이나 중형을 받은 이들이 머무는 삼 동은 세 무리가 있었는데, 그 중 두 무리가 아직 비상계단에서 완전히 내려가지 못하고 있어요. 사 동은 카메라가 비상계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파손 되어서 확인 불가능하고요.-

“그럼 귀염둥이들은 사층 먼저 보내고, 내가 이층을 점령하기 시작하면 되겠네.”

-아저씨.-

“왜?”

-우선 이리로 와보셔야 할 거 같아요.-

“이병악이 다시 들어오기라도 했어?”

-네.-

박살의 눈이 동그래진다.

“뭐? 진짜야?”

-예. 빨리 와보세요.-

”잠시 기다려 봐.”

두 시간 전 바깥으로 나가버려 아쉬웠던 존재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에 박살은 곧바로 중앙통제실을 향해 뛰어갔다.

벌컥.

“어디 있는데.”

박살의 말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강이슬이 대형화면 중앙을 가리켰다.

“저기요.”

맨 처음 여인들을 위로한 대기실 의자에 이병악이 앉아 있었다.

그를 본 박살의 눈이 가늘어진다.

“옷이 찢어져 있는데. 일행 중 두 명은 기절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전부 지쳐 있어.”

“예.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에요. 바깥으로 나갔던 사람 중 반이 돌아왔어요. 지금도 돌아오고 있고요.”

강이슬의 말대로 총 여덟 개의 문과 그 옆에 있는 틈이 큰 창문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 모두 옷이 찢어져 있었고, 서로 의지하며 힘겹게 들어오거나, 혼자인 경우에 기어서 들어오는 등, 큰 싸움을 하고 패배한 병사들의 모습과 유사했다.

“옆에 기동단에서 나온 병력이 둘러 싼 건가?”

“저도 궁금해서 바깥으로 감시 카메라를 돌려봤는데, 짙은 안개가 사방에 껴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했어요.”

‘미지의 강한 상대라.’

심지 굳기로 유명한 이병악마저도 얼을 빼 놓을 정도의 상대라는 건, 자신도 대기하다가 적을 발견하는 즉시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되기 전까지 나도 여기서 대기해야겠군.”

“우리 애들도 부를까요?”

어차피 애들 먹이로 꼬셔가면서 움직여야 확장이 가능한데, 지금 상황은 둘 다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박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애들 데리고 중앙통제실로 돌아와.”

“네.”

강이슬이 나가고 박살은 중앙통제실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갈 때는 서로 방향까지 정했는지, 마찰 없이 나갔던 이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먼저 빠져 나갔던 작은 무리들은 일반인들과 교도관이 섞인 곳들이 많아서, 돌아올 때 만난 죄수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있었다.

그중 박살의 영역과 제일 가까운 동쪽 입구로 돌아온 일가족으로 보이는 자들이 삼동에서 내려온 죄수들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은 안쓰럽게 했지만, 그곳 사이에 조각들이 있어서 불가능했다.

“음...”

구타를 멈춘 죄수놈들이 부인과 아이를 보는 모습이 심상치 않자 박살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조각이 나를 막지만 않았어도.’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던 그는 조각 바로 옆에서 두 무리가 싸우는 과정에서 날아온 캔이 아이의 머리를 강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캔을 맞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고, 그걸 여자가 감쌌는데, 그런 여자를 보고 기절한 남자를 던진 범죄자들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가정이 무너지는 모습이 제일 큰 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는 박살은 눈이 번뜩였는데, 그의 입가엔 진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외침과 함께 그가 움직였다.



남차인은 삼동 구치소 제일 밑에 층에 있던 자로 데이트 폭력이 엘리베이터 동영상 제보로 걸리는 바람에 구치소에 수감 되어 재판을 대기 중이었다.

부모도 이혼 뒤 소식이 끊겼고, 그의 잘생긴 얼굴로 구워삶은 동료 직원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그 년이 먼저 바람만 피지 않았어도 이러지 않았다고!’

항상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던 자신은 기억도 하지 않고, 자신을 버린 여자만 떠올리며 다음에 나오는 순간 죽여 버리겠다고 벼리던 찰나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 구치소로 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입구를 웬 가족이 막아 세운 것도 모자라, 자신을 배신한 여자와 비슷하게 생기자 그는 순간 이 여자를 범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제. 제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의 울음 섞인 표정을 본 그가 오른손을 아래로 내린다.

‘그래 이거야. 이런 표정을 원했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묵직해진 자신의 물건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툭. 데구르르.

자신의 발밑에 굴러온 군청색 물건을 바라본 남청인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순간.

꽝.

큰 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죽을 정도의 고통이라면 최소 네 시간동안 기절했고, 그 외 고통은 강도에 따라 시간과 마비 경련 등의 증상들이 두 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는 강이슬이 중앙통제실에서 관측된 여러 싸움들을 토대로 추론한 것으로, 박살은 저 멀리 쓰러진 자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세 명 네 시간동안 아웃. 두 명 다리 마비, 세 명 한 팔 마비, 한 명 하반신 마비....”

그렇게 하나하나 세는 그의 귓가로 강이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갑자기 수류탄은 왜 던졌어! 놀랐잖아.-

“미안,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말이야.”

-총은 어쩌고.-

“총을 쏘려고 했는데 기둥이 막혀 있더라. 그래서 수류탄 던졌다.”

-빗나갔으면-

“난 빗나가지 않아.”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을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놀이가 돌멩이 던지기였다.

그건 커서도 변하지 않았고, 랜덤 스로잉 게임이라고 투척 오덕들이 모여 연 작은 대회에서 거의 항상 일등을 하곤 했었다.

‘그 녀석들 잘 지내나’

믿음직한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은근 쿵짝이 잘 맞던 시커먼 남정네들 얼굴을 떠올리던 박살의 정신을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강이슬의 목소리가 깨웠다.

-형, 빨리 와줘. 상황이 이상해.-

“알았다.”

곧바로 몸을 돌리려던 박살의 시선이 유일하게 멀쩡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마주쳤다.

‘이런 잊고 있었군.’

박살은 벌벌 떠는 아이가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아이야! 부모를 이 입구에서 보이는 곳에로 옮겨라. 그리고 확장이라는 단어가 보일 때마다 확장이라고 말하고 이곳으로 다가와라! 이건 할 수 있겠지?”

그의 외침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살은 이번엔 기둥 뒤편에 숨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죄수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이 따라오거나 일반사람들 건드리면, 시련 끝날 때까지 붙잡고 있을 거다. 그 뒤엔 어떻게 될지는 알 거라 믿는다.”

박살의 말에 입술을 깨문 죄수들이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상황을 마무리한 박살이 철문을 닫고 위로 올라갔다.



중앙통제실 안으로 들어간 박살은 강이슬 옆으로 이동했다.

“무슨 일인데.”

“우선 화면부터 봐줘.”

강이슬이 키보드로 명령을 내리자, 대형화면에 한 남성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싼 장면이 나왔다.

그 남성은 정장을 하고 있었는데, 성경책을 들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주변에 있는 자들은 그 남성의 말에 열렬히 기도를 했다.

독실한 신자들이 많은 교회 등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어서 박살이 강이슬에게 설명하려는 순간, 화면을 바라본 그의 눈이 동그래진다.

“뭐야.”

무리 중심에 있는 남성이 한명씩 가리킬 때마다, 한명씩 작은 돌 조각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저 남자가 봉인시킨 사람 수가 벌써 열이 넘었어요. 그런데, 이곳만 이상한 게 아니에요.”

화면이 이번에 비춘 곳은 광신도 무리가 있던 곳과 정 반대인 검찰청으로 나있는 입구였다.

“사람 수가 많군.”

교도관들이 뒤섞인 무리로, 어린 아이나 여인들도 포함된 삼십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교도관 중 나쁜 짓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나마 정상인 교도관들 대부분이 무리 안에 있었다.

그런데 이 무리엔 큰 문제가 있었다.

‘이병악이 왜 저기 있는 거지.’

그들 무리 앞에는 이병악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무리의 대부분 그의 말에 집중하는 것을 보는 박살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일 우려하던 상황이 됐군.”

“네.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강이슬이 이번엔 다른 곳을 보여줬는데, 이번엔 수감동 옆에 위치한 운동장 쪽 입구였다. 다른 무리들 중간에 위치한 곳으로 조금 전까지만해도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곳이었다.

“모두 뭉쳐 있군.”

죄수복을 입은 자는 물론이고, 쓰레기 행태를 보인 교도관들이 벌거벗긴 여자들을 사이에 두고 모여 있었다.

“잠깐 사이에 다들 모여서 협력하고 있어요.”

“내가 수류탄을 던져서 그런 건가.”

“글쎄요...”

‘곤란하게 됐군.’

적들이 뭉쳐서 무기고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무기가 넘쳐 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삼사동 수감자 무리가 하나둘 내려오고 있다는 거다.’

그들까지 합치면 이 백은 족히 넘는 무리였다. 그들이 무기고를 먹은 세력들을 협력해서 무너뜨리기로 하면 박살들은 상당히 불리했다.

“수류탄 하나 던졌다고 이렇게 뭉치나...”

“제 생각엔 수류탄 때문이 아닌 거 같아요. 실제로, 이제 막 내려온 사람들은 지금도 뭉치지 않고, 서로 견제하고 있잖아요.”

강이슬의 말대로, 비상계단 쪽에서 내려온 이들은 자신의 무리 상황에 맞게 사방으로 퍼져서 자리를 잡아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면 네 생각은 뭐지?”

“강력한 적이 바깥에 있는 거겠죠.”

아이가 박살이 전에 품었던 생각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동의한다는 말보단 박살은 다른 생각을 먼저 말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진즉에 적이 들어왔어야지. 아직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잖아.”

“그거야, 아직 시작이 안 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현재 다음 라운드까지 남은 시간이 일분이네요.”

강이슬의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돌린 박살.

‘오후 다섯 시 일분 전.’

시간을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알 수 있겠군. 저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누군인지 말이야.”

시간이 흐르고...

다섯 시가 된 후, 입구를 쳐다보던 두 사람이 눈이 동그래졌다.

“저건 또 뭐야.”

“글쎄요.”


작가의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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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 두 번째 시련. -1- +1 18.09.12 1,579 32 12쪽
8 2.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2- +1 18.09.11 1,638 34 11쪽
7 1. 첫 번째 시련. -6-,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1- +4 18.09.10 1,888 35 16쪽
6 1. 첫 번째 시련. -5- +2 18.09.08 2,117 32 14쪽
5 1. 첫 번째 시련. -4- +1 18.09.07 2,548 36 14쪽
4 1. 첫 번째 시련. -3- +5 18.09.06 3,164 41 16쪽
3 1. 첫 번째 시련. -2- 18.09.05 3,857 43 15쪽
2 1. 첫 번째 시련. +3 18.09.04 6,133 50 14쪽
1 p +5 18.09.03 8,336 7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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