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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휴학 님의 서재입니다.

알 수 없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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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장휴학
작품등록일 :
2021.07.14 09:51
최근연재일 :
2021.07.21 06: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91
추천수 :
3
글자수 :
53,490

작성
21.07.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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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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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1. 수년 후

DUMMY

1. 수년 후




“어? 야, 잠깐만 이리로 와봐.”

“왜? 뭐라도 찾았어?”

“그래, 찾았어! 찾았으니까 이리 가까이 와보라고!”

“아, 뭔데 그렇게 호들갑을... 흐아악!!”


한 남자가 옆의 다른 남자 앞에 뱀 허물을 확 들어재껴 놀라게 만들었다.


“이, 미, 미, 미친 새끼야!! 너 내가 뱀, 뱀 같은, 징그러운 거 진짜 싫어하는 거 알잖아!!!”

“크큭... 하하하!! 아니... 알지 아는데... 네 반응이 너무 재미있는 걸 어떡하라고...”


스포츠 스타일의 검은 머리를 한 남자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옆의 갈색 생머리의 남자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갈색 머리의 남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실컷 웃어재끼고는, 손에 아직 주렁주렁 들려있던 뱀의 허물을 멀리 집어 던졌다.


“하하... 아, 오랜만에 잘 웃었네. 저기, 멀리 던져버렸다. 됐지? 확인했지?”

“이 새끼... 너, 한 번만 더 이런 장난치면 이걸로 네 대가리를 찍어버릴 거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한 손에 들려있던 금속 물체를 위협적으로 들어올렸다.


“하하, 미안하다니까! 알겠어, 오늘 탐사하는 동안 절대로 이런 일 두 번은 안 일어날 거야.”

“진짜 미친 놈... 사람이 싫어하는 걸 가져다가 그렇게 하고 싶었냐.”

“그래도 말이야... 지금 하고 있는 일 너무 재미없잖아. 이 넓은 산을 달랑 우리 둘이서 맡아서 뒤지고 있는 게 말이나 돼?”

“어쩌겠어, 사람 수가 부족한 걸. 그나마 우린 둘이라도 같이 있는 걸 천운으로 여겨야 해.”

“하긴, 한 명씩만 배정받은 곳도 있다며?”

“어, 내가 아는 애도 혼자 배정이라더라.”

“와우, 진짜 혼자 돌아다니면 지금 우리보다 한 3배는 심심하겠다, 그치.”

“...생각해보니 혼자 가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뭐? 야, 이 민수자식아! 나라도 있으니까 이렇게 웃을 일도 생기고 그런 거 아니겠어?”

“너만 웃었잖아! 너만!!!”

“하하하하, 그건 그렇지!!”


한 명은 낄낄거리며 웃고, 한 명은 열심히 열을 내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중, 대화를 끊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삐- 삐- 삐-]


“헉, 야. 박민수, 너 탐지기에서 소리 난다.”

“오, 내 거에서? 세상에, 진짜네. 이거 봐, 이상현이랑 박민수, 우리 둘이 완전 인연이라니까?”

“인연은 개뿔, 너 같은 거랑 인연 있을 바에는 탐지기에 머리 박고 뒤지고 말지.”

“아쉽다, 여기다대고 머리 박는 그런 절경은 좀 보고 싶은데.”

“말 하나를 진짜...!”

“그래~ 그래~ 빨리 이거 확인이나 하자고. 가방에 삽 좀 꺼내봐.”


상현은 민수를 잠시간 날카롭게 째려보다가 가방을 풀어 잠깐 뒤적이더니, 그 안에 들어있던 접이식 삽 두 개를 꺼냈다.


“왜 나만 이렇게 오늘 재수가 없지?”

“뭘 재수가 없어. 이렇게 탐지 성공도 했는데.”

“아니, 이 개같이 넓은 산 지형이 걸리고, 너랑 같은 조되고, 가위바위보도 져서 삽도 내가 다 들고, 탐지도 네가 성공하고. 이렇게 말하니까 더 재수가 없잖아??”

“결국에 탐지 성공은 같이 한 거나 다름없잖아~”

“어휴, 됐다 됐어. 빨리 삽 들어. 삽질이나 하자. 여기 맞아?”

“아, 응. 여기 주변으로 파면 될 것 같아. ...파는 것도 가위바위보로 할래?”

“응, 미친놈아. 절대 안 해.”

“크큭... 아쉬워라, 알겠어!”


한창 잡담을 지껄이던 두 사람은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삽을 쥐고, 열심히 땅을 파내려갔다. 얼마간은 시덥 잖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도 주고받던 두 사람이었으나, 목표물이 영 나오지를 않자 점차 말을 잃어갔다.


“아오! 야, 이거 맞냐?”

“맞긴 하겠지? 울리기는 계속 울린다고. 이거 봐.”


[삐삐- 삐삐삐- 삐삐-]


“심지어 소리도 달라졌어.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거는 맞는 듯?”

“아... 짜증난다. 이거 고장 난 건 아니지?”

“아까 네 것도 울리는 거 확인했잖아. 진짜로 네가 탐지기에 머리 박은 적이 있던 게 아닌 이상, 고장 났을 리가 없잖아?”

“아오... 지금은 진짜 그냥... 무지성으로 머리라도 어디 박고 싶은 심정이다. 저기 나무에 박으면 잠깐 기절이라도 하고올 수 있냐? 가만히 있어도 정신 나갈 거 같은데. 나 기절하면 니 놈이 남은 거 다 파주냐?”

“그럴 리가, 너 깨어날 때까지 저기 그늘에 누워 있다가 너 일어나면 다시 같이 시작해야지.”

“에휴, 한숨만 나온다 나와... 빨리 그냥 파서 뭐 있는지 확인이나 하자.”


두 남자는 잠시 손에 놓았던 삽을 다시 손에 쥐고,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


30분 정도 지난 그 때, 갑자기 상현의 삽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났다.


깡!


“와! 진짜 우리 탐지기가 고장 난 건 아니었나봐! 방금 들었어?”

“어, 들었어. 와... 나 탐지 성공해서 뭔가 찾아낸 거 처음인데, 신기하긴 하다.”

“빨리 여기 주위로 파보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맥아리 없는 몸동작으로 땅을 파내고 있던 상현은 갑자기 생기가 돌아 삽질 초반처럼 열성적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민수도 이를 거들며 아까 소리가 난 주변을 같이 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탐지기를 울리게 했던 물건이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 이게 뭐냐?”

“글쎄, 칼인가? 땅 속에 좀 오래 있던 거 같은데 아직도 좀 날카로워 보인다.”

“그러게, 근데 생각보다 좀 작다? 이정도만 파고 꺼내도 될 듯 싶다.”

“그래, 아. 발굴해내는 거 그, 뭐시기 키트는 내 가방에 있었지. 잠깐만 기다려봐. 그거 가져올게.”

“그래라. 올 때 물 남은 거 있으면 좀 가져와 주라.”

“오케이~ 내 물은 가방에 잘 들어있었는데, 네 거는 땡볕 아래에서 뜨거워진 물이 되어버린 게 아니기를 바란다.”

“...아.”

“뭐야, 진짜야?”

“...됐으니까 물이랑 키트랑 빨리 챙겨오기나 해!”

“크큽, 알겠어 알겠어. 너무 뜨거우면 내 물 조금 줄 수도 있고~”


끝까지 얄미운 말을 던지며, 민수는 조금 깊게 파여 있는 땅굴 밖을 가볍게 뛰어나갔다.


‘얄미운 새끼... 그래도 저런 놈이라도 같이 있으니까 대화할 상대도 있고, 좀 낫네. 짜증나긴 하지만.’


상현은 파인 땅 옆면에 등을 잠시 기대고 앉아, 흘러내리고 있던 땀들을 목에 걸친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기 시작했다. 잠시 땀을 닦아두니, 바람이 슬그머니 불어와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나무가 꽤나 있는 산에 온 것이 다행이었다. 이미 나무가 다 베어지고 말라붙은 흙먼지만 날리는 죽어버린 토(土)산에 갔다면, 땅을 파는 것도 배는 힘들었을 것이고, 바람 부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보다는 흙먼지만 얼굴에 날려 짜증났을 것이다. 거기다가 호흡기 보호용으로 마스크를 쓰거나, 눈 때문에 보호경이라도 썼다면, 땀이 미친 듯이 나고 답답해서 당장 드러누워 짜증만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확실히 오늘 소소한 일들은 재수가 없게 느껴졌을지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재수가 없어도 뭐. 저 민수 새끼가 운이 좋으니까.’


나는 재수없다, 재수없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보통의 사람들 같은 성현과 달리, 민수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꽤나 운이 있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자판기에서 기계실수로 음료가 2캔이 나온다거나, 신발끈이 풀려 다시 매려고 주저앉았다가 누가 흘린 돈을 발견한다거나. 이런 소소한 운 좋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녀석이었다. 성현이 같이 있을 때 이런 운 좋은 일이 민수에게 벌어지는 것만 여러 번 봤으니, 실제로는 더 자주 운이 좋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는 다른 녀석들보다 내가 운이 좋았긴 하네.’


한창 다른 곳에서 혼자 고생하고 있을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니, 약간 안쓰럽기도 했지만, 많이 넓은 지역에 걸린 것을 놀리던 놈들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괘씸하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성현아, 아쉽더라. 너 물 얌전히 가방 안에 들어있었어.”


그때, 뒤편에서 돌아온 민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진짜? 다행이다.”

“자, 던질게. 받아. 한 손에 물 두 개 들고 있으려니까 불편하네.”


민수가 던진 물은, 다행히도 약간 미지근할지언정 뜨겁지는 않았다.


“땡큐. 키트는?”

“여기 왼손에 있지. 빨리 해치우고 돌아가자.”

“그래. 이정도면 우리 거의 일찍 돌아온 5팀 안에 드는 거 아니냐?”

“그럴 수도? 난 저저번에 그렇게 돌아갔었는데.”

“...나는 한 번도 일찍 돌아가 본 적 없는데.”

“뭐, 상황 따라 다른 거지~ 그럼 키트 발굴 시작하자. 물 마셨지?”

“아직. 금방 마실게.”


성현은 물을 남아있던 양의 반절을 마셔버린 후에, 입가를 훔치고는 키트를 열어 장비들을 꺼내 발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민수는 왼쪽, 성현은 오른쪽을 맡아 살살 발굴을 시작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뭔지 모를 금속덩어리의 모습이 완전하게 드러났다.


“야, 이게 뭐냐?”

“글쎄다. 부러진 검 조각?”

“아니 나와도 하필... 부러진 거야?”


발굴에는 무난하게 성공하였으나, 성현의 기대를 배신하고 완전하지 않은, 부러진 검의 끝 조각이 나오고야 말았다. 나쁘지는 않은 성과였으나, 좋지도 않은 성과였다.


“나올 거면 좀 멀쩡한 거나 나오지... 허탈하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지?”

“뭐가?”


허탈함에 드러누운 성현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민수는 잠시간 손을 턱에 대고 있더니, 자신의 추측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뭐 다른 것도 아니고, 검이니까. 이건 가까이에 다른 나머지 조각들도 남아있지 않을까? 왜, 저번에 어떤 조가 그랬잖아. 자기네들이 웬 부러진 쇠 봉 발굴해내고 망했다, 이랬다가. 끊어진 부위가 수상해서 주변에 더 파봤는데 나머지 부위도 나왔다잖아. 걔네가 발견한 게 망치였었지?”

“...것도 그렇긴 한데.”

“그러면 우리는 나머지 검신이랑 손잡이랑 같이 붙어있는 게 남아있으려나? 한번 주변에 더 파보자. 얼마 안 걸릴 거야.”


성현은 사실 지쳐서 몸을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진 않았지만, 또 이렇게 운 좋은 민수가 희망을 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파보자. 파.”


*


이후 민수 말대로, 성현과 민수는 정말로 나머지 부위를 10분 내로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한 것은 방금 전에 키트로 완전히 파낸 검 조각과 달리, 조금 더 긴 형태였다. 원래 길이가 좀 있는 검이었던 것 같다.


“야... 진짜 나오긴 하네. 신기하다.”

“그치? 파보길 잘했다니까.”

“그러게. 그럼 이제 다시 키트작업 하자.”

“에이~ 나 덕분에 나머지 부위도 찾았는데, 키트작업은 네가 해주면 안 돼?”

“뭐?”

“어차피 나 아니었으면 이거 나머지도 못 찾았을 거 아냐~ 보고할 때 우리 둘 지분 비슷하게 해 줄 테니까, 얼마 안 걸리는데 이거 그냥 해줘~”


짜증나게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민수가 아니었으면 성현은 그냥 작은 칼 쪼가리만 들고 나갔을 테니. 게다가 지분까지 늘려준다고 하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여전히 민수가 재수없긴 했지만.


“그래, 알았다. 알았어. 빨리 할 테니까 빨리 돌아가자고.”

“와우, 고마워! 그래도 많이 상하면 안 되니까 좀 조심히 발굴하고.”

“내가 그것도 모르겠냐. 최대한 잘 파낼게.”


*


20분 정도가 지난 후, 성현은 조금 아래에 위치해있던 손잡이 부분까지 온전한 발굴에 거의 성공해가고 있었다.


“성현아, 다 되어가?”

“그래 인마, 조금만 기다려봐. 이제 이거만 하면...”


성현이 손잡이 끝에 묻어있던, 묵직한 흙들을 쳐내던 그 때, 도저히 흙이나 돌이라고 할 수 없는 찝찝한 감각이 손에 느껴졌다. 이상함에 그 특이한 흙이 있던 부분을 조금 더 건드려 파 보았는데,


“으, 으아악!”

“왜그래 성현아! 무슨 일이야!”

“소, 소소손. 손이! 손가락! 뼈!”

“....뭐?”


칼 손잡이의 끝 부분에, 아직 채 다 썩지 않은 살점이 묻어있는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뼈가 툭, 달라붙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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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제대한 군인 (3) 21.07.15 18 0 11쪽
3 3. 제대한 군인 (2) +1 21.07.15 17 1 11쪽
2 2. 제대한 군인 (1) +1 21.07.14 22 1 11쪽
» 1. 수년 후 +2 21.07.14 4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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