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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h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상의 SSSSSS급 드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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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h
작품등록일 :
2023.07.17 17:14
최근연재일 :
2023.07.22 20:05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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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1,245

작성
23.07.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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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내가 돌아왔다

DUMMY

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울지는 몰라도 4차 세계대전은 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막대기와 돌이 스태프와 마석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


게이트 발생 이후 20년.


인간은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씨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직경 200km짜리 게이트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은 광경이다.


철수 형이 어깨를 두드렸다.


“진짜 좆같다. 그치?”


인류 최강의 전사가 농담을 건넸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대답했다.


“이제 어쩌죠. 저 정도 규모의 게이트는···”

“효인아, 잘 알겠지만 넌 끝까지 살아야 한다. 네가 없으면 뒤에 남은 사람들은 전부 끝장이야.”


철수 형은 세계수를 가리켰다.


방사능과 독을 정화하고 신선한 물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드루이드의 성역.


나의 마력과 연결된 저 세계수는 그동안 인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얼마 전 민간 구역에 중급 괴수가 침입했다. 방벽의 내구도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번 레이드가 실패하면 저 세계수도 더는 버티지 못하겠지.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야 나도 좀 싸워 보겠네요.”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 넌 후방 지원이야.”

“또 왜요!”


형은 이번에도 레이드에서 나를 배제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다. 각성자 전원이 다 달라붙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 몸을 사린다니.


어차피 지면 다 죽는 싸움이다.


그러니 죽더라도 온 힘을 다해 싸우다 죽고 싶었다. 뒤에서 미적거리다 무력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철수 형은 단호했다.


“다 죽는다고 해도 넌 절대 안 돼.”

“진짜 답답하네! 전투 계열은 아니지만 나 엄연한 S급입니다! 어디 가서 발목 잡을 놈은 아니에요.”

“크크, 아직도 그놈의 등급 타령이냐? 넌 그런 싸구려 등급보다 훨씬 더 대단한 놈이야.”


철수 형은 내게 방어용 아티팩트를 건넸다.


“설령 우리가 이기더라도 세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어. 이건 아니야. 난 미래가 온전한 모습이길 바라.”

“죽으면 그 미래도 못 봐요.”

“난 못 봐도 돼. 하지만 희망은 버릴 수 없다. 효인아 네가 그 희망이야. 무너진 세상을 다시 일으킬 힘이 있는 네가.”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100명 있어도 형 하나 못 이길 텐데.”

“크크크. 그걸 아는 놈이 평소에 그렇게 개겼냐?”


형은 무너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넋두리를 뱉었다.


“전투 요원 말고 너 같은 애를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모르겠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게 형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 뒤로는 흐릿한 기억뿐이다.


무너지는 게이트.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는 쥐 떼처럼 밀려 나오는 괴수들.


뒤에서 날 바라보는 수많은 눈빛.


마력 고갈로 떨리는 손과 빛나는 세계수.


“여긴 못 지나간다.!”


나 신효인, 최후의 헌터.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드루이드.


세상을 다시 일으킬 사명을 짊어지고 마지막까지 싸웠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씨발, 철수 형. 그냥 같이 싸우자니까···”


쪼개진 방벽 사이로 날아온 촉수가 내 몸을 수천 조각으로 찢어버렸다.


+++


“이게 무슨···!”


내 것이 아닌 기억이 물밀듯 들이쳤다.


게이트, 몬스터, 세계수, 철수 형, 드루이드···.


아니, 이건 내 기억이 맞다.


게다가 이번 생의 기억과 새롭게 얻은 기억, 양쪽이 모두 온전했다. 그렇다면 빙의는 아니고···


‘전생의 기억이 깨어난 건가!’


그렇다면 말이 된다. 물론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다.


‘아니면 그냥 내가 미쳤던가.’


확인해 볼 방법은 하나뿐이지. 나는 마력을 움직여 보았다. 손끝을 타고 푸른 마력이 일렁였다.


“하하. 미치진 않은 것 같네.”

“뭐가 그렇게 웃기냐?”


‘사육사’가 채찍을 들고 나타났다. 거의 3m에 달하는 키와 시뻘건 피부. 마치 전생에 보았던 ‘오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나대지 말자.’


가진 것을 전부 확인하기 전까지는 몸을 사려야 한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로 일에 복귀하겠습니다.”

“죄송한 거 알면 똑바로 해라.”


짝!


거인의 따귀에 몸이 무너졌다.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일어나 바로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징징거리지 않는군!”


저 씨발 놈은 이 주변을 순회하며 약탈을 자행하는 ‘야차’ 부족의 대장이다. 무식하고 잔인한 놈이지만 무력만큼은 무시할 수가 없다.


바위 같은 근육과 압도적인 피지컬. 게다가 기묘할 정도로 질긴 피부까지.


그동안 약탈에 저항해온 군소 부족들은 모두 저놈의 무자비한 손아귀에 명을 다했다.


복수를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평범한 애새끼에게 저 야차는 너무나 커다란 상대였으니까.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달라졌다. 내가 돌아왔으니까.


‘멍청한 놈.’


저놈의 약점이 하나 있다면 대가리가 텅텅 비었다는 것이다. 하긴 몸이 저리 좋으니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겠지. 대놓고 주머니에서 단검을 훔쳐도 눈치조차 못 챈다.


나는 바지춤에 단검을 숨기고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작업장에는 여러 부족의 노예들이 모여있었다. 외형도 성격도 다양한 노예들이지만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거인의 숲’에서 ‘흑철’을 모아오는 ‘채집꾼’.


모아온 흑철을 정리하고 녹을 벗겨 쓸만한 물건으로 만드는 ‘땜장이’.


나는 채집꾼에 속했다. 그리고 채집꾼의 임무는 땅에 파묻힌 ‘흑철’을 찾는 것이다.


굳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까닭은 ‘거인의 숲’ 곳곳 흩어진 흑철이 다른 평범한 금속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거인의 숲에서 채취한 흑철은 그 유용성과 희귀성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는 화폐 역할을 할 정도다. 그걸 야차 부족이 이를 그냥 둘리 없었다.


뭐,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깨어나니 모든 게 다르게 보였다.


‘이거 그냥 강철이잖아?’


노예들이 모아온 ‘흑철’의 정체는 녹슨 철근이었다. 너무 심하게 녹이 슬어 제대로 쓰기도 어려워 보일 정도의.


게다가 그 흑철을 가져온 ‘거인의 숲’도 내겐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저건 서울 돔?’


내가 성역을 만들기 전에도 인류는 다양한 방어 시설을 만들었다. 서울 돔도 그중 하나였다.


“결국, 여기도 이렇게 됐구나···.”


서울 돔은 이제 겨우 그 터만 겨우 남아있었다. 지지대 부분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나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저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 나는 먼 미래로 환생 한 것이다. 1000년은 끄떡없을 거라 자신하던 서울 돔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릴 정도로 먼 미래로.


‘혹성 탈출이 따로 없군.’


인류는 결국 멸망을 피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마경이 될 것이라 예상한 미래에 비하면 풀숲이 우거진 서울의 모습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능력도 쓰기 쉽고.’


지난 생에는 드루이드의 능력을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스킬로 운용할 자연 자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 자연의 마력이 충만하게 들어왔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능력을 살폈다.


‘역시 각성은 전부 사라졌다.’


대강 예상한 사실이다. 평소에 쓰던 스킬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마력은 돌아왔지만, 각성은 전부 초기화됐다.


각성은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힘이다. ‘마력을 깨우친다.’라는 것도 그 조건 중 하나. 각성자들이 ‘각성자’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두 번째 각성부터는 그 난이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기 때문에 2차 각성자는 매우 드물었다.


2차 각성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B급 헌터라고 불릴 정도로.


‘당분간 하나로 살아야 해. 그럼 뭘 선택해야 할까.’


드루이드는 총 여섯 개의 각성이 있다.


[변신], [영혼], [대지], [천문], [생명], [서사].


초보 드루이드는 주로 회복 능력과 버프 능력이 조화롭게 구성된 [생명]이나, 식물과 흙을 조종할 수 있는 공방 만능 능력인 [대지]를 선택한다.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나도 저번에는 [대지] 능력으로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나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천문]과 [서사]는 포기해야겠군.’


감지 능력에 특화된 [천문], 광역 버프와 유틸을 제공하는 [서사]는 공격력이 너무 부족하니 제외.


그럼 남은 선택지는 [변신]과 [영혼]뿐이다. 하지만 그쪽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젠장, 쓸 각성이 없네.”


드루이드는 적어도 2차 각성은 해야 제대로 된 공격 능력이 생긴다. 지금으로서는 뭘 써도 애매할 수밖에.


괜히 드루가 파티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각성의 구성 자체가 전형적인 대기만성 구성이다.


물론 7차 8차까지 가면 압도적인 성능이 나오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사람 자체가 극히 드물다 보니 세간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변신] 능력이 물리력 측면에서 좋은 특성을 가졌지만 1차 각성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영혼] 특성은 공격력은 높지만, 물리력이 전혀 없다. 정글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물리력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이트는 사라졌지만 대기의 마력 농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예전에는 이런 걸 ‘던전화’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서울 전체가 던전화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마력에 적응한 마수나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겠지.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자.’


각성 없이도 마력을 통한 육체 강화 정도는 가능하다. ‘사육사’ 놈에게 뺨을 맞고도 멀쩡한 것도 이것 덕분이고.


당장은 큰 위협이 없으니 서둘러 각성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나는 명상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돌아와라!”


사육사의 외침에 수많은 노예가 지친 걸음을 재촉했다. 다들 쇳덩이 몇 개씩은 주워든 모습이다.


그때 머리에 뿔 달린 노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못 찾은 거야? 그럼 혼나!”


아무래도 내가 빈손인 게 신경 쓰였던 것 같다. 뿔 달린 소년은 내게 자신의 고철을 조금 나누어 주었다.


“이거라도 받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소년이 건넨 철 조각을 쥐어보았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흠···”


나는 철 조각에 마력을 흘려 넣어보았다. 녹이 벗겨지며 은은한 광채를 띄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나는 철수 형에게 이 세상을 재건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이렇게 개쫄보 처럼 굴고 있다니, 게이트 앞에서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외치던 그 기계는 어디 간 걸까.


아무런 인연도 없는 꼬마도 남을 돕는데, 나는 지금 뭘 고민하는 거지?


나는 마음을 굳혔다.


“뭐, 빨리 선택한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각성을 선택했다. 마력의 회오리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


드루이드는 초반에 약하다.


하지만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에 한에서는 초반을 손 쉽게 넘길 방법이 존재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영혼] 각성을 통해 [영혼의 향연] 스킬을 얻는 것이다.


[영혼의 향연]


마력이 없는 대상을 즉사 시키는 스킬.


물론 게이트의 몬스터는 전부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후반에는 별로 쓸일이 없지만, 자연의 생물이 변형되어 생겨난 ‘마수’나 총기로 무장한 약탈자 무리를 상대하기에는 아주 효율적인 스킬이다.


조금 더 요령이 있는 사람은 [변신] 각성의 [거대화] 스킬을 쓰는 방법도 있다.


[거대화]는 [영혼의 향연]과 같은 극적인 효과는 없지만 초반에 부족한 물리 공격력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마력이 풍부하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힘이 넘치는 군.’


이 곳에 마력이 충만하다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이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만히만 있어도 마력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 안으로 계속 들이친다. 이건 내가 자연 친화력이 높은 드루이드인 것도 있겠지만 그냥 공기 중의 마력 농도가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각성을 하기 전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 저런 병신들에게 굽히고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나는 [거대화] 를 시전했다.주변 풍경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뭐지?’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너무 적다.


[거대화]는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기술이다. 덕분에 높은 수준이 높아질수록 점점 사용을 꺼리게 되는 초반용 기술인데···


‘마력이 바닥날 기미가 전혀 없잖아?’


아무리 마력 밀도가 높다지만 소모 자체가 이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한 번 한계까지 스킬을 써 보았다.


“휴우, 엄청나군.”


[거대화]가 완료되니 이제는 야차 놈들이 벌레처럼 보인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사육사’를 바라보았다. 사육사는 무기를 내려놓고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죄송한 거 알면 똑바로 살지 그랬어.”


나는 조그만 야차를 발로 밟았다. 팍! 터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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