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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yna

피 빠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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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턴스
작품등록일 :
2022.03.09 15:48
최근연재일 :
2022.09.11 16:4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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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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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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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The bride of Vampire (3) - 습격

DUMMY

"챙!"

"쨍그랑!"


단 한 번 검이 맞붙여졌을 뿐이다. 올리버가 들고 있었던 묵직한 양손검은 여기저기에 금이 가더니 마치 바람을 맞은 사막의 모래처럼 잘게 부서져 버렸다. 올리버는 넋이 나가서 검 손잡이만 남은 자신의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철로 만든 갑옷을 마치 비누처럼 썰어버리는 검은 전설적인 무기다.

올리버가 생각했다.

그런 명검은 세상에 단 몇 자루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아주 재능이 뛰어난 마법사나 성직자가 자신의 검을 강화하는 일도

가끔 있었지만, 이 녀석은 플레이어라고 했다. 그것도 지구에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력이 있어 사제로 전직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상태창에 따르면 이 녀석은 전직을 마치지도 않았다. 이렇게 강한 힘을 쓸 수는 없었다.


에이트가 검 끝으로 그의 목을 가리켰다.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올리버는 평소에도 신의 구원을 명목으로 여러 사람의 돈을 떼어간 얌생이었다. 그들은 모두 속이 시원하다는 듯 비웃었다. 올리버는 영애들의 비웃음 소리를 듣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한테 내가 졌다고?


"너! 도망친 자들의 새끼 같은 놈!"

도망친 자들의 새끼는 용병의 도시 사람들, 즉 마법을 쓸 줄 아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 나라는 용병들의 도시와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또 도발하는 올리버를 보고 사람들이 킥킥댔다.


"신성한 신전 앞에서 무얼 하는 짓 들이냐!"

우렁찬 목소리가 신전의 정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 올리버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며 계단 위를 보았다. 주교가 정문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이트도 고개를 들어 계단 위를 보았다.

나타난 이는 신전의 원장, 엘리틴 주교였다. 그는 이 신전 뿐만 아니라 이 지방에 있는 모든 신전들을 관리하는 영향력 있는 성직자였다. 그는 거의 이 신전 안에서만 틀어박혀서 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보의 교류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 세상의 흐름과 정계를 귀신같이 알고 대처해서 모두 그를 '신이 내린 예언자' 라고 부르고는 했다. 한번은 먼 남쪽 지방에 지진이 나 사람들이 많이 다쳤을 때 힐러 사제가 만든 약을 상품화해 미친 듯이 돈을 벌어들였고, 자신을 견제하는 귀족이 독약을 보내오자 음모를 바로 알아차려서 귀족을 사형시키기도 했다.

메이슬이 위험한 자라고 했지. 에이트가 생각했다. 주교는 뱀 같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상황을 살피는 듯하였다.


"주...주교님" 올리버가 말을 더듬었다. 주교는 올리버가 뇌물로 준 금빛 부채를 눈앞에 펄럭이고 있었다.


"신성한 신전앞에서 칼부림을 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올리버 대사제?"


"저...저 자식이 먼저..." 그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에이트를 가리켰다.


에이트가 주교를 쳐다보며 말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자가 난데없이 저를 공격하며 실력을 봐야겠다고 해서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옳소.'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흠..." 주교가 살이 덕지덕지 붙은 자신의 턱을 쓸어내렸다. 주교는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 에이트의 역량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고있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게. 평소에도 사리 분별이 잘 안되는 자이니." 그가 에이트를 향해 말했다.

"검사를 하는 것도 신변을 알아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네. 자 그럼 모두 안으로 들어오게.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건 다 알고 있겠지?"


~ 다시 에이트의 시점으로 ~


신전의 계단을 올라 정문에 다다르자 또 계단이 나왔다. 이번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무언의 신전은 독특하게도 지하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나라 전체가 동굴 속에 있긴 했지만, 이곳은 정말 신비로운 굴속 같았다. 바닥과 솟아오른 기둥은 하얗고 반들반들한 마석으로 만들어져있었고, 한쪽 벽면은 뻥 뚫려있어 지하수가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 아래 신비로운 호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중앙홀(광장)은 가로로 굉장히 넓어서 한쪽 기둥 옆에서는 사제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또 한쪽 기둥 옆에서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질적인 풍경에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 맞다. 이곳은 사제가 아닌 자가 말을 하면 혀가 잘리는 곳이지.


"저기, 에밀리아 아가씨가 앉아 계시네.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지."

주교가 멀리 있는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석으로 만든 흰 기둥 아래에는 정말 에밀리아가 앉아있었다. 흰 드레스를 입고 고고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제 주막에서 봤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헝클어져 있었던 검은 머리는 곱게 빗어 올려져 있었고, 단정하고 정갈한 드레스는 목 끝까지 올라와 보는 사람까지 숨 막히게 했다. 식스가 내 팔을 콕콕 눌렀다. 내가 고개를 돌렸다. 깜짝 놀란 팀원의 얼굴이 보였다.


'저기... 주막집 주인장 아니야?'

식스가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에밀리아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닮은 사람.'


"하하, 워낙 도도하고 말이 없는 아가씨라 친해지기는 힘들 거다." 주교가 웃으며 말했다.

말 없기는 개뿔. 어제만 해도 술주정 하는 모험가를 국자로 때려 패며 내쫓던데. 정말 가면을 잘 쓰는 여자군. 내가 생각했다.


"그럼, 각자 머물 방을 보여주지."


우리 방은 메인홀과 바로 이어졌다. 포, 식스, 그리고 내가 동쪽으로 난 세 개의 방을 배정받았고, 원, 쓰리, 그리고 투가 서쪽으로 난 세 개의 방을 배정받았다. 에밀리아의 방은 서쪽에 나 있었다. 나는 짐을 대충 침대 위에 풀어놓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원래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의 동공에 방을 만들어 놓은 것인지, 천장에는 종유석이 가득했다. 물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 폭포가 흐르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이런, 요즘 안 그래도 잠이 잘 안 오는데 시끄럽군.


방 한구석에도 천장이 뻥- 뚫려있는 공간이 있었다. 거기서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는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내가 문을 열었다. 투였다. 그녀의 손에는 종이가 들려있었다.


'저기, 내가 이 방을 써도 될까? 너만은 지키고 싶은걸.'

종이에 쓰여 있다.


그녀의 동공이 나를 멍-하니 직시하고 있다. 뭐랄까, 그녀는 맥이 풀려있는 사람 같았다. 설마 식스가 준 긍정의 약물 부작용이 올라오는 것일까?


나는 걱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 구경할 때 보니까 투 방에는 폭포가 없었다. 아마 이곳보다는 더 조용할 것이다. 투는 안 그래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애인데... 잠까지 안 재우면 큰일이 날 것 같다. 리더가 된 이상 그래도 팀원을 챙겨야 했다.


내가 고개를 내젓자 그녀는 실망한 얼굴로 돌아섰다.


*


주교는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깃털 펜을 잡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에이트라는 자가 힘이 강하군.'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는 마법을 쓰는 자인 것 같았다. 주교는 올리버처럼 프로스트린 이란 검의 위력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에이트가 뱀파이어라는 건 더더욱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가 어떤 마법을 써서 그런 힘을 발휘한다고 믿었다.


주교는 사제들의 반란을 막기 위해 신력이나 마력을 억제하는 장치를 신전 안에 해두었다. 신력이나 마력은 주교가 허락하는 한에서 힐을 할때나 가르칠때 쓸 수 있었다. 주교가 예전부터 에밀리아의 스킬이 순간이동인 걸 알면서도 그녀를 방치해 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녀의 마력은 아마 이곳에선 무용지물일 거라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에게 에이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약해 보이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 에밀리아가 우리 계획에 대해서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다고?"


"네, 그렇습니다."

앞에 서 있던 자가 말했다. 그는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자가 고개를 숙여서 주교의 뚱뚱하고 못생긴 귀에 몇 마디를 속삭였다.


"허어... 그 애송이가 많이 자랐어." 주교가 그가 속삭이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찡그렸다.

전 같았으면 에밀리아를 지하에 가두어 놓았을 것이다. 손과 발을 꽁꽁 묶어서 깊은 어둠 속에 처박아 놓았을 것이다. 그것도 안 되면 그녀의 여린 피부에 채찍으로 상처를 냈을 것이다. 그녀가 더 무력해지도록.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공포에 질리도록.

그렇지만 에밀리아는... 이제 뱀파이어의 신부가 될 자였다. 즉, 벌을 내리는 건 뱀파이어의 몫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가 생각했다. '빨리 작전을 개시하는 수밖에는.'


"저녁에 호위 전사들을 에밀리아의 방안에 배치하도록." 주교가 뒤에 서 있던 사제를 향해 말했다.


*


'똑. 똑. 똑.'

'쏴아아아아-'


으아악! 시끄러워! 나는 베개로 내 귀를 막았다.

안 그래도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난 후였다. 나는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았다. 저녁에는 교대로 두 명씩 에밀리아의 방'안'에서 그녀를 호위하도록 했다. 지금은 투와 쓰리가 그녀의 방 안에 있겠지. 하필이면 문 앞도 아니고 방 안이야. 나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서 붉어질 포의 얼굴을 상상하며 키득댔다.

하암. 나는 하품을 하고 눈을 감았다.


"똑. 똑. 똑.'

'쏴아아아-'


'끼이이이이이이이-'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기괴한 울음소리였다. 뒤틀려지고, 잔뜩 뭉개진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나는 졸린 눈을 반쯤 떴다.


끼이이이 -


설마, 설마 주교가 에밀리아의 비밀에 대해서 안 것일까? 잠결에 뒤늦게 그런 생각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게 이 소리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다만 끔찍한 위화감이 엄습해 왔다.


처음에는 폭포수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오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커졌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무언가가 차가운 우물 안에서 솟아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얼른 침대맡에 두었던 촛불을 켰다.


스스스스- 스스스스-


깊고 검은 우물 속에서 인형이 솟아올랐다. 길쭉한 얼굴에 긴 검은색 머리. 그녀는 어둠속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그녀는 한 번에 우물에서 솟아올라 몸을 드러냈다. 빨판이 난 오돌토돌한 회색 다리가 물을 뚝. 뚝. 떨어뜨렸다. 흡사 문어 같은 하반신이었다.


스릉- 내가 허리춤에 있던 프로스트린을 뽑았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검이 파랗게 빛났다.


끼이이이-


그녀가 입을 벌렸다. 수백 개의 뾰족한 이빨들이 반짝였다.


기습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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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The Bride of Vampire (7) 22.09.04 19 0 11쪽
23 The Bride of Vampire (6) 22.09.02 21 0 12쪽
22 The Bride of Vampire (5) -The bird 22.07.15 26 0 6쪽
21 The Bride of Vampire (4) 22.07.08 24 0 12쪽
» The bride of Vampire (3) - 습격 22.07.01 43 0 12쪽
19 The Bride of the Vampire (2) - The Cage 22.06.24 35 0 14쪽
18 The Bride of Vampire (1) - The Inn 22.06.20 31 0 12쪽
17 Colosseum (8) 22.06.18 35 0 11쪽
16 Colosseum (7) 22.06.16 27 0 14쪽
15 Colosseum (6) 22.06.13 21 0 14쪽
14 Colosseum (5) 22.05.26 22 0 11쪽
13 Colosseum (4) 22.05.15 28 0 12쪽
12 Colosseum (3) 22.05.01 24 0 11쪽
11 Colosseum (2) 22.04.24 22 0 11쪽
10 Colosseum (1) 22.04.18 30 0 12쪽
9 The Death of an Angel (8) 22.04.07 25 0 10쪽
8 The Death of an Angel (7) 22.03.28 26 0 12쪽
7 The Death of an Angel (6) 22.03.24 35 0 10쪽
6 The Death of an Angel (5) 22.03.21 39 0 9쪽
5 The Death of an Angel (4) 22.03.18 35 0 7쪽
4 The Death of an Angel (3) 22.03.16 38 1 11쪽
3 The Death of an Angel (2) 22.03.13 51 0 13쪽
2 The Death of an Angel (1) 22.03.11 58 0 9쪽
1 Prologue +2 22.03.09 8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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